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파일럿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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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서 가솔린 SUV의 인기는 그다지 높지 않다. 특히 대형급 가솔린 SUV의 인기는 더 낮다. 한마디로 국내 환경과 정서에 맞지 않는 것'.
우리 팀이 지난 2016년 게재한 파일럿 시승기의 도입부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시장이 달라졌다. 이제는 국내 소비자들도 대형 SUV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여전히 수입 SUV 판매 1위 자리를 지킨다. 국산차 팰리세이드도 현대차의 인기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토요타는 아직 대형급 SUV를 내놓지 않았지만 혼다와 닛산은 꾸준히 이 시장을 공략 중이다. 물론 ‘수입 대형 SUV=익스플로러’라는 공식이 깨질 가능성은 낮다. 팰리세이드의 등장으로 파일럿과 패스파인더의 존재감이 더 작아진 모습이다.
하지만 변화가 변수가 된다. 혼다는 그 변수를 노리며 파일럿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투입했다. 이번 모델이 더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디자인은 부분적으로 변했다. 헤드 램프를 풀 LED로 바꿔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스포티하던 범퍼는 조금 더 차분해졌다. 대부분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그렇듯 측면 변화는 없다. 그래도 투톤 색상의 20인치 휠을 넣어 새로운 느낌을 만들려 했다. 후면부 변화도 크지 않지만 LED 램프로 시대 흐름에 따랐다.
그리고 외모를 꾸미기 위해 금속 장식을 곳곳에 넣었다. 이런 번쩍거리는 구성은 요즘 무역 전쟁을 치르는 미국과 중국에서 잘 먹히는 요소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2열도 충분하며 3열 시트는 성인에게도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버튼 하나로 간편히 3열로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파일럿의 시트는 2가지다. 일반 트림은 8인승, 상급 트림 파일럿 엘리트는 2열이 독립 시트로 꾸며져 7인승 구조가 된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편의 및 안전장비도 보강했다. 액티브 세이프티 패키지인 혼다 센싱(Honda Sensing ™)과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이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다. 혼다 센싱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 보조,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기능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부 기능이 다소 제한적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지 않는다. 시속 25km 이하에서 해제되며, 다시 활성화시키려면 속도를 30km/h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사각 및 후 측방 경고 기능이 있지만 혼다가 자랑하던 레인 와치(Lane watch) 기능이 빠졌다. 볼륨 모델 CR-V에는 사각 경고 기능 대신 레인 와치가 있었는데, 다소 아쉬운 내용이다. 특히나 혼다가 선보인 이 기능을 최근 현대기아차가 더 열심히 쓰는 모습이다. 원조의 힘을 보여주면 좋겠다.
또 하나 이해하기 힘든 것은 오토 하이빔 미적용이다. 풀-LED 라이트까지 달았는데, 오토 하이빔은 없다. 수도권에 거주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겠지만 야간에 국도를 이용하는 운전자에게 오토 하이빔은 꿀 같은 존재다.
과거와 달리 수입 SUV들의 경쟁구도 안에 현대 팰리세이드 풀옵션 모델까지 들어왔다. 익스플로러를 택하는 소비자 다수는 다양한 구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 패키징(구성)이야말로 요즘 수입차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히 올해 포드가 선보일 신형 익스플로러는 더 많은 것들을 갖출 예정이다. 혼다도 기능에 대한 타협으로 판매량을 잃어선 안된다.
포드 신형 익스플로러
2019년형 파일럿(페이스리프트)은 두 가지로 나뉜다. 기본이 되는 파일럿, 그리고 고급형인 파일럿 엘리트로 구분되는 것. 하단 표를 통해 파일럿 엘리트 모델의 전용 사양부터 보자.
