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롤스로이스 고스트 시리즈 2 & 레이스 간단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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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가 생산하고 있는 라인업은 현재 3가지. 롤스로이스 팬텀과 고스트, 레이스 3가지의 라인업으로 팬텀에는 일반적인 세단형을 포함해 롱휠베이스 모델과 팬텀 쿠페, 팬턴 드랍헤드 쿠페 4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스트와 레이스도 사양에 따라 몇가지 트림으로 나뉘어 판매되고 있다. 이 중 고스트와 레이스를 아주 잠깐동안 시승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트랙에서 말이다. 고스트와 레이스의 짧은 시승느낌을 적어 본다.
지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 행사전 통역 리시버를 받아들고는 깜짝 놀랐다. 채널 5번에 한국어 통역이 지원되고 있었던 것. 그간 모터쇼에서 한국어 통역을 받은 기억이 있나 싶다. 메르세데스-벤츠에게 한국시장이 그만큼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급 수입차 시장에서 한국시장의 입지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지난 4월 국내 런칭한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4월 한달 동안에만 280여대가 판매되었다. 7월까지의 판매량만 해도 430여대에 이른다. 한국어 통역이 따로 진행될만한 시장이다.
롤스로이스 또한 이러한 한국의 고급수입차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롤스로이스의 2014년 판매량은 45대로 팬텀이 5대, 고스트가 28대, 레이스가 12대로 기록되었다. 롤스로이스의 전세계 판매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의 세단 판매실적을 통해 한국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5년 연속으로 국내 판매가 증가세를 보인 것도 앞으로의 가능성을 밝게 보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시승행사는 간단한 모델 라인업 소개와 함께 센터 내의 서킷을 모델별로 2랩씩 진행하는 짧은 시승이었다. 안락함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롤스로이스의 세단들을 서킷에서 타볼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다. 서킷 한쪽에는 고스트와 레이스가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자리잡고 있었다.
먼저 시승한 차량은 고스트. 롤스로이스의 모든 모델은 영국의 굿우드 공장에서 생산된다. 굿우드의 직원은 초창기 보다 4배 이상 증가했으며 연간 생산대수는 지난 해 3600대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판매증가를 지탱하고 있는 모델이 바로 고스트 이다. 2천만원짜리 세단과 3천만원 짜리 세단을 두고 예산 때문에 3천만원짜리 세단을 선택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5억원짜리 세단과 6억원짜리 세단을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는 예산문제로 저렴한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6억원대의 팬텀과 5억원대의 고스트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시승 전 그것이 궁금했다.
지난 해 마이너 체인지 되어 ‘고스트 시리즈 II’로 불리는 이번 시승 모델은 첫 눈에는 헤드 라이트의 모양에 약간 악센트가 추가 된 것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릴, 보닛, 펜더 범퍼와 프론트 섹션이 모두 변경되었으며 비율 자체도 밀리 단위로 수정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롤스로이스를 대표하는 오브제인 ‘플라잉 레이디'의 각도가 살짝 낮아졌다. 정밀하게 세공된 최고급 의류 원단처럼 미세한 변화를 겪었지만 변화의 폭이 작은 것은 기존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고 한다.
엔진은 V12 트윈 터보 엔진이 탑재되어 있으며 570마력의 출력을 보이고 있다. 570마력의 스포츠카라면 운전자를 매정하게 시트에 밀어 붙여 버리겠지만 롤스로이스에 탑재되어 있는 이상 그 성격은 전혀 달라진다. 풀 스로틀이 전개되는 코스에서 조차 전혀 거칠게 몰아붙이는 느낌이 없다. 마치 차량 전체가 유압으로 연결된 것처럼 부드러움이 인상적이다.
BMW의 차량들로도 공략이 만만찮은 BMW의 드라이빙 서킷을 롤스로이스 고스트로 주행하자니 그래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달릴 만 하다’. 고스트의 경우 팬텀의 편안함과 오너드리븐 모두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차량이고, 레이스의 경우 오너드리븐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롤스로이스라는 이름에 기대하게 되는 주행성보단 좀 더 젂그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고스트의 경우 차량의 셋팅도 큰 영향을 주겠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시트의 쿠션이다. 이전 시리즈 1 모델에 비해 확실히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격렬한 서킷 주행에서도 신형 고스트의 시트가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일반도로에서도 이런 시트라면 피곤함도 분명 덜 할 것이다.
