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5세대 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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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들이 대표적인 미니밴을 꼽는다면? 아마도 상당수가 기아 ‘카니발’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미니밴’이라는 용어는 몰라도 같은 장르의 모델을 ‘카니발’과 같은 모델이라 부를 듯하다. 아직 국내에서 미니밴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그만큼 수요도 적다. 다른 미니밴들의 존재감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다.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기아 카니발의 판매 대수는 68,386대. 하지만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의 모든 판매량을 합해도 1,101대가 전부다. 수입 미니밴의 시장 규모는 국산 미니밴의 1/62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연간 10만 대 이상 팔릴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승객이 탑승해도, 큰 화물을 싣고 이동해도, 캠핑을 하거나 장거리를 이동해도 편안하다는 장점 덕분이다.
미국에서 미니밴 시장은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가 양분한다.
최근 10년간 판매량 변화를 살펴보면 2013년까지 혼다 오딧세이가 많이 팔렸다. 하지만 2014년부터 현재까지 시에나에게 계속 밀리는 상황이다. 본래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오딧세이는 많은 변화를 결심했고, 그 결과가 5세대로 모델 체인지로 거듭났다.
5세대 오딧세이가 국내시장에도 출시됐다. 그리고 4세대 모델 대비 710만 원이나 올랐다. 비싸면 비싼 값을 해야 한다. 과연 비싼 값을 하는지 꼼꼼하게 따져봤다.
디자인에서 혼다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4세대 모델과 큰 차이 없어 보이지만 막상 비교해 보면 공통점이 없을 만큼 많이 변했다. 풀-LED로 대체된 라이트와 굵은 크롬 그릴은 혼다의 최신 디자인이다. 어코드를 통해 도입된 새로운 라이트는 오딧세이에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릴 내부에 액티브 셔터 그릴을 달아 공기저항을 줄이도록 했다.
측면부는 커다란 덩치에 걸맞게 웅장함을 보여준다. 자칫 한 개의 덩어리처럼 보여 심심할 수 있지만 A-필러부터 D-필러까지 한 번에 연결된 듯한 모습에 시원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2열 도어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리고 닫힌다. 전동식이며, 리모컨을 통해 원격으로 여닫을 수 있다. 여느 미니밴들이 그렇듯 작동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
후면부는 커다란 리어램프로 멋을 냈다. 여기에 굵은 크롬 장식을 달아 리어램프가 연결된 것 같은 이미지를 유도했다. 리프트 게이트도 전동식으로 작동되며 범퍼 아래 발을 넣으면 자동으로 열리는 핸즈프리 파워 테일게이트 기능을 지원한다. 원하는 높이만큼 열리는 메모리 기능도 탑재됐다.
디자인만이 아니다.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라는 이름의 차체 구조 설계 덕분에 차체 강성이 44%가량 좋아졌다.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의 복합 소재도 무게를 덜어내는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외부 디자인보다 실내 인테리어가 더 많이 달라졌다. 기존 모델은 다소 복잡한 디자인을 가졌었다. 다소 난잡한 보이던 버튼들도 보기 좋게 정돈됐다. 소재의 품질도 좋아졌다. 플라스틱보다 가죽이 많이 쓰여 보다 따뜻한 느낌도 받는다. 전체적으로 한층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졌다.
계기판은 7인치 디스플레이다. 타코미터는 물론 대부분의 차량 정보를 간결하게 표시해준다.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가 쓰였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였고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한다. 인포테인먼트 기능뿐 아니라 선명한 후방 카메라 화질도 인상적이다. 새끼 손톱보다도 작았던 버튼들은 터치 또는 다이얼 방식으로 대체됐다. 덕분에 사운드 시스템 음량 조절이 쉬워졌다.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버튼식 변속기가 위치한다. 혼다도 전자식 변속 시스템을 도입한 것. 모든 기능을 누르는 방식으로 만들었지만 후진 때는 R 버튼을 위에서 밑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 같은 버튼 타입 제어에 적응하는데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
앞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열선 스티어링도 갖췄다. 운전석은 물론 조수석 역시 전동 시트가 기본이다. 운전석에는 메모리 기능도 달렸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갖췄다. 현존하는 어떤 스마트폰도 쉽게 들어갈 만큼 큰 사이즈를 자랑한다. 향후 나올 다양한 사이즈의 태블릿폰도 쉽게 대응할 것이다. 센터 콘솔 수납공간도 광활하다. 일본계 차량이 이런 편의장비들을 갖췄다는 점이 놀랍다. 이 분야에서 최고를 달린다는 국산 모델 대비 부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오딧세이의 진정한 장점은 뒷좌석에 있다. 특히 넉넉한 2열 공간의 안락함이 좋다. 매직 슬라이드라는 이름을 갖는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은 물론 전후 좌우로 이동시킬 수 있다. 2열 시트의 탄력적인 움직임은 3열로 수월한 탑승도 돕는다. 필요에 따라 2열 시트를 분리시킬 수도 있다. 2열 시트는 3개로 독립된 구조인데 원하는 구성에 맞춰 개수를 조절할 수 있다. 테스트카는 2열 시트 하나를 빼고 왔다. 좌석수가 하나 줄었지만 덕분에 더 편안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캠핑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아예 2열을 빼고 평평한 공간을 즐길 수도 있다.