통풍시트, 2열 독립 시트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탐나지만 가격 차이가 460만 원으로 적지 않다. 때문에 필요한 구성이 있는지를 따져 상급 트림으로 결정해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시동 버튼에 손을 가져간다. 엔진 스타트 버튼의 붉은색 조명이 심장의 두근거림을 표현한다. 작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시동이 걸린 이후 정숙성이 마음에 든다. 고급 대형 세단 부럽지 않다. 계측장비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실내 정숙성은 37.0 dBA 수준이었다. 캐딜락의 대형 세단 CT6와 같은 수준이다. 기존 파일럿은 43.0 dBA를기록했는데,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며 N.V.H(소음진동)을 잡기 위해 신경을 쓴 모양이다. 시속 80km로 주행할 때의 정숙성도 좋았다. 수치는 57.5 dBA 수준. 세단인 메르세데스-벤츠 E300 4MATIC, BMW 730Ld xDrive 등과 동일한 수준의 정숙성이다.
현대 팰리세이드 3.8도 아이들 환경에서 36.5 dBA를 보였다. 오차 범위 안에서 파일럿을 앞섰다. 하지만 주행 때는 파일럿이 확실히 앞선 정숙성을 자랑했다. 팰리세이드는 같은 환경에서 59.0 dBA 수준을 보였다. 이런 수치가 별것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대형급 SUV들은 구조적으로 전면에서 받는 바람의 양이 많다. 그럼에도 이런 수치를 보여주는 것. 파일럿에 뒤처졌지만 팰리세이드의 수치도 대단한 것이다.
이번 파일럿에서 혼다는 또 하나 큰 변화를 추구했는데, 변속기를 기존 6단에서 9단으로 바꿨다. 이것 또한 이번 파일럿에서 눈여겨볼 내용이다.
지그시 가속 페달을 밟는다. 대배기량 엔진이 내는 저속 토크가 부드럽고 고급스럽게 밀어내는 감각을 만든다. 이는 가솔린 엔진을 쓰는 대형 SUV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파일럿의 것이 조금 더 고급스러운 편이다. 이는 디젤이 내는 시끄러운 소음과 진동, 그리고 터보차저의 부스트 압력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는 토크 변화와 대비되는 내용이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현대 팰리세이드는 엔진의 저회전 영역, 저속에서 토크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줬다. 분명 이 환경에서의 편안한 가속은 파일럿이 앞선다. 또 하나 재미난 특징이 있는데, 엔진 회전수가 5500rpm 넘나들 때 엔진 사운드가 바뀌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VTEC이 터지는 소리’라 말한다.
거창한 것 같지만 VTEC(Valve Timing and Lift Electronic Control)은 밸브 타이밍과 각도를 조절해주는 시스템이다. 국내 제조사는 물론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이 기술을 쓴다. 효율과 성능을 높인다는 목적도 같다. 하지만 혼다만큼 이 VTEC(밸브 컨트롤 기술)을 감성적으로 잘 표현하는 제조사도 없다. 사운드는 물론 체감 성능의 변화로 운전자를 자극한다는 것. 이는 분명한 경쟁력이 된다. 지금은 i-VTEC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VTEC과 VTC(Variable Timing Control)를 결합한 것이 i-VTEC이다.
복잡한 얘기처럼 보이지만 고속에서 성능 지향형 엔진으로 변경되는 구조를 갖췄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혼다는 이 엔진의 효율 향상을 위해 변속기를 9단으로 바꿨다. 혼다가 자체 개발한 10단을 써도 좋았을 텐데, 파일럿에는 ZF의 전륜형 9단 변속기를 넣었다. 엔진의 힘을 적절하게 쓰게 한다는 것은 좋다. 기어비도, 변속기 반응 속도도 충분한 성능이다. 다만 혼다의 10단 변속기가 갖춘 전진과 후진 시 충격을 상쇄시켜주는 기술이 부럽긴 하다.
새로운 변속기의 사용이 성능 향상도 이끌었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을 측정한 결과 7.38초를 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이 7.27초를 보였으니 미미하게 떨어진 성능이다.
