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충실한 SUV, 시트로엥 C4 칵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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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해 보면 자동차 한 대에 너무나 많은 것을 바랄 때가 있다. 크기가 적당하면서도 실내 공간은 넓어야 하고,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개성이 넘치는 디자인을 갖춰야 하고, 넘치는 출력을 갖추면서도 연비도 우수해야 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자랑하면서도 역동적인 코너링 감각도 갖춰야 한다.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두 성질이 교차하길 원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값비싼 자동차를 구입하면 된다.
허나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거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사업에 크게 성공하지 않는 이상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는 값비싼 자동차를 구입할 만한 여력은 없다. 그래서 자동차가 필요하다 해도 많은 것을 포기하고 구입하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자동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물론 손에 잡힐 듯한 저렴한 가격은 필수다.
그러나 욕망을 약간만 줄이는 것으로 이 모든 것을 잡을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면? 시트로엥 C4 칵투스는 젊은이들의 이러한 욕망의 상당 부분을 충실히 반영하는 소형 SUV이다. 이는 시트로엥의 창립자인 ‘앙드레 시트로엥’의 이념과도 일치하는데, 그는 적정한 가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쉽게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시트로엥을 설립했다. 또한 프랑스 특유의 개성적인 모습과 고정관념을 탈피한 자동차 제작으로 인기를 얻었다. C4 칵투스는 시트로엥의 역사와 가치 속에서 태어난 자동차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C4 칵투스의 외형은 독특하다. 2013년 9월에 공개했던 ‘칵투스 콘셉트’의 외형과 제작 컨셉을 그대로 양산형에 반영했기 때문에 언뜻 보면 콘셉트카와도 같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차체는 필러와 루프를 제외하면 모서리가 둥근 커다란 사각형이 연상되는 모습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독특한 부품들이 더해지고 절묘하게 위치를 잡아가면서 프랑스식 개성을 갖게 됐다. 중요한 것은 개성을 갖추면서도 SUV로써의 정체성은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장 4.16m, 전폭 1.73m, 전고 1.53m의 사이즈는 언뜻 보면 일반 소형차를 연상시키지만, C4 칵투스는 분명히 SUV이다. 사실 표기된 전고는 루프랙까지 포함된 크기이고 이를 제외하면 전고는 더 낮은데, 이는 에어로다이나믹을 고려한 설계이기도 하다. 지붕의 높이를 낮춰서 공기 저항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 한편, 무게 중심을 약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약간 날렵해지는 외형은 덤이다.
가는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을 상단에, 사각형의 헤드램프를 하단에 배치한 형태는 독특함은 물론이고 헤드램프의 높이를 낮춰 상대방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뺏지 않는 실용성을 갖췄다. A필러와 B필러, C 필러의 일부를 검은색으로 처리해 플로팅 루프의 느낌을 냈으며, 콘셉트에 적용했던 X자 형태의 휠은 강성 확보를 위해 림을 추가하면서도 검정색 처리를 통해 콘셉트와 동일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C4 칵투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차체 측면과 범퍼 일부를 감싸는 에어범프이다. 플라스틱과 TPU(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사이에 공기를 주입하여 만든 에어범프는 이른바 ‘문콕’ 방지는 물론 4km/h 이내의 충격을 흡수해 차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긁혔을 때 보상하는 것을 각오하고 옆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일부러 문을 강하게 열어 부딪히기도 하고 주먹 크기의 돌을 세게 던지기까지 했지만, 손상은커녕 흠집도 잘 나지 않았다. 캡슐 형태의 올록볼록한 디자인으로 외형에 포인트를 부여하는 것은 덤이다.
일반적인 플라스틱은 자외선에 약하고 변색이 쉽게 진행되지만, C4 칵투스에 적용된 에어범프는 자외선으로 인한 변색이 적고 세척도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다. 만약 에어범프가 크게 손상됐다면 쉽게 교체할 수 있는데, 외부에서는 탈착이 불가능하지만 내부에서 도어 패널을 제거하지 않고도 간단히 교체할 수 있으며 비용도 저렴하다. 손상이 없어도 외부 색상에 싫증이 났다면 다른 색의 에어범프를 선택해 교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C4 칵투스의 실내는 한 마디로 간략하다고 할 수 있다. 자를 대고 직선으로 그은 듯한 대시보드에서 돌출된 곳은 딱 두 개, 디지털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품은 센터페시아의 터치식 LCD 모니터 뿐이다. 조수석 부분에는 상단으로 열리는 글로브 박스가 적용되어 있는데, 가방의 끈과 비슷한 디자인을 적용해 마치 여행용 가방을 여는 듯한 분위기를 내며 용량도 제법 크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해 조수석의 안전이 희생당한 듯 보이지만, 사실 조수석 에어백은 충실히 갖추고 있다.
계기반은 크기는 작지만 엔진 회전수를 제외한 정보들을 충실히 보여주며, 시인성이 높아 현재 속력과 기어 단수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LCD 모니터는 푸조 308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능을 터치만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제작해 센터페시아에서 버튼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디자인 상 조수석 송풍구 하나가 희생당했지만, 대신 하나의 송풍구의 크기를 키워 부족함을 달래주고 있다.
