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M240i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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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파생 모델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BMW에서도 2시리즈는 특별하다. 한 차종을 가지고 4인승 세단인 그란쿠페, 크로스오버인 액티브투어러, 정통 스포츠카인 2인승 쿠페 등 무려 3가지 모델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더 특이한 점은 각 모델에 따라 구동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란쿠페와 액티브투어러는 앞바퀴굴림 방식, 쿠페는 뒷바퀴 굴림으로 제작된다.
작은 차에도 뒷바퀴굴림을 고집해온 BMW였지만,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플랫폼을 통합해 생산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과 공간 활용 능력 높이기 위해 그란쿠페와 액티브투어러에는 전륜구동 방식을 선택했다는게 BMW 측의 설명이다.
덕분에 작년 7월 신형 2시리즈 쿠페가 공개될 때는 남몰래 걱정을 하기도 했다. 정통 스포츠카인 쿠페마저 앞바퀴 굴림으로 바뀔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기우였다. BMW는 너무도 당연한듯(?) 마니아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후륜구동 방식의 신형 2시리즈 쿠페를 세상에 내보냈다.
가장 먼저 한국 땅을 밟은 신차는 'BMW M240i x드라이브'다. 387마력 6기통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후륜기반 사륜구동 시스템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서울 시내와 굽이진 산길을 달렸다.
다소 소심한 램프 탓일까. 신형 2시리즈 쿠페의 첫인상은 그리 잘 생기지 않았다. 특히 차체 양끝으로 멀리 떨어진 테일램프는 흡사 곤충이 떠오르기도 한다. 파격적으로 커진 요즘 키드니 그릴과 비교하면 2시리즈 쿠페의 콧구멍은 조금 답답한 느낌이다.
그래도 비율은 살아있다. 2시리즈 그란쿠페 및 액티브투어러에 적용된 전륜형 FAAR 아키텍처가 아니라, 3시리즈 및 4시리즈와 같이 후륜형 CLAR 플랫폼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륜모델 특유의 '프레스티지 디스턴스(앞바퀴부터 앞 도어 사이의 거리)'가 길게 뻗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차체 크기는 4550x1840x1405mm(전장x전폭x전고)는 작지만, 휠베이스가 2740mm에 달한다. 사람으로 치면 다리가 길어 키가 커 보이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정직하게 나뉜 3박스 형태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요즘 트랜드는 세단과 SUV를 가리지 않고 쿠페처럼 루프라인을 급격히 떨어트리는 것인데, 정작 신형 2시리즈는 정통 3박스 디자인을 취했다. 독창적이면서도 파격적이다.
실내는 익숙한 BMW 그대로다. 후륜구동 모델이어서 그런지, 형제들 보다는 형님들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다만 소재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 센터페시아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우레탄으로 마감됐다. 도어를 열고 닫는 느낌도 썩 고급스럽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차체는 작지만 차에 탄 느낌은 쾌적하다. 콘솔박스와 글로브박스 크기는 작지만, 다양한 물건을 보관하기 편하다. 중앙에 있는 2개의 컵홀더와 도어 트림의 수납함 등도 알찬 수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은 기대 이상이다. 앞서 말한 3박스 형태의 디자인이 적용돼선지, 동급 쿠페 중에서는 드물게 제대로 된 2열 공간을 갖췄다. 여유로운 시트 크기부터 컵홀더가 마련된 암레스트, 2열 센터 에어벤트 및 온도조절장치, 2개의 USB-C 타입 충전 포트까지 승객을 위한 필수 요소를 모두 담았다.
머릿공간도 여유롭다. 키 174cm 기자가 앉았을 때 천정에 머리가 아슬하게 닿지 않는다. 4도어 쿠페인 2시리즈 그란 쿠페보다도 높은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또, 넓직한 2열 창문이 적용돼 좌우 시야도 쾌적하다.
