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2018년형 신형 싼타페...현대차의 새 철학을 응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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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는 더 카리스마 있고, 더 스포티하고, 더 안정감 있는 스텐스의 차예요. 전면의 확고한 크롬 라인이 현대차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해주지요”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장 토마스 뷔르클레(Thomas Bürkle)가 먼저 다가와 말했다. 현대차의 유럽 디자인 수장 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 디자이너 중 하나인데, 먼저 악수를 청해와 깜짝 놀랐다. 다소 고압적이기까지 했던 현대차 분위기도 먼저 다가가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번 행사만 해도 그렇다. 과거 50개 이내의 소수 매체를 관리한 기분이었다면, 이번에는 무려 130대가 넘는 차를 동원, 200여명 기자들을 모두 데려와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저녁엔 또 수백명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과도한 사전 행사나 무거운 허례허식을 벗고 그저 차만 보여주는 듯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태도다.
# 조용히, 알아서, 잘 달린다
엔진은 2.2리터, 2.0리터 디젤과 2.0리터 가솔린 터보로 3가지가 존재한다. 그런데 시승차는 이례적으로 2.0리터 디젤이다. 가장 강력한 차보다는 많이 판매되는 차급으로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2.0리터의 186마력도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차를 출발 시켜보니 소리가 묘하다. 매우 조용해졌음에도 R엔진 소리임은 분명한데, 고회전으로 올라갈 때 반드시 들리던 “따르르르”하는 디젤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듣기 좋아졌다.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을 재보니 약 10초 정도 걸린다. 시승차가 2.0리터 디젤 차량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가솔린 모델은 좀 더 빠른 수치를 기록 할 것 같다.
8단 자동변속기는 운전자가 변속 시점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고 매끄럽다. 엔진 소음과 풍절음은 모두 크게 줄어 이제 어지간한 고급 세단보다 우수한 정도다. 반면 노면 소음은 좀 올라오는데, 중형 SUV에 적용되는 흡음재의 양도 그렇지만 SUV 전용 타이어가 갖는 한계점이기도 하다.
급격한 코너링을 해봐도 차는 그다지 큰 기울어짐 없이 잘 따라와 인상적이다. SUV임에도 무게 중심이 낮고 롤센터(서스펜션상 차가 기울어지는 중심)와 잘 맞춰져 급코너 상황을 거듭해도 차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안전 사양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이다. 미국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모델인만큼 ‘스몰오버랩을 대응하는 차체 구조’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신차발표 중 초고장력 강판에 대한 비율이 표기되지 않았다. 에어백은 총 6개가 마련 돼 있는데 커튼 에어백이 3열까지 이어지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다만 시트에서 펼쳐지는 측면 에어백은 앞좌석에만 있었다.
# 눈에 드러나지 않고도 효과적인 첨단 기능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술이 알아서 작동한다는 캄테크(calm tech)를 적극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운전자는 더욱 안심하고 차를 운전 할 수 있다.
손을 잠시 놓고 운전해보니 스스로 핸들을 돌려 차를 차선 안으로 끌어온다. 일부 경쟁사와 달리 손을 놓고도 고속도로 곡선 구간을 꾸준히 주행 할 수 있었다. 고속 주행에서 완전 정지까지 단 한번도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는 고급형 스마트크루즈도 장착돼 있었다. 하지만 제네시스에서처럼 매끄러운 느낌까지는 아니다.
음성인식 기능인 카카오i와 음악인식 기능인 사운드하운드가 도입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사용법에서 고민이 부족해 보였다. 카카오i는 정해진 방법대로 말을 해야 작동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고, 사운드하운드는 스마트폰의 기능보다도 못해 쓸모가 없었다.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 HTRAC은 이름과 달리 제네시스에 장착된 시스템이 아니라 기존 싼타페에 가깝다. 전자식 커플링 기구를 통해 전륜의 출력을 필요할 때만 후륜으로 보내 100:0에서 50:50까지 조절되는 시스템이다. 다만 에코-컴포트-스포트 등 주행 모드에 따라 구동력 배분이 약간 달라지도록 만든 점은 독특하다.
# “싼타페라면 안봐도 믿고 산다”?
사전 계약 첫날, 차를 보지도 않고 계약한 사람이 8천명이 넘을 정도로 싼타페의 브랜드 가치는 높다. 높은 브랜드 가치는 반대로 자칫 정체를 불러오기도 한다. 과거 현대차는 ‘어차피 만들면 팔린다’는 식으로 상품성 개선을 소홀히 한 시기가 있었다. 그것이야 말로 소비자들에 대한 배신이었고, 상당한 소비자들이 이 회사를 믿지 못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번 싼타페라면 그런 과거는 잊어도 좋겠다. 기존 싼타페의 후광을 입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버렸기 때문이다. 디자인에서나 성능에서나 하체 세팅 등 모든 분야에서 완전한 새차로 거듭났다. 디자인만 보고는 어느 차의 후속인지 알기 어려운 정도.