2열 천장에 자리한 10.2인치 모니터를 펼치면 오딧세이의 실내는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기존에도 DVD를 지원하는 모델들이 있었다. 오딧세이는 블루레이까지 지원한다. 조작은 별도의 리모컨으로 한다. 영상 음향은 무선 헤드폰을 통해 듣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시트백을 눕히고 영화를 보는 느낌은 생각보다 좋았다. 가족을 위해 구입한다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다.
영화를 감상하는데 덥거나 춥다면? 뒷좌석을 위한 전용 공조장치로 쾌적한 온도를 만들면 된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 온도 조절은 물론 자동 설정 기능도 지원한다.
2열에서 누릴 만큼 누렸으니 3열로 가보자. 역시나 넓다. 기존에도 동급 최고 수준의 3열이었지만 더 넓어졌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충분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형 SUV의 뒷좌석에 비교할 수준이랄까? 이 정도면 7인승 SUV들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 컵홀더와 송풍구, 파워 아울렛까지 있다. 불편한 3열이 아니라 승객을 배려한 공간이다.
여유로운 3열 공간. 하지만 운전석으로부터 멀어진다. 아무래도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석과 3열 승객이 대화를 나누기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 해소를 위해 캐빈토크 기능이 추가됐다. 마이크와 스피커로 전화하듯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활용성은 떨어져 보인다.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고 하울링 현상이 두드러졌다.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와 실제로 전달되는 목소리가 겹쳐 들리다 보니 대화가 원만하지 않다. 참신함! 그뿐이다.
캐빈토크 기능은 아쉬웠지만 캐빈와치 기능은 좋았다. 캐빈토크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개발됐다면 캐빈와치는 2~3열 공간 탑승자를 모니터로 볼 수 있다. 2열 천장에 위치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센터페시아 모니터로 보여주는 것. 컨버세이션 미러도 있지만 이보다 캐빈와치 기능의 사용 빈도가 높았다. 보다 편리하고 잘 보이기 때문. 물론 운전 중 이를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미니밴답게 수납공간도 많다. 실내 어디에나 컵홀더가 있다. 센터 콘솔 수납공간도 광활하다.
물론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3열 시트까지 모두 펼친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지만 3열을 사용하더라도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 3열 시트를 수납시킬 깊숙한 형상의 공간 덕분이다. 다양한 화물을 흔들림 없이 수납할 수 있어 좋았다. 2열 시트까지 탈거하면 2.3미터가 넘는 큰 짐도 쉽게 적재할 수 있다. 어지간한 양문형 냉장고 정도를 쉽게 실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트렁크 좌측에는 진공청소기가 장착돼 있다. 미니밴 특성상 여러 용도로 활용될 수 있겠다. 아이가 과자 부스러기를 흘려도 걱정이 없다. 작동 소음은 일반적인 진공청소기와 비슷하다. 조금 큰 소음을 갖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난한 흡입력, 호스도 길어 청소에 어려움이 없다. 노즐을 바꿀 수도 있다. 토요타가 시에나 구매자들에게 최신 무선 청소기를 증정하며 맞서야 할 듯. 다이슨보다 LG를 추천한다. 둘 다 써보니 그쪽이 더 좋았기 때문. 물론 이 분야가 우리 전문 분야는 아니니 큰 의미 두지 마시길.
오딧세이의 실내 설명에 많은 면을 할애했다. 그만큼 오딧세이는 많은 기능을 갖춘 미니밴이다. 또한 이 차는 주행 성능 보다 공간과 편의성이 중시되는 모델이다. 그래도 주행 만족도는 점검해 봐야겠지?
