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CR-V 4WD E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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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CR-V는 전세계 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대표적인 SUV 중 하나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대표적인 SUV 중 하나이며, 지난 12월, 미국서 픽업 3총사(포드 F-150, 쉐보레 실보라도, 램 P/U) 다음으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시장서도 수입차 판매 1위를 수년간 이은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화려한 수식어를 갖는 CR-V가 디젤이 강세인 국내 시장서는 월 100여대 남짓 판매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 CR-V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동력성능과 안전성능을 향상시켜 다시 돌아왔다. 신형 CR-V가 과거 수입차 판매 1위의 영광을 재현시킬 수 있을까?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신형 CR-V는 파워트레인의 개선에 중심을 두고 있다. 내외관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다.
간단히 디자인을 살펴보자. 전면부 그릴 장식이 헤드램프까지 이어진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이는 최근 혼다가 강조하고 있는 디자인이다. LED 주간주행등이 새롭게 적용됐으며, 범퍼의 안개등 디자인을 날카롭게 변화시킨 것이 눈에 띈다. 범퍼 하단에는 스키드 플레이트도 적용됐다.
측면에서는 사이드미러와 휠 디자인 정도가 달라졌다. 후면부에는 크롬 장식을 추가시키고 전면부와 같이 스키드 플레이트를 추가했다. 외관은 기존 이미지를 이어가면서 부분적인 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한 정도라 보면 되겠다.
실내 역시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스티어링휠 하단에 버튼이 추가된 정도인데, 시프트 패들이 삭제됐다. 센터페시아에는 디스플레이 오디오(Display Audio, DA)라는 이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추가됐다. 간결한 구성과 스마트폰 연동 기능이 특징이지만 좌측에 위치한 버튼 크기가 너무 작다. 과장이 아니고 실제로 손톱만큼 작다. 그만큼 각 버튼에 새겨진 글씨도 작기 때문에 조작성에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는 과거에도 지적한 바 있는 내용이다.
대시보드 하단에는 우드그레인과 크롬 장식이 새롭게 적용돼 있다. 컵홀더 부위는 오픈타입으로 변경됐다. 콘솔박스 내부에는 파워아울렛과 HDMI단자, USB 단자 2개를 갖춰 최신 유행에 따르고 있다.
시트의 변화는 없다. 뒷좌석 역시 헤드룸과 레그룸은 중형 세단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확실히 미국시장에 초점을 맞춘 성격이 드러난다. 트렁크 공간은 1,053리터의 수치를 갖고 있다. 레버를 당겨 원터치로 2열시트를 접으면 적재공간은 2천리터 이상으로 확대된다.
에어백은 3세대 앞좌석 에어백을 포함해 6개가 탑재된다. 여기에 차체 강성을 높여 패시브 세이프티 부분을 강화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라는 기술의 적용은 차체의 비틀림 강성을 기존대비 5.7%, 굽힘 강성은 2.7% 향상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IIHS TSP+(Top Safety Pick+)에 선정되기도 했다. 참고로 기존모델(2014년형 이전)은 25% 스몰 오버랩 테스트서 ‘M(Marginal)’을 받기도 했다.
내외관에서 알 수 있듯 신형 CR-V는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개선했다. 혼다에 따르면 차체에 60가지의 변화가 적용되었고 엔진과 변속기가 새로운 사양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일본차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다소 건조한 엔진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가솔린 엔진의 장점인 정숙성이 크게 부각된다는 느낌은 아니다. 어느 정도 소음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반면 진동이 조금 크게 느껴진다. 페달을 시작해 시트와 스티어링휠까지 많은 부위에서 진동이 올라온다. 이 정도면 디젤차량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둘러 소음측정계를 꺼내본다. 아이들 상태의 차량 중심 소음은 43dBA로 계측됐다. 느끼는 소음뿐 아니라 실제 계측 결과 역시 디젤 차량과 비교될 수 있는 소음수치다. 시속 80km로 주행하는 상황서 측정된 소음은 62dBA로 나타났다. 결코 조용하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테스트카 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다른 차종에서도 공통적인 이슈가 있다면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가솔린 SUV를 구입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혼다에 따르면 신형 CR-V는 실내에 유입되는 소음을 감소시키기 위해 도어실의 두께를 2배로 키웠고 실내 소음흡수 마감 소재의 적용 폭도 확대했다고 한다. 바닥 카펫 역시 소음을 줄이기 위한 소재로 제작했다. 토크-로드 엔진 마운트(Torque-Rod Engine Mount)라는 이름의 새로운 엔진 마운트 시스템을 탑재해 아이들 진동과 소음도 억제시켰다고 밝혔다. 때문에 테스트카만의 문제일 가능성도 높다.
