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DS 오토모빌, DS3 크로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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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다. 세단은 부담스럽게 크고 흔하다. 그렇다고 소형 해치백은 인기가 없고 뭔가 부족해 보인다. 한국 시장에서는 무시도 당한다. 적당한 크기, 개성 있는 디자인, 합리성을 갖춘 가격 등 모든 것을 갖춘 것이 소형 SUV이고, 소비자들은 이 장르에 지갑을 열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저 원가 고 마진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는 중이다.)
소형차를 좋아하는 유럽 소비자들은 소형 SUV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을 프리미엄 브랜드가 손 놓고 있을 리 없다. 신규 소비자들을 자사 브랜드로 유입 시키는데 입문형 모델만큼 좋은 솔루션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입문형 모델 성격상 경쟁사 브랜드의 소비자를 뺏어오는 역할도 겸한다. 상급 모델로 가면 특정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큰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다른 브랜드로 움직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아우디 Q2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니와 아우디다. 미니는 2010년부터 컨트리맨을 생산하고 있다. 아우디는 얼마 전 Q2를 선보였다. 아우디 Q3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GLA, BMW X1이 C 세그먼트에 해당한다면 Q2는 이보다 작은 B 세그먼트에 속한다. 아우디는 2020년에 Q1도 내놓을 예정이다. 경차보다 조금 더 큰 SUV를 활용해 벤츠나 BMW가 공략하지 않는 소비자까지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DS 오토모빌 모델들
이렇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체급을 내려가는 상황에서 DS 오토모빌도 B 세그먼트의 소형 SUV를 내놨다. 그것이 DS3 크로스백이다. DS7 크로스백이 DS 브랜드가 보여주려는 고급스러움을 제시했다면 DS3 크로스백은 DS 브랜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소형 SUV다. 르노, 푸조, 시트로엥 등의 프랑스 브랜드는 소형차 만들기에 강하다.
디자인부터 예사롭지 않다. 우리 팀이 만난 테스트 모델은 공개 당시 대표 색상이었던 밀레니엄 블루(Millennium Blue) 색의 옷을 입고 왔다. 푸른색도, 그렇다고 녹색도 아닌 것이 묘한 이미지다.
디자인은 개성 넘친다. 호불호를 떠나 도로 위의 존재감이 크다.
그리고 헤드램프에 주목해야 한다. 운전자가 다가가거나 도어록을 풀면 분홍빛으로 운전자를 반기는데, DS7처럼 헤드램프가 색다른 DS만의 매력을 전하기 때문.
위아래로 조사각을 바꾸는 것은 물론 3개의 LED와 15개의 LED 모듈을 활용해 상대방에게 눈부심을 전하지 않으면서 밝은 시야를 만들어 낸다. 이는 매트릭스 LED 기술 덕분이다. 매트릭스 LED… 아우디가 최고급 대형 세단 A8을 통해 처음 소개한 기술인데, 아직도 당시의 신선함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제 소형 SUV에도 이런 기술을 쓴다.
DS 윙스라 불리는 크롬 라인(핑크색 부분)
헤드램프와 그릴은 DS 윙스라고 불리는 크롬 라인으로 마감했다. 등급 대비 꽤 두꺼운 금속 장식도 넣었는데, 중국 시장을 노렸기 때문일까? 이외에 다이아몬드 디자인을 갖춘 그릴로 DS 모델만의 디테일을 강조했다.
측면은 과거 DS3의 특징을 이어받았다. 상어 지느러미를 연상시키는 B-필러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뒷좌석 유리창이 적게 열렸다.
차체 색상과 다르게 A, B, C 필러와 지붕까지 블랙으로 통일했다는 점도 디자인을 살려주는 요소 중 하나다. SUV 특징을 살리기 위해 펜더를 비롯해 사이드 스커트 부분에 플라스틱 패널을 노출시켰다.
도어 핸들이 독특하다. 자동으로 수납되고 펼쳐지는 도어 핸들을 쓴 것이다. DS에서는 이를 플러시 피팅 도어 핸들이라고 부른다. 키를 갖고 운전자가 다가가면 도어 핸들이 자동으로 펼쳐지며, 시간이 지나 다시 수납되더라도 도어 핸들을 누르면 다시 펼쳐진다. 매트릭스 LED와 도어 핸들은 이 급에서 보기 힘든 구성이다. 랜드로버가 벨라 등에서 선보였던 기능이다.
전면부와 측면부는 과거 DS3를 어느 정도 연상시키게 해준다. 반면 후면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다. 리어램프 사이를 두꺼운 금속 장식으로 연결했고, 리어램프 자체 조명도 화려하다. 여기에 사용된 LED만 90개에 이른다.
범퍼 양 측면 부위 공기 배출구 디자인은 차체를 커 보이게 해준다. 공기 배출구 ‘디자인’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실제 공기 배출구가 아니라 모양만 낸 것이기 때문이다.
범퍼 하단에 노출된 머플러는 1개다. 해외서 팔리는 가솔린 모델은 듀얼 머플러가 쓰이는데, 국내는 디젤엔진이 기본이라 싱글 머플러가 장착된다.
