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SUT·SUV 경계 허무는..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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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트럭(SUT)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과거 짐만 싣고 다니는 게 주가됐던 SUT는 트럭이라는 개념이 강했었지만, 소비자들의 레저 문화 확산으로 SUV처럼 활용성이 다양해 졌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이달 초에 선보인 더 뉴 코란도 스포츠를 SUT 대신 SUV라고 부른다. 지난 2002년에 선보였던 무쏘 스포츠나 2006년 소개된 액티언 스포츠를 SUT로 명명했던 것과는 딴 판이다.
쌍용차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코란도 스포츠의 경쟁 모델로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를 꼽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이 모호한 게 사실이지만, 활용도만 놓고 볼 때에는 ‘그 차가 그 차’라는 견해다. 쌍용차의 마케팅 전략이 확 바뀐 셈이다.
코란도 스포츠는 픽업 트럭의 장점인 데크의 활용성을 캠핑이나 레저 활동을 위한 욕구를 해소시키는 데 가장 많이 쓰인다고 강변한다. 여기에 렉스턴이나 기아차 모하비처럼 프레임 바디 구조여서 오프로드에서의 성능은 모노코크 방식의 SUV와는 비할 바가 아닌 것도 매력 포인트다.
쌍용차는 이 같은 코란도 스포츠만의 강점을 살려, 픽업 트럭과 레저가 강조된 SUV 등 다용도로서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임의적으로 설정된 세그먼트는 시장에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쌍용차의 기본 방침인 셈이다.
강인한 스타일을 강조한 디자인 감각
코란도 스포츠의 디자인 감각은 남성적이다. 좀 더 터프한 맛을 강조한 때문인데, 이는 코란도 스포츠의 활용도가 여성보다는 남성 취향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매쉬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6각형으로 구성됐는데, 위와 아래에는 굵은 크롬이 적용됐다. 그릴 중앙에는 쌍용차를 상징하는 대형의 엠블럼이 채용됐다. 사다리꼴 범퍼와 안개등은 조화를 이룬다. 넛지바와 스키드 플레이트도 강인한 스타일이다.
측면에서는 프론트 펜더에서 리어 펜더로 올라가는 모습을 취한 벨트 라인으로 다이내믹한 감각을 유지한다. 크롬이 적용된 사이드 가니쉬도 분위기를 높여주는 포인트다. 데크라인은 직선으로 처리돼 강한 인상이며, 타이어는 앞과 뒤에 18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된 225mm 사이즈다. 달리기 성능이 강조된 차량은 아니어서 편평비는 60%로 세팅됐다.
후면에서는 2.04㎡에 달하는 리어 데크가 눈에 띈다. 플로어가 편평해서 수납공간이나 다용도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리어램프에는 힌지 스프링을 적용해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한 건 세심한 배려다. 데크 표면에는 플라스틱으로 커버링 처리돼 표면을 보호하도록 했다.
실내는 T자 형태의 인스트루패널 구조다. 버튼류는 꼭 필요한 것만 간단하게 적용돼 실용성을 더한다. 센터패널의 변속기 기어노브는 카본 패턴을 적용해 스포티한 감각이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29도까지 확보된다.
오프로드에서의 거침없는 주행감각
더 뉴 코란도 스포츠는 배기량 2.2리터급의 LET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178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40.8kg.m(1400~2800rpm)의 엔진 파워를 지닌다. 출력과 토크는 기존 모델 대비 크게 향상됐다. 여기에 저속 엔진회전 영역에서부터 두터운 토크감을 통해 가속성능이 뛰어난 건 장점이다.
이번 시승은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켄싱턴리조트에서 경춘로와 봉화산, 오지로 알려진 문배마을을 되돌아오는 100여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의 코란도 스포츠 성능을 적절히 느껴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엔진회전수 750rpm의 아이들링 상태에서 실내 소음은 64dB을 가리킨다. 디젤 엔진을 탑재한데다 픽업 트럭이여서 실내 소음이 정숙한 편은 아니다.