소음과 진동 때문에 의아했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가솔린차량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 특성이 부각된다. 특히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지연현상 없는 즉각적인 반응과 부드러운 엔진회전이 만족스럽다. 디젤차량처럼 지연현상 이후에 토크가 쏟아져 나오는 움직임과 제한적인 엔진회전, 덜덜거리는 회전질감 등을 생각하면 확실히 ‘고급스럽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의외로 스포티한 엔진사운드가 잘 부각된다. 여기에 CVT 변속기의 반응속도도 아쉽지 않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면 일반 자동변속기처럼 엔진 회전수와 속도가 함께 상승한다. 이후 최고출력 부분에 도달하면 회전수가 고정되긴 하지만 분명 일반적인 CVT와 다른 모습이다. 물론 변속기 자체의 셋업 완성도는 어코드 쪽이 낫다. 자동변속기 같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CVT만의 특성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CR-V의 변속기 역시 좋은 구성을 갖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속도는 180km/h 부근까지 쉽게 도달한다. 엔진 배기량 이상으로 속도 상승이 여유로운 느낌이다. 더군다나 테스트 차량은 4륜 시스템을 갖춘 SUV다. 어코드 때도 느꼈지만 혼다 엔진은 마력감이 일품이다. 이 정도면 고속 주행에 대해 불만을 갖을 소비자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신형 CR-V에 탑재되는 엔진은 어스 드림 테크놀로지(Earth Dreams Technology) 4기통 2.4리터 직분사 자연흡기 사양이 탑재된다. 발휘하는 출력은 188마력으로 동일하지만 최대토크는 25.0kg.m을 발휘해 기존엔진 대비 11% 향상됐다. 여기에 직분사 시스템이 추가됐음에도 경량 엔진블록 디자인을 통해 1.3%의 무게가 감량됐다고 한다.
기존 5단 자동 변속기는 CVT로 대체됐다. CVT로 변경되면서 기어비는 5단 자동변속기 대비 33%넓어졌다고 한다. 수치적인 강점보다 실제 주행하면서 느껴지는 완성도가 만족스럽다. 물론 어코드 2.4의 CVT쪽이 성능 발휘면에서 우세하지만 SUV임을 생각하면 상당한 완성도다. 여기에 S 모드로 설정하면 충분히 스포티한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CVT 특유의 느린 반응과 부조화적인 반응도 없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성능을 측정한 결과 9.31초를 기록했다. 체감상 가속성능보다 느린 기록에 다소 의아했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나타낼 정도도 아니다. 100km/h 이후 중 후반 가속성능 역시 만족스럽다.
고효율 모드인 ’ECON’을 활성화시키면 차량의 성격은 반대로 변한다. CVT는 상당히 여유롭고 느릿느릿하게 반응하며 가속페달도 상당히 둔감해진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한참 뒤에야 성능발휘를 시작한다. 답답한 만큼 효율은 확실하게 높아진다. 하지만 많은 인내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실질적인 주행완성도를 평가하기 위해 테스트 코스를 와인딩로드로 옮겼다. 일반적으로 SUV면 기본적인 주행성능 정도를 평가하지만 혼다 차량은 주행성능과 핸들링이 뛰어나기 때문에 은근한 기대도 됐다.
