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2세대 X4 xDrive M4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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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브랜드는 제조사의 이미지를 이끈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아우디 RS, 렉서스 F, 재규어 랜드로버 SVR 등이 대표적이다. 대중 브랜드인 현대차가 아직 설익은 ‘N’을 빨리 뽑아 든 이유도 이미지를 높이기 위함이다. 가장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으니 BMW의 M이다.
BMW M. 당연히 좋다. 외관은 일반 승용차 같지만 뭔가 다르다. 여기에 매우 강력한 성능도 기본으로 갖춘다. 물론 그만큼 비싸다. 또 이들로 출퇴근만 하기엔 뭔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일반 모델과 고성능 모델 사이에 위치하며 적정 성능을 가진 모델 라인업이 구축됐다. 적당한 스포티함, 적당한 가격에 M이나 AMG의 성능을 적당 수준으로 느낄 수 있는 대안의 솔루션.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AMG 35 혹은 43, 53 등 모델이 꼽힌다. 아우디는 S로 시작하는 모델명을 부여한다. BMW에는 M 퍼포먼스 라인업이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M3, M5처럼 단순한 이름이 아닌 M340i, M550i처럼 ‘M+모델 등급+엔진 형식’ 순으로 이름이 부여된다. 이번에 테스트한 X4 xDrive M40d 도 M 퍼포먼스 라인업에 속한 잘 달리는 SUV였다.
현재의 X4는 2세대 모델이다. SUV인 X3의 쿠페 모델이다. 실내외 많은 부분이 X3와 동일하다. 전면부의 헤드램프와 그릴 디자인, 범퍼도 비슷하다.
차이는 측면부에서 두드러진다. 쿠페 특유의 루프라인을 통한 스포티한 모습이다. 휠도 21치에 이른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인 GM은 휠의 크기가 최대 26인치, 아우디는 최대 23인치까지가 한계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엔 거대하게 느껴지던 20인치가 평범해 보이는 시대다. 휠이 어디까지 커질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다.
후면부는 기존 X4 대비 크게 달라졌다. 옆으로 길어진 L자형, 아니 거의 수평적인 디자인을 갖춘 리어 램프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한다. 고성능 모델인 만큼 범퍼 디자인도 스포티하며 대구경 머플러로 특별한 느낌도 키웠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X3와 거의 같다. 그래도 M 계열 자동차임을 알리려 계기판, 스티어링 휠, 센터페시아 하단 수납함 등에서 M 로고를 넣었다.
기능도 X3와 같다.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테마 변경이 가능하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터치와 제스처 컨트롤을 지원한다. 후방카메라 화질도 좋고 전방위 카메라는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보여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면적을 70%가량 넓어졌다. 상당히 큰 사이즈임에 분명한데,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GLE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봤던 터라 신선한 느낌이 크지는 않다.
시트에는 통풍과 열선, 쿠션 익스텐션 기능이 있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 위치 설정은 수동으로 한다. 앞 좌석에는 2중 차음 유리를 넣어 정숙성을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엔진 후드에 인슐레이션 패드가 빠졌다.
쿠페형 SUV답게 뒷좌석 머리 공간이 다소 작아졌다.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데, 뒤로 눕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세우는 방식이다. 등받이를 뒤로 눕히는 것은 뒷좌석 탑승객이 편하게 쉬는 용도, 앞으로 세우는 것은 트렁크에 보다 많은 짐을 싣기 위한 것이다.
센터 터널은 높은 편이다. 후방 시야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뒷좌석이 더 좁아 보인다. 그래도 3-존 공조장치는 갖췄다. 뒷좌석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트렁크 공간은 사각형에 가깝다. X3에 비해 실용적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형식적이지는 않다. 트렁크에서 레버를 당겨 시트를 폴딩 할 수도 있다. 다만 쿠페형 SUV 특성상 높은 화물 수납에 제한이 따른다.
한때 액티브 세이프티에 인색했던 BMW. 하지만 현재 모델들은 메르세데스-벤츠보다 좋은 구성을 가진다. X4 M40d에도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보조, 차로 유지 기능, 오토 하이빔,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이 갖춰졌다.