예상했지만 실내는 독특하다. DS는 이를 아방가르드(Avant-garde) 추구라고 말한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미다. 방향성은 좋다. 다만 인터페이스는 예외가 되었으면 한다. 처음 사용하는 소비자는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프랑스 차들은 이 부분이 약하다. 자기중심적 생각이 강하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 개발 의지가 필요하다.
DS7 크로스백을 통해 소개된 다이아몬드 디자인 특징이 더 뚜렷해졌다.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각종 버튼, 송풍구, 심지어 스티어링 휠 하단에도 다이아몬드 디자인을 넣었다. 조명도 다이아몬드 디자인인데, 터치하지 않고도 손을 가까이 대는 것만으로도 켜고 끌 수 있다. 의외로 유용한 기능이다.
센터페시아 조작부가 모두 터치 방식이다. 물리 버튼은 비상등과 오디오 전원 버튼뿐이다. 그림이 그려진 부분을 터치하면 잘 작동한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빗겨 위치를 터치하면 잘 인식하지 못했다. 이곳에 오디오 볼륨 조절을 위한 터치식 버튼도 있는데, 터치 방식도 그렇고 위치도 오른쪽 아래에 있어 불편했다. 물론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버튼을 써도 되지만, 조수석 탑승자가 조작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DS3 크로스백에는 3가지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계기판에 7인치 디스플레이, 센터페시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7인치 디스플레이, 컴바이너 방식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지원한다. 앞서 7인치 디스플레이를 쓴다고 했는데, 해외에서는 10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쓰인다. 하지만 국내법상 지도 반출이 불가능해 7인치 사양만 쓰인다는 것이 한불모터스 측의 설명. 무엇이 이유이건 화면 양옆으로 매우 큰 베젤이 자리하는데, 이 영역을 활용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DS에서는 인테리어 테마를 인스퍼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쏘 시크(So Chic), 그랜드 시크(Grand Chic) 같은 트림과 별개로 리볼리, 오페라 등의 실내 테마가 존재한다.
테스트 모델에는 오페라 인스퍼레이션이 적용됐다. 실내가 블랙 원톤 색상으로 마감되고 시트는 시계줄 패턴으로 꾸며진다. 시트가 꽤 두툼한 느낌이다. DS 오토모빌도 두꺼운 폼을 사용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어떤 인스퍼레이션을 선택하건 나파 가죽이 기본이다. B 세그먼트 중에서는 최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인조 가죽을 써도 통풍 기능이 들어가면 좋아한다. 반면 프랑스 소비자들은 통풍 기능보다 어떤 가죽을 사용했는지를 중요시 하나보다.
나파 가죽을 살펴보니 가죽 곳곳에 색이 바래고 얼룩져있다. 이런 하자 제품을 만들어?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효과로 넣은 것이다. 색이 바래거나 얼룩진 것이 아닌, 독특한 가죽 처리를 통해 만들어낸 효과라는 얘기다. 해외 사양에는 스웨이드나 직물, 또는 플라스틱 마감을 쓰는데, 국내 모델은 상급 사양이라 실내 가죽도 가장 높은 사양을 쓰고 있다.
기어 레버 주변은 DS7 크로스백과 거의 유사한 모습이다. 끌루 드 파리라는 이름의 금속 가공 기법이 쓰였고, 여기에 윈도 조작 스위치가 자리한다. 독특함도 좋지만 평상시 손이 가는 위치와 달라 어색한 느낌이 짙긴 하다. 그래도 무선 충전 기능을 넣은 점은 좋다.
앞좌석 시트에는 열선만 갖춰진다. 통풍 기능 대신 마사지 기능이 들어갔다는 점이 흥미롭다. 반면 조수석 시트는 수동으로 조작한다. 등받이 각도 조절은 다이얼 방식이다. 유럽인들은 다이얼 방식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긴 하다. 미세하게 시트백 각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전동 조절 기능을 더 선호한다.
뒷좌석은 보편적이 소형차 수준이다. 아무래도 넓은 공간까지 기대하기 어렵다. 열선이나 송풍구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트렁크 공간도 소형 해치백 정도 수준이다. 뒷좌석 시트 폴딩을 통해 공간 활용도를 넓힌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ADAS 기능을 보자. 이제 DS 브랜드도 볼보처럼 전 트림에 동일한 ADAS 기능을 탑재한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기능은 자동차와 보행자, 자전거까지 인식할 수 있다. 차선이탈 경고 및 보조, 차로 유지 기능,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 경고, 매트릭스 LED를 활용한 오토 하이빔 기능도 갖췄다.
최상급 트림에는 프랑스 음향 기업 포칼(FOCAL) 제품이 쓰인다. DS 브랜드만을 위해 개발한 일렉트라 하이파이 시스템이다. 12개의 스피커를 쓰는데, 균일한 음질을 자랑이다. DS7의 스피커 개수는 14개다.
구성적으로 보면 알차다. LED 개수가 제한적이지만 이 급에 매트릭스 LED 라이트 기능이 탑재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통풍시트와 뒷좌석 송풍구가 없다. 이것을 국내 소비자들이 이해해줄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아직 B 세그먼트의 프리미엄 소형 SUV라는 장르가 어색하다. 비싸기만 하고 작은 소형차라는 오명만 쓸 수 있다.