테스트 코스에 들어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빠르게 사용하다 보니 CVT 변속기라면 보편적으로 느껴야 한 단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페달에 대한 리스펀스가 그것이다. 통상 CVT는 엔진이 동력을 전달하면 CVT가 적절한 기어비를 조율 한 후 동력축으로 전달시킨다. 이 과정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고 나서 조금은 굼뜬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CR-V의 CVT는 거의 즉각적으로 빠른 반응덕분에 주행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코너를 돌아나가면서 느껴지는 핸들링 성능은 일반적인 SUV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이 역시 핸들링 성능 부분서 잘 해내온 혼다만의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주행안전장치를 끄면 공격적인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며, 켜져 있는 상황이라도 안전함을 지키면서 빠른 주행을 돕기 때문에 개입 부분도 만족스럽다.
서스펜션의 조율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어코드의 경우 댐핑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 승차감 저하는 물론 주행안정성을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CR-V 만큼은 SUV가 갖춰야 할 부드러움에 주행성능까지 고루 만족시키고 있다. 롤에 대한 대응력도 수준급이기 때문에 코너를 돌아나가면서 느껴지는 만족감은 더욱 커졌다.
다양한 주행환경서 느껴지는 차체 강성에 대한 만족감도 높다. 이번 차체 강성은 IIHS이 25% 스몰오버랩 테스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주행성능의 향상도 부가적인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SUV임을 생각하면 주행성능과 강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듯 하다.
제동성능도 충분하다. 전문 측정장비를 통해 100km/h에서 정지상태까지 소요된 거리를 측정한 결과 40.82미터를 기록했다. 제동성능서 불리할 수 있는 SUV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 브레이크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지속된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쉽게 지치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주행완성도 면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보였지만 4륜 시스템 자체는 아쉬움이 컸다. 사실상 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행서 느껴지는 부분은 앞바퀴 굴림 방식 모델과 사실상 동일했다. CR-V의 4륜 시스템은 온로드 주행보다 미끄러운 환경에 대비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감안, 실제 빙판길의 통과 테스트도 진행했다. 이때에도 거의 앞바퀴만 돌아갈 뿐이고 한참 뒤에야 뒷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존 CR-V는 2륜 모델과 4륜 모델 모두 판매가 됐었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는 4륜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2륜과 4륜 모델의 가격차이는 540만원이다. 과연 이 시스템이 540만원의 역할을 할지 의문이 든다.
4륜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은 컸지만 연비 부분서 2륜 모델 부럽지 않은 효율을 보였다는 점은 만족스럽다. 고속도로 100~110km/h로 주행환경서 측정된 연비는 약 13km/L를 나타냈다. 80km/h로 정속주행하면 16.7km/L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솔린 SUV에 4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모델임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연비다. 기존모델보다 10% 이상 향상된 연비라는 점이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도 가장 높은 배출가스 기준인 PZEV & ULEV-2(Partial Zero Emissions Vehicle & Ultra-low emission vehicle-2)를 통과하기도 했다. 단, 평속 15km/h로 혼잡한 도심 상황서 측정된 연비는 약 7.5km/L로 나타났다. 이 부분은 향후 아이들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통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CR-V는 일본차들이 그러하듯 한가지 뚜렷한 강점은 없지만 다방면에서 만족스러움을 전해줬다. 컴팩트 SUV지만 충분히 넓은 실내공간, 원터치로 이뤄지는 2열시트 폴딩 기능은 가족용 SUV로써 높은 경쟁력을 갖는 부분이다. 실제 주행성능 역시 아쉬움을 찾기 힘들었으며 연비 부분서도 만족스러웠다. 연간 2만km 이상 운행하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가솔린만의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에 대한 만족감도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파워트레인이 변경된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졌음에도 가격은 이전모델과 동일하게 동결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일부 국산 제조사도 페이스리프트 이후 모델체인지급 가격인상을 펼치지 않았었던가?