이외에 주행 중 측면 차량이 감지될 때 운전자에게 경고와 스티어링 개입을 해주는 측면 충돌 방지 기능, 전진과 후진을 스스로 해주는 자동 주차 기능도 있다. 7시리즈는 운전자가 아무 조작 없이 자동 주차를 해줬지만 X4는 주차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자동 주차가 진행된다. 동일한 기능이라도 개발 시기에 따른 차이다.
이제 주행에 나서 보자. 오랜만에 고성능 모델을 만났다. SUV이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요즘은 SUV 세상이자, SUV가 대세다.
시동을 걸면 6기통 디젤 엔진이 깨어난다. 그냥 디젤이 아니다. 326마력과 69.4kgf•m를 발휘하는 고성능 디젤 엔진이다.
가솔린이건 디젤 엔진이건 6기통부터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저렴한 겔겔겔 소리 대신 중저음의 묵직한 소리를 내준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보니 42.5 dBA 수준이었다. 쉐보레 크루즈 1.6 디젤, 폭스바겐 티구안과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그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듣기 좋은 소리다.
시속 80km로 주행했을 때 60.0 dBA 내외의 소음 수준을 기록했다. 일반적인 정숙성은 보여주고 있는 것. 특히 후륜 타이어가 275mm에 이르고 접지 성능도 좋은 제품을 썼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만족스러운 정숙성이다.
일상 주행 때는 그저 일반적인 디젤 SUV 같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답게 주행 감각도 고급스럽다. M 스포츠 서스펜션이 장착됐지만 승차감도 꽤 괜찮다. X4 M이었다면 잔뜩 긴장된 주행감각을 보였겠지만 X4 M40d는 그저 편하다. 이것이 일반 모델과 고성능 모델 사이에 위치하는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일상생활에서 운용 가능한 고성능이라는 것이다.
가속 페달 조작 감각은 일반 디젤 SUV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브레이크 페달은 다소 강하게 밟아줘야 원하는 제동력이 나오는 타입이다. 살짝 밟으면 다소 밀린다고 느낄 수도 있다. 밟으면 밟는 만큼 큰 성능이 발휘되지만 일상 생활에서 편하도록 초반 응답성을 높여주는 것도 좋겠다.
디젤 엔진이지만 제한적인 엔진 회전 범위를 갖지 않는다. 다른 디젤과 달리 X4 M40d의 디젤 엔진은 5000rpm 이상 회전한다. 5200rpm부터 레드존인데, 이 부근까지 시원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참고로 고성능의 쿼드 터보 M50d 사양은 5400rpm까지 돌아간다.
물론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부족한 회전수다. 하지만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다 마는 듯 찝찝한 느낌이 없어서 좋다. 4천 rpm 대에서 변속을 해버리면 토크감만 남고 마력감을 느끼기 어려운데, 나름대로 높은 엔진 회전수를 사용하니 마력이 보여주는 매력도 잘 살아난다. 마력과 토크 모두 넉넉하니 400마력 대급 가솔린 SUV 정도의 가속감이 느껴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5.1초였다. 제원상으로 4.9초였으니 약 0.2초의 차이인데, 휠 크기만 작아져도 충분히 달성 가능해 보이는 성능이다. 참고로 동급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AMG GLC 43 쿠페가 5.4초였다. 물론 가솔린과 디젤 차이가 있긴 하다.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만큼 200km/h 영역대까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시속 100km 영역에서 재가속을 해도 스트레스가 없다. 독일차답게 이 정도의 속도 영역에서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제동 성능도 확인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한 최단거리는 37.2m다. 수 차례 테스트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지속성이 좋았다. 평균 제동거리는 37.99m. 잘 멈추는 것은 맞지만 M 배지를 달고 있었기에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발휘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와인딩 로드에서 X4 M40d의 실력을 끌어내 본다. 아쉬웠던 부분은 당시 노면에 염화칼슘이 많이 뿌려져 있어 조금 미끄러운 상태였다.
변속기부터 마음에 든다. 반응이 빠르다. 자동 변속 모드로 놔둬도 알아서 척척 변속을 올리고 내린다. 수동 모드를 사용하면 운전자가 답답해하지 않도록 재빠르게 변속한다. 기어비도 한쪽이 늘어지지 않고 적당하다. 엔진도 좋지만 변속기의 성능이 받혀주지 못한다면 좋은 성능을 내지 못한다. 역시 잘 만들었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코너에 들어선다. 날카롭게 파고드는 특성이 좋다. 동시에 정확하다. 코너를 돌아가는 순간에도 고급스러운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점도 좋다.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진중하지도 않다.