가속력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파워 트레인의 변화, 무게 변화, 심지어 타이어의 성능도 일부 영향을 준다. 여기서 2016년 파일럿의 무게부터 보자. 당시 측정 결과는 1915.5 kg 수준. 이번 파일럿은 1947.5 kg 수준으로 조금 더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여러 장비의 추가가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파일럿은 여전히 빠른 성능을 가졌다. 현대 팰리세이드도 엔진의 고회전 영역에서 힘을 꽤 잘 쓰는 편이라 최대 가속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그런 팰리세이드가 7.78초를 기록했다. 다만 파일럿과 팰리세이드의 성능을 논하자면 파일럿의 것이 더 낫다. 고작 1초 미만의 가속력 차이 때문이 아닌, 저속에서 조금 더 여유로운 토크를 내는 것이 파일럿 엔진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보유한 3.8 및 5.0리터 가솔린 엔진은 의외로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 토크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5천 rpm 이상에서는 꽤 큰 힘을 내는 것이 특징. 덕분에 비슷한 가속력을 낸다. 하지만 순수 엔진 성능만 보면 역시 혼다가 앞선다. 배기량 차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혼다 파일럿에 탑재된 엔진은 3.5리터 급으로 i-VTEC 기술을 담아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 토크 36.2 kgf · m를 낸다. 고출력 차들이 즐비한 세상이기에 평범한 성능 같지만 SUV 용 엔진으로는 수준급 성능이다.
이번 파일럿이 준 또 하나의 감동은 주행 때 느껴지는 차체의 견고함이다. 보통 큰 사이즈의 SUV들은 뭔가 커다란 통처럼 충격 이후 특정 진동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대중 브랜드의 모델에서 그런 모습들이 잘 노출된다. 이전 파일럿도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 정도는 되어야 그런 모습이 억제된다. 혼다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이 부분을 개선했다.
혼다는 차세대 에이스 바디(ACE, 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 Body)로 충돌 안전성과 주행 안전성을 강화했다고 말한다. 모든 제조사가 그렇듯 보도자료에 나오는 뻔한 얘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차체가 보여준 경쟁력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거친 노면에서 차체를 떠돌던 진동이 사라졌다는 점이 좋았다. 의도적으로 스티어링 휠(핸들)을 빠르게 돌려 강한 횡 G 값을 만들어 차체를 비틀 때도 아쉬움은 없었다. 현대차도 최근 차체 설계 기술이 달라졌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혼다도 한 차원 진보한 차체 설계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기술적인 것을 몰라도 이전 파일럿과 지금의 파일럿을 타보면 그 격차를 쉽게 알 수 있을 것.
다만 제동 성능을 진행하지 못했다. 차량의 브레이크 시스템 길들이기가 진행되지 않은 것. 아무리 강한 제동력을 가해도 42m 이내에 들지 못했다. 이후 시험에서는 브레이크 온도 상승이 급격히 이뤄지며 엄청나게 긴 제동거리를 만들어냈다. 4천 km 이상 달린 미디어용 테스트카. 하지만 브레이크 시스템의 길들이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요즘 국내 미디어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길들이기를 진행하면 되지 않냐고? 가능은 한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 결국 이 문제로 인해 코너 진입 전 제동거리를 여유있게 조율해가며 나머지 시험들을 진행했다.
여기서 우리 팀이 테스트한 2016년식 파일럿의 제동력 시험 결과를 보자. 당시 38.8m를 기록했는데, 이는 승용 모델로 좋은 편에 속한다. 페이스리프트에서 제동 성능을 극적으로 낮추는 브랜드는 없다. 결국 이 부분은 향후 재검증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코너를 돌 때 파일럿의 진가가 드러난다. 파일럿에는 지형 관리 시스템(Intelligent Traction Management)을 머금은 4륜 구동 시스템이 들어간다. 표면적으로 눈길이나 진흙길, 모랫길과 같은 상황에서 최적의 그립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이 시스템의 특징이다.
하지만 4륜 시스템, 소위 말하는 ‘물건’이다. i-VTM4라는 이름의 4륜 시스템은 전후 구동력 배분은 물론 후륜 좌우측 바퀴에 구동력을 상황에 따라 바꾼다. 토크 벡터링이다. 좌우 100:0에서 0:100까지 배분되는데, 이런 기능은 BMW 모델에서도 특정 모델에만 쓰인다.