아직 국내시장은 SUV=디젤이라는 공식이 강하게 인식됐다. SUV도 가솔린과 디젤이 균등하게 분포되어야 자동차 문화도 발전할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유행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차량을 찾아서 구입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런 움직임 가운데 CR-V는 가솔린 SUV로써 국내 시장서 충분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수식어를 갖는 CR-V가 디젤이 강세인 국내 시장서는 월 100여대 남짓 판매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 CR-V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동력성능과 안전성능을 향상시켜 다시 돌아왔다. 신형 CR-V가 과거 수입차 판매 1위의 영광을 재현시킬 수 있을까?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신형 CR-V는 파워트레인의 개선에 중심을 두고 있다. 내외관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다.
간단히 디자인을 살펴보자. 전면부 그릴 장식이 헤드램프까지 이어진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이는 최근 혼다가 강조하고 있는 디자인이다. LED 주간주행등이 새롭게 적용됐으며, 범퍼의 안개등 디자인을 날카롭게 변화시킨 것이 눈에 띈다. 범퍼 하단에는 스키드 플레이트도 적용됐다.
측면에서는 사이드미러와 휠 디자인 정도가 달라졌다. 후면부에는 크롬 장식을 추가시키고 전면부와 같이 스키드 플레이트를 추가했다. 외관은 기존 이미지를 이어가면서 부분적인 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한 정도라 보면 되겠다.
실내 역시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스티어링휠 하단에 버튼이 추가된 정도인데, 시프트 패들이 삭제됐다. 센터페시아에는 디스플레이 오디오(Display Audio, DA)라는 이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추가됐다. 간결한 구성과 스마트폰 연동 기능이 특징이지만 좌측에 위치한 버튼 크기가 너무 작다. 과장이 아니고 실제로 손톱만큼 작다. 그만큼 각 버튼에 새겨진 글씨도 작기 때문에 조작성에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는 과거에도 지적한 바 있는 내용이다.
대시보드 하단에는 우드그레인과 크롬 장식이 새롭게 적용돼 있다. 컵홀더 부위는 오픈타입으로 변경됐다. 콘솔박스 내부에는 파워아울렛과 HDMI단자, USB 단자 2개를 갖춰 최신 유행에 따르고 있다.
시트의 변화는 없다. 뒷좌석 역시 헤드룸과 레그룸은 중형 세단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확실히 미국시장에 초점을 맞춘 성격이 드러난다. 트렁크 공간은 1,053리터의 수치를 갖고 있다. 레버를 당겨 원터치로 2열시트를 접으면 적재공간은 2천리터 이상으로 확대된다.
에어백은 3세대 앞좌석 에어백을 포함해 6개가 탑재된다. 여기에 차체 강성을 높여 패시브 세이프티 부분을 강화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라는 기술의 적용은 차체의 비틀림 강성을 기존대비 5.7%, 굽힘 강성은 2.7% 향상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IIHS TSP+(Top Safety Pick+)에 선정되기도 했다. 참고로 기존모델(2014년형 이전)은 25% 스몰 오버랩 테스트서 ‘M(Marginal)’을 받기도 했다.
내외관에서 알 수 있듯 신형 CR-V는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개선했다. 혼다에 따르면 차체에 60가지의 변화가 적용되었고 엔진과 변속기가 새로운 사양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일본차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다소 건조한 엔진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가솔린 엔진의 장점인 정숙성이 크게 부각된다는 느낌은 아니다. 어느 정도 소음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반면 진동이 조금 크게 느껴진다. 페달을 시작해 시트와 스티어링휠까지 많은 부위에서 진동이 올라온다. 이 정도면 디젤차량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둘러 소음측정계를 꺼내본다. 아이들 상태의 차량 중심 소음은 43dBA로 계측됐다. 느끼는 소음뿐 아니라 실제 계측 결과 역시 디젤 차량과 비교될 수 있는 소음수치다. 시속 80km로 주행하는 상황서 측정된 소음은 62dBA로 나타났다. 결코 조용하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테스트카 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다른 차종에서도 공통적인 이슈가 있다면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가솔린 SUV를 구입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혼다에 따르면 신형 CR-V는 실내에 유입되는 소음을 감소시키기 위해 도어실의 두께를 2배로 키웠고 실내 소음흡수 마감 소재의 적용 폭도 확대했다고 한다. 바닥 카펫 역시 소음을 줄이기 위한 소재로 제작했다. 토크-로드 엔진 마운트(Torque-Rod Engine Mount)라는 이름의 새로운 엔진 마운트 시스템을 탑재해 아이들 진동과 소음도 억제시켰다고 밝혔다. 때문에 테스트카만의 문제일 가능성도 높다.
