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다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쉐보레 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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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버튼을 눌러도 엔진은 움직이지 않는다. 고요한 실내에는 '지잉'하는 소리로 시동이 걸렸다고 알린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듯한 느낌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많이 경험해봤지만 기존의 모델과는 사뭇 다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머리가 아플 정도다.
시원스러운 파란색 옷을 입고 있는 쉐보레 볼트.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볼트'라는 이름이다. 기자가 시승한 볼트는 'Volt'고, 순수 전기차 볼트는 'Bolt'다. 물론 생김새는 다르지만 이름이 헷갈릴 수 있다. 볼트의 얼굴은 신형 '크루즈'와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은색으로 칠해진 그릴은 뚫려 있지 않다. 또 터프하게 패인 캐릭터 라인은 의외로 날렵하고 공격적인 인상을 만들어냈다.
옆모습은 해치백을 닮은 모습이다. 매끄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공기역학적인 부분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모델이니 말이다. 휠은 17인치가 끼워져 있고, 미쉐린의 '에너지 세이버'를 선택해 다시 한 번 효율성을 중시한 모델임을 알리고 있다. 뒷모습은 앞모습에 비해 날렵한 모습은 덜 하다. 개인적으로는 뒤태가 더 예뻐 보인다. 광을 낸 검은색을 범퍼 밑부분에 넣어 세련미를 더한 모습이다.
실내에 들어오면 말리부가 생각난다. 구성은 비슷하지만 시동이 켜지는 아니, 모든 버튼에 전원이 들어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이중인격을 가진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떠오를 정도다.
앞서 말한 대로 실내는 말리부와 비슷한 형상을 가지고 있다. 아니 거의 똑같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몇몇 부분이 이 차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암시하고 있다. 시동 버튼이라기보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계기반의 화려한 세레모니와 함께 형형색색의 컬러가 펼쳐진다. 꽤 화려하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올법한 느낌이다. 시인성도 좋고 계기반에 정보도 충실하게 표현한다. 스티어링 휠에는 패들 시프트가 마련됐지만 이를 통해 변속을 할 수는 없다. 회생제동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용도다. 기자는 속도를 줄이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조작하기보다는 패들 시프트를 통해 속도를 줄이는 경우가 더 편했다. 거기에 배터리 충전까지 가능하니 상당히 유용했다. 물론 브레이크 페달 조작을 통해서도 회생 제동이 가능하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도 깔끔하다. 이미 말리부에서 경험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반응도 빠르고 간결한 구성이다. 또 에너지 버튼을 누르면 운전자가 어떻게 주행을 하고 있는지, 배터리 소모량, 배터리와 엔진 힘의 흐름까지도 자세히 볼 수 있다. 마치 옆에서 안내원이 귀띔해 주는 듯한 느낌이다. 이 밖에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되어 있어 편의성까지 높였다.
"이거 뒷좌석이 조금 불편한데요?" 촬영 진행을 함께한 동료 기자가 한 말이다. 볼트의 뒷좌석은 오로지 2명에게만 허락된다. 센터터널 밑에 자리 잡은 배터리에게 한자리 양보한 셈이다. 대신 컵 홀더와 열선시트 작동 버튼을 가운데 배치했다. 좌석이 2개만 있다는 것이 불만은 아니다. 시트의 각도가 너무 세워져 있어 오랜 시간 이동하기에 불편함이 있고, 낮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탓에 머리공간이 충분치 못해 보였다. 또 C필러가 시야를 방해했다. 낮은 루프라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시트의 각도를 살짝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엔진은 전기모터를 거들 뿐, 직접적으로 바퀴를 굴리는 방식이 아니다. 그저 엔진은 발전기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직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볼트를 더욱 빛나게 했다. 배터리와 연료를 모두 충전할 경우 670km를 넘게 달릴 수 있으니 말이다.
볼트의 방식은 여타 하이브리드와는 다르다. 엔진이 탑재되어 있지만 직접적으로 바퀴를 돌리는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료를 태워 돌아가는 엔진은 발전기 역할을 도맡아 배터리를 충전하고 모터를 돌린다. 직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연료와 배터리를 모두 충전할 경우 최대 주행거리는 676km. 어지간한 내연기관 모델에 버금가는 주행거리다. 과연 실제로 이 거리를 주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의문은 이내 주행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볼트에는 1.5리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고, 2개의 전기모터가 111kW의 힘을 발휘한다. 마력으로 환산하면 최고출력 149마력이다. 실제로 체감되는 힘은 그 이상이다. 초반부터 힘을 몽땅 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조심스럽게 가속페달을 밟고 도로에 차를 올렸다.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앞으로 나갔다. 물에 떠가는 배 같다고나 할까? 여하튼 상당히 부드럽다. 그렇다고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터는 초반부터 끝까지 꾸준한 힘으로 바퀴를 굴리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속도를 붙일 수 있다. 트랙션 컨트롤을 끄면 휠 스핀까지 일어난다. 마치 고성능 차를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24.1km/l, 30.5km/l 트립컴퓨터 상에 나타나는 연비가 계속 올라간다. 완충된 배터리로 주행하니 최대 57km/l라는 경이로운 효율성이 나타난다. 엔진은 계속 서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이런 차를 타는가 싶다.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을 출발해 하남까지 도착하는데 쓴 연료는 없다.
배터리는 회생 에너지 생성을 제어할 수 있는 '온 디맨드 리젠 시스템(Regen on Demand)'을 통해 주행 중에도 간간이 충전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 위치한 패들 시프트. 변속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이 패들을 누르고 있으면 차는 속도를 줄이며 배터리를 충전한다. 굳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어느 정도 속도를 줄일 수 있어 겸사겸사 패들로 속도를 줄이고 배터리를 충전했다. 충전된 배터리를 모두 사용하면 자동적으로 엔진이 돌기 시작한다. 이때 가속되는 것에 비해 엔진이 힘차게 작동해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내 익숙해지면 이상한 부분이 전혀 없다.
경제성을 중시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은 날쌔다. 낮은 차체와 모터의 힘은 나무랄 데가 없다. 굽이치는 길에서도 어지간한 차보다는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좌우로 흔들리는 롤도 상당히 잘 억제시키고 운전자가 원하는 궤적을 부드럽게 그리며 돌아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효율성에 버금가는 성능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을 정도다. 차를 세우는 능력도 부족하지 않다. 회생 제동 시스템이 들어간 모델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볼트는 이질감이 상당히 적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새 시대를 열어줄 볼트. 그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주행거리도 늘어났고, 차의 움직임, 디자인 등은 완전히 새롭게 느껴졌다. 미래를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말 그대로 평범함을 거부한 차가 볼트가 아닌가 싶다. 직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고 주행거리를 확 늘려버린 볼트는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친환경차답지 않은 몸놀림은 의외였다. 미래지향적이면서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도 가산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단 2열 공간에 대한 부족함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단점을 커버하는 여러 장점이 볼트의 매력을 충분히 끌어올리고 있다. 좋고 나쁨을 판단해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볼트가 친환경차에 어떤 패러다임을 가져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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