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530d의 식스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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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st 센스. 디젤 엔진의 양면성
가장 먼저 나온 얘기는 조용함이었다. 시승차를 받아 회사로 돌아올 때, 530d는 어떤가 궁금해하며 회사 인근을 한바퀴 돌았을 때, 퇴근하고 집으로 갈 때. 모두들 도심에서 530d를 몰았을 때의 첫인상은 비슷했다.
직렬 4기통 디젤 엔진과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은 차이가 컸다. 본질적으로도 소음과 진동에 있어서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이 유리한 면이 있고, 차의 가격이 비싼만큼 흡읍재와 차음재도 더 알차게 추가된 것 같았다. 신형 5시리즈는 엔진 마운트는 물론이고, 엔진을 감싸고 있는 소재까지 새롭게 제작됐다. 디젤 엔진에 선입견을 갖고 있거나, 굳이 엔진의 종류를 구분짓지 않는 동승자라면, 언급하지 않는 이상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의 존재를 모를 것 같았다.
하지만 조용한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3.0리터 직렬 6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은 엔진회전수를 비교적 높게 사용할 수 있다. 레드존은 5500rpm부터 시작된다. 힘껏 가속페달을 밟으며 달릴 땐 5000rpm 인근까지 순식간에 계기바늘이 치솟았다. 회전은 가솔린 엔진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매끄러웠다.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증폭되는 사운드는 격정적이었다. 신기하게 디젤 엔진 특유의 거친 음색만 거세됐고, 530d의 박력만 느껴졌다.
# 2nd 센스. BMW와 승차감
몇몇은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5시리즈의 승차감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둘은 서로의 장점을 조금씩 흡수하고 있는데, 5시리즈가 조금 더 E클래스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젠 BMW라고 무조건 ‘단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막연한 독일차에 대한 인식이나 오래전 BMW를 경험한 소비자라면 고개를 갸웃할만큼 신형 5시리즈는 부드러워졌다. 5시리즈의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졌는데, 이미 지난 세대에서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530d도 컴포트나 에코 모드에서는 마치 오래전 국산 대형차처럼 물렁했다. 하지만 물렁임이 파도치듯 계속되진 않았다. 바운스가 부드럽고 커졌을 뿐이었다.
논란이 됐던 M 스포츠 서스펜션은 없었지만, 530d에는 주행모드에 따라 서스펜션의 성격을 최적화시켜주는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이 적용됐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530d는 롤링이 확연히 줄어든 스포츠 세단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단번에 고속도로의 요철을 넘었고, 코너에서는 네바퀴가 차체를 꽉 부여잡고 내달렸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주는 안정감 덕분에 시승 기간의 대부분을 스포츠 모드로 달렸고, 움직임이나 성격이 가장 BMW다웠다.
8단 변속기는 현존하는 토크컨버터 변속기 중에서 가장 성능이 좋다. 직결감이 우수한 것은 물론이었고, 변속 속도도 번개같았다. 듀얼클러치가 보편화된 시대지만, 주행성능을 중요시하는 BMW가 이 변속기를 고집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8단 자동변속기 역시 주행모드에 따라 성격을 크게 달리했고, 엔진의 출력을 쥐어짰다.
# 3rd 센스. 크고 가볍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부드럽게 속도를 올릴 땐 이질감도 들었다. 실제 속도와 속도감의 차이가 컸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에서 멀리 떨어진 실내는 한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또 이질감이 들었던 부분은 와인딩 로드에서의 움직임이었다. 주차장 한칸을 꽉 채우는 530d가 산길에서는 3시리즈처럼 작게 느껴졌다.
정확하게 조종되는 것은 E클래스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노면의 정보가 전달된다는 부분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다. 또 움직임의 특성도 많이 달랐다. 530d는 더 안쪽을 깊게 파고들었다.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은 민첩함과 안정성을 높였고, 보쉬의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은 농익은 핸들링을 선보였다. 가벼우면서, 강성이 향상된 차체는 굽이진 산길에서도 경쾌함을 느끼게 했다.