스티어 특성은 뉴트럴에 가깝다. 약하게 언더스티어가 나려는 순간, 코너 탈출을 위해 가속 페달을 서서히 밟으면 후륜이 기분 좋게 따라옴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밀어준다. 이때 오버스티어 느낌이 들 수 있는데,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다. 운전자를 배신하지 않는 차체의 움직임. 그것도 차를 잘 만드는 브랜드들이 갖는 공통된 특징이다. 그리고 X4 M40d는 뉴트럴한 스티어 특성이 좋은 예가 된다.
일상 주행 때 좋은 승차감을 만들던 서스펜션.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탄탄하게 차체를 지지해낸다. 그저 딱딱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부드러움도 갖는다. 유연성을 갖췄다는 의미다. 너무 경직된 성격을 갖게 되면 빠르게 달릴 수는 있어도 운전 재미나 고급스러움까지 만족하긴 어렵다. 하지만 X4 M40d의 서스펜션은 잘 달리면서 고급감까지 살려내고 있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알렌자(ALENZA) 001. 전륜에 245mm를, 후륜에 275mm 너비를 쓴다. 알렌자 001은 SUV 혹은 크로스오버에 장착되는 여름용 프리미엄 타이어다. 승차감도 좋으면서 뛰어난 접지 성능을 발휘하는 성격으로 개발됐다.
브리지스톤 듀얼러 H/P 스포트의 후속작이다. 알렌자 001은 마른 노면 성능은 살짝 양보했지만 젖은 노면 성능을 향상시켰고, 저 저항 성능 개선 및 듀얼러 H/P 스포트 대비 11% 향상된 내마모 성능을 갖는다. 대표적인 경쟁 타이어로는 미쉐린의 래티튜드 스포트 3가 꼽힌다.
공식 발표상으로 마른 노면 성능이 살짝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듀얼러 H/P 스포트와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일반 SUV 타이어 중에서는 매우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다만 노면 상태가 좋지 못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여름이었다면 만족스러운 접지 성능을 보여줬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젤 엔진을 사용한 만큼 연비도 좋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 때 17km/L의 효율을 보였다. 조금 열악한 환경을 맞아도 15km/L 이상을 유지했다.
우리 팀이 직접 측정한 X4 M40d의 무게는 2009kg으로 2톤이 넘었다. 하지만 넉넉한 토크 덕분에 고저차가 발생해도 연비 변화가 크지 않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디젤 엔진의 매력 포인트다. 종합적으로 약 11km/L 정도의 연비는 보여줬으니 고성능 모델로는 만족스러운 효율이었다.
요즘 BMW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많이 듣는다. 한때 BMW 마니아를 자청하던 편집장(김기태 PD)도 오래전 BMW에서 돌아섰다. 그리고 그들이 갖던 아이덴티티가 무너지고 너무 장사에만 올인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시장이 요구하는 바를 들어줘야 하는 것이 기업이 할 일이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고집만 세우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없다. 이렇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의 BMW를 경험했던 소비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도 X4 M40d는 BMW다운 BMW의 면모를 보였다. 브랜드 철학에 맞게 매우 잘 달렸다.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고급감도 잃지 않았다. 모델명에 ‘M’이 붙은 만큼 실망감도 주지 않았다. 여기에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도 잘 갖췄고 스타일도 좋았으며, 연비까지 놓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크다. 이제 BMW다운 모델을 원한다면 최소 M 퍼포먼스 모델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급의 모델을 구입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M 패키지는 추가해야 BMW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무슨 말일까? 돈을 더 내라는 말이다. 하위 등급을 선택하면 여러 프리미엄 브랜드 정도의 무난한 고급차 또는 고급차 룩에 머문다. 추가적인 금액을 지불해서 M 패키지 혹은 M 퍼포먼스 모델로 올라가면 그때야 ‘BMW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넨다는 것이다.
X4 M40d도 저렴한 가격을 갖고 있지 않다. 9150만 원이다. X4 M이 1억 820만 원이니 약 1600만 원의 차액을 가진다. 이 가격이면 화끈한 X4 M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야 할까? 차액을 떠나 M이 과하다면, 여기에 장기적인 측면의 유지비까지 감안해야 하는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우리는 디젤 엔진의 X4 M40d를 추천한다. 물론 기름값 보다 궁극적 성능과 감성이 중요한 소비자에겐 X4 M이 답이다. 그런 소비자들을 모두 잡으려 두 대의 모델이 존재하는 것이다.