시트는 가죽 재질인데, 포지셔닝은 너무 높게 세팅됐다. 버스를 운전하는 기분이 들정도로 어색한데, 운전 자세가 엉거주춤해질 정도다. 쌍용차는 코란도 스포츠뿐 아니라 대부분의 SUV에도 시트를 높게 세팅해오고 있는데, 이는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시트는 운전자의 안락한 착좌감과 안정된 드라이빙 자세를 위한 기본 중에서도 기본에 속한다. 그런만큼 운전자가 자신의 체형에 맞게 시트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배려가 요구된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쌍용차 엔지니어들은 지난 10여년간 꾸준한 지적에도 요지부동이다.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경춘선 온로드에서의 주행감은 탄력적이다. 특히 저속에서의 토크감은 살아있다. 그런만큼 낮은 엔진회전 영역인 1500~1800rpm 사이에서도 시속 110~130km 속도를 유지한다. 달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고속주행에서는 최고출력 대비 파워풀한 주행감이 떨어지는 건 단점이다. 달리기 성능을 강조한 차는 아니다.
트랜스미션은 6단 자동변속기가 채용됐다. 변속은 충격없이 부드럽고 민첩한 반응이다. 기어노브에 적용된 스위치 버튼을 통해 수동모드를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수동 변속 버튼은 주행중 자유롭게 조작하기에는 불편한 설계다. 평상시 주행중 수동모드 버튼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미 없는 셈이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 반응은 담력이 크게 떨어지는데 이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시속 100km 미만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그냥 푹 들어가는 느낌이다. 불안정하다. 페달의 담력을 조절해 주행안전성을 높여야만 하는 이유다.
온로드와는 달리 오프로드에서는 코란도 스포츠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길이 없는 곳도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해준다. 거친 봉화산 정상을 오르는 내내 코란도 스포츠에 대한 여유로움과 믿음감은 높아진다.
약 70여cm 높이의 물길에서도 거침없이 달린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가파른 산기슭 주행도 여유롭다. 낭떨어지 구간도 잦아 위험성도 살짝 엿보였지만, 코란도 스포츠의 오프로드 성능은 만족감을 더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봉화산 정상을 오르는데 적잖은 도움을 제공한다. 가파른 자갈길과 군데군데 웅덩이길에서도 안정적이다. 엔진회전수가 1100rpm 이하에서 시속 20~30km 수준으로 올라가는데, 울퉁불퉁한 길에서는 상황에 맞게 액셀 페달을 가볍게 툭툭 밟아 조절한다. 내리막길에서는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도 요구된다.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 길에서는 일반 세단과는 달리 스티어링 휠에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 잡는다. 핸들이 갑자기 꺾이는 경우 손목이 삐거나 접질러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오프로드 운전 자세다.
가파른 봉화산 기슭을 오르내리는 주행에서는 코란도 스포츠의 차체가 프레임 구조라는 게 큰 장점이다. 차체가 묵직해서 안정감을 더하는데다, 잔 진동이 거의 없다. 여기에 뒤틀림 현상도 없이 단단한 감각이다. 모노코크 구조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코란도 스포츠의 시장 경쟁력은...
쌍용차는 더 뉴 코란도 스포츠를 통해 SUT와 SUV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한 까닭인데, 쌍용차는 이를 통해 코란도 스포츠의 활용성을 단순한 픽업 트럭에서 벗어나 레저용도로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코란도 스포츠는 이번 시승을 통해 오프로드에서의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금까지 오프로드의 제왕으로 불려온 랜드로버를 비롯해 지프(Jeep) 브랜드 성향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제공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다만, 쌍용차가 경쟁모델로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를 꼽고 있듯이 코란도 스포츠가 SUV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온로드에서의 탄력적인 주행감과 퍼포먼스 등 성능을 끌어 올리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 뉴 코란도 스포츠의 국내 판매 가격은 트림별 모델에 따라 CX5 2168만~2512만원, CX7 2440만~2999만원, Extreme 2745만원이다. 코란도 스포츠는 연간 자동차세가 불과 2만8500원 수준이며, 환경개선 부담금이 면제된다. 여기에 개인 사업자 구매시 부가세가 환급되는 등 경제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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