신형 5시리즈는 구형보다 훨씬 커졌고, E클래스에 비해서도 길이, 너비, 높이, 휠베이스 등 모든 면에서 크다. 그러면서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E350d에 비해 무게도 가볍다. 알루미늄을 대거 사용해 골격을 만들었고, 강성이 요구되는 곳에는 마그네슘도 사용했다. 또 휠과 타이어에서 최대 9kg이 줄어들었는데, 이로 인해 순발력이 대폭 향상되기도 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더해졌다. 7시리즈에 적용됐던 액티브 에어 플랩 컨트롤이 적용됐고, 에어 커튼과 에어 브리더도 그 범위가 확대됐다. 또 슈퍼카 수준으로 처리된 꼼꼼한 언더커버로 공기저항계수를 혁신적으로 낮췄다.
# 4th 센스. 가릴 수 없는 것들
530d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형 5시리즈 중에서 가장 비싼 모델이다. 기본 트림인 520d와 비교하면 2천만원 가량 차이난다. 그만큼 520d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이 담겨있었다. 마치 7시리즈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실내 곳곳에 사용된 소재의 질이나 마감은 530d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E클래스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더 나아진 소재로 주목을 받았다면, 신형 5시리즈는 기존 레이아웃을 더 다듬고, 소재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이전 세대 모델과 부품을 공유하는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530d에 적용된 화사한 나파 가죽 시트는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모두 만족시켜줬고, 광범위한 조작 범위, 통풍 등 기능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뒷좌석의 소재나 마감에도 많은 공을 들였고, 공간적인 부분도 소폭 개선됐다. 거친 노면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뒷좌석 시트의 쿠션은 탄력적이었고, 꼼꼼한 차양막은 더 안락하고 프라이빗한 환경을 만들었다. 트렁크 안쪽의 레버를 당기면 손쉽게 시트를 접을 수 있으며,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을 가지런히 놓을 정도로 깊었다.
# 5th 센스. 탐나는 아이템
BMW는 2001년 출시한 4세대 7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인 ‘iDrive’를 선보였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점차 발전하고, 운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다양해지면서 iDrive도 빠르게 발전했다. 신형 5시리즈는 터치 패드가 적용된 최신 iDrive가 적용됐고,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도 이제 터치가 가능해졌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기존에 비해 70%나 커졌다. 윈드스크린을 가득채울 기세다. 해상도나, 컬러, 정보 표시 등이 더 섬세해졌고, 조절할 수 있는 범위도 늘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워낙 발전하다보니, 계기반에 지도를 띄우거나, 다양한 정보를 넣는 것이 꼭 부럽진 않았다.
오히려 많은 수입차 오너들은 5시리즈의 디스플레이키를 부러워할 것 같았다. 자동주차기능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열쇠에 액정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끌기 충분하고, 무덥거나 추운 날씨는 미리 실내 온도조절까지 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키는 무선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저 수납공간에 올려놓기만 하면 충전도 된다.
360도 전방위 시야를 보여주는 서라운드뷰는 더 진화했다. 넓은 센터 디스플레이의 화면이 분할되면서 왼쪽은 360도 화면이 나오고, 오른쪽은 특정 부분이 부각됐다. 오른쪽 화면에서는 장애물이 감지되는 곳만 줌인해주기도 했고 전진 및 후진, 스티어링 각도에 따라 여러 부분을 보여줬다. 화면 전환은 매끄럽고,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주차를 하거나 좁은 곳을 통과할때, 사이드 혹은 룸미러를 굳이 보지 않아도 불편한 점이 없었다.
# 6th 센스. 스스로 움직인다
스스로 가다서다를 자연스럽게 해내고, 지정한 속도,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하며 주행하며, 차선에 맞춰 스스로 스티어링을 조절하는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이제 그리 신기하지도 않았다. BMW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볼보, 현대차 등이 선보이는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기술 수준이 비슷한 시점에서 BMW는 사용 편의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스티어링휠의 버튼만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고, 반자율주행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단계도 매우 간소화됐다. 버튼을 하나만 누르면 동작이 시작됐다. 또 여러 기능을 개별적으로 온/오프 시킬 수도 있다. 통합 패키지가 아닌 별도의 기술로 분리해 운전자의 취향까지 고려했다.
BMW코리아는 신형 5시리즈를 도입하면서 여러 가지를 기본 장착했다. 다른건 몰라도 반자율주행 시스템을 전모델에 기본 적용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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