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변했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컨텐츠 정보
- 1,227 조회
- 목록
본문
렉서스코리아는 지난 해 9월, 브랜드 제1의 볼륨 모델 `ES`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도입하고 시판에 돌입한 바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는 오늘날 대한민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렉서스 모델이자, ES 판매량의 9할을 책임지고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ES는 실내 안팎으로 새로운 렉서스의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더욱 강렬해진 외모와 함께 다방면에 걸친 개수로 상품성을 높였다. 시승한 ES300h는 최상위 트림인 이그제큐티브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6,370만원.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ES300h는 기존 ES에 비해 한층 달라진 인상을 지니고 있다. 달라진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된 요소로는 기존에 비해 더욱 과격하게 도드라진 스핀들 그릴과 날카로운 형상으로 변한 헤드램프를 꼽을 수 있다. 단정한 느낌을 주었던 기존 모델의 스핀들 그릴은 더욱 커지고 돌출된 형상이다. 여기에 그릴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었던 바를 없애고, 굵직한 가로줄로 메웠다. 깔끔하고 평면적인 느낌을 주었던 헤드램프는 작살을 연상케 하는 LED 데이라이트와 실린더 형상을 적극 채용한 헤드램프 구성을 더욱 강조, 더욱 입체적인 형태로 변경되었다. 동그란 형상의 안개등은 더 작아짐과 동시에 날카로운 느낌의 크롬 장식 속으로 몸을 숨겼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ES는 한층 과격하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뒷모습에서는 테일램프의 변경이 눈에 띈다. LED 조명이 적용된 테일램프는 `L`자 형상을 더욱 강조하는 한 편, 트렁크 리드의 가니쉬와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일체감을 더한다. 또한, 모델에 따라, 서로 다른 규격과 디자인의 알로이 휠을 도입하였으며, 플래그십 세단 LS에 적용된 `스크래치 복원 페인팅`을 도입했다. 스크래치 복원 페인팅은 자체적으로 탄력을 되찾는 소재를 사용한 도장 기술로, 자가 복원층이 코팅되어 있어 도어 핸들 주변의 손톱자국이나 세차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스크래치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내의 품질 향상에도 힘썼다. 기존에 비해 가죽과 소프트 패드 등의 적용 폭을 넓혀서 한층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대시보드 위쪽으로는 양질의 스웨이드를 대폭 적용하여, 질감을 향상시켰다. 여기에 LS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시마모쿠(Shimamoku)` 무늬목 소재를 적용하여, 고급스러운 감각을 키웠다. 시마모쿠는 일본의 전통 목공예 기법 중 하나로, 어두운 색으로 착색한 목재와 밝은 색상의 목재를 적층함으로써 무늬를 만들어 내는 기법이다.
새로운 3-스포크형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은 상하단에 나무무늬 장식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가죽 마감을 개선된 점이 특징이다. 좌우 스포크를 중심으로 적용된 가죽 마감재 안쪽에 소프트 패드를 덧댄 듯,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게 감겨오는 그립감이 인상적이다. 변속기 레버에는 가죽 부츠를 씌웠고 렉서스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 컨트롤러의 질감을 향상시켰다. 또한, 도어 패널의 장식은 기존 하이글로스 페인팅에서 메탈릭 페인팅으로 변경했다. 센터페시아의 각종 버튼들은 여전히 직관적이고 사용이 편리하다. 이그제큐티브 모델에만 적용되는 마크레빈슨 오디오의 품질 역시 인상적이다.
ES300h의 앞좌석은 시승한 이그제큐티브 모델을 기준으로 퀼팅 패턴을 적용한 전용 가죽 마감을 제공한다. 비교적 우수한 착석감을 지녔던 기존의 좌석에 비해 더욱 향상된 착석감을 체감할 수 있다. 앞좌석은 8방향 전동 조절 기능은 물론, 2방향 전동식 요추받침,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운전석의 경우에는 전동식 착좌부 전후 거리 조절 기능과 함께 3개의 메모리 기능이 추가된다.
렉서스 ES의 자랑 중 하나인 뒷좌석은 변함없이 넉넉하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낮디 낮은 센터 터널과 동급 최대 수준의 다리 공간은 변함이 없으나, 좌석의 질감이 크게 향상되어 더욱 편안해졌다. 또한, 이 광활한 뒷좌석을 이용하여 VIP 의전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장비를 마련했다. 그 중 하나는 다기능 팔걸이를 들 수 있다. 컵홀더와 수납함 기능은 물론, 독립식 공조장치의 조절과 오디오 리모컨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뒷좌석에는 후면과 측면에 선셰이드를 제공한다.