시동을 걸면 부드러운 6기통 가솔린 엔진 사운드가 들린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0.0 dBA 수준. 평균적인 정숙성이다. 이 수치는 운전석과 2열 시트 중간 부분에 해당하며, 2열 시트에서는 39.5 dBA, 3열 시트에서는 39.0 dBA로 뒤로 갈수록 조금씩 조용해졌다.
주행을 시작하면 가솔린 미니밴의 강점이 살아난다. 부드럽고 정숙한 감각이 남다르다. 시속 80km 주행 때 소음은 58.0 dBA 정도였다. 준대형 세단 부럽지 않은 수치다.
주행 모드는 효율을 우선시하는 ECON 모드와 일반 주행 모드, 스포츠 모드로 나뉜다. 차량 성격과 어울리지 않지만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패들로 최소한의 운전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또한 겨울철 노면을 위한 스노우모드를 갖췄다.
부드러운 감각의 승차감도 한몫하지만 변속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변속기 성능이 꽤나 큰 역할을 한다. 10다 자동변속기. 10개의 기어 단수로 불필요한 변속만 계속한다면 승차감만 떨어뜨리게 된다. 하지만 오딧세이의 10단 자동변속기는 울컥거림 없이 동력을 잘 소화시킨다. 특히 전진과 후진을 오갈 때 발생하는 특정 소음이나 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이 10단 자동변속기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여진 10단 변속기다. 그것도 미니밴을 통해서.
간단히 자동변속기의 역사를 살펴보자. 사실 자동변속기를 가장 먼저 상용화시킨 브랜드는 GM이다. 국내에서야 보령 미션으로 놀림 받지만 자동변속기와 관련해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갖는 브랜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올즈모빌 브랜드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이후 캐딜락에 적용됐다.
이후 ZF는 2002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내놨고, 이를 BMW 7시리즈에 탑재시켰다. 1년 후 2003년에는 다임러에서 7단 변속기를 개발해 다단화 경쟁이 가열됐다. 참고로 메르세데스-벤츠는 7단 변속기를 내놓기 전까지 “변속기는 5단이면 충분하다”라는 발언을 했다가 놀림을 받기도 했다. 사실 한국지엠이 6단 자동 변속기를 먼저 내놨을 때 현대차도 유사한 소리를 했으니 업계 관례인가 보다.
이후 2007년, 렉서스가 대형 세단 LS에 8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이후 ZF가 8단 변속기를 내놨고, 다임러는 7단 변속기의 개선형 모델을 사용하며 숨 고르기를 했다. 다시 2013년, ZF가 전륜구동형 9단 자동변속기를 내놨고 뒤이어 다임러가 후륜구동형 9단 변속기를 내놓으며 다시금 다단화 경쟁이 시작됐다. 포드와 GM이 공동 개발을 통해 10단 변속기를 양산시킨데 이어 혼다 역시 10단 변속기를 상용화 시킨 것. 참고로 최초의 10단 변속기 타이틀은 포드-GM 연합이 가져갔지만 전륜구동 전자식 10단 변속기는 혼다가 최초다.
혼다는 자체적으로 변속기를 개발한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토크 컨버터 자동변속기는 물론이고 CVT와 듀얼 클러치 변속기도 독자적으로 개발하려 했다. 최초의 9단 DCT를 NSX에 탑재시킨 일화도 유명하다.
이번 10단 변속기도 혼다가 직접 개발했다. 유성 기어를 적용해 10개의 기어를 갖지만 크기는 과거 6단 자동변속기 수준으로 줄였다. 변속기에 아이들 스톱 기능도 추가했으며, 전자식 변속 시스템도 집어넣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진과 후진을 오갈 때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기술도 개발했다.
10개의 다단화된 기어비는 과거 6단 변속기 대비 가속성능 14%, 엔진 응답성 30%, 연비 6%를 높였다. 또한 엔진 회전수를 26% 낮추게 했다.
이 정도면 상당한 경쟁력의 변속기다. 때문에 오딧세이에 기본 장착되지는 않는다. 국내 사양은 기본이지만 해외 시판형 기본 모델에는 ZF 9단 자동변속기를, 최상위 트림이나 옵션을 통해서만 자사의 10단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혼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1단 변속기를 개발하는 중이다. 듀얼 클러치가 아닌 트리플 클러치 변속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다단화된 변속기와 3.5리터 엔진은 오딧세이의 큰 덩치를 쉽게 가속시킨다. 가속감도 좋다. 엔진 회전수가 5,500rpm 부근을 넘어서면 VTEC 시스템이 가동(흡배기 캠의 변화)되며 스포츠카에서나 나올 듯한 배기 사운드로 바뀌기도 한다. 미니밴에서 말이다.