이어서 시승한 차량은 롤스로이스 레이스. 롤스로이스 라인업 가운데 본격적으로 ‘오너 드리븐’을 추구하고 있는 차량이다. 2+2시트 구조로 뒷좌석은 성인 2명이 타긴 다소 비좁지만 다른 2+2시트 구조의 쿠페에 비하면 넉넉한 편. 레이스(Wraith)의 롤스로이스에서 1938년에 처음 사용된 가장 유명한 자동차 이름의 하나이며, 고스트에 이어 정숙함과 함께 민첩하고 강력한 차량임을 암시하는 이름이다.
레이스 역시 롤스로이스의 다른 차량들과 마찬가지로 ‘코치 도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문이 2개 뿐인 레이스는 기존 차량과는 달리 도어 흰지가 뒤쪽에 달려 있다. 일반적인 차량에 탑승하듯 무심코 뒤쪽 타이어 앞에 섰다가 당황했다. 뒷좌석 승객이 타고 내리기에도 이러한 형태의 도어가 훨씬 편리하다.
실내 디자인은 영국 자동차의 황금기를 모방하고 있다. 1920년대부터 40년대까지 영국의 자동차 들이 보여준 디자인 양식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 되어 있다. 대량 생산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레이스 또한 일상적인 주행에서 라면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부드러운 주행, 편안한 승차감은 그대로이다. 레이스는 기반이 된 고스트에 비해 리어 트레드가 24mm 넓고, 휠베이스는 183mm 짧다. 그리고 차고도 50mm 낮아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면 고스트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부드러운 주행감을 보여준다. 그러나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여러 센서가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서스팬션 셋팅을 변경해 2.5 밀리 세컨드마다 댐퍼를 변화시킨다. 이 기능이 바로 고스트와 레이스의 주행성에 큰 차이를 만드는 기능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레이스에는 SAT라 불리는 위성지원변속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BMW의 F1팀에 있던 시스템 엔지니어가 고안한 SAT는 말 그대로 위성, 즉 GPS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현재의 운전 스타일을 고려하여 ZF제 8단 AT의 적절한 기어를 자동으로 선택한다. 드라이버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압도적인 파워와 토크 또한 가진 채 말이다. 그래서 오른발을 깊숙이 디딜 필요가 없다. SAT에 의해 맞춰지는 최적의 기어와 넘치는 엔진의 힘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최고속에 이르게 한다.
이러한 장치를 페라리나 람보르기니가 필요로 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한 드라이버의 노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그렇지 않다. 레이스와 같은 오너 드리븐 취향의 모델에서 조차 스티어링 휠에 패들 쉬프트 조차 없는 것을 보면 이러한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V12 6.6리터의 엔진은 최고출력 624마력. 어마무시한 출력의 엔진이지만 시속 100KM/H까지의 가속시간은 4.6초. 차량의 무게는 어쩔 수 없다. 비록 풀 스로틀로 서킷을 공략해 보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격렬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치열한 킥 다운 라든지, 멋없는 매너는 일절 보이지 않는다.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가 입고 있는 실크 드레스를 휘날리며 전력 질주해 보지만 전자 제어에 의해 컨트롤되는 이 정도 크기의 차량으로 서킷을 주행한다는 것이 놀랍다. 어느 영역에서건 부드럽다. 20인치의 타이어가 때때로 충격을 전해 줘야 현실감이라는 것이 살아난다.
롤스로이스는 1906년 창업 이래 세계의 왕족과 귀족을 위한 차에서 계속 생산해 왔다. 2003 년에 브랜드의 권리가 BMW에 넘어 간 후에도 그 영광은 계속 이어져 왔다. 최근 출시된 롤스로이스 던과 함께 SUV 모델의 출시도 예정되어 있다. 더 다양한 라인업을 추구할 만도 하지만 이후의 새로운 라인업 추가 계획은 없다고 한다. 최고의 장인정신이 녹아든 자동차라면 다양한 모델은 필요없다는 그들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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