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K9 퀀텀, 뒤늦게 물오른 기아차의 플래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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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카 이한승 기자 ] 기아자동차 K9 5.0 퀀텀을 시승했다. 수 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완성한 외관 디자인은 만족감이 높다. 퀀텀에 적용된 V8 자연흡기 엔진은 정숙성과 파워 측면에서 흠을 잡기 어려운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K9 퀀텀의 패키징은 국산차 뿐만 아니라 수입차를 포함해도 상대적 가치가 높다.
K9은 기아차의 플래그십 모델로 지난 2012년 5월 출시됐다. 플래그십 모델로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았으나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앞선 디자인과 K9이라는 새로운 라인업에 대한 인지도,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의식한 애매한 포지셔닝 등 다양한 문제가 판매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잦은 상품성 개선 모델의 디자인 변경도 갈피를 잡지 못했던 모습이다.
하지만 퀀텀으로 돌아온 새로운 K9은 V8 엔진의 적용과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통해 만족감이 높다. 2012년 K9 출시 당시 지금의 디자인이 적용됐다면 국내 고급차 시장의 양상은 다르게 흘러갔을지 모른다. 또한 K9이라는 모델명 보다는 퀀텀이라는 서브네임이 조금 더 플래그십 모델스럽다.
K9의 앞선 디자인은 출시 4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조금 더 받아들이기 쉽다. 대형 크롬 그릴과 긴 보닛, 그리고 완만하게 떨어지는 리어 측의 실루엣은 대형 고급세단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을 적절히 표현했다. 제네시스 EQ900의 이미지가 부분적으로 묻어나는 점은 K9에겐 장점이다.
차체를 크게 파고든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급에 어울리지 않는다. 후륜구동 플랫폼을 통해 시원스럽게 만들어낸 차체 프로포션을 램프류 디자인이 개입하며 희석시켰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독일 3사의 플래그십 모델을 살펴보면 헤드램프나 리어램프를 측면까지 길게 이어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롭게 적용된 리어램프는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 상단의 크롬바와 상하폭이 좁게 구성된 리어램프 그래픽은 고급스러움은 물론 하이테크한 감각까지 만족시킨다. 전면에서는 크롬 메시타입 그릴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 다만 범퍼 중앙에서 양끝으로 올려진 범퍼의 캐릭터라인과 함께 웃는 형상의 디자인은 안정감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실내는 수평형 레이아웃으로 넓은 공간감을 전한다. 도어패널과 센터페시아를 가죽으로 감싸 고급감을 높이고, 전자식 기어노브, 풀 LCD 계기판 클러스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최신 아이템을 빠짐없이 갖췄다. 가죽과 우드, 그리고 부분적으로 금속 소재를 적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동식으로 조절되는 뒷좌석은 에어셀이 적용돼 안락함이 돋보인다.
K9의 실내는 당연하지만 고급스럽다. 다만 제네시스 EQ900의 고급감과 비교하면 다소 부족한 모습인데, 시트의 촉감이나 도어패널을 감싼 가죽소재의 마감과 금속 감각의 버튼 디테일에서 차이를 보인다. 바꿔 말하면 디테일의 변화 만으로 고급감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 적용된 붉은색 조명과 천정의 대형 무드등은 존재감이 약해 개선이 필요하다.
K9 퀀텀은 5리터 V8 타우엔진으로 6400rpm에서 최고출력 425마력, 5000rpm에서 최대토크 52kgm를 발휘한다.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FR 레이아웃이다. 공차중량은 K9 3.8 대비 165kg 무거운 2105kg으로 복합연비 7.6km/ℓ(도심 6.3 고속 9.9)를 기록한다. 연비 수치는 K9 3.8 대비 18% 가량 낮은 수치다.
K9 퀀텀에 적용된 엔진은 국산 완성차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V8 자연흡기 엔진이다. 매끄러운 회전 감각과 공회전 시 500rpm에 불과한 낮은 엔진회전이 특징이다. 정차시에 느껴지는 8기통 엔진 특유의 고동감은 국산차에서는 생소한 경험이다. 가속 상황에서도 1000rpm 초반에 불과한 낮은 엔진회전을 통해 정숙성을 높이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도한다.
방음 윈드실드와 앞좌석과 뒷좌석 윈도우 글래스에 적용된 이중 접합유리, 그리고 꼼꼼한 차음재로 인해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은 극히 적다. 콘크리트 도로에서의 주행을 제외하면 고속에서의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셀프실링 기능이 적용된 컨티넨탈 타이어는 정숙성 면에서 무난한 타입이다.
퀀텀의 8단 자동변속기는 3.8 모델과 다른 기어비와 종감속 기어비를 갖는다. V6 모델의 종감속 기어비는 3.909, V8 모델의 종감속 기어비는 3.538로 각 단의 기어비는 V8 쪽이 3단까지는 가속형 기어비를, 4단과 6~8단 기어비는 V6 쪽이 가속형 기어비를 갖는다. K9 퀀텀의 가속시간은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초대, 최고속도는 247km/h 부근에서 제한된다.
풀 가속시의 가속력은 상당하다. 425마력의 파워로 200km/h까지는 물론 이후에도 손쉽게 가속된다. 잔잔하고 부드러웠던 엔진은 3000rpm 부근에서 힘을 드러내기 시작해 4000rpm 부터 본격적인 힘을 발휘한다. 국산차에서는 보기 어려운 파워풀한 가속력이다. 에어 서스펜션은 고속에서 차고를 낮추며 고속주행 시의 안정감을 더한다.
스포츠모드에서는 2000rpm 부근으로 엔진 회전을 유지하는데 본격적인 스포츠모드라고 생각하기엔 부족한 모습이나 가속페달의 반응이 빨라져 경쾌함이 더해진다. 일상주행에서 사용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세팅이다. 서스펜션의 단단함이 더해지나 드라마틱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커브나 고속 차선변경 시의 안정감이 다소 높아진다.
K9 퀀텀을 적극적으로 주행하는 상황에서의 주행감각은 머스탱 GT와 아주 흡사하다. 5리터 V8 엔진의 출력 특성이나 고속 선회시의 감각이 비슷한데, 노면을 단단히 붙잡고 달려나가는 감각보다는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라 미끌거리는 듯 그립을 확보하며 달려나가는 감각이 특히 비슷하다. 브레이크 성능은 무난한 수준이나 고속에서의 답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타입으로 고속에서도 일정 수준이상의 주행 안정감이 확보된다. 특히 저속에서 요철을 넘어서는 감각은 에어 서스펜션 특유의 푹신푹신한 감각이 인상적이다. 아쉬운 부분은 고속에서 짧게 반복되는 요철을 지나는 상황인데 진동을 소화하는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 스티어링 휠에 일부 노면 충격이 전달되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조 시스템은 3존 개별 제어가 가능하다. 앞좌석에서는 3존을 동시에 조절하는 것이 가능한데 운전석에서 뒷좌석 온도의 개별 제어가 되지 않는 점은 쇼퍼드리븐 차량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세팅이다. 리어 윈도우에 적용된 선쉐이드가 수동인 점과 실내에서 신차 냄새가 느껴지는 점은 차급을 고려하면 아쉽다.
K9 퀀텀은 V8 엔진과 넉넉한 실내공간, 그리고 고급 내장재를 비롯해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과 전동식 리어시트,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대부분의 안전 편의사양을 적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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