284마력과 36.2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오딧세이의 가속 성능을 확인했다. 동급 최고의 엔진이 얼마만큼의 성능을 보여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을 측정한 결과 7.62초를 기록했다. 현대 i30 1.6 터보 DCT(7.45초) 보다 느렸지만 아반떼 스포츠 DCT의 7.65초보다 빨랐다. 덩치 큰 둔한 미니밴이라고 얕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겠다.
이 성능도 초반에 휠스핀을 내며 기록한 것이다. 만약 타이어 접지 성능이 더 좋았다면 기록은 더 짧아졌을 것이다. 참고로 직접 측정한 오딧세이의 중량은 2,030kg이다. 무게를 생각하면 수준급 가속성능이다.
오딧세이는 분명 잘 나간다. 하지만 이 성능은 달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다인 승차환경에서 힘 부족 없이 달리기 위한 요소다. 6명 이상 탑승한 환경에서 차량이 비실거리며 달린다면 운전자는 꽤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오딧세이에서는 그런 걱정은 없어도 된다.
넉넉한 힘은 시속 180km 내외까지 차체를 가속시킨다. 고속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확실히 최근 일본 차들은 고속 안정성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오딧세이에 대한 만족감이 더 커진다. 다양한 공간 활용성 외에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까지 갖춰졌기 때문이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차선이탈 방지 기능과 차선 유지 기능은 물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탑재됐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위치한 주행보조 스위치를 누르면 스티어링 휠이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차간 거리까지 맞춰 준다. 뒷좌석 탑승자도 고속도로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만 운전자 역시 장거리 운행 때 최신 시스템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수적인 경쟁자 토요타는 언제쯤 이 기능이 국내에 들여올까? 시스템은 한국토요타가 체계적인 느낌인데, 상품 구성은 혼다코리아가 잘하는 모습이다.
단,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조금 아쉽다. 최근 정차 후 가속까지 지원하는 시스템도 많은데 오딧세이는 시속 25km 이하에서 작동이 해제되는 방식이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0.88m였다. 이는 최단거리이며, 평균적으로 41m 대를 유지했다. 테스트가 반복되더라도 41m 대를 넘어서지 않았다.
스포츠카에서도 제동성능이 중요시되지만 이에 못지않게 SUV나 미니밴에서도 제동 성능이 중요하다. 여러 사람이 탑승한 환경이 되면 무게가 늘고 다시금 무게가 제동계통에 부담을 주기 때문.
제동거리가 더 짧다면 좋았겠지만 지금도 미니밴으로 크게 빠지는 편은 아니다. 참고로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한 카니발(9인승)은 약 43m 수준의 제동거리를 보인 바 있다.
와인딩 로드에서 차량의 거동 정도만 확인했다. 이 섹션이 중요한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 대처 능력도 좋았다. 기본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바탕으로 하지만 미니밴 운전자가 이 영역까지 차의 속도를 높일 이유는 없을 듯하다.
타이어 성능도 좋아졌다. 오딧세이에 장착된 것은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40. 이는 우리 팀의 질타를 받던 EL400의 후속이다. 최근 토요타, 렉서스가 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내구성도 좋지만 성능도 무난하다.
주행을 하며 아쉬움은 없었다. 적당히 부드러운 서스펜션도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만들어줬고 2, 3열에서도 좋은 수준의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 팀은 시에나를 지지했다. 오딧세이가 더 넓었지만 그래도 시에나 2열의 오토만 시트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딧세이의 편을 들고 싶다. 최신 구성으로 만족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당연히 300~500만 원 정도 내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높아진 가격이 무리하다 생각되지는 않는다. 최신 변속기, 풀옵션의 구성. 조금 비싸긴 해도 후회할 요소가 없다는 점이 좋다.
오딧세이의 주행 연비는 시속 100km로 주행 때 약 12.5km/L 수준이었다. 덩치를 생각했을 때 나쁘지 않다. 국도에 올라 속도를 80km/h 내외로 낮추면 연비가 13.1km/L까지 높아진다. 속도 차이에 따라 극적인 연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수긍할 수준이다. 물론 평균 시속 15km 내외의 정차 구간에서는 연비가 5.5km/L 내외로 떨어졌다. 어쩔 수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불만을 가질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정체구간 출퇴근용으로 이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없을 테니까.
