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스포츠, 경주용 국민차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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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와의 조우. 아반떼 스포츠와의 만남이 딱 그랬다. 소문만 듣다가 생애 처음 마주한 아반떼 스포츠는, 내가 알던 국민차 아반떼가 아니었다. 현대차가 오랜만에 꽤 괜찮은 물건을 내놓았다는 호평은 이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특히 2천만 원에 딱 떨어지는 6단 수동변속기 기본모델은, 앞좌석 통풍시트와 뒷좌석 폴딩 시트 옵션을 포함한 시트패키지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만 빼면 아주 훌륭한 패키징까지 갖춰서 내심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 날카로운 디테일, 매혹적인 눈매
안정감 있던 디자인은 스포츠란 꼬리표를 달고 과감한 스포티룩으로 갈아입었다. 더군다나 이 차는, KSF(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아반떼 챌린지 레이스에 출전 중인 경주차다. 화려한 샛노랑과 파란색 데칼로 온몸을 장식해 시선을 잡아 끄는 이 녀석은, 슈퍼드리프트팀 소속 베테랑 드라이버 신윤재 선수의 경주마. 4라운드까지 진행된 아반떼 레이스에서 시즌 포인트 2위를 달리고 있는 신윤재 선수와 그의 경주차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매력이 훨씬 더 철철 흘러 넘쳤다.
▲ 6단 수동변속기는 손맛과 체결감 모두 끝내줬다
포디움 정상에 오르기 위해 화끈한 열정을 온몸에 두른 분위기는 실내에도 고스란히 옮겨갔다. D컷 스티어링 휠과 붉은색 스티치, 카본 그레인으로 멋을 부린 인테리어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레이싱 튠업을 가미한 경주차의 버킷시트에 몸을 파묻는 순간 온몸으로 아드레날린이 퍼져나갔다. 뒷좌석도 떼어내지 않은 경주차는 스포티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데일리카로 쓰기에도 안성맞춤. 조수석과 뒷좌석까지 감싼 롤케이지 때문에 동승한 이들이 답답함을 호소할 때마다 힐 & 토를 구사하며 정신을 쏙 빼놓으면 될 일이다.
▲ 터보엔진의 핵심은 열 관리! 불필요한 커버는 떼어내자
기본 아반떼 스포츠의 주행감각이 어떤지 직접 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시승해본 여러 지인의 말에 따르면 꽤 놀라운 수준까지 완성도를 높였다고 했다. 204마력, 27.0kg·m의 터보 GDi 엔진은 1천350킬로그램의 차체를 강력한 힘으로 밀어내기에 충분했고, 멀티링크로 바꾼 뒤쪽 서스펜션은 좌우 횡가속도에도 유연하게 대응해 주행품질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분명 R-튠을 거친 아반떼 스포츠는 더 놀라운 성능을 발휘하리란 확신이 들었다.
이런 차에 시동버튼은 사치다. 클러치를 떼어낸 뒤 키를 꽂아 돌렸다. 피코의 스포츠머플러가 생각지도 못한 거친 숨을 토했다. 한적한 도로 위에 올라, 서스펜션과 스태빌라이저, 브레이크 등 하체튜닝에 중점적으로 공들인 아반떼 스포츠의 감각을 느껴볼 요량이었다. 동력을 잇고 끊는 클러치 움직임 따라 트랜스미션은 제 자리를 정확하게 찾아 들었다. 발목을 강화하고 훌륭한 러닝화를 신은 경주용 아반떼 스포츠의 감각은, 일반 아반떼와는 하늘과 땅 차이. 탄탄한 승차감은 자잘한 진동을 훌륭하게 걸러냈고, 토우 아웃으로 세팅한 뒷바퀴 덕분에 차선을 변경하거나 코너링에서 더욱 예리한 감각을 선사했다. 경기규정에 따라 1천330킬로그램까지 감량한 차체를 밀어내는 1.6리터 터보 직분사 엔진의 강력한 힘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 힘을 내 입맛에 따라 나눠줄 6단 수동변속기까지 마련돼 있으니 더 바랄 게 없었다.
KSF 주최 측은 아반떼 경주차의 튜닝 허용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현대 튜익스에서 제공하는 항목을 비롯해 애프터마켓용 브레이크와 18인치 핸즈 휠, 롤케이지, 소화기와 스포츠 머플러 등을 의무적으로 갖출 것을 명시했다. 튜익스 제품이야 신차구입 시 선택하면 될 일이고, 다른 부품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들. 즉, KSF 아반떼 경주차는 일반 소비자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마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고, 이는 데일리 스포츠카의 자격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매력에 흠뻑 빠진 나 역시, 스마트폰 계산기를 이리저리 눌러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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