M240i의 심장은 여느 BMW의 '40'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B58 엔진이다. 3.0리터 직렬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1kgf·m의 힘을 낸다. 최고안전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4.3초 만에 주파한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여섯 개의 실린더가 만들어내는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그르렁'거리는 실키식스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콤팩트한 스포츠카를 타고 있지만, 청각적 만족도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 부럽지 않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사뿐히 나아가는 모습에 경쾌한 주행감을 기대할 수 있다. 조그마한 차체와 강력한 엔진이 만나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무엇보다 '속도감'이 또렷하다. 작은 차창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깥 풍경과 귀청을 울리는 우렁찬 배기음이 한데 어우러져 보다 짜릿한 주행감을 선사한다.
BMW의 각종 안전 장비들은 튀지 않고 묵묵히 제 몫을 해낸다. 운전자가 맘껏 차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남몰래 도와주는 일종의 우렁각시 역할을 한다. 자신감을 갖고 1단계 트랙션을 해제하면 후륜구동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살짝살짝 후미가 흐르면서 짜릿한 오버스티어를 경험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사륜구동 시스템인 x드라이브가 개입해 보다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측면에서 보면 운전석 시트가 차량 한 가운데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민첩하게 회전하는 앞머리뿐 아니라 순식간에 따라오는 뒤꽁무니까지 차량의 움직임을 보다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칼 같은 코너링 실력은 운전의 재미를 한층 높여준다.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바꿀 때도, 굽이진 와인딩을 달릴 때도 그 어떤 차보다 자신있게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잘 달리는 만큼 멈추는 능력 또한 훌륭하다. M 스포츠 브레이크가 적용된 M240i는 급제동 시 빠르고 정확하게 선다. 물론, 일상 주행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부드러운 제동도 가능하다. 원하는 만큼 멈추는 브레이크 답력은 칭찬 요소다.
그래도 브레이크를 너무 맹신하면 안된다. 작은 몸집과 달리 공차중량이 1725kg에 달한다. 이는 같은 엔진을 탑재한 형님 모델 BMW M340i(1745kg)에 맞먹는 무게다. 무거운 몸집은 고속 안전성에서 유리할 지 몰라도 생각보다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향후 출시될 끝판왕 '신형 M2'에는 어떤 성능의 브레이크 시스템이 탑재될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M 모델답게 론치 컨트롤 기능도 있다. 공식적인 0-100km/h 기록은 4.3초, 수 차례 실측해본 결과 항상 4초대 초반을 기록했다. 베스트 타임은 4.01초였다. 고성능 브리지스톤 투란자 타이어와 뜨겁게 달아오른 노면 온도가 만들어낸 최적의 결과다.
M240i에는 또 다른 숨겨진 기능이 있다. 바로 스프린트 모드다. 왼쪽 시프트패들을 약 1초간 당기고 있으면 해당 모드로 진입한다. 경쟁사의 부스트 기능과 비슷한데, 드라이브 모드 변경 없이도 최적의 가속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급하게 추월을 시도할 때나 급가속이 필요한 경우 매우 유용하다.
고성능 모델이지만, 데일리카로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먼저 연료소비효율이 좋다. 400마력 가까운 엔진을 품고도 고속도로 정속 주행 연비는 리터당 13km를 상회한다. 이런 스포츠카가 만들어내는 두자릿수 연비는 운전자를 미소짓게하기 충분하다.
옵션도 풍부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하만 카돈 오디오 등 쾌적한 주행을 돕는 다양한 옵션이 추가됐다. 여기에 상위 모델에서도 반도체난 등으로 만나기 어려운 '360도 서라운드 뷰'까지 탑재됐다. 다만, 통풍시트의 부재와 차선유지 기능이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BMW M240i는 복잡한 생각 없이, 그저 재밌게 운전하기 위해 태어난 자동차다. 브랜드 슬로건인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에 딱 들어맞는 모델이다. 세컨카나 펀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선택지가 추가된 샘이다. 특히, M2를 제대로 다루기 어려운 일반 운전자에게는 M240i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차'가 될 수도 있겠다.
이 387마력의 스포츠카를 소유하기 위해선 692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가격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수량이 한정됐다는 것인데, 매달 온라인 에디션으로 소량 판매되고 있어 부지런히 클릭을 해야 한다. 뭐, M240i도 부담스럽다면 연내 출시될 예정인 순한맛 '220i'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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