ES300h는 순수 가솔린 모델인 ES350에 비해, 트렁크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뒷좌석 등받이 뒤편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위한 배터리가 배치되어있기 때문이다. 가솔린 모델인 ES350의 430리터에 비해 87리터 적은 343리터의 트렁크 용량을 지니고 있다. 다만, 우수한 공간 설계에 힘입어 골프백 3개 정도는 어렵지 않게 실을 수 있다는 점은 위안이다.
새로운 ES300h의 파워트레인은 앳킨슨 사이클 방식의 2.5리터 직렬4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및 E-CVT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시스템 최대출력은 203마력이며, 2.5리터 엔진의 최대 토크는 21.6kg.m/4,500rpm이다. 제원 상의 변화는 기존에 비해 없다시피하다. 공인 연비는 도심 16.1km/l, 고속도로 16.7km/l, 복합 16.4km/l다.
렉서스 모델들 중에서도 가장 극한의 정숙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차가 플래그십인 LS라면, ES는 그 정숙함을 보다 합리적으로 구현해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ES300h는 다소의 변화를 거쳤지만 그 정숙성은 변함 없이 우수하다. 정숙성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렉서스 브랜드의 소생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모델들 특유의 백색소음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어지간히 민감하지 않고서는 이에 대해 불평을 늘어 놓을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승차감 또한 변함없이 부드럽고 안락하다. 시종일관 노면의 요철을 부드럽게 흡수하며 허리에 가는 충격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여전히 노면의 요철을 받아 낼 때마다 약간의 너울거림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전의 ES와는 미묘하게 달라진 느낌이 든다.
이 미묘한 변화를 경험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은 바로, 차체와 섀시 곳곳에 가한 보강에서부터 비롯된다. 렉서스 ES는 페이스리프트 과정에서 차체 구조용 접착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차체 강성의 증대를 도모했으며, 섀시에서는 쇽업소버를 개량하는 변화가 있었다. 이 덕분에 이전의 ES가 보였던 약한 모습이 새로운 ES에서는 제법 큰 폭으로 사라진 느낌을 준다. 특히, 요철을 통과할 때의 너울거림과 급회전 중의 불안함, 고속 주행 중의 불안함이 크게 줄었다. 이 덕분에 새로운 ES300h는 다양한 운행 상황에서 기존보다 한층 기분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에 두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엔진의 회전 수를 높이기 시작하면 이전까지의 정적은 사라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로틀이 비로소 완전히 전개된 모습을 보이며 엔진과 모터가 힘을 합쳐 최대의 동력으로 ES를 가뿐하게 발진시킨다. ES300h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ES에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무난한 수준의 순발력을 제공한다. 가속 성능과 반응은 주행 모드 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에코모드에서는 스로틀의 작동에 전자장비가 크게 개입하여 스로틀 개도량을 강제로 제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노멀 모드에서는 이러한 작용이 보다 덜해진다.
코너링에서는 전술했던 차체 강성 및 섀시의 보강 작업에 힘입어, 기존에 비해 한층 향상된 능력을 보인다. 급회전 중의 롤이 다소 줄었고, 불안감도 꽤나 줄어들었다. 조타에 대한 반응도 대책 없이 둔한 느낌이었던 기존에 비해 미묘하게 영민해진 느낌을 준다. 물론, 본격 스포츠 세단인 IS나 GS처럼 거세게 몰아 붙이는 데에는 기본 골격이 가진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욕심은 금물이다. 새로워진 ES는 코너링, 기동성, 그리고 안정감 면에서 분명히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숙함`과 `안락함`에 본위를 두고 있는 전통적인 렉서스 세단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연비는 변함 없이 준수하다. 하지만 운행하는 도로의 환경에 따라 그 결과는 꽤나 다르게 나타난다. 도심 구간에서도, 노면 경사의 차이가 거의 없이 평탄한 구간에서는 공인연비를 훌쩍 상회하는 21.2km/l에 달하는 평균 연비를 기록했지만, 노면 경사의 차이가 심한 구간에서는 14.0km/l 아래로 떨어지기도 한다.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성 상, 교통 상황에 따른 연비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정속 주행을 했을 때의 평균 연비는 19.7km/l를 기록했다.
렉서스 ES300h는 분명히 많은 부분들이 변화했다. 과격한 성형 수술을 비롯하여 차내의 마감 및 감성 품질을 크게 끌어 올리는 한 편, 골격과 하체를 든든하게 보강한 덕분에 주행 질감 역시 향상을 이루었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부터 렉서스 ES가 지니고 있었던 `정숙성`과 `안락함`, 그리고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제성`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이 덕분에 새로워진 ES300h는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기존에 비해 한층 빈틈 없고 속이 꽉 찬 차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본질을 흔들지 않으면서 안팎을 세심하게 채운 렉서스 ES300h는 향후에도 한국 시장에서 렉서스의 성장을 견인할 주요 동력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