주행 감각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어울릴까?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가동한다. DS7 시동 버튼은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하단이다. 적어도 남들과 다르게 디자인 하긴 했다.
1.5리터 디젤엔진이 깨어난다. 프랑스차가 그렇지만 대단한 정숙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아이들 정숙성은 44.0 dBA. 소음 진동에 취약했던 2.2리터 디젤을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GLC 220d과 동일한 수준의 정숙성이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미니 컨트리맨 2.0 디젤도 44.0 dBA이니 동급 모델보다 시끄럽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조용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우리 시장 기준에서는 말이다.
주행을 시작한다. 엔진이 만든 동력은 자동 8단 변속기를 통해 부드럽게 노면에 전달된다. 움직임이 가볍다. 묵직한 디젤 느낌이 아닌 힘 있는 가솔린 엔진 장착 모델을 떠올리게 한다. 직접 무게를 측정한 결과는 1308kg. 미니 컨트리맨은 약 1.5톤을 넘는 무게를 보였는데, 그보다 가벼운 무게가 저속 순발력을 올려주고 있다. 물론 컨트리맨에는 4륜 시스템이 갖춰진다. 때문에 수치는 참고치 일뿐, 동일 선상에서 평가할 필요는 없다.
브레이크는 응답성을 좋게 설정했다. 달리 말하면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잘 선다는 것이다. 간단한 페달 조작만으로도 차량이 잘나가고 서주니 운전이 편해진다. 프랑스 소형차는 도심 구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엔진은 131마력과 31.0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같은 배기량의 엔진이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에서 120마력과 30.61kgf.m의 토크를 냈는데, DS3 크로스백에서는 조금 더 높은 성능을 내도록 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프랑스 차들은 출력이 낮음에도 실 주행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이 적다. 저속 주행 환경에서의 만족도를 키운 셋업을 갖췄기 때문. 물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최고 발진 가속을 끌어내면 얘기가 달라지긴 한다. 분명 출력과 토크의 한계가 느껴지지만 경제성을 목표로 하는 차들로 나 홀로 레이싱을 즐기는 소비자는 없을 것.
누군가는 프랑스 차들이 유독 낮은 성능을 낸다고 말한다. 이는 제도적인 이유 때문이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맞춰 자동차 세금을 부과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것은 효율이 높다는 뜻이고, 자연스럽게 높은 출력을 만들어내는데 제한이 생긴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보너스 & 맬러스(Bonus-Malus) 법을 시행 중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g/km 미만인 고효율 모델을 구입하면 세금 감면 혜택 같은 보너스가, 반대라면 일정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많게는 7천 유로, 한화 약 920만 원에 이르는 혜택이나 벌금 사이를 오간다. 여기에 도로 상태는 안 좋고 차도 밀리며 도로 폭까지 좁은 프랑스 환경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은 ‘90마력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99g/km과 같은 고효율 차량들의 인기가 커진다.
상황이 어찌 됐건 국내 시장에서 DS3 크로스백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99%는 한국인들이다. 프랑스 법, 상황, 이는 관심사가 아니다. 본인이 탔을 때 만족감이 높아야 한다는 것. 연비는 좋겠지만 운전할 때 답답하지 않을까?
다시 성능을 보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한 시간을 확인한 결과 10.04초였다. 1.6리터 가솔린 엔진과 CVT 변속기를 사용했던 현대 베뉴가 10.12초를 기록했는데, 이보다 빨랐다. 쉐보레 트랙스 1.6 디젤(10.21초), 기아 스토닉 1.6 디젤(10.61초)보다도 빨랐다. 190마력을 발휘했던 볼보 XC40(10.00초)이며 엔진+전기모터 조합의 렉서스 UX250h(9.33초)에 근소하게 뒤처지는 성능을 냈다.
체감상 느린 것 같지만 실제 발휘하는 성능은 준수하다. 체감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주행 안정감이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DS7 크로스백도 그랬지만 DS3 크로스백 역시 주행 감각이 독일차들과 닮았다. 세련되고 안정적인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촐랑거리지 않고 적당히 진중한 감각을 만들어 내는데, 소형급 SUV에서 느끼기 힘든 내용이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서 DS3 크로스백의 주행성능을 확인해본다. 주행 안전장치가 일시적으로 해제되지만 주행 속도 상승에 따라 다시 활성화된다. 진흙이나 모래, 겨울철 미끄러운 노면 등에서 탈출하기 용이하도록 만든 성격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국산 르노삼성도 같은 방식인데, 프랑스 차들은 ESP Off에 대해 보수적이다.
가속성능이 대단하지는 않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길에서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정도는 된다. 앞으로만 주행할 때는 나름 진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조작하자 프랑스차 특유의 날렵한 모습을 보인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빠르게 머리를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방향 전환을 힘들어하는 모습도 없다.
물론 해치백 수준의 운동 성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SUV 장르 특성상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스트로크를 길게 설정했다. 즉, 스티어링 조작으로 머리 부분을 빠르게 움직여 코너로 넣어도 엉덩이(후륜)가 다소 굼뜨게 따라온다. 서스펜션의 특징 탓이다. 하지만 해치백 대비 움직임이 늦다는 것이지 대형 세단처럼 느긋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코너를 꽤 공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 타이어의 접지 성능이 좋기 때문.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4이며, 225mm 너비를 쓴다.
