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BMW X5 M50d & S 1000 X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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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0주년을 맞은 BMW. 하지만 BMW가 모터사이클을 자동차보다 먼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소수다. X5 M50d와 S 1000 XR의 교차점에서 나는 악마를 보았다.
BMW 코리아의 홈페이지에서 X5의 카탈로그를 다운로드 했다. 누가 뭐래도 브랜드가 자랑하고 싶은 차량의 정수가 고스란히 소개됐다. 페이지를 내려가다가 익숙한 모터사이클이 눈에 띄었다. 예상한 사람도 있겠지만 소개된 모터사이클은 R 1200 GS다. 카탈로그의 설명을 옮기면 이렇다. '가장 최근에 태어난 우상적인 BMW R 1200 GS 여행용 엔듀로 모터사이클도 BMW X5만큼 인상적입니다'
BMW의 모터사이클 즉, BMW 모토라드(Motorrad)는 1923년 이래로 역사를 이어왔다.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보다 앞선다. 모터사이클을 잘 아는 이들에게 R 1200 GS가 X5와 연결되는 것을 설명한다면, X5의 가치를 보다 쉽게 알아챌 수 있을지도 모른다. R 80 GS로부터 시작된 R 1200 GS의 역사는 하나의 모델로 장르를 개척하고, 시장을 만들어낸 영웅적인 존재로 기억된다. 가볍게 여기기 어려운 당당한 풍채와 배기량으로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아우른다. 단순히 주파성이 높은 것에 그치지않고, 여유로움과 다이내믹함을 동시에 제공한다. 카탈로그 페이지의 제목이 X5를 두고 '궁극의 다용도 자동차'라고 표현한 것처럼 R 1200 GS는 '궁극의 다용도 모터사이클'이다. 하지만 오늘의 파트너는 R 1200 GS가 아닌 S 1000 XR. 차량 역시 그냥 X5가 아닌 X5 M50d다.
X5는 꽤 오랜시간 동안 동경의 대상이었다. 풀 사이즈 SUV로 현대적이고 유려한 디자인이면서도 강하고 당당한 이미지를 내뿜었다.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순 없겠지만, 한동안 도로 위에서 X5가 내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시간은 꽤나 많이 지났다. X5가 이전 세대의 유산을 계승 발전하면서 스타일이 변모했지만 그것만으로 흐름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자사의 X4 혹은 X6처럼 쿠페형 SUV가 도로 위에 더욱 늘면서 전통적인 풀사이즈 SUV에 해당하는 X5의 모습은 확실히 이전보다는 투박하게 느껴졌다. 발목 위로 떨어지는 슬림한 팬츠로 멋진 구두와 발목의 양말을 드러내는 젊은이들 사이에 선 전통적인 정장 신사처럼.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둔중하게 보이는 엉덩이 위로 M 엠블럼은 빛났다.
올해 초, 나는 S 1000 XR을 따로 시승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시에 S 1000 XR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꽤 진하게 느껴진 진동과 가속성 위주로 세팅된 느낌을 받았다. 차체의 밸런스와 안정성에서도 의구심을 가졌다. 헌데 이 날은 달랐다. 날씨는 다른 때보다 따뜻했다지만, 여름철과 비교할 수 없었음에도 고삐 풀린 듯이 S 1000 XR을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동시에 의문을 가졌다. 왜 나는 당시에 S 1000 XR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걸까?
S 1000 XR은 지난 2009년에 등장해 시장을 휩쓸어버린 슈퍼스포츠 'S 1000 RR'에서 파생된 모델이다. 정확하게는 S 1000 RR 다듬어 네이키드 타입으로 내놓은 S 1000 R과 엔진을 공유한다. 최고 마력은 193마력에서 160마력 수준으로 낮추고, 엔진 회전 영역도 낮아졌지만 그래도 충분히 고회전 엔진이다. 자연흡기 고회전 엔진을 쥐어짜내듯 성능을 끌어내는 것 자체도 즐겁지만 S 1000 XR은 충분한 토크로 한층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S 1000 XR이 개발단계일 때 유출된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S 1000 GS'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S 1000 RR 시리즈의 직렬 4기통 엔진을 얹은 R 1200 GS의 모습과도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R 1200 GS의 경우 아니, GS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X5의 카탈로그에서도 R 1200 GS를 예시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온로드 오프로드 병용 차량들의 주 무대는 역시 아스팔트다. 이런 점은 X5와 같은 SUV는 물론 R 1200 GS와 같은 이중목적용 모터사이클도 마찬가지. 만약 거의 오프로드를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떨까. 굳이 들어가지 않을 오프로드에 대해서 대비하기보다, 차체의 구성과 편의성은 살리되 온로드 주행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계산 아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S 1000 XR이다. 빠르고 편안하게 고성능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마치 X5 M50d처럼.
시승 촬영을 모두 마쳤을 때, X5 M50d를 타고 함께 시승 촬영에 나섰던 임재현 기자에게 부탁을 했다. S 1000 XR로 X5 M50d의 뒤를 쫓아보고 싶으니 앞을 달려달라고. 이상한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승낙했던 것처럼 X5 M50d는 오르막 경사로를 내달려 올라갔다. 부드럽고 매끄럽게, 하지만 단단하게 힘이 들어간 차체는 힘이 빠질 줄 몰랐다. 물론 X5 M50d가 낼 수 있는 시속 0~100km까지 걸리는 가속시간은 5초 대.
모터사이클의 세계에서라면 그리 놀랄 것은 없겠지만, 실제 가속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물론 S 1000 XR로 뒤를 쫓지 못할 수준의 가속은 아니다. 하지만 오르막 직선 주로는 그리 길지 않았고 뒤늦게 출발해 따라잡으려고 하니 만만치 않다. 브레이킹 라인을 따라 코너를 진입하는 것 까진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코너에서의 가속 및 속도에서는 정말이지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켜본 X5 M50d는 정말 놀라웠다. 차 안에서 운전자로서 느꼈던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과는 또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상상해보라 공차 중량이 2.2톤에 가까운 차량이 휘청휘청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기민하고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마치 스모 선수가 발 뒤꿈치를 들고 가볍게 스탭을 밟으면서 빠르게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 충격과도 같았다.
혹시라도 두 대가 함께 달렸던 것을 어떤 경쟁의 한 모습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오해다. 나는 그저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 함께 투어링을 즐기는 상상을 실현해 본 것 뿐이다. 결론은? X5 M50d 정도라면 S 1000 XR과 충분히 즐겁게 달릴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I Saw The Devil Last Night by Lowdown 30
로다운30은 3인조 록 밴드다. 팀의 주축을 맡고 있는 윤병주가 '노이즈가든' 출신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졌다. 처음 이들을 알게된 것은 뙤양볕 아래에 차려진 정말이지 조촐한 무대를 통해서였다. 이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어린 나이의 여성 멤버들로 구성된 밴드가 아저씨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떠난 뒤라 화창했던 날씨와는 반대로 분위기는 침침했다. 시커먼 남자 셋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음악도 그리 친절하진 않았다. '우리는 할 일을 한다'는 식이였다. 너무 많은 설탕을 넣은 에스프레소처럼 찐득한 것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지 않고 역류하는 것 같은 강렬함. 더구나 그 과정이 너무도 부드럽다.
단숨에 토해지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에 가까웠다. 어둠 속을 뚫고 다가오는 거한들을 숨을 죽이고 바라본다. 그들이 주먹을 쥐었는지 각목을 혹은 권총을 들었는지, 몇 명이나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자체로 압도되는 느낌. X5 M50d에게 느낀 것이 바로 이들의 노래 I Saw The Devil Last Night에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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