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전천후 패밀리카, 닛산 패스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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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 또는 개척자를 뜻하는 패스파인더는 픽업트럭의 파생모델로 1985년에 처음 나왔다. 한때 트럭을 기반으로 한 모험가적인 오프로더였던 패스파인더는 4세대에 걸쳐 진화하며 가족 친화적인 크로스오버 SUV로 변모했다. 3세대 모델부터는 해외 전용 모델로 판매되고 있으며, 생산 거점은 미국 테네시 주 서머나 공장이다.
길이는 5m가 넘고, 너비는 2m에 육박하는 당당한 크기. 디자인을 살펴보면, 과거 패스파인더가 가졌던 거칠고 강인한 사내 냄새는 거의 사라졌다. 초대 모델부터 전통처럼 계승되어 오던 C필러 도어 핸들도 4세대에선 찾아볼 수 없다.
플로어가 상당히 높고 착석 위치도 높기 때문에 승하차가 약간 수고스럽다. 문자 그대로 올라타는 느낌으로 차에 타게 된다. 덩치가 큰 만큼 실내공간은 여유로움이 넘친다. 창문도 큼직해 모든 방향의 시야가 좋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앞뒤로도 움직인다. 한번에 2열 시트를 1열에 밀착시키는 '이지 플렉스'(EZ Flex) 기능 덕분에 3열 접근성이 좋다. 3열은 안락하진 않지만, 성인이 앉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다. 별도의 풍구와 컵홀더도 갖추고 있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광범위하게 썼지만, 품질이 좋아서 실제로 만져보기 전엔 촉감을 예상하기 어렵다. 전반적인 실내 레이아웃과 분위기는 패스파인더의 프리미엄 버전인 인피니티 QX60과 매우 흡사하다. 실제로 공용 부품이 상당히 많다.
장비도 충실하다. 앞뒤 좌석과 스티어링 휠에 모두 열선이 들어갔고, 앞좌석에는 통풍 기능도 갖췄다. 그밖에 3존 실내온도 조절장치, 전동식 테일 게이트, 보스 오디오 등이 달렸다. 360°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비록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주차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
엔진은 V6 3.5L 자연흡기 휘발유. 최고출력 263마력, 최대토크 33.2kg.m을 낸다. 명성대로 닛산 VQ 엔진은 응답성이 좋고, 회전이 매끄러우며, 나지막하게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무게가 2톤이 넘지만 가속이 시원하고, 변속기와의 조화도 좋아서 오르막에서도 조용하고 경쾌하게 움직인다.
변속기는 '엑스트로닉 CVT'라는 무단변속기. 아주 부드럽게 동력을 전달하면서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의 변속감을 연출해 단조로움과 위화감을 걷어냈다. 수동 모드는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어 레버 옆에 달린 스포츠 버튼을 눌러 고회전을 적극적으로 쓰거나, 기어 레버를 L로 내려 엔진브레이크를 활용할 수 있어서 크게 아쉽지 않다.
정부 공인 복합연비는 8.9km/L(도심 7.9km/L, 고속도로 10.4km/L). 나흘간 다양한 조건으로 확인해본 결과, 실제 연비는 7.3km/L였다. 아무래도 3.0L급 디젤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 대신 정숙하고 쾌적한 실내를 보상으로 얻게 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승차감은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가끔 통통거리기도 하는데, 20인치 휠 때문인 것 같다. 스티어링은 가볍지만 느슨하지 않고, 응답성도 좋은 편이다. 동력성능에 여유가 있고 주행감각이 전반적으로 부드러워서 나들이 피로도가 적다.
'올 모드 4×4-i'라는 장황한 이름이 붙은 전자제어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트랜스퍼에 내장된 유압식 습식 다판 클러치가 동력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센터콘솔에 달린 주행모드 다이얼을 돌려서 2WD(앞바퀴굴림)나 4WD에 고정할 수 있다. 물론, 그냥 오토 모드에 놓고 잊어버려도 된다.
계기판의 4인치 디스플레이는 구동력 배분 상황을 실시간으로 나타낸다. 급가속이나 급회전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앞바퀴만 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때는 투박한 오프로더였던 패스파인더. 진화를 거듭한 끝에 이제는 시끌벅적한 아이들을 태우거나, 장비를 잔뜩 싣고 가족과 캠핑을 떠나는 용도에도 어울리는 자동차가 됐다. 운전자에게 짜릿한 스릴을 안겨주진 않지만, 가족과 함께 삶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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