프라이머시 4는 프리미엄 여름용 타이어로, 적절한 성능, 승차감을 두루 만족시키는 성격이다. 경쟁 모델로는 브리지스톤 투란자 T005(혹은 T005A), 콘티넨탈 프리미엄 컨택 6, 굿이어 이피션트 그립이 꼽힌다. 미쉐린 라인업에서 본다면 프라이머시 MXM4보다 높은 성능을, 파일롯 스포츠 4보다 낮은 성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DS3 크로스백에 프라이머시 4를 쓰는 마치 파일롯 스포츠 4가 장착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차량의 출력이나 토크가 매우 높지 않기 때문에 프라이머시 4 정도로도 충분히 끈끈한 접지력을 만들어 낸다. 테스트 당시 노면 온도가 약 2.3도 정도로 낮았는데, 노면 온도가 상승하면 더 좋은 성능을 내줄 것이다.
그렇다면 DS3 크로스백도 타이어 성능에 힘입어 인상적인 제동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5.25m였다. 테스트를 반복해도 최장 36.5m 수준으로 선방했다. 평균 제동거리는 35.92m. 미쉐린의 파일롯 스포츠 4 타이어를 사용해 제동거리 34.68m를 기록했던 푸조 508이 떠오른다. 역시 타이어가 좋아야 기본 성능이 높아진다.
페달 답력이 무거운 편은 아니다. 짧은 제동거리를 갖는 차들은 보통 묵직한 답력을 보여주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힘이 든다는 얘기다. 하지만 DS3 크로스백은 생각보다 쉽게 최대 제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 물론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할 때 조금 헐렁하게 밟히는 느낌이라 타이트한 맛은 없다. 좋게 보면 누구나 쉽게 제동력을 다 쓸 수 있다는 얘기인데 반대로 정교한 조작이 쉽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같은 이유로 차가 정지하기 전에 부드럽게 정지하는 감을 익힐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아이신 제품을 쓰는데, 변속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 코너에 들어서기 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며 기어 단수를 빠르게 내리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이 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 감각과 여유로운 기어비로 연비를 높인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다.
연비는 좋다. 10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일 때 20km/L를 쉽게 오간다. PSA 그룹 차량들은 일상 주행에서 높은 연비를 뽑아낸다. 당연히 연비를 높이기 위해 운전 습관까지 곁들여지면 만족도는 배가 된다. 하지만 디젤, 특히 프랑스 브랜드의 디젤 모델은 운전 습관에 신경 쓰지 않아도 연비가 좋다. 열심히 노력해서 15km/L의 연비를 만들어 낸 것과 아무렇게나 막 운전했는데 연비가 15km/L 가량 나온다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DS3 크로스백은 후자다.
연료탱크 용량은 41리터에 불과하다. 경차보다 조금 더 큰 수준. 이 크기의 연료 탱크면 연비가 좋아도 주유소를 자주 드나들어야 한다. 하지만 DS3 크로스백은 우리 팀이 벌인 다양한 테스트를 하며 수백 km 이상을 주유없이 달렸다. 물론 차량 반납을 위한 추가 주유가 있었지만 테스트를 무 주유로 끝난 차는 흔하지 않다. 일부 주행 환경에서는 리터당 5km/L 미만, 고출력 가솔린 모델은 2km/L 내외 수준의 연비를 보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연료 게이지가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볼 정도가 된다는 얘기다.
DS3 크로스백은 트림에 따라 3945~4340만 원에 판매된다. 대표적인 경쟁 모델인 미니 컨트리맨이 가솔린 1.5 모델이 3950~4460만 원, 디젤 2.0은 4530~5450만 원 대니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 특히 컨트리맨에 없는 매트릭스 LED, 나파 가죽, 고급 사운드 시스템(컨트리맨의 사운드 시스템은 정말....), BMW와 미니 모두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 않지만(2020년부터 무료 & 기본 적용 예정) DS3 크로스백은 지원한다는 점 등 장점도 많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한계다. 이제 시작이니 어쩔 수 없다. 렉서스도 30년이 걸리지 않았던가?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DS 브랜드를 얼마나 잘 각인시키는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풍 시트 같은 국내 선호 옵션도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프랑스 본사에 이를 적극적으로 전해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만 잘 팔기 위함이 아닌, 세계 시장에 어필하기 위함이다. 특히나 부족함이 뚜렷한 조건일수록 부가적인 것으로 승부해야 한다.
또 하나 PSA 수입사인 한불모터스의 문제로 꼽히는 서비스 네트워크의 제한도 일부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지방 거주 소비자들에겐 이것이 부담이다.
몇몇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DS3 크로스백은 분명 잘 만들어진 차였다. DS7 크로스백도 그렇지만 프랑스만의 고집이 아니라 대중들이 어떤 것, 그리고 어떤 감각을 좋아하는지 잘 파악했다. 동급 경쟁 모델보다 구성도 좋다. 특히 작은 차를 잘 만드는 프랑스 브랜드의 강점이 DS3 크로스백에 녹아 있다는 점도 좋았다.
