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Don’t Hold Back!,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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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을 정복한 지프 랭글러
기다리던 차를 드디어 만났다. 오프로드의 왕이라고 불리는 지프 랭글러(Jeep Wrangler)다. 강렬한 파랑을 입은 랭글러. 길이 아닌 곳을 정복해보고 싶었다. 고심 끝에 결정한 곳은 강원도 철원 금학산. 등산로 옆길을 지나 ‘안양골’이라는 계곡을 끼고 돌아 내려오는 곳이었다. 살짝 긴장도 됐다. 하지만 이 녀석을 믿어보기로 했다.
랭글러 역사부터 배우고 출발
산 정복에 앞서 랭글러의 역사부터 공부하는 게 우선일 듯 하다. 이 녀석의 시작은 1987년 ‘랭글러 YJ’다. 이 모델은 오픈 바디에 ‘그랜드 체로키’의 성능까지 녹인 게 특징이었다. 이후 1996년까지 약 63만대가 생산됐다.
이후 ‘랭글러 TJ’란 모델이 등장한다. 이 차는 ‘랭글러 YJ’와 겉은 비슷하지만 속은 완전히 변한 모델이다. 이 버전은 2006년까지 생산됐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랭글러 루비콘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심에서는 여유롭게…
오프로드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 이 녀석을 도심에서 몰아보면 어떨까.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전형적인 ‘투박한 SUV의 감성’이라고 하고 싶다. 도심형 SUV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짜릿한 가속력은 찾아 볼 수 없지만 묵직하게 앞으로 나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차에는 2.8리터 직렬 4기통 DOHC CRD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00마력(ps, @3,600rpm), 최대토크 46.9kg.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전자식 5단 ‘오토스틱(Auto Stick)’ 변속기가 맞물린다. 또 ‘Rock-Trac’이라는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졌다.
코너링 성능은 조금 아쉬웠다. 좌우로 연속되는 코너를 지날 때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반 박자 늦게 따라왔다. 오프로드용 타이어 탓이 크다. 느린 반응은 불만이었지만 이런 차로 와인딩 코스를 즐기는 아둔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터프한 상남자로 변신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에 앞서 이번 도전에 함께할 친구를 불렀다.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바위를 넘거나 요철을 넘을 때 밖에서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우와~ 차가 달라진 것 같아” 오프로드에 진입하자마자 친구가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특유의 디젤 엔진 소리를 내며 거침없이 산길을 올라갔다. 온로드보다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건 착각이었을까.
중간에 유실된 도로를 만나 잠시 차를 세웠다. “지나 갈 수 있을까?”라는 혼잣말에 친구가 대답했다. “너무 이 차를 얕잡아 보는거 아냐?” 이 녀석 매력에 흠뻑 빠져든 듯 했다. 마음을 다잡고 기어를 ‘4L’로 바꾸고 ‘스웨이바’ 버튼을 눌렀다. 이 버튼을 누르면 스웨이 바가 분리되면서 앞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을 최대 22%까지 확대시킨다. 이 기능은 시속 30km가 넘으면 자동으로 해제된다. 절로 웃음이 났다. 이런 길을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한 차례 고비를 넘기고 다시 정상을 향해 달렸다. 약 한 시간을 올라 정상을 마주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 이 녀석은 오프로드를 주행하는 데 세심한 배려가 가득했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자리잡은 ‘내리막 속도 유지장치(HDC)’ 버튼을 눌렀다. 이 기능은 가파른 내리막에서도 꾸준한 속도를 유지해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는 장치다. 조금 느리지만 안전하게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요철을 피하기 보단 밟고 넘어가야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길 수 있지만 사실이다. 어지간한 바위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다. 어설프게 피하다 다른 장애물에 걸려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스티어링 휠을 잡는 방법이다. 요철에 스티어링 휠이 마구(?) 돌아갈 수 있어 엄지손가락을 바깥으로 빼서 잡은 것이 좋다. 일반 도로에서 주행하는 것처럼 스티어링 휠을 쥔다면 심한 경우 손가락이 골절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오프로드 대미를 장식할 도강
이 녀석을 타고 산을 넘어보니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극한을 체험하기 위해 다른 곳을 찾았다. 바로 강이다. 많이 깊은 강은 아니지만 성인 허벅지까지 오는 깊이다. 마음을 다잡고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거 뭐야” 강을 무리 없이 건넜다. 바퀴가 헛돌거나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강을 건너고 나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머플러가 잠기는 물길을 건널 때도 중요한 점이 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머플러로 물이 들어가 시동이 꺼질 우려가 있어서다. 아무도 없는 물길에 갇히고 싶지 않다면 꼭 명심하는 것이 좋다. 낮은 기어로 꾸준히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자.
어느새 랭글러 팬이 되버렸다…
오프로드를 함께한 랭글러. 이 녀석은 빠져나올 수 없는 마성을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일반 도로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움직임을 보이지만, 오프로드를 만나는 순간에는 슈퍼카 부럽지 않았다. 뚝심을 가지고 정통성을 고수하는 진정한 오프로더 ‘랭글러’. 그런 우직함에 조용히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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