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SM3 dCi, 한 번 주유로 1,000km주행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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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 그 자체였다. 르노삼성이 내놓은 새로운 SM3 디젤의 효율은 생각 이상이었다. 이미 QM3를 통해 검증 받은 1.5리터 소형 디젤엔진과 게트락 6단 DCT의 조합은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제원에 적힌 연비는 ‘숫자’에 불과했다.
서울-부산 왕복, SM3 dCi의 파트너를 고르다…
이번 시승의 과제는 ‘일상 주행에서의 연비’다. 문득 떠오른 장소는 부산. 르노삼성자동차의 공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면서, 이곳을 한 번 주유로 다녀온다는 건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지도상으로 표기된 거리는 총 861km. 한 번 주유로 부산을 왕복한 적이 없어서 걱정이 앞섰지만, SM3 dCi의 복합연비는 리터 당 17.7km. 연료탱크는 56리터다. 단순 계산으로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991km나 된다.
시승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 르노삼성 사옥에서 출발해 르노삼성 부산공장, 광안리, 해운대를 지나 서울 성산동에 위치한 회사로 돌아오는 코스로 정했다. 회사에서 출발하고 싶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자동차 점검을 꼭 해야 한단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가산동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출발에 앞서 함께할 차를 섭외했다. 이 차는 소형 SUV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QM3’.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해 이미 효율성을 인정받은 차이기도 하다. 특성과 목적이 다른 두 차종을 비교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SM3의 효율성을 알아보는데 기준이 될 수 있어서 골랐을 뿐이다.
시승한 차는 갓 출고된 따끈따끈한 ‘새 차’였다. 길들이기가 되지 않아서 연비 테스트에서 조금 불리할 수도 있었다. 연료가 가득한 상태에서 차를 받았고, 계기반에 나타나는 모든 정보를 초기화 했다. 보다 정확한 수치를 얻기 위한 준비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살살 차를 몰아 부산으로 출발했다. 다행히 도로상황은 양호했다.
주행 가능거리가 1060km?
SM3 디젤 보닛 아래는 유로6 환경기준을 만족하는 1.5리터 dCi 디젤엔진이 숨쉬고 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10마력(ps, @4,000rpm), 최대토크 25.5kg.m(@1750~275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 엔진은 QM3에 탑재된 것과 같다. 다만 출력을 약 20마력 높인 게 다르다. 변속기도 마찬가지로 게트락 파워시프트 6단 DCT가 적용됐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복합연비는 리터당 17.7km(도심 16.3km, 고속 19.3km)다. “연비요? 최고 수준이죠!” 이 회사 관계자가 자신감 있게 말했다. 사실 속으로는 리터당 20km만 기록해도 잘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부산으로 향할 때는 실제 연비를 알아보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극한(?)의 성능을 끌어내진 않았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시속 100km로 주행하자 연비는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리터당 17km, 20km… 이미 제원상 연비를 넘은 수치였다. 욕심이 생겼다. 더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물론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다. 그 결과 연비는 리터당 25km. 정말 놀라웠다. 이 녀석을 너무 얕잡아 본 것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높은 연비에 감탄하느라 점심을 먹는 것도 잊어버렸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휴게소에 들렀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서둘러 다시 부산으로 향했다. 휴게소에서 계기반의 트립을 살펴보니 주행거리는 52.4km. 연료 소비량은 단 2.3 리터였다. 이를 계산하면 리터당 약 22.7km다. 휴게소에 들르고 정차 후 출발한 점을 감안하면 좋은 수치였다. 주행 가능 거리를 보니 무려 1060km. 잘못 본 것이 아닌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함께 떠난 QM3의 연비는 어땠을까. 고속도로에 진입해 약 50km쯤 달렸을 때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평균연비는 약 24km 였다. 초반에는 SM3 디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두 대를 번갈아 탄 기자는 “QM3도 연비가 좋은데 이 차는 더 좋네요”라는 감탄을 남겼다.
예상치 못한 고난을 겪다
부산에 다다랐을 쯤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기상 상황이 변한 거다.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강풍주의’라는 문구가 깜빡였다. 연비테스트를 방해라도 하듯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차가 살짝 흔들리고, 두렵기도 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어느덧 김해 부산 톨게이트다.