이제 시작이다. 시작도 나쁘지 않다. 물론 유럽 밖, 특히나 한국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DS 오토모빌을 책임지는 한국 스태프들이 현재 DS의 약점을 잘 분석해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찾는다면 생각보다 빨리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소형차를 좋아하는 유럽 소비자들은 소형 SUV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을 프리미엄 브랜드가 손 놓고 있을 리 없다. 신규 소비자들을 자사 브랜드로 유입 시키는데 입문형 모델만큼 좋은 솔루션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입문형 모델 성격상 경쟁사 브랜드의 소비자를 뺏어오는 역할도 겸한다. 상급 모델로 가면 특정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큰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다른 브랜드로 움직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니와 아우디다. 미니는 2010년부터 컨트리맨을 생산하고 있다. 아우디는 얼마 전 Q2를 선보였다. 아우디 Q3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GLA, BMW X1이 C 세그먼트에 해당한다면 Q2는 이보다 작은 B 세그먼트에 속한다. 아우디는 2020년에 Q1도 내놓을 예정이다. 경차보다 조금 더 큰 SUV를 활용해 벤츠나 BMW가 공략하지 않는 소비자까지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체급을 내려가는 상황에서 DS 오토모빌도 B 세그먼트의 소형 SUV를 내놨다. 그것이 DS3 크로스백이다. DS7 크로스백이 DS 브랜드가 보여주려는 고급스러움을 제시했다면 DS3 크로스백은 DS 브랜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소형 SUV다. 르노, 푸조, 시트로엥 등의 프랑스 브랜드는 소형차 만들기에 강하다.
디자인부터 예사롭지 않다. 우리 팀이 만난 테스트 모델은 공개 당시 대표 색상이었던 밀레니엄 블루(Millennium Blue) 색의 옷을 입고 왔다. 푸른색도, 그렇다고 녹색도 아닌 것이 묘한 이미지다.
디자인은 개성 넘친다. 호불호를 떠나 도로 위의 존재감이 크다.
그리고 헤드램프에 주목해야 한다. 운전자가 다가가거나 도어록을 풀면 분홍빛으로 운전자를 반기는데, DS7처럼 헤드램프가 색다른 DS만의 매력을 전하기 때문.
위아래로 조사각을 바꾸는 것은 물론 3개의 LED와 15개의 LED 모듈을 활용해 상대방에게 눈부심을 전하지 않으면서 밝은 시야를 만들어 낸다. 이는 매트릭스 LED 기술 덕분이다. 매트릭스 LED… 아우디가 최고급 대형 세단 A8을 통해 처음 소개한 기술인데, 아직도 당시의 신선함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제 소형 SUV에도 이런 기술을 쓴다.
헤드램프와 그릴은 DS 윙스라고 불리는 크롬 라인으로 마감했다. 등급 대비 꽤 두꺼운 금속 장식도 넣었는데, 중국 시장을 노렸기 때문일까? 이외에 다이아몬드 디자인을 갖춘 그릴로 DS 모델만의 디테일을 강조했다.
측면은 과거 DS3의 특징을 이어받았다. 상어 지느러미를 연상시키는 B-필러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뒷좌석 유리창이 적게 열렸다.
차체 색상과 다르게 A, B, C 필러와 지붕까지 블랙으로 통일했다는 점도 디자인을 살려주는 요소 중 하나다. SUV 특징을 살리기 위해 펜더를 비롯해 사이드 스커트 부분에 플라스틱 패널을 노출시켰다.
도어 핸들이 독특하다. 자동으로 수납되고 펼쳐지는 도어 핸들을 쓴 것이다. DS에서는 이를 플러시 피팅 도어 핸들이라고 부른다. 키를 갖고 운전자가 다가가면 도어 핸들이 자동으로 펼쳐지며, 시간이 지나 다시 수납되더라도 도어 핸들을 누르면 다시 펼쳐진다. 매트릭스 LED와 도어 핸들은 이 급에서 보기 힘든 구성이다. 랜드로버가 벨라 등에서 선보였던 기능이다.
전면부와 측면부는 과거 DS3를 어느 정도 연상시키게 해준다. 반면 후면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다. 리어램프 사이를 두꺼운 금속 장식으로 연결했고, 리어램프 자체 조명도 화려하다. 여기에 사용된 LED만 90개에 이른다.
범퍼 양 측면 부위 공기 배출구 디자인은 차체를 커 보이게 해준다. 공기 배출구 ‘디자인’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실제 공기 배출구가 아니라 모양만 낸 것이기 때문이다.
범퍼 하단에 노출된 머플러는 1개다. 해외서 팔리는 가솔린 모델은 듀얼 머플러가 쓰이는데, 국내는 디젤엔진이 기본이라 싱글 머플러가 장착된다.
예상했지만 실내는 독특하다. DS는 이를 아방가르드(Avant-garde) 추구라고 말한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미다. 방향성은 좋다. 다만 인터페이스는 예외가 되었으면 한다. 처음 사용하는 소비자는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프랑스 차들은 이 부분이 약하다. 자기중심적 생각이 강하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 개발 의지가 필요하다.