상단과 하단을 약간 평평하게 다듬은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우수하며, 거실의 소파에서 영감을 얻은 1열 시트는 언뜻 보기에는 신체를 붙잡는 능력이 없어 보이지만 올바른 자세로 앉아 벨트를 매면 의외로 상체를 잘 고정시켜 준다. 필요에 따라 센터 부분을 올려서 공간을 만들거나 내려서 암레스트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2열 시트도 성인이 앉기에 충분한 여유가 있으며, SUV 답게 헤드룸에도 여유가 있다.
루프는 유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림막이 없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직사광선으로 인한 피부 그을림과 실내 온도 상승을 걱정하겠지만, 4중 접합 유리를 적용했기 때문에 태양광 중 자외선은 확실히 막아주며, 그 외의 광선도 일정 이상 차단해 여름에도 에어컨을 최대로 가동시킬 필요가 거의 없다. 경첩식으로 열리는 2열 윈도우는 성인이라면 불편을 느낄 수도 있지만, 아이가 탑승한다면 안전 면에서 오히려 유리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공간의 실용성이다. 센터페시아의 송풍구 하단에는 스마트폰과 지갑 등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버튼식 변속기(시트로엥은 ‘이지 푸시’라고 부른다)를 적용한 후 자투리 공간에 만든 컵홀더는 대용량 텀블러도 보관할 정도로 크다. 각 도어마다 마련된 포켓은 각각 1.5L 페트병 두 개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을 정도이다. 358L의 트렁크는 단정한 내부 형상으로 인해 화물 적재가 쉬우며, 2열 등받이를 접을 경우 1,170L까지 증가한다.
국내에 수입되는 C4 칵투스는 1.6L 블루 H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 25.9kg-m을 발휘한다. 언뜻 보기에는 작은 차체를 이끌기에도 약간 부족한 출력인 듯 보이지만 막상 가속 페달을 밟으면 일부러 마력을 낮춰서 표기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경쾌한 몸놀림을 자랑한다. 디젤 엔진의 강점인 높은 토크가 저회전(1,750 rpm)부터 발휘되기 때문에 도심에서의 가속에도 스트레스가 없다.
이와 같은 경쾌한 몸놀림에는 경랑화도 큰 몫을 거든다. C4 칵투스는 C4에 적용되는 플랫폼이 아닌 C3에 적용되는 PF1 플랫폼을 변형시켜 적용했으며, 무게룰 줄이기 위해 고장력 강판을 사용했다. 보닛은 알루미늄으로 다듬었으며, 루프도 경량화해 저중심 설계를 지향했다. 여기에 레이저 용접을 적용해 SUV에 필요한 강성도 확보했다. 실제로 차체를 격하게 좌우로 흔들어도 소리를 내는 곳이 전혀 없을 정도이다.
서스펜션은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토션빔 방식을 적용하고 있지만 토션빔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코너링 성능이 우수하다. 이는 WRC를 통해 다듬은 시트로엥의 장기이기도 한데, 저속에서는 하중 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고속에서는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움직임의 형태는 코너링 중 자동차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유압식 서스펜션을 최초로 개발한 시트로엥 답게 공도를 편안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주행하는 노하우가 담겨 있다. 경량 안티롤바가 추가된 것도 코너링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변속기는 운전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6단 ETG 반자동 변속기로, 싱글 클러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변속 진행 시 위화감이 전해진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운전자들이 있지만, 변속 타이밍에 맞춰 가볍게 가속 페달을 풀었다가 다시 밟는 것만으로 변속 충격을 없앨 수 있다. 만약 급가속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패들시프트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변속 충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역동적인 운전의 재미까지도 누릴 수 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실내가 상당히 조용하다는 것이다. 본래 블루 HDi 엔진 자체도 소음이 약간 시끄러운 가솔린 수준으로 억제되어 있긴 하지만, C4 칵투스는 실내에서 이보다도 더 조용한 엔진음을 미미하게 전달할 뿐이다. 물론 밖에서는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들려오지만, 적어도 실내에서 엔진음으로 인해 음악 감상에 방해를 받거나 옆 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은 오지 않는다.
C4 칵투스는 젊은 운전자들이 원하는 대부분의 조건을 갖추면서도 저렴한 가격까지 맞춘 별종에 가까운 소형 SUV이다.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접히지 않고 원터치 파워윈도우 등 편의장비가 부족하다고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필요한 기능은 충실히 갖추고 있으며, 간편함이 얼마나 운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지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특히 프랑스 특유의 개성과 실용성이 공존하는 외형과 실내는 큰 장점이다.
아직도 자동차는 모든 것을 풍요롭게 갖추고 모든 영역을 정확하게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런 차를 구입하기 위해 돈을 한참 더 모아야 한다. 그러나 꼭 필요한 부분을 갖추고도 대부분의 영역을 만족시키고,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C4 칵투스는 만약 소형 SUV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후보군에 꼭 이름을 올려둘 가치가 있다. 주차장이 좁고 운전 실력이 서툴다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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