BMW M. 당연히 좋다. 외관은 일반 승용차 같지만 뭔가 다르다. 여기에 매우 강력한 성능도 기본으로 갖춘다. 물론 그만큼 비싸다. 또 이들로 출퇴근만 하기엔 뭔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일반 모델과 고성능 모델 사이에 위치하며 적정 성능을 가진 모델 라인업이 구축됐다. 적당한 스포티함, 적당한 가격에 M이나 AMG의 성능을 적당 수준으로 느낄 수 있는 대안의 솔루션.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AMG 35 혹은 43, 53 등 모델이 꼽힌다. 아우디는 S로 시작하는 모델명을 부여한다. BMW에는 M 퍼포먼스 라인업이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M3, M5처럼 단순한 이름이 아닌 M340i, M550i처럼 ‘M+모델 등급+엔진 형식’ 순으로 이름이 부여된다. 이번에 테스트한 X4 xDrive M40d 도 M 퍼포먼스 라인업에 속한 잘 달리는 SUV였다.
현재의 X4는 2세대 모델이다. SUV인 X3의 쿠페 모델이다. 실내외 많은 부분이 X3와 동일하다. 전면부의 헤드램프와 그릴 디자인, 범퍼도 비슷하다.
차이는 측면부에서 두드러진다. 쿠페 특유의 루프라인을 통한 스포티한 모습이다. 휠도 21치에 이른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인 GM은 휠의 크기가 최대 26인치, 아우디는 최대 23인치까지가 한계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엔 거대하게 느껴지던 20인치가 평범해 보이는 시대다. 휠이 어디까지 커질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다.
후면부는 기존 X4 대비 크게 달라졌다. 옆으로 길어진 L자형, 아니 거의 수평적인 디자인을 갖춘 리어 램프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한다. 고성능 모델인 만큼 범퍼 디자인도 스포티하며 대구경 머플러로 특별한 느낌도 키웠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X3와 거의 같다. 그래도 M 계열 자동차임을 알리려 계기판, 스티어링 휠, 센터페시아 하단 수납함 등에서 M 로고를 넣었다.
기능도 X3와 같다.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테마 변경이 가능하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터치와 제스처 컨트롤을 지원한다. 후방카메라 화질도 좋고 전방위 카메라는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보여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면적을 70%가량 넓어졌다. 상당히 큰 사이즈임에 분명한데,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GLE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봤던 터라 신선한 느낌이 크지는 않다.
시트에는 통풍과 열선, 쿠션 익스텐션 기능이 있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 위치 설정은 수동으로 한다. 앞 좌석에는 2중 차음 유리를 넣어 정숙성을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엔진 후드에 인슐레이션 패드가 빠졌다.
쿠페형 SUV답게 뒷좌석 머리 공간이 다소 작아졌다.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데, 뒤로 눕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세우는 방식이다. 등받이를 뒤로 눕히는 것은 뒷좌석 탑승객이 편하게 쉬는 용도, 앞으로 세우는 것은 트렁크에 보다 많은 짐을 싣기 위한 것이다.
센터 터널은 높은 편이다. 후방 시야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뒷좌석이 더 좁아 보인다. 그래도 3-존 공조장치는 갖췄다. 뒷좌석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트렁크 공간은 사각형에 가깝다. X3에 비해 실용적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형식적이지는 않다. 트렁크에서 레버를 당겨 시트를 폴딩 할 수도 있다. 다만 쿠페형 SUV 특성상 높은 화물 수납에 제한이 따른다.
한때 액티브 세이프티에 인색했던 BMW. 하지만 현재 모델들은 메르세데스-벤츠보다 좋은 구성을 가진다. X4 M40d에도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보조, 차로 유지 기능, 오토 하이빔,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이 갖춰졌다.
이외에 주행 중 측면 차량이 감지될 때 운전자에게 경고와 스티어링 개입을 해주는 측면 충돌 방지 기능, 전진과 후진을 스스로 해주는 자동 주차 기능도 있다. 7시리즈는 운전자가 아무 조작 없이 자동 주차를 해줬지만 X4는 주차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자동 주차가 진행된다. 동일한 기능이라도 개발 시기에 따른 차이다.