DS7 크로스백을 통해 소개된 다이아몬드 디자인 특징이 더 뚜렷해졌다.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각종 버튼, 송풍구, 심지어 스티어링 휠 하단에도 다이아몬드 디자인을 넣었다. 조명도 다이아몬드 디자인인데, 터치하지 않고도 손을 가까이 대는 것만으로도 켜고 끌 수 있다. 의외로 유용한 기능이다.
센터페시아 조작부가 모두 터치 방식이다. 물리 버튼은 비상등과 오디오 전원 버튼뿐이다. 그림이 그려진 부분을 터치하면 잘 작동한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빗겨 위치를 터치하면 잘 인식하지 못했다. 이곳에 오디오 볼륨 조절을 위한 터치식 버튼도 있는데, 터치 방식도 그렇고 위치도 오른쪽 아래에 있어 불편했다. 물론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버튼을 써도 되지만, 조수석 탑승자가 조작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DS3 크로스백에는 3가지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계기판에 7인치 디스플레이, 센터페시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7인치 디스플레이, 컴바이너 방식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지원한다. 앞서 7인치 디스플레이를 쓴다고 했는데, 해외에서는 10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쓰인다. 하지만 국내법상 지도 반출이 불가능해 7인치 사양만 쓰인다는 것이 한불모터스 측의 설명. 무엇이 이유이건 화면 양옆으로 매우 큰 베젤이 자리하는데, 이 영역을 활용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DS에서는 인테리어 테마를 인스퍼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쏘 시크(So Chic), 그랜드 시크(Grand Chic) 같은 트림과 별개로 리볼리, 오페라 등의 실내 테마가 존재한다.
테스트 모델에는 오페라 인스퍼레이션이 적용됐다. 실내가 블랙 원톤 색상으로 마감되고 시트는 시계줄 패턴으로 꾸며진다. 시트가 꽤 두툼한 느낌이다. DS 오토모빌도 두꺼운 폼을 사용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어떤 인스퍼레이션을 선택하건 나파 가죽이 기본이다. B 세그먼트 중에서는 최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인조 가죽을 써도 통풍 기능이 들어가면 좋아한다. 반면 프랑스 소비자들은 통풍 기능보다 어떤 가죽을 사용했는지를 중요시 하나보다.
나파 가죽을 살펴보니 가죽 곳곳에 색이 바래고 얼룩져있다. 이런 하자 제품을 만들어?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효과로 넣은 것이다. 색이 바래거나 얼룩진 것이 아닌, 독특한 가죽 처리를 통해 만들어낸 효과라는 얘기다. 해외 사양에는 스웨이드나 직물, 또는 플라스틱 마감을 쓰는데, 국내 모델은 상급 사양이라 실내 가죽도 가장 높은 사양을 쓰고 있다.
기어 레버 주변은 DS7 크로스백과 거의 유사한 모습이다. 끌루 드 파리라는 이름의 금속 가공 기법이 쓰였고, 여기에 윈도 조작 스위치가 자리한다. 독특함도 좋지만 평상시 손이 가는 위치와 달라 어색한 느낌이 짙긴 하다. 그래도 무선 충전 기능을 넣은 점은 좋다.
앞좌석 시트에는 열선만 갖춰진다. 통풍 기능 대신 마사지 기능이 들어갔다는 점이 흥미롭다. 반면 조수석 시트는 수동으로 조작한다. 등받이 각도 조절은 다이얼 방식이다. 유럽인들은 다이얼 방식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긴 하다. 미세하게 시트백 각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전동 조절 기능을 더 선호한다.
뒷좌석은 보편적이 소형차 수준이다. 아무래도 넓은 공간까지 기대하기 어렵다. 열선이나 송풍구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트렁크 공간도 소형 해치백 정도 수준이다. 뒷좌석 시트 폴딩을 통해 공간 활용도를 넓힌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ADAS 기능을 보자. 이제 DS 브랜드도 볼보처럼 전 트림에 동일한 ADAS 기능을 탑재한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기능은 자동차와 보행자, 자전거까지 인식할 수 있다. 차선이탈 경고 및 보조, 차로 유지 기능,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 경고, 매트릭스 LED를 활용한 오토 하이빔 기능도 갖췄다.
최상급 트림에는 프랑스 음향 기업 포칼(FOCAL) 제품이 쓰인다. DS 브랜드만을 위해 개발한 일렉트라 하이파이 시스템이다. 12개의 스피커를 쓰는데, 균일한 음질을 자랑이다. DS7의 스피커 개수는 14개다.
구성적으로 보면 알차다. LED 개수가 제한적이지만 이 급에 매트릭스 LED 라이트 기능이 탑재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통풍시트와 뒷좌석 송풍구가 없다. 이것을 국내 소비자들이 이해해줄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아직 B 세그먼트의 프리미엄 소형 SUV라는 장르가 어색하다. 비싸기만 하고 작은 소형차라는 오명만 쓸 수 있다.
주행 감각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어울릴까?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가동한다. DS7 시동 버튼은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하단이다. 적어도 남들과 다르게 디자인 하긴 했다.