오딧세이는 충분히 만족할 모델이다. 이번 테스트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은 모두 이차를 갖고 싶어 했다.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기아 카니발의 판매 대수는 68,386대. 하지만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의 모든 판매량을 합해도 1,101대가 전부다. 수입 미니밴의 시장 규모는 국산 미니밴의 1/62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연간 10만 대 이상 팔릴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승객이 탑승해도, 큰 화물을 싣고 이동해도, 캠핑을 하거나 장거리를 이동해도 편안하다는 장점 덕분이다.
미국에서 미니밴 시장은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가 양분한다.
최근 10년간 판매량 변화를 살펴보면 2013년까지 혼다 오딧세이가 많이 팔렸다. 하지만 2014년부터 현재까지 시에나에게 계속 밀리는 상황이다. 본래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오딧세이는 많은 변화를 결심했고, 그 결과가 5세대로 모델 체인지로 거듭났다.
5세대 오딧세이가 국내시장에도 출시됐다. 그리고 4세대 모델 대비 710만 원이나 올랐다. 비싸면 비싼 값을 해야 한다. 과연 비싼 값을 하는지 꼼꼼하게 따져봤다.
디자인에서 혼다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4세대 모델과 큰 차이 없어 보이지만 막상 비교해 보면 공통점이 없을 만큼 많이 변했다. 풀-LED로 대체된 라이트와 굵은 크롬 그릴은 혼다의 최신 디자인이다. 어코드를 통해 도입된 새로운 라이트는 오딧세이에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릴 내부에 액티브 셔터 그릴을 달아 공기저항을 줄이도록 했다.
측면부는 커다란 덩치에 걸맞게 웅장함을 보여준다. 자칫 한 개의 덩어리처럼 보여 심심할 수 있지만 A-필러부터 D-필러까지 한 번에 연결된 듯한 모습에 시원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2열 도어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리고 닫힌다. 전동식이며, 리모컨을 통해 원격으로 여닫을 수 있다. 여느 미니밴들이 그렇듯 작동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
후면부는 커다란 리어램프로 멋을 냈다. 여기에 굵은 크롬 장식을 달아 리어램프가 연결된 것 같은 이미지를 유도했다. 리프트 게이트도 전동식으로 작동되며 범퍼 아래 발을 넣으면 자동으로 열리는 핸즈프리 파워 테일게이트 기능을 지원한다. 원하는 높이만큼 열리는 메모리 기능도 탑재됐다.
디자인만이 아니다.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라는 이름의 차체 구조 설계 덕분에 차체 강성이 44%가량 좋아졌다.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의 복합 소재도 무게를 덜어내는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외부 디자인보다 실내 인테리어가 더 많이 달라졌다. 기존 모델은 다소 복잡한 디자인을 가졌었다. 다소 난잡한 보이던 버튼들도 보기 좋게 정돈됐다. 소재의 품질도 좋아졌다. 플라스틱보다 가죽이 많이 쓰여 보다 따뜻한 느낌도 받는다. 전체적으로 한층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졌다.
계기판은 7인치 디스플레이다. 타코미터는 물론 대부분의 차량 정보를 간결하게 표시해준다.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가 쓰였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였고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한다. 인포테인먼트 기능뿐 아니라 선명한 후방 카메라 화질도 인상적이다. 새끼 손톱보다도 작았던 버튼들은 터치 또는 다이얼 방식으로 대체됐다. 덕분에 사운드 시스템 음량 조절이 쉬워졌다.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버튼식 변속기가 위치한다. 혼다도 전자식 변속 시스템을 도입한 것. 모든 기능을 누르는 방식으로 만들었지만 후진 때는 R 버튼을 위에서 밑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 같은 버튼 타입 제어에 적응하는데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
앞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열선 스티어링도 갖췄다. 운전석은 물론 조수석 역시 전동 시트가 기본이다. 운전석에는 메모리 기능도 달렸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갖췄다. 현존하는 어떤 스마트폰도 쉽게 들어갈 만큼 큰 사이즈를 자랑한다. 향후 나올 다양한 사이즈의 태블릿폰도 쉽게 대응할 것이다. 센터 콘솔 수납공간도 광활하다. 일본계 차량이 이런 편의장비들을 갖췄다는 점이 놀랍다. 이 분야에서 최고를 달린다는 국산 모델 대비 부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오딧세이의 진정한 장점은 뒷좌석에 있다. 특히 넉넉한 2열 공간의 안락함이 좋다. 매직 슬라이드라는 이름을 갖는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은 물론 전후 좌우로 이동시킬 수 있다. 2열 시트의 탄력적인 움직임은 3열로 수월한 탑승도 돕는다. 필요에 따라 2열 시트를 분리시킬 수도 있다. 2열 시트는 3개로 독립된 구조인데 원하는 구성에 맞춰 개수를 조절할 수 있다. 테스트카는 2열 시트 하나를 빼고 왔다. 좌석수가 하나 줄었지만 덕분에 더 편안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캠핑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아예 2열을 빼고 평평한 공간을 즐길 수도 있다.