이번 싼타페는 그 어느 세대보다 더 젊어졌다. 계약층도 20-30대가 주축을 이룬다고 한다. 세계에 판매 되는 모든 7인승 차 중에서 가장 젊고 다이내믹한 이미지다. 큰 차는 거대함을 강조해야 한다는 기존 디자이너들의 선입견에 허를 찌른것만 같은 디자인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특히 미국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겠다.
기아 쏘렌토와의 정면승부도 피했다. 크기를 약간 줄여 좀 더 다이내믹한 SUV로 만들어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동일한 차로 맞붙는걸 마다하고 그룹 전체 SUV 라인업을 촘촘히 채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앞으로 내놓을 차들의 크기까지 비교해 보면 싼타페(코드명 TM) < 쏘렌토(UM) < 싼타페 롱바디(LX2) < 텔루라이드(ON) < 모하비 후속(LS2-미확정) < 제네시스 GX80(JX1) 이라는 식이다.
수치상으로 크기가 더 작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더 날렵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분명히 있다. 유럽 디자인 총괄 토마스 뷔르클레에 따르면 “이게 스포티함과 다이나믹을 강조하기 위한 최적의 사이즈”라고 말했다.
# 성능, 가격은 적당한가
가장 성능이 우수한 모델의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가솔린 2.0리터 터보 모델은 235마력이나 내는데, 가격은 2815-3935만원(풀옵션)으로 가장 낮다. 186마력 디젤 2.0리터 모델의 가격은 2895만원-4365만원(풀옵션), 202마력인 디젤 2.2리터 모델은 3410-4410만원이 된다. 연비는 가솔린이 리터당 9.0-9.5km, 디젤이 12.3km에서 13.8km로 각각 동급에 비해 나쁘지 않은 수치를 보여준다. 디젤 2.0과 2.2리터가 거의 동일한 복합 연비를 보여주는데, 이런 경우 실 주행에선 2.2리터 모델의 연비가 더 우수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옵션 등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풀옵션의 가격은 국산 중형 SUV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높지만, 기본 모델의 경우는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전 모델에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고, 18인치 휠, LED 주간주행등 및 리어램프도 기본이어서 낮은 옵션의 차를 선택해도 그리 부족하지 않다.
# 정말 바뀐건 ‘철학’…”이제 자동차는 ‘삶’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철학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족들이 함께 하는 패밀리카나 1인이 주로 타는 스포츠카가 똑같이 '강력한 엔진', '스포티한 디자인'이라는 점만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싼타페는 인간을 중심에 놓았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뒷좌석에 탄 어린이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지를 미리 생각하고 차의 콘셉트를 하나씩 만들어낸 느낌이다.
우선 후측방 센서와 뒷좌석 차일드락을 결합시켰다. 뒤에서 차가 다가오는게 감지되면 문이 스스로 잠겨 열 수 없게 된다. 운전석에서 버튼만 누르면 뒷좌석 차일드락과 윈도우 스위치를 작동 시키거나 다시 해제 시켜준다.
운전자가 아이를 차안에 두고 내리는 경우 경적이 울리는 기능도 있다. 차에 아이를 잊고 가는 부모는 없겠지만, 실은 그보다는 아이를 일부러 차안에 방치하는 무책임한 부모가 있을 경우 이를 주변에 알리게 되는 기능이기도 하다.
3열에 앉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더해졌다. 3열만을 위한 에어컨도 마련됐고, 시트도 비록 작지만 전보다는 편해진 느낌이다. 드나들때는 원터치 버튼을 눌러 2열을 앞으로 젖히는 동시에 슬라이딩 되도록 만들어져 보다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친환경에도 신경 쓴 모습이 눈에 띈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2.2리터 R엔진도 SCR없는 EGR과 LNT만으로 유로6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번 싼타페는 굳이 요소수(ADBlue)를 넣는 방식을 추가했다. 요소수는 주유소에서 주입 가능하고 1만킬로마다 한번씩 약 1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만들면 생산원가와 유지비용이 증가하지만 기존 EGR만 사용하는 방식에 비해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연비와 성능 저하 없이 실질적인 질소산화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 주행을 통한 배출가스 측정(RDE)에 대응한다는 의미도 있다.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우선 비용과 불편이 증가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환경을 먼저 생각한 현대차의 새 철학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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