1.5리터 디젤엔진이 깨어난다. 프랑스차가 그렇지만 대단한 정숙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아이들 정숙성은 44.0 dBA. 소음 진동에 취약했던 2.2리터 디젤을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GLC 220d과 동일한 수준의 정숙성이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미니 컨트리맨 2.0 디젤도 44.0 dBA이니 동급 모델보다 시끄럽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조용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우리 시장 기준에서는 말이다.
주행을 시작한다. 엔진이 만든 동력은 자동 8단 변속기를 통해 부드럽게 노면에 전달된다. 움직임이 가볍다. 묵직한 디젤 느낌이 아닌 힘 있는 가솔린 엔진 장착 모델을 떠올리게 한다. 직접 무게를 측정한 결과는 1308kg. 미니 컨트리맨은 약 1.5톤을 넘는 무게를 보였는데, 그보다 가벼운 무게가 저속 순발력을 올려주고 있다. 물론 컨트리맨에는 4륜 시스템이 갖춰진다. 때문에 수치는 참고치 일뿐, 동일 선상에서 평가할 필요는 없다.
브레이크는 응답성을 좋게 설정했다. 달리 말하면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잘 선다는 것이다. 간단한 페달 조작만으로도 차량이 잘나가고 서주니 운전이 편해진다. 프랑스 소형차는 도심 구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엔진은 131마력과 31.0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같은 배기량의 엔진이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에서 120마력과 30.61kgf.m의 토크를 냈는데, DS3 크로스백에서는 조금 더 높은 성능을 내도록 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프랑스 차들은 출력이 낮음에도 실 주행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이 적다. 저속 주행 환경에서의 만족도를 키운 셋업을 갖췄기 때문. 물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최고 발진 가속을 끌어내면 얘기가 달라지긴 한다. 분명 출력과 토크의 한계가 느껴지지만 경제성을 목표로 하는 차들로 나 홀로 레이싱을 즐기는 소비자는 없을 것.
누군가는 프랑스 차들이 유독 낮은 성능을 낸다고 말한다. 이는 제도적인 이유 때문이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맞춰 자동차 세금을 부과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것은 효율이 높다는 뜻이고, 자연스럽게 높은 출력을 만들어내는데 제한이 생긴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보너스 & 맬러스(Bonus-Malus) 법을 시행 중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g/km 미만인 고효율 모델을 구입하면 세금 감면 혜택 같은 보너스가, 반대라면 일정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많게는 7천 유로, 한화 약 920만 원에 이르는 혜택이나 벌금 사이를 오간다. 여기에 도로 상태는 안 좋고 차도 밀리며 도로 폭까지 좁은 프랑스 환경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은 ‘90마력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99g/km과 같은 고효율 차량들의 인기가 커진다.
상황이 어찌 됐건 국내 시장에서 DS3 크로스백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99%는 한국인들이다. 프랑스 법, 상황, 이는 관심사가 아니다. 본인이 탔을 때 만족감이 높아야 한다는 것. 연비는 좋겠지만 운전할 때 답답하지 않을까?
다시 성능을 보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한 시간을 확인한 결과 10.04초였다. 1.6리터 가솔린 엔진과 CVT 변속기를 사용했던 현대 베뉴가 10.12초를 기록했는데, 이보다 빨랐다. 쉐보레 트랙스 1.6 디젤(10.21초), 기아 스토닉 1.6 디젤(10.61초)보다도 빨랐다. 190마력을 발휘했던 볼보 XC40(10.00초)이며 엔진+전기모터 조합의 렉서스 UX250h(9.33초)에 근소하게 뒤처지는 성능을 냈다.
체감상 느린 것 같지만 실제 발휘하는 성능은 준수하다. 체감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주행 안정감이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DS7 크로스백도 그랬지만 DS3 크로스백 역시 주행 감각이 독일차들과 닮았다. 세련되고 안정적인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촐랑거리지 않고 적당히 진중한 감각을 만들어 내는데, 소형급 SUV에서 느끼기 힘든 내용이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서 DS3 크로스백의 주행성능을 확인해본다. 주행 안전장치가 일시적으로 해제되지만 주행 속도 상승에 따라 다시 활성화된다. 진흙이나 모래, 겨울철 미끄러운 노면 등에서 탈출하기 용이하도록 만든 성격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국산 르노삼성도 같은 방식인데, 프랑스 차들은 ESP Off에 대해 보수적이다.
가속성능이 대단하지는 않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길에서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정도는 된다. 앞으로만 주행할 때는 나름 진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조작하자 프랑스차 특유의 날렵한 모습을 보인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빠르게 머리를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방향 전환을 힘들어하는 모습도 없다.
물론 해치백 수준의 운동 성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SUV 장르 특성상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스트로크를 길게 설정했다. 즉, 스티어링 조작으로 머리 부분을 빠르게 움직여 코너로 넣어도 엉덩이(후륜)가 다소 굼뜨게 따라온다. 서스펜션의 특징 탓이다. 하지만 해치백 대비 움직임이 늦다는 것이지 대형 세단처럼 느긋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코너를 꽤 공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 타이어의 접지 성능이 좋기 때문.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4이며, 225mm 너비를 쓴다.