2열 천장에 자리한 10.2인치 모니터를 펼치면 오딧세이의 실내는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기존에도 DVD를 지원하는 모델들이 있었다. 오딧세이는 블루레이까지 지원한다. 조작은 별도의 리모컨으로 한다. 영상 음향은 무선 헤드폰을 통해 듣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시트백을 눕히고 영화를 보는 느낌은 생각보다 좋았다. 가족을 위해 구입한다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다.
영화를 감상하는데 덥거나 춥다면? 뒷좌석을 위한 전용 공조장치로 쾌적한 온도를 만들면 된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 온도 조절은 물론 자동 설정 기능도 지원한다.
2열에서 누릴 만큼 누렸으니 3열로 가보자. 역시나 넓다. 기존에도 동급 최고 수준의 3열이었지만 더 넓어졌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충분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형 SUV의 뒷좌석에 비교할 수준이랄까? 이 정도면 7인승 SUV들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 컵홀더와 송풍구, 파워 아울렛까지 있다. 불편한 3열이 아니라 승객을 배려한 공간이다.
여유로운 3열 공간. 하지만 운전석으로부터 멀어진다. 아무래도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석과 3열 승객이 대화를 나누기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 해소를 위해 캐빈토크 기능이 추가됐다. 마이크와 스피커로 전화하듯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활용성은 떨어져 보인다.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고 하울링 현상이 두드러졌다.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와 실제로 전달되는 목소리가 겹쳐 들리다 보니 대화가 원만하지 않다. 참신함! 그뿐이다.
캐빈토크 기능은 아쉬웠지만 캐빈와치 기능은 좋았다. 캐빈토크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개발됐다면 캐빈와치는 2~3열 공간 탑승자를 모니터로 볼 수 있다. 2열 천장에 위치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센터페시아 모니터로 보여주는 것. 컨버세이션 미러도 있지만 이보다 캐빈와치 기능의 사용 빈도가 높았다. 보다 편리하고 잘 보이기 때문. 물론 운전 중 이를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미니밴답게 수납공간도 많다. 실내 어디에나 컵홀더가 있다. 센터 콘솔 수납공간도 광활하다.
물론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3열 시트까지 모두 펼친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지만 3열을 사용하더라도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 3열 시트를 수납시킬 깊숙한 형상의 공간 덕분이다. 다양한 화물을 흔들림 없이 수납할 수 있어 좋았다. 2열 시트까지 탈거하면 2.3미터가 넘는 큰 짐도 쉽게 적재할 수 있다. 어지간한 양문형 냉장고 정도를 쉽게 실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트렁크 좌측에는 진공청소기가 장착돼 있다. 미니밴 특성상 여러 용도로 활용될 수 있겠다. 아이가 과자 부스러기를 흘려도 걱정이 없다. 작동 소음은 일반적인 진공청소기와 비슷하다. 조금 큰 소음을 갖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난한 흡입력, 호스도 길어 청소에 어려움이 없다. 노즐을 바꿀 수도 있다. 토요타가 시에나 구매자들에게 최신 무선 청소기를 증정하며 맞서야 할 듯. 다이슨보다 LG를 추천한다. 둘 다 써보니 그쪽이 더 좋았기 때문. 물론 이 분야가 우리 전문 분야는 아니니 큰 의미 두지 마시길.
오딧세이의 실내 설명에 많은 면을 할애했다. 그만큼 오딧세이는 많은 기능을 갖춘 미니밴이다. 또한 이 차는 주행 성능 보다 공간과 편의성이 중시되는 모델이다. 그래도 주행 만족도는 점검해 봐야겠지?
시동을 걸면 부드러운 6기통 가솔린 엔진 사운드가 들린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0.0 dBA 수준. 평균적인 정숙성이다. 이 수치는 운전석과 2열 시트 중간 부분에 해당하며, 2열 시트에서는 39.5 dBA, 3열 시트에서는 39.0 dBA로 뒤로 갈수록 조금씩 조용해졌다.
