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렉서스 LS 500h 플래티넘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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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LS가 11년 만에 풀모델 체인지 되었다. 신형 LS는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모델은 5세대 모델로 2013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긴 했지만, 4세대 모델과의 차이는 무려 11년에 이른다. 왜 여기에 이르기까지 11년의 시간이 필요했는지 의문이었지만, 시승 후 그 시간이 결코 낭비되거나 지난했던 과정이 아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기 위한 시기, 그 때가 바로 지금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지난 디트로이트 모터쇼 취재 당시 단연 인상적이었던 프레스컨퍼런스는 토요타와 렉서스였다. 두 브랜드 모두 새로운 캠리와 LS라는 미국 시장 내 브랜드 핵심 모델들로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자리였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퍼포먼스로 참석한 취재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분위기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토요타 캠리가 발표된 현장은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이어진 반면 신형 LS는 불길 속에서 달궈진 차량이 점차 완성되는 영상으로 시작되면서 비장함마저 전해졌다. 오랜 시간 동안의 담금질을 통해 완성된 렉서스의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우선 외관 디자인부터 살펴 보았다. 렉서스라는 브랜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나 ‘스핀들 그릴’이다. 스핀들 그릴이 처음 적용되었던 것은 2012년 출시된 렉서스 GS부터 였다. 이후 다른 모델들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되었고, LS 역시 4세대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때 적용되었다. 스핀들 그릴의 강렬함과 4세대 LS의 디자인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신형 LS는 그야말로 ‘혼연일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GS 이후 5년에 걸친 프로젝트가 완성된 모습이다.
과거 LS는 무난한 디자인을 내세우며 미국시장에 자리 잡았었다. 일본차, 토요타의 차라는 특징이 느껴지지 않는 무색무취의 디자인을 통해 스스로의 색깔을 지우는 방법을 적용해 미국시장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더 이상 렉서스는 무난한 디자인을 내세우지 않는다. 렉서스는 스핀들 그릴로 대표되는 강렬한 디자인을 통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렉서스 브랜드가 데뷔한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그 만큼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대변한다. 렉서스는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통해 스스로 길을 열고 있다.
3개의 바이빔 헤드램프와 또 다른 디자인 아이콘인 LED 주간 주행등도 눈에 띈다. 날카로운 디자인의 LED 주간 주행등은 모든 렉서스 모델에 적용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스핀들 그릴의 중앙 하단에 위치하는 번호판이다. 선 하나 면 하나를 개별적으로 디자인한 조형물에 가까운 스핀들 그릴이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측면 디자인에서의 포인트는 6라이트 캐빈의 적용이다. 여기서 ‘6라이트’는 6개의 조명과 창문이 좌우 3개씩 총 6개가 있다는 의미이다. 구체적으로는 리어 도어의 뒷부분에 작은 채광창이 추가되었다. 색다른 디자인은 아니지만, 렉서스에서는 처음 적용된 디자인이다. 렉서스의 플래그십 모델인 LS가 ‘평범한 소퍼드리븐 자동차가 아니다’라는 것을 이런 형태로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전면부의 강렬한 인상을 지나 측면부부터 후면까지의 조형은 유려하고 아름답다. 또한 도어 프레임, 사이드 윈도우, 그 외 차체의 단차를 극단적으로 작게 한 치밀한 구조는 눈으로 볼 때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풍절음 등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뒷모습은 LS의 전통적인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 부분 역시 스핀들 그릴 형상의 라인과 함께 새로운 리어 콤비 램프가 적용되어 있다. 한발 앞서 데뷔한 스포츠 쿠페, LC의 뒷모습이 떠오르는 디자인이다.
실내 디자인 역시 볼거리가 넘친다. 우선 운전석에 앉으면 넓은 전방시야 덕분에 훌륭한 개방감이 인상적이다. 또한 A필러와 사이드 미러의 사이의 틈을 통해 대각선 전방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도 유용하다. 아름다운 실내외 디자인이 차량 곳곳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능’을 먼저 고려한 이후에 구현된 디자인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라이빙 포지션은 기존 모델보다 30mm 낮아졌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시야나 시트 위치는 적당하다. 쿠페인 LC와 같은 플랫폼이지만, 드라이버의 힙 포인트는 LS 쪽이 45mm 높다.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탑승할 때의 편의성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에어 서스팬션을 통해 문을 여는 경우 차량의 높이를 올리는 엑세스 모드 설정도 가능하다.
계기판 디자인 역시 새롭다. 좌우 온도게이지와 연료게이지는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중앙의 계기판은 풀 디지털 방식이다. 원형 디자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밝은 화면으로 시인성도 좋다. 주행 모드 별로 달라지는 디자인도 적용되었다. 특히 S, S+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강렬한 레드 와인 컬러의 계기판으로 변경되 운전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신형 LS의 인테리어에서는 특히 사용된 소재에 주목하게 된다. 수평기조의 실내 디자인 곳곳에 사용된 소재들은 디자인 뿐만 아니라 질감도 뛰어나다. 오랫동안 렉서스는 실내 디자인에 일본의 자연미, 일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도입해 왔다. 하지만,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고 익숙해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신형 LS의 실내 디자인에는 그들이 지금까지 추구한 ‘일본다운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다. 이 또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LS는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함께 추구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뒷좌석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예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LS는 롱 휠베이스 모델도 존재했지만, 신형 LS는 단일 크기로 출시되었다. 이 때문에 시트의 커플 디스텐스 (전후 시트 간격)는 기존 LS 의 롱휠베이스 모델보다 짧다. 하지만, 동승석의 시트 슬라이드 길이를 늘려, 흔히 ‘VIP석’이라 불리는 2열 우측시트의 공간이 100mm 넓어졌다고 한다.