파일럿이 보유한 기본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 뭐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을 때 리어 휠로 몰린 구동력이 차량의 궤도를 예쁘게(?) 그려준다. 뭐랄까? 덩치 큰 미쓰비시의 랜서 에볼루션을 타는 느낌이다. 혼다 차로 얘기하자면 이전 세대 레전드를 타는 느낌이랄까? 대중 SUV에서는 느끼기 힘든 독특한 감각이 좋았다. 콘티넨탈의 크로스컨텍 LX 스포트(Continental CrossContact LX Sport)도 생각보다 좋은 성능을 냈다. 굳이 따져보면 AWD의 이점이 타이어의 성능을 더 잘 살렸다. 깊이 들어가면 개선된 차체의 영향도 있을 터.
일반 소비자들은 파일럿의 코너링 성능을 끝까지 체험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일반 주행을 하고 있을 때도 AWD 시스템이 나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 정도는 알아주면 좋겠다.
핸들링? 혼다다. 이것이 답이 될 수 있을까? 혼다는 전륜구동 모델 중 최강의 차를 만드는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다. 우리 제조사가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달리며 만들었다는 고성능 해치백을 자랑하고 있을 때, 그 서킷에서의 최고 기록을 작성한 장본인이다. 특히나 어코드는 동급 세단 중 핸들링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BMW 3시리즈가 후륜구동의 정석이었다면 전륜구동의 기준에는 폭스바겐 골프, 혼다 어코드가 있다. 그리고 그런 핸들링 성능을 이어 받은 것이 파일럿이다. 물론 세단의 것과는 차이가 나지만 적어도 동급에서 밀리는 일은 없을 듯.
승차감도 좋았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AWD 시스템, 가속력이나 자랑하려고 7~8인승 SUV를 타는 바보는 없다. 이런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 다수는 가족을 생각한다. 2~3열의 편안함. 단순 공간만 생각하는 소비자가 다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공간에 탑승한 가족들이 느끼는 승차감이다. 2~3열에 아이가 앉는다면 어떨까?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동일한 진동을 더 크게 느낀다. 그렇다면? 승차감이 좋아야 한다. 적어도 파일럿은 이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따냈다. 그 경쟁력은 특히 저속에서 두드러진다.
이제 연비를 보자. 사람들은 대배기량 SUV에서 연비를 기대하지 않는다. 사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파일럿은 고속도로 주행에서 13km/L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 팀이 테스트한 현대 팰리세이드 가솔린과 디젤 사이의 연비다. 적어도 정속 주행 환경에서 타협할 만한 연비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시내, 저속 환경을 만나면 연비는 대폭 떨어진다. 이는 모든 대형급 SUV들, 가솔린 SUV의 공통된 약점이다. 다만 공통 약점을 제외한 나머지로 본다면 파일럿은 경쟁력에서 우위에 섰다.
가격으로 보면 국산차 보다 비싸다. 아무래도 규모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그들이 현대차 수준으로 팔 수 있었다면, 가격을 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장 규모가 수입차 가격의 불리함을 만들고, 국산 제조사들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결국 가격 차이에서 오는 이점을 확실히 찾아야 수입차의 경쟁력이 커진다. 그렇다면 파일럿은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나? 적어도 가치 있는 차 중에 하나다.
그럼 최고가 아닐까? 아쉽게도 혼다는 한가지 소비자들의 불만 요소를 남겼다. 조립 품질의 아쉬움. 일부 패널의 단차를 보면, 혼다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다. 역시 미국 공장 생산자들은 사소한 부분에 신경을 덜 쓰는 모양새다. 우리 소비자들은 이런 점에 큰 아쉬움을 표한다. 그리고 혼다 딜러, 혼다코리아는 이런 사실을 본사에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 마무리 문제를 해결해 주던지, 아니면 한국에서 보완할 테니 그에 대한 인건비를 보상하던지. 모든 파일럿에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조립 품질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띄지 않으면 좋겠다.
뽑기 운이 필요하지만, 이를 제외한 파일럿의 상품성은 꽤 좋았다. 특히 차량의 기본기, 4륜 구동 등 일부 구성으로 보면 경쟁력 있다. 승차감도 좋고, 연비도 뛰어나다. 중요하진 않지만 가장 잘 달린다. 가족을 위한, 운전자를 위한 선택으로도 문제가 없다. 밖에서 바라보는 층이 아닌, 직접 소유했을 때 10명 중 9명은 만족할 수 있는, 파일럿은 그런 차다.
