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예리한 핸들링, 메르세데스-AMG SL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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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SL의 발전 속도는 빙하가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굼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큰코다친다. 시장에 데뷔한 지 불과 4년이 지난 뒤 새 단장을 한 SL이 나왔다. 그러면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살펴보자. 그렇다, 메르세데스가 분명히 해냈다. SL은 많이 팔릴 차가 아니다. 이런 차에 엄청난 개발비를 쏟아붓지 않으려고 가볍게 손질했다. 영국은 세계 제2위의 SL 시장이다. 그럼에도 한 해 판매량이 1,000대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가볍게 페이스리프트를 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새로 다듬은 앞머리 또는 얼굴. 이제 현행 라인업과 경주용 제1세대와 좀 더 가까워졌다. 요즘 AMG GT는 벤츠의 고속 경주차로 행세하고 있다. SL은 럭셔리 2인승 로드스터. 출력 577마력의 5.5L 트윈터보 V8을 갖춘 SL을 시승했다.

그밖에도 SL400(3.0L V6), SL500(4.6L V8)과 AMG SL65(6.0L V12)를 고를 수 있다. 모두 빠짐없이 2개 터보를 달았다. 솔직히 요즘 V12라 해도 2개 터보 없이 시장에서 제대로 행세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SL63을 둘러싸고 따져야 할 대목이 있다. 7만3천805파운드(약 1억2천657만원)의 SL400과 8만2천850파운드(약 1억4천208만원)의 SL500이 있는데 11만4천100파운드(약 1억9천568만원)짜리를 내놔야 할까?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한데 SL은 V8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고, V8이라면 AMG처럼 우렁찬 엔진이 바람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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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엔진은 585마력. 무게 1,845kg을 끌자 그 성능은 슈퍼카보다는 고속 스포츠카다웠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1초였고, 최고시속은 250km에 묶였다. SL의 어느 버전이나 4초대였다. 따라서 어느 차도 느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직 한 대가 통쾌한 사운드를 자랑했다. 그 사운드는 스포츠카다웠다. 운전 성능도 그런가? 그렇다, 그럴 만한 인상을 줬다. 진정으로 민첩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언제 어디서나 잘 달렸다. 어쨌든 기꺼이 달렸고,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들었다. 하드톱을 달아 무게는 2톤에 가깝고, 어느 쿠페 못지않게 실내가 조용했다. 게다가 18초면 하드톱을 트렁크에 넣을 수 있었다. 그렇다, 좌석은 2개에 불과했지만 흠잡을 데 없이 안락하고 전기 조절식이었다. 실내 맞춤과 마감도 최고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 차에는 골라 달 수 있는 맞춤과 마감 키트가 상당했다. 어느 모로 SL63은 력셔리 카였다. 한 해 365일 어느 때나 들어앉고 싶은 차였다. 사실 스포츠카로 통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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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단순히 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2개 터보를 달았어도 엔진 반응은 뛰어났다. 그러나 자동기어박스가 선명한 반응을 약간 흐리기는 했지만. AMG는 최근 400과 500이 채택한 9단 토크 컨버터가 아니라 7단 박스(63은 습식클러치형이고, 65는 토크컨버터)를 달았다. SL63은 변속 기능을 독자적인 장비에 맡겼다. 한데 재규어 F-타입의 8단 박스만큼 명쾌하지 않았다. 변속기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변속하자 이따금 감속 변환에서 고집을 부렸을 뿐 말을 잘 들었다.

SL63의 스피드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65가 V12의 매끈한 반응과 함께 저회전대의 긴박감이 더 강렬했다. 하지만 0→시속 100km 가속에서 0.1초를 덜어내기 위해 상당한 웃돈을 내야 한다면 결코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 게다가 더 무거운 핸들링이 뒤따랐다. 아무튼 65는 오로지 오너가 얼마나 많은 돈을 쓸 의사가 있는가를 알려주는 잣대가 됐다. 그에 비해 SL63은 나름대로 제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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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속도에서도 SL63은 감칠맛이 났다. 스티어링이 정확했고, 무게와 반응이 상쾌했다. 핸들링은 충실했고, 예측 가능했으며, 안정됐다. 벤틀리 컨티넨털보다 방향전환이 더 상큼했다. 시키는 대로 노즈를 코너에 정확히 찔러 넣었다. 그리고 원할 때면 테일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힘을 발휘했다. 그러고 싶지 않다면 루프를 내려도 산들바람이 불 뿐이었고, 언제나 시원스런 사운드가 들려왔다. 결국 SL63은 느긋하고 시원스런 드라이빙 리듬을 탔다. 4년 전 SL을 그토록 매력적이게 했던 모든 게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리고 주위의 어떤 라이벌보다 유능한 여러 가지 자질을 아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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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프라이어(Matt Prior) c2@iautocar.co.kr
제공
오토카 코리아 (www.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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