프라이머시 4는 프리미엄 여름용 타이어로, 적절한 성능, 승차감을 두루 만족시키는 성격이다. 경쟁 모델로는 브리지스톤 투란자 T005(혹은 T005A), 콘티넨탈 프리미엄 컨택 6, 굿이어 이피션트 그립이 꼽힌다. 미쉐린 라인업에서 본다면 프라이머시 MXM4보다 높은 성능을, 파일롯 스포츠 4보다 낮은 성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DS3 크로스백에 프라이머시 4를 쓰는 마치 파일롯 스포츠 4가 장착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차량의 출력이나 토크가 매우 높지 않기 때문에 프라이머시 4 정도로도 충분히 끈끈한 접지력을 만들어 낸다. 테스트 당시 노면 온도가 약 2.3도 정도로 낮았는데, 노면 온도가 상승하면 더 좋은 성능을 내줄 것이다.
그렇다면 DS3 크로스백도 타이어 성능에 힘입어 인상적인 제동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5.25m였다. 테스트를 반복해도 최장 36.5m 수준으로 선방했다. 평균 제동거리는 35.92m. 미쉐린의 파일롯 스포츠 4 타이어를 사용해 제동거리 34.68m를 기록했던 푸조 508이 떠오른다. 역시 타이어가 좋아야 기본 성능이 높아진다.
페달 답력이 무거운 편은 아니다. 짧은 제동거리를 갖는 차들은 보통 묵직한 답력을 보여주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힘이 든다는 얘기다. 하지만 DS3 크로스백은 생각보다 쉽게 최대 제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 물론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할 때 조금 헐렁하게 밟히는 느낌이라 타이트한 맛은 없다. 좋게 보면 누구나 쉽게 제동력을 다 쓸 수 있다는 얘기인데 반대로 정교한 조작이 쉽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같은 이유로 차가 정지하기 전에 부드럽게 정지하는 감을 익힐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아이신 제품을 쓰는데, 변속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 코너에 들어서기 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며 기어 단수를 빠르게 내리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이 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 감각과 여유로운 기어비로 연비를 높인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다.
연비는 좋다. 10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일 때 20km/L를 쉽게 오간다. PSA 그룹 차량들은 일상 주행에서 높은 연비를 뽑아낸다. 당연히 연비를 높이기 위해 운전 습관까지 곁들여지면 만족도는 배가 된다. 하지만 디젤, 특히 프랑스 브랜드의 디젤 모델은 운전 습관에 신경 쓰지 않아도 연비가 좋다. 열심히 노력해서 15km/L의 연비를 만들어 낸 것과 아무렇게나 막 운전했는데 연비가 15km/L 가량 나온다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DS3 크로스백은 후자다.
연료탱크 용량은 41리터에 불과하다. 경차보다 조금 더 큰 수준. 이 크기의 연료 탱크면 연비가 좋아도 주유소를 자주 드나들어야 한다. 하지만 DS3 크로스백은 우리 팀이 벌인 다양한 테스트를 하며 수백 km 이상을 주유없이 달렸다. 물론 차량 반납을 위한 추가 주유가 있었지만 테스트를 무 주유로 끝난 차는 흔하지 않다. 일부 주행 환경에서는 리터당 5km/L 미만, 고출력 가솔린 모델은 2km/L 내외 수준의 연비를 보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연료 게이지가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볼 정도가 된다는 얘기다.
DS3 크로스백은 트림에 따라 3945~4340만 원에 판매된다. 대표적인 경쟁 모델인 미니 컨트리맨이 가솔린 1.5 모델이 3950~4460만 원, 디젤 2.0은 4530~5450만 원 대니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 특히 컨트리맨에 없는 매트릭스 LED, 나파 가죽, 고급 사운드 시스템(컨트리맨의 사운드 시스템은 정말....), BMW와 미니 모두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 않지만(2020년부터 무료 & 기본 적용 예정) DS3 크로스백은 지원한다는 점 등 장점도 많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한계다. 이제 시작이니 어쩔 수 없다. 렉서스도 30년이 걸리지 않았던가?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DS 브랜드를 얼마나 잘 각인시키는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풍 시트 같은 국내 선호 옵션도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프랑스 본사에 이를 적극적으로 전해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만 잘 팔기 위함이 아닌, 세계 시장에 어필하기 위함이다. 특히나 부족함이 뚜렷한 조건일수록 부가적인 것으로 승부해야 한다.
또 하나 PSA 수입사인 한불모터스의 문제로 꼽히는 서비스 네트워크의 제한도 일부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지방 거주 소비자들에겐 이것이 부담이다.
몇몇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DS3 크로스백은 분명 잘 만들어진 차였다. DS7 크로스백도 그렇지만 프랑스만의 고집이 아니라 대중들이 어떤 것, 그리고 어떤 감각을 좋아하는지 잘 파악했다. 동급 경쟁 모델보다 구성도 좋다. 특히 작은 차를 잘 만드는 프랑스 브랜드의 강점이 DS3 크로스백에 녹아 있다는 점도 좋았다.
이제 시작이다. 시작도 나쁘지 않다. 물론 유럽 밖, 특히나 한국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DS 오토모빌을 책임지는 한국 스태프들이 현재 DS의 약점을 잘 분석해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찾는다면 생각보다 빨리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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