이제 주행에 나서 보자. 오랜만에 고성능 모델을 만났다. SUV이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요즘은 SUV 세상이자, SUV가 대세다.
시동을 걸면 6기통 디젤 엔진이 깨어난다. 그냥 디젤이 아니다. 326마력과 69.4kgf•m를 발휘하는 고성능 디젤 엔진이다.
가솔린이건 디젤 엔진이건 6기통부터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저렴한 겔겔겔 소리 대신 중저음의 묵직한 소리를 내준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보니 42.5 dBA 수준이었다. 쉐보레 크루즈 1.6 디젤, 폭스바겐 티구안과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그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듣기 좋은 소리다.
시속 80km로 주행했을 때 60.0 dBA 내외의 소음 수준을 기록했다. 일반적인 정숙성은 보여주고 있는 것. 특히 후륜 타이어가 275mm에 이르고 접지 성능도 좋은 제품을 썼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만족스러운 정숙성이다.
일상 주행 때는 그저 일반적인 디젤 SUV 같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답게 주행 감각도 고급스럽다. M 스포츠 서스펜션이 장착됐지만 승차감도 꽤 괜찮다. X4 M이었다면 잔뜩 긴장된 주행감각을 보였겠지만 X4 M40d는 그저 편하다. 이것이 일반 모델과 고성능 모델 사이에 위치하는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일상생활에서 운용 가능한 고성능이라는 것이다.
가속 페달 조작 감각은 일반 디젤 SUV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브레이크 페달은 다소 강하게 밟아줘야 원하는 제동력이 나오는 타입이다. 살짝 밟으면 다소 밀린다고 느낄 수도 있다. 밟으면 밟는 만큼 큰 성능이 발휘되지만 일상 생활에서 편하도록 초반 응답성을 높여주는 것도 좋겠다.
디젤 엔진이지만 제한적인 엔진 회전 범위를 갖지 않는다. 다른 디젤과 달리 X4 M40d의 디젤 엔진은 5000rpm 이상 회전한다. 5200rpm부터 레드존인데, 이 부근까지 시원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참고로 고성능의 쿼드 터보 M50d 사양은 5400rpm까지 돌아간다.
물론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부족한 회전수다. 하지만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다 마는 듯 찝찝한 느낌이 없어서 좋다. 4천 rpm 대에서 변속을 해버리면 토크감만 남고 마력감을 느끼기 어려운데, 나름대로 높은 엔진 회전수를 사용하니 마력이 보여주는 매력도 잘 살아난다. 마력과 토크 모두 넉넉하니 400마력 대급 가솔린 SUV 정도의 가속감이 느껴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5.1초였다. 제원상으로 4.9초였으니 약 0.2초의 차이인데, 휠 크기만 작아져도 충분히 달성 가능해 보이는 성능이다. 참고로 동급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AMG GLC 43 쿠페가 5.4초였다. 물론 가솔린과 디젤 차이가 있긴 하다.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만큼 200km/h 영역대까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시속 100km 영역에서 재가속을 해도 스트레스가 없다. 독일차답게 이 정도의 속도 영역에서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제동 성능도 확인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한 최단거리는 37.2m다. 수 차례 테스트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지속성이 좋았다. 평균 제동거리는 37.99m. 잘 멈추는 것은 맞지만 M 배지를 달고 있었기에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발휘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와인딩 로드에서 X4 M40d의 실력을 끌어내 본다. 아쉬웠던 부분은 당시 노면에 염화칼슘이 많이 뿌려져 있어 조금 미끄러운 상태였다.
변속기부터 마음에 든다. 반응이 빠르다. 자동 변속 모드로 놔둬도 알아서 척척 변속을 올리고 내린다. 수동 모드를 사용하면 운전자가 답답해하지 않도록 재빠르게 변속한다. 기어비도 한쪽이 늘어지지 않고 적당하다. 엔진도 좋지만 변속기의 성능이 받혀주지 못한다면 좋은 성능을 내지 못한다. 역시 잘 만들었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코너에 들어선다. 날카롭게 파고드는 특성이 좋다. 동시에 정확하다. 코너를 돌아가는 순간에도 고급스러운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점도 좋다.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진중하지도 않다.