우리 팀이 지난 2016년 게재한 파일럿 시승기의 도입부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시장이 달라졌다. 이제는 국내 소비자들도 대형 SUV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여전히 수입 SUV 판매 1위 자리를 지킨다. 국산차 팰리세이드도 현대차의 인기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토요타는 아직 대형급 SUV를 내놓지 않았지만 혼다와 닛산은 꾸준히 이 시장을 공략 중이다. 물론 ‘수입 대형 SUV=익스플로러’라는 공식이 깨질 가능성은 낮다. 팰리세이드의 등장으로 파일럿과 패스파인더의 존재감이 더 작아진 모습이다.
하지만 변화가 변수가 된다. 혼다는 그 변수를 노리며 파일럿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투입했다. 이번 모델이 더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디자인은 부분적으로 변했다. 헤드 램프를 풀 LED로 바꿔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스포티하던 범퍼는 조금 더 차분해졌다. 대부분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그렇듯 측면 변화는 없다. 그래도 투톤 색상의 20인치 휠을 넣어 새로운 느낌을 만들려 했다. 후면부 변화도 크지 않지만 LED 램프로 시대 흐름에 따랐다.
그리고 외모를 꾸미기 위해 금속 장식을 곳곳에 넣었다. 이런 번쩍거리는 구성은 요즘 무역 전쟁을 치르는 미국과 중국에서 잘 먹히는 요소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2열도 충분하며 3열 시트는 성인에게도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버튼 하나로 간편히 3열로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파일럿의 시트는 2가지다. 일반 트림은 8인승, 상급 트림 파일럿 엘리트는 2열이 독립 시트로 꾸며져 7인승 구조가 된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편의 및 안전장비도 보강했다. 액티브 세이프티 패키지인 혼다 센싱(Honda Sensing ™)과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이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다. 혼다 센싱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 보조,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기능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부 기능이 다소 제한적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지 않는다. 시속 25km 이하에서 해제되며, 다시 활성화시키려면 속도를 30km/h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사각 및 후 측방 경고 기능이 있지만 혼다가 자랑하던 레인 와치(Lane watch) 기능이 빠졌다. 볼륨 모델 CR-V에는 사각 경고 기능 대신 레인 와치가 있었는데, 다소 아쉬운 내용이다. 특히나 혼다가 선보인 이 기능을 최근 현대기아차가 더 열심히 쓰는 모습이다. 원조의 힘을 보여주면 좋겠다.
또 하나 이해하기 힘든 것은 오토 하이빔 미적용이다. 풀-LED 라이트까지 달았는데, 오토 하이빔은 없다. 수도권에 거주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겠지만 야간에 국도를 이용하는 운전자에게 오토 하이빔은 꿀 같은 존재다.
과거와 달리 수입 SUV들의 경쟁구도 안에 현대 팰리세이드 풀옵션 모델까지 들어왔다. 익스플로러를 택하는 소비자 다수는 다양한 구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 패키징(구성)이야말로 요즘 수입차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히 올해 포드가 선보일 신형 익스플로러는 더 많은 것들을 갖출 예정이다. 혼다도 기능에 대한 타협으로 판매량을 잃어선 안된다.
2019년형 파일럿(페이스리프트)은 두 가지로 나뉜다. 기본이 되는 파일럿, 그리고 고급형인 파일럿 엘리트로 구분되는 것. 하단 표를 통해 파일럿 엘리트 모델의 전용 사양부터 보자.
통풍시트, 2열 독립 시트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탐나지만 가격 차이가 460만 원으로 적지 않다. 때문에 필요한 구성이 있는지를 따져 상급 트림으로 결정해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시동 버튼에 손을 가져간다. 엔진 스타트 버튼의 붉은색 조명이 심장의 두근거림을 표현한다. 작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시동이 걸린 이후 정숙성이 마음에 든다. 고급 대형 세단 부럽지 않다. 계측장비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실내 정숙성은 37.0 dBA 수준이었다. 캐딜락의 대형 세단 CT6와 같은 수준이다. 기존 파일럿은 43.0 dBA를기록했는데,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며 N.V.H(소음진동)을 잡기 위해 신경을 쓴 모양이다. 시속 80km로 주행할 때의 