“드디어 다 왔다!” 함께한 동료들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고난은 끝이 아니었다. 일정이 조금 늦어진 탓에 퇴근길 정체 행렬과 마주쳤다. 부산 공장까지는 거리가 조금 남았지만 길은 도통 뚫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또한 연비 체험이라 생각했다. 출퇴근길 체험은 당연한 게 아닐까. 가다서다를 반복하니 평균연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부산 공장에 도착할 쯤 트립 컴퓨터상 평균연비는 약 23km. 선배기자와 동시에 감탄을 내 뱉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평균연비가 리터당 23km라니…”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도착하니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도착은 했지만 아직 촬영이 남았기 때문이다. 공장을 배경으로 얼른 촬영을 하고 광안리로 출발했다. 도로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부산 도로의 정체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내 주행시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연비는 리터당 20km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효율성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QM3 연비가 궁금해졌다. “QM3 연비는 어때요?” 가져간 무전기로 물어봤다. 트립컴퓨에 나타난 평균연비는 리터당 20km였다. 시내 구간을 통과하는 동안 살짝 떨어지기는 했지만, QM3 역시 뛰어난 효율성을 보였다.
다시 서울로 출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부산에서 서울로 출발한 시간은 저녁 9시30분.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는 선배 기자가 운전대를 잡았다. 회사에서 비효율 적인 운전을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시속 110km쯤으로 주행했다. 장거리 운전을 해서 피곤해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조수석에 앉아 이 녀석의 실내를 구석구석 살펴봤다. 실내 구성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시승차에는 가죽시트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직물시트의 불편함도 느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정숙성이다. 진동과 소음(N.V.H)를 잘 차단해 마치 가솔린 차를 타고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변속 느낌 또한 일품이었다. 변속 충격은 느끼기 어려웠고, CVT처럼 부드럽게 변속을 이어가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반대 의견을 가질 사람들이 있겠지만 직접 타보면 대부분은 동의할 거란 생각이 든다.
“와 이 차 뭐야…연료 게이지도 줄지 않고…”
선배의 감탄에 계기반을 슬쩍 보니 리터당 21km였다. 대구쯤을 지날 때도 연료 게이지는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주유하지 않고 서울에 도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는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아 속도를 올렸다.
조금 거칠게(?) 운전을 한 탓일까. 경기도 용인쯤을 지나자 계기반에 갑자기 붉은 빛이 들어왔다. 주유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목적지인 회사까지는 아직 거리가 많이 남아있었다.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130km. 이대로라면 충분히 갈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이 녀석을 믿었다. “조금만 힘을 내줘… 새벽 3시가 넘은 상황에 서 버린다면…” 끔찍한 생각도 들었다.
같이 달리던 QM3가 갑자기 사라졌다. QM3 주유등이 들어온 지 오래됐기 때문에 기름을 넣기 위해 용인 휴게소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연비가 나빠서가 아니다. 연료탱크 용량 탓에 생긴 해프닝이다. QM3의 연료탱크 용량은 45리터고 SM3는 56리터다. 주유를 마치고 다시 출발한 QM3의 평균연비는 리터당 약 19km. 평소 같으면 놀랄 수치지만, SM3와 함께해서 그런지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QM3와 달리 SM3 는 한번의 주유 없이 회사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QM3가 주유한 곳에서부터 약 65km를 더 달렸고, 그 뒤로 약 10km 이상 더 탔지만 차를 밀어야 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와 기름을 가득 주유를 하니 주유된 양은 약 52.2리터였고, 총 주행거리는 920km였다. 주유 당시 트립 연비는 리터 당 23.0km였다. 남아있는 연료는 약 4리터였고, 트립 연비로 계산하면 약 90km를 더 탈 수 있는 수치다. 이 결과를 더하면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총 1010km의 계산이 나온다. 앞에서 단순 계산한 주행거리를 훌쩍 뛰어 넘는 수치다.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 날씨, 주행 습관 등 다양한 부분을 감안하면 불만을 제기할 효율성은 아닌 것 같다.
마라토너 같은 SM3 dCi
몇몇 사람들은 장점만 늘어놓은 시승기는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QM3와 같이 주행한 결과 ‘SM3 dCi’의 효율성은 놀라웠다. 연비가 좋기로 소문난 QM3를 가뿐히(?) 넘어섰기 때문이다. 유로6 환경기준을 만족시키려면 연비와 출력저하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직접 체험한 결과 연비는 좋았고, 힘도 부족하지 않았다. 정숙성 또한 인상적이었다. 여러 디젤엔진을 탑재한 차를 몰아봤지만, 어떤 차에도 뒤지지 않을 수준이다. 변화의 폭이 빠른 시대에서 SM3의 변화는 그리 빠르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점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SM3 dCi의 등장은 의미가 크다. 어떻게 보면 선택의 폭을 넓혀준 셈이다.
적게 먹고 오래 달린 SM3 디젤, ‘기름값’이라는 부담을 덜어준 고마운 차였다. 거기에 디젤답지 않은 정숙성과 탄탄한 성능까지 겸비했다. 효율성 높은 차를 구매하길 원하는 사람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정도다. 또 향후 차를 구매할 때 위시리스트에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는 그런 차다. 거기에 경쟁 모델 대비 착한 가격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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