소음과 진동 때문에 의아했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가솔린차량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 특성이 부각된다. 특히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지연현상 없는 즉각적인 반응과 부드러운 엔진회전이 만족스럽다. 디젤차량처럼 지연현상 이후에 토크가 쏟아져 나오는 움직임과 제한적인 엔진회전, 덜덜거리는 회전질감 등을 생각하면 확실히 ‘고급스럽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의외로 스포티한 엔진사운드가 잘 부각된다. 여기에 CVT 변속기의 반응속도도 아쉽지 않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면 일반 자동변속기처럼 엔진 회전수와 속도가 함께 상승한다. 이후 최고출력 부분에 도달하면 회전수가 고정되긴 하지만 분명 일반적인 CVT와 다른 모습이다. 물론 변속기 자체의 셋업 완성도는 어코드 쪽이 낫다. 자동변속기 같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CVT만의 특성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CR-V의 변속기 역시 좋은 구성을 갖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속도는 180km/h 부근까지 쉽게 도달한다. 엔진 배기량 이상으로 속도 상승이 여유로운 느낌이다. 더군다나 테스트 차량은 4륜 시스템을 갖춘 SUV다. 어코드 때도 느꼈지만 혼다 엔진은 마력감이 일품이다. 이 정도면 고속 주행에 대해 불만을 갖을 소비자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신형 CR-V에 탑재되는 엔진은 어스 드림 테크놀로지(Earth Dreams Technology) 4기통 2.4리터 직분사 자연흡기 사양이 탑재된다. 발휘하는 출력은 188마력으로 동일하지만 최대토크는 25.0kg.m을 발휘해 기존엔진 대비 11% 향상됐다. 여기에 직분사 시스템이 추가됐음에도 경량 엔진블록 디자인을 통해 1.3%의 무게가 감량됐다고 한다.
기존 5단 자동 변속기는 CVT로 대체됐다. CVT로 변경되면서 기어비는 5단 자동변속기 대비 33%넓어졌다고 한다. 수치적인 강점보다 실제 주행하면서 느껴지는 완성도가 만족스럽다. 물론 어코드 2.4의 CVT쪽이 성능 발휘면에서 우세하지만 SUV임을 생각하면 상당한 완성도다. 여기에 S 모드로 설정하면 충분히 스포티한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CVT 특유의 느린 반응과 부조화적인 반응도 없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성능을 측정한 결과 9.31초를 기록했다. 체감상 가속성능보다 느린 기록에 다소 의아했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나타낼 정도도 아니다. 100km/h 이후 중 후반 가속성능 역시 만족스럽다.
고효율 모드인 ’ECON’을 활성화시키면 차량의 성격은 반대로 변한다. CVT는 상당히 여유롭고 느릿느릿하게 반응하며 가속페달도 상당히 둔감해진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한참 뒤에야 성능발휘를 시작한다. 답답한 만큼 효율은 확실하게 높아진다. 하지만 많은 인내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실질적인 주행완성도를 평가하기 위해 테스트 코스를 와인딩로드로 옮겼다. 일반적으로 SUV면 기본적인 주행성능 정도를 평가하지만 혼다 차량은 주행성능과 핸들링이 뛰어나기 때문에 은근한 기대도 됐다.