주행을 시작하면 가솔린 미니밴의 강점이 살아난다. 부드럽고 정숙한 감각이 남다르다. 시속 80km 주행 때 소음은 58.0 dBA 정도였다. 준대형 세단 부럽지 않은 수치다.
주행 모드는 효율을 우선시하는 ECON 모드와 일반 주행 모드, 스포츠 모드로 나뉜다. 차량 성격과 어울리지 않지만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패들로 최소한의 운전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또한 겨울철 노면을 위한 스노우모드를 갖췄다.
부드러운 감각의 승차감도 한몫하지만 변속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변속기 성능이 꽤나 큰 역할을 한다. 10다 자동변속기. 10개의 기어 단수로 불필요한 변속만 계속한다면 승차감만 떨어뜨리게 된다. 하지만 오딧세이의 10단 자동변속기는 울컥거림 없이 동력을 잘 소화시킨다. 특히 전진과 후진을 오갈 때 발생하는 특정 소음이나 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이 10단 자동변속기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여진 10단 변속기다. 그것도 미니밴을 통해서.
간단히 자동변속기의 역사를 살펴보자. 사실 자동변속기를 가장 먼저 상용화시킨 브랜드는 GM이다. 국내에서야 보령 미션으로 놀림 받지만 자동변속기와 관련해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갖는 브랜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올즈모빌 브랜드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이후 캐딜락에 적용됐다.
이후 ZF는 2002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내놨고, 이를 BMW 7시리즈에 탑재시켰다. 1년 후 2003년에는 다임러에서 7단 변속기를 개발해 다단화 경쟁이 가열됐다. 참고로 메르세데스-벤츠는 7단 변속기를 내놓기 전까지 “변속기는 5단이면 충분하다”라는 발언을 했다가 놀림을 받기도 했다. 사실 한국지엠이 6단 자동 변속기를 먼저 내놨을 때 현대차도 유사한 소리를 했으니 업계 관례인가 보다.
이후 2007년, 렉서스가 대형 세단 LS에 8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이후 ZF가 8단 변속기를 내놨고, 다임러는 7단 변속기의 개선형 모델을 사용하며 숨 고르기를 했다. 다시 2013년, ZF가 전륜구동형 9단 자동변속기를 내놨고 뒤이어 다임러가 후륜구동형 9단 변속기를 내놓으며 다시금 다단화 경쟁이 시작됐다. 포드와 GM이 공동 개발을 통해 10단 변속기를 양산시킨데 이어 혼다 역시 10단 변속기를 상용화 시킨 것. 참고로 최초의 10단 변속기 타이틀은 포드-GM 연합이 가져갔지만 전륜구동 전자식 10단 변속기는 혼다가 최초다.
혼다는 자체적으로 변속기를 개발한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토크 컨버터 자동변속기는 물론이고 CVT와 듀얼 클러치 변속기도 독자적으로 개발하려 했다. 최초의 9단 DCT를 NSX에 탑재시킨 일화도 유명하다.
이번 10단 변속기도 혼다가 직접 개발했다. 유성 기어를 적용해 10개의 기어를 갖지만 크기는 과거 6단 자동변속기 수준으로 줄였다. 변속기에 아이들 스톱 기능도 추가했으며, 전자식 변속 시스템도 집어넣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진과 후진을 오갈 때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기술도 개발했다.
10개의 다단화된 기어비는 과거 6단 변속기 대비 가속성능 14%, 엔진 응답성 30%, 연비 6%를 높였다. 또한 엔진 회전수를 26% 낮추게 했다.
이 정도면 상당한 경쟁력의 변속기다. 때문에 오딧세이에 기본 장착되지는 않는다. 국내 사양은 기본이지만 해외 시판형 기본 모델에는 ZF 9단 자동변속기를, 최상위 트림이나 옵션을 통해서만 자사의 10단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혼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1단 변속기를 개발하는 중이다. 듀얼 클러치가 아닌 트리플 클러치 변속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다단화된 변속기와 3.5리터 엔진은 오딧세이의 큰 덩치를 쉽게 가속시킨다. 가속감도 좋다. 엔진 회전수가 5,500rpm 부근을 넘어서면 VTEC 시스템이 가동(흡배기 캠의 변화)되며 스포츠카에서나 나올 듯한 배기 사운드로 바뀌기도 한다. 미니밴에서 말이다.