스티어 특성은 뉴트럴에 가깝다. 약하게 언더스티어가 나려는 순간, 코너 탈출을 위해 가속 페달을 서서히 밟으면 후륜이 기분 좋게 따라옴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밀어준다. 이때 오버스티어 느낌이 들 수 있는데,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다. 운전자를 배신하지 않는 차체의 움직임. 그것도 차를 잘 만드는 브랜드들이 갖는 공통된 특징이다. 그리고 X4 M40d는 뉴트럴한 스티어 특성이 좋은 예가 된다.
일상 주행 때 좋은 승차감을 만들던 서스펜션.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탄탄하게 차체를 지지해낸다. 그저 딱딱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부드러움도 갖는다. 유연성을 갖췄다는 의미다. 너무 경직된 성격을 갖게 되면 빠르게 달릴 수는 있어도 운전 재미나 고급스러움까지 만족하긴 어렵다. 하지만 X4 M40d의 서스펜션은 잘 달리면서 고급감까지 살려내고 있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알렌자(ALENZA) 001. 전륜에 245mm를, 후륜에 275mm 너비를 쓴다. 알렌자 001은 SUV 혹은 크로스오버에 장착되는 여름용 프리미엄 타이어다. 승차감도 좋으면서 뛰어난 접지 성능을 발휘하는 성격으로 개발됐다.
브리지스톤 듀얼러 H/P 스포트의 후속작이다. 알렌자 001은 마른 노면 성능은 살짝 양보했지만 젖은 노면 성능을 향상시켰고, 저 저항 성능 개선 및 듀얼러 H/P 스포트 대비 11% 향상된 내마모 성능을 갖는다. 대표적인 경쟁 타이어로는 미쉐린의 래티튜드 스포트 3가 꼽힌다.
공식 발표상으로 마른 노면 성능이 살짝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듀얼러 H/P 스포트와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일반 SUV 타이어 중에서는 매우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다만 노면 상태가 좋지 못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여름이었다면 만족스러운 접지 성능을 보여줬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젤 엔진을 사용한 만큼 연비도 좋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 때 17km/L의 효율을 보였다. 조금 열악한 환경을 맞아도 15km/L 이상을 유지했다.
우리 팀이 직접 측정한 X4 M40d의 무게는 2009kg으로 2톤이 넘었다. 하지만 넉넉한 토크 덕분에 고저차가 발생해도 연비 변화가 크지 않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디젤 엔진의 매력 포인트다. 종합적으로 약 11km/L 정도의 연비는 보여줬으니 고성능 모델로는 만족스러운 효율이었다.
요즘 BMW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많이 듣는다. 한때 BMW 마니아를 자청하던 편집장(김기태 PD)도 오래전 BMW에서 돌아섰다. 그리고 그들이 갖던 아이덴티티가 무너지고 너무 장사에만 올인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시장이 요구하는 바를 들어줘야 하는 것이 기업이 할 일이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고집만 세우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없다. 이렇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의 BMW를 경험했던 소비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도 X4 M40d는 BMW다운 BMW의 면모를 보였다. 브랜드 철학에 맞게 매우 잘 달렸다.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고급감도 잃지 않았다. 모델명에 ‘M’이 붙은 만큼 실망감도 주지 않았다. 여기에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도 잘 갖췄고 스타일도 좋았으며, 연비까지 놓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크다. 이제 BMW다운 모델을 원한다면 최소 M 퍼포먼스 모델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급의 모델을 구입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M 패키지는 추가해야 BMW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무슨 말일까? 돈을 더 내라는 말이다. 하위 등급을 선택하면 여러 프리미엄 브랜드 정도의 무난한 고급차 또는 고급차 룩에 머문다. 추가적인 금액을 지불해서 M 패키지 혹은 M 퍼포먼스 모델로 올라가면 그때야 ‘BMW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넨다는 것이다.
X4 M40d도 저렴한 가격을 갖고 있지 않다. 9150만 원이다. X4 M이 1억 820만 원이니 약 1600만 원의 차액을 가진다. 이 가격이면 화끈한 X4 M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야 할까? 차액을 떠나 M이 과하다면, 여기에 장기적인 측면의 유지비까지 감안해야 하는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우리는 디젤 엔진의 X4 M40d를 추천한다. 물론 기름값 보다 궁극적 성능과 감성이 중요한 소비자에겐 X4 M이 답이다. 그런 소비자들을 모두 잡으려 두 대의 모델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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