테스트 코스에 들어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빠르게 사용하다 보니 CVT 변속기라면 보편적으로 느껴야 한 단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페달에 대한 리스펀스가 그것이다. 통상 CVT는 엔진이 동력을 전달하면 CVT가 적절한 기어비를 조율 한 후 동력축으로 전달시킨다. 이 과정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고 나서 조금은 굼뜬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CR-V의 CVT는 거의 즉각적으로 빠른 반응덕분에 주행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코너를 돌아나가면서 느껴지는 핸들링 성능은 일반적인 SUV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이 역시 핸들링 성능 부분서 잘 해내온 혼다만의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주행안전장치를 끄면 공격적인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며, 켜져 있는 상황이라도 안전함을 지키면서 빠른 주행을 돕기 때문에 개입 부분도 만족스럽다.
서스펜션의 조율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어코드의 경우 댐핑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 승차감 저하는 물론 주행안정성을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CR-V 만큼은 SUV가 갖춰야 할 부드러움에 주행성능까지 고루 만족시키고 있다. 롤에 대한 대응력도 수준급이기 때문에 코너를 돌아나가면서 느껴지는 만족감은 더욱 커졌다.
다양한 주행환경서 느껴지는 차체 강성에 대한 만족감도 높다. 이번 차체 강성은 IIHS이 25% 스몰오버랩 테스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주행성능의 향상도 부가적인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SUV임을 생각하면 주행성능과 강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듯 하다.
제동성능도 충분하다. 전문 측정장비를 통해 100km/h에서 정지상태까지 소요된 거리를 측정한 결과 40.82미터를 기록했다. 제동성능서 불리할 수 있는 SUV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 브레이크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지속된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쉽게 지치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주행완성도 면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보였지만 4륜 시스템 자체는 아쉬움이 컸다. 사실상 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행서 느껴지는 부분은 앞바퀴 굴림 방식 모델과 사실상 동일했다. CR-V의 4륜 시스템은 온로드 주행보다 미끄러운 환경에 대비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감안, 실제 빙판길의 통과 테스트도 진행했다. 이때에도 거의 앞바퀴만 돌아갈 뿐이고 한참 뒤에야 뒷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존 CR-V는 2륜 모델과 4륜 모델 모두 판매가 됐었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는 4륜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2륜과 4륜 모델의 가격차이는 540만원이다. 과연 이 시스템이 540만원의 역할을 할지 의문이 든다.
4륜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은 컸지만 연비 부분서 2륜 모델 부럽지 않은 효율을 보였다는 점은 만족스럽다. 고속도로 100~110km/h로 주행환경서 측정된 연비는 약 13km/L를 나타냈다. 80km/h로 정속주행하면 16.7km/L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솔린 SUV에 4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모델임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연비다. 기존모델보다 10% 이상 향상된 연비라는 점이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도 가장 높은 배출가스 기준인 PZEV & ULEV-2(Partial Zero Emissions Vehicle & Ultra-low emission vehicle-2)를 통과하기도 했다. 단, 평속 15km/h로 혼잡한 도심 상황서 측정된 연비는 약 7.5km/L로 나타났다. 이 부분은 향후 아이들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통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CR-V는 일본차들이 그러하듯 한가지 뚜렷한 강점은 없지만 다방면에서 만족스러움을 전해줬다. 컴팩트 SUV지만 충분히 넓은 실내공간, 원터치로 이뤄지는 2열시트 폴딩 기능은 가족용 SUV로써 높은 경쟁력을 갖는 부분이다. 실제 주행성능 역시 아쉬움을 찾기 힘들었으며 연비 부분서도 만족스러웠다. 연간 2만km 이상 운행하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가솔린만의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에 대한 만족감도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파워트레인이 변경된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졌음에도 가격은 이전모델과 동일하게 동결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일부 국산 제조사도 페이스리프트 이후 모델체인지급 가격인상을 펼치지 않았었던가?
아직 국내시장은 SUV=디젤이라는 공식이 강하게 인식됐다. SUV도 가솔린과 디젤이 균등하게 분포되어야 자동차 문화도 발전할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유행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차량을 찾아서 구입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런 움직임 가운데 CR-V는 가솔린 SUV로써 국내 시장서 충분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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