원선웅 | 메르세데스-벤츠 GLE 350d 4MATIC 쿠페 시승기 |

메르세데스-벤츠는 과거의 'M 클래스'를 풀모델 체인지를 하면서 ‘GLE'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롭게 공개했다. 새로워진 것은 차명만이 아니다. GLE의 라인업을 더욱 다양하게 선보이며 ’GLE 쿠페'를 추가해 폭 넓은 소비자들의 관심과 요구에 부응할 수 있게 했다. 국내 출시된 GLE 350d 4MATIC 쿠페의 시승느낌을 전한다.

세그먼트를 불문하고 가장 인기있는 차종인 SUV.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지금까지 다양한 SUV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라이벌인 BMW의 'X 시리즈'와 아우디의 'Q 시리즈‘와 비교하면 차명에서 일관성이 부족한 경향이 과거에는 있어 왔다.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 메르세데스-벤츠는 2015년부터 라인업의 재편을 시작했다. 차명을 기존 GL / ML / GLK / GLA에서 SUV를 나타내는 ‘GL’로 차종을 통합하고 메르세데스-벤츠의 클래스를 나타내는 'S' 'E' 'C' 'A'를 곁들인 GLS / GLE / GLC / GLA로 차명을 변경했다. 이를 통해 차량의 격을 명확히 하고, 마이너 체인지를 계기로 스타일링과 이미지도 통일해 반격을 꾀하고 있다. 그런 메르세데스-벤츠 SUV의 최신작인 ‘GLE 쿠페’가 2015 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GLE를 베이스로 한 SUV과 쿠페의 크로스 오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BMW의 'X5'를 베이스로 한 'X6'와 같은 존재로 봐도 좋을 것이다.

2015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GLE 쿠페는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쿠페 컨셉의 대형 SUV이다. 소형 SUV인 'GLA'의 스타일은 세단과의 크로스오버라고도 할 수 있지만, GLE 쿠페는 컴팩트함을 강조하고 있다. 부드럽게 이어져 내려오는 루프 라인은 GLE 쿠페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전장 4,900mm, 전고 1,731mm의 당당한 크기를 이용해 매끄러운 표면과 크롬으로 꾸며진 차체는 주위의 눈을 끄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 실용성 최우선의 SUV가 아니라 스타일을 중시하는 드라이버의 가치를 준중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예전의 차량 만들기는 컴포트 아니면 스포트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술은 이 두가지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오프로드 차량이든 세단이든, 스포티함은 오늘날 자동차 만들기의 중요한 키워드이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차량이라도 운전의 즐거움이 무엇보다 중시되고 있다. ‘크로스오버’는 그렇게 출발했고 그 결과물 중에 하나가 바로 GLE 쿠페이다.

메르세데스 GLE 쿠페 라인업은 GLE과 약간 다르다. 해외 출시된 GLE 쿠페의 경우 디젤 엔진은 ‘GLE 350d 4MATIC’ 1차종이지만, 가솔린 엔진 차량은 ‘GLE 400 4MATIC‘ ’GLE 450 AMG 4MATIC', 고성능 버전인 메르세데스 AMG 'GLE 63 4MATIC' 'GLE 63 S 4MATIC'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출시된 모델은 디젤 사양의 GLE 350d 4MATIC과 연내 출시 예정인 GLE 63 S 4MATIC으로 구성된다.

메르세데스-벤츠 GLE가 250d 모델도 구성되어 있는 반면, GLE 쿠페는 350d 모델만 있다. 쿠페스타일의 차별화된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 한 바와 같이 다양한 AMG 모델이 구성되어 있는 것도 쿠페의 특징이다. 일반적인 GLE와 달리 GLE쿠페는 시장마다 다른 선호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SUV가 인기인 미국시장과 세련된 스타일의 SUV가 인기가 있는 이탈리아 시장에서는 판매 비중이 차종마다 다르기 마련. 여기에 최근에는 여성들에게도 안정감있는 SUV에 대한 선호도가 늘어나면서 스타일을 살린 쿠페 형태의 모델이 성장이 기대되는 세그먼트로 전망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LE 쿠페를 출시하면서 ‘9G 트로닉’으로 불리는 9단 자동변속기와 풀 타임 4WD 시스템인 4MATIC를 GLE 쿠페가 라이벌 모델들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특징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GLE 350d 4MATIC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젤 엔진 차량을 나타내는 'd'를 서브 네임으로 사용한 메르세데스의 새로운 차명이 적용된 모델이다. 3리터 V6 디젤 엔진은 최대 토크가 1,600rpm에서 발생해 출발시의 가속성능이 눈에 띈다. 차량의 무게는 2,405kg으로 함께 시승을 진행한 GLS와는 약 250kg의 무게차이를 보이지만 무게에서 오는 차이를 넘어서는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한편 고속도로에서의 정속주행시에는 엔진회전이 낮게 억제되기 때문에 정숙성이 뛰어나, 디젤 엔진의 소음에 민감한 소비자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큼 상당히 세련된 주행성을 보여주었다. 굳이 고사양의 AMG 모델을 선호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일상에서 즐거운 드라이빙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편안함까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와인딩 로드에서의 차체 추종성도 좋고, 좌우롤에도 리바운드되는 느낌없는 부드러운 움직임이 일품이다. 9단 변속기는 토크 밴드를 유지 해주기 때문에 가속 페달의 작은 움직임에도 즉시 반응하며 가속을 더한다. 스포츠카와는 다르지만 즐겁게 운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쿠페’라는 수식어가 또 다른 의미로 어울린다고 느껴진다.

해치 게이트를 갖춘 쿠페 스타일로 인해 뒷좌석 공간이 넉넉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기우였다. 착석 위치가 함께 시승했던 GLE보다 약간 낮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레그룸 뿐만 아니라 헤드룸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180cm의 성인이라도 좁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공간을 보여준다.

적재공간 또한 넉넉하다. 골프백 2개에 각종 적재물을 충분히 실을 만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6:4 분할 방식의 리어시트를 접으면 기대이상의 공간이 펼쳐진다. 쿠페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지만, 기능적인 부분을 희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스타일이나 주행성 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안전장비들이 더해진 것도 특징이다. 집중력이 저하된 운전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의 어시스트(ATTENTION ASSIST)기능, 급정거 시 빠른 속도로 깜박이는 LED 브레이크 라이트로 하여금 후방 차량의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는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Adaptive Brake Light)등이 기본 사양으로 탑재되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최근 출시한 GLS와 GLE 쿠페를 통해 총 6종의 SUV 라인업을 구축했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SUV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높이고자 하는 구성이다. 또한, 메르세데스-AMG GLE 63 S 4MATIC 쿠페와 GLS 500 4MATIC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미드 사이즈 SUV, GLC의 쿠페형 버전인 GLC 쿠페를 선보이며 총 7종의 SUV 라인업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스타일만 다른 GLE가 아닌 또 다른 성격의 GLE인 ‘GLE 쿠페’는 촘촘한 라인업으로, 모든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자동차 만들기라는 현재 자동차 메이커들의 과제를 반영한 차량이다. 좀 더 다이나믹한 주행성을 원한다면 GLE 쿠페를, 경제성을 고려한다면 GLE 250d, 성능과 실용성, 운전용이성을 모두 고려한다면 GLE 350d 모델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