284마력과 36.2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오딧세이의 가속 성능을 확인했다. 동급 최고의 엔진이 얼마만큼의 성능을 보여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을 측정한 결과 7.62초를 기록했다. 현대 i30 1.6 터보 DCT(7.45초) 보다 느렸지만 아반떼 스포츠 DCT의 7.65초보다 빨랐다. 덩치 큰 둔한 미니밴이라고 얕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겠다.
이 성능도 초반에 휠스핀을 내며 기록한 것이다. 만약 타이어 접지 성능이 더 좋았다면 기록은 더 짧아졌을 것이다. 참고로 직접 측정한 오딧세이의 중량은 2,030kg이다. 무게를 생각하면 수준급 가속성능이다.
오딧세이는 분명 잘 나간다. 하지만 이 성능은 달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다인 승차환경에서 힘 부족 없이 달리기 위한 요소다. 6명 이상 탑승한 환경에서 차량이 비실거리며 달린다면 운전자는 꽤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오딧세이에서는 그런 걱정은 없어도 된다.
넉넉한 힘은 시속 180km 내외까지 차체를 가속시킨다. 고속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확실히 최근 일본 차들은 고속 안정성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오딧세이에 대한 만족감이 더 커진다. 다양한 공간 활용성 외에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까지 갖춰졌기 때문이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차선이탈 방지 기능과 차선 유지 기능은 물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탑재됐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위치한 주행보조 스위치를 누르면 스티어링 휠이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차간 거리까지 맞춰 준다. 뒷좌석 탑승자도 고속도로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만 운전자 역시 장거리 운행 때 최신 시스템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수적인 경쟁자 토요타는 언제쯤 이 기능이 국내에 들여올까? 시스템은 한국토요타가 체계적인 느낌인데, 상품 구성은 혼다코리아가 잘하는 모습이다.
단,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조금 아쉽다. 최근 정차 후 가속까지 지원하는 시스템도 많은데 오딧세이는 시속 25km 이하에서 작동이 해제되는 방식이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0.88m였다. 이는 최단거리이며, 평균적으로 41m 대를 유지했다. 테스트가 반복되더라도 41m 대를 넘어서지 않았다.
스포츠카에서도 제동성능이 중요시되지만 이에 못지않게 SUV나 미니밴에서도 제동 성능이 중요하다. 여러 사람이 탑승한 환경이 되면 무게가 늘고 다시금 무게가 제동계통에 부담을 주기 때문.
제동거리가 더 짧다면 좋았겠지만 지금도 미니밴으로 크게 빠지는 편은 아니다. 참고로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한 카니발(9인승)은 약 43m 수준의 제동거리를 보인 바 있다.
와인딩 로드에서 차량의 거동 정도만 확인했다. 이 섹션이 중요한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 대처 능력도 좋았다. 기본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바탕으로 하지만 미니밴 운전자가 이 영역까지 차의 속도를 높일 이유는 없을 듯하다.
타이어 성능도 좋아졌다. 오딧세이에 장착된 것은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40. 이는 우리 팀의 질타를 받던 EL400의 후속이다. 최근 토요타, 렉서스가 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내구성도 좋지만 성능도 무난하다.
주행을 하며 아쉬움은 없었다. 적당히 부드러운 서스펜션도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만들어줬고 2, 3열에서도 좋은 수준의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 팀은 시에나를 지지했다. 오딧세이가 더 넓었지만 그래도 시에나 2열의 오토만 시트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딧세이의 편을 들고 싶다. 최신 구성으로 만족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당연히 300~500만 원 정도 내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높아진 가격이 무리하다 생각되지는 않는다. 최신 변속기, 풀옵션의 구성. 조금 비싸긴 해도 후회할 요소가 없다는 점이 좋다.
오딧세이의 주행 연비는 시속 100km로 주행 때 약 12.5km/L 수준이었다. 덩치를 생각했을 때 나쁘지 않다. 국도에 올라 속도를 80km/h 내외로 낮추면 연비가 13.1km/L까지 높아진다. 속도 차이에 따라 극적인 연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수긍할 수준이다. 물론 평균 시속 15km 내외의 정차 구간에서는 연비가 5.5km/L 내외로 떨어졌다. 어쩔 수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불만을 가질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정체구간 출퇴근용으로 이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없을 테니까.
오딧세이는 충분히 만족할 모델이다. 이번 테스트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은 모두 이차를 갖고 싶어 했다.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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