또한, 리어 센터 암레스트를 소재와 형상을 본 뜬 암레스트를 도어 측면에도 배치해 탑승자가 양팔을 모두 팔걸이에 올린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좌우 팔걸이의 높이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센터 암레스트에 위치한 터치 디스플레이에는 시트 위치와 공조장치, 안마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더해졌다. 특히 안마기능은 편의기능 가운데 단연 압권이다. 작은 공 모양의 공기주머니가 시트의 어께 위치부터 허벅지까지 촘촘히 위치해 흡사 지압을 하듯 움직인다. 특히 허벅지와 힙 위치에도 안마 기능이 적용되어 있으며, 3가지 기본 모드에 다양한 설정까지 선택할 수 있는 점은 지금까지 체험한 차량내 안마기능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VIP석의 시트는 비행기 1등석처럼 130도 까지 눕혀질 뿐만 아니라 발 받침까지 올라와 최상의 편안함을 제공한다.
신형 LS의 파워트레인은 3.5L V6 DOHC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최고 출력 421마력)과 3.5L V6 DOHC + 전기모터의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총시스템 최고 출력 359마력)의 2종류가 있으며, 각각 구동방식은 FR과 AWD. 국내 시장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먼저 출시되었으며, 가솔린 모델은 내년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시승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했다. 각 모델의 사양은 ‘럭셔리’와 ‘플래티넘’ 두가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일본 시장의 경우 F SPORT도 선택할 수 있다.
시승한 차량은 하이브리드 AWD 사양의 LS500h 플래티넘 모델.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체는 LC와 같지만, 기어비에서 차이가 있다. 차량 무게가 200kg 정도 차이나기 때문에 설정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한 드라이브 모드 제어도 LC가 더 적극적으로 변속하는 반면 LS는 성급한 변속보다는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 모습을 보인다.
LS 500h 모델의 주행은 기본적으로 안락하고 편안하다. 주행모드는 모두 5가지로 에코 / 컴포트 / 노멀 / S모드 / S+ 모드로 구성된다.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계기판 우측 상단에 위치해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컴포트나 에코, 노멀 모드에서는 소퍼드리븐 카로서의 모습을 보이지만 S모드와 S+ 모드에서는 달리고 싶은 욕망이 살아난다. 스티어링의 반응과 엔진의 응답성, 전기모터의 개입도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2.7톤에 가까운 육중한 차체의 움직임을 전혀 다른 차로 만든다. 하지만, 차종과 성격을 고려한다면 컴포트 모드의 사용이 압도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전자 제어 서스팬션으로 승차감은 항상 적당한 단단함이 유지되고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다. 시승 코스의 성격상 와인딩 로드를 주행할 여건은 되지 못했지만, 코너링에서의 움직임은 2.7톤의 자동차가 의심이 될 정도로 매끈하고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LS 500h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동력 성능은 부족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다. 다만 전기모터 또는 인버터에서 들려오는 고주파음이 미세하게 들려오는 점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피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422마력의 가솔린 모델이 국내에도 출시될 예정이지만 전기모터를 통해 발휘되는 강력한 토크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경험한다면,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흔히들 ‘드라이빙의 즐거움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자동차’라는 수식어를 신차에 붙이곤 한다. 뒷자리에서 낮잠을 자는 모습과 종종 스티어링 휠을 잡고 달리고 싶은 욕망을 모두 실현하는 자동차야 말로 모두가 꿈꾸는 모습이 아닐까. 물론 이 둘을 모두 아우르는 자동차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둘의 성격은 태초부터 다르다. 하지만, 핸들링과 컴포트라는 상반되는 성능을 높은 차원으로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신형 LS와의 만남은 흡사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던 1세대 LS에 대한 충격 그 이상이다.
주요 제원 렉서스 LS 500h 플래티넘
크기
전장Ⅹ전폭Ⅹ전고 : 5235Ⅹ1900Ⅹ1460mm.
휠 베이스 : 3125mm
트레드 앞/뒤 : 1635/1635mm
공차 중량 : 2370kg
엔진
형식 : V6 3.5리터 가솔린 + 하이브리드
배기량 : 3456cc
최고출력 : 엔진 299ps/6600rpm / 총 시스템 출력 359마력
최대토크 : 35.7kgm/5100rpm
연료탱크 용량 : 84리터
변속기
형식 :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멀티링크 / 멀티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구동방식 : AWD
타이어 : 245/45 RF 20 / 245/45 RF 20
성능
복합연비 : 10.6 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161 g/km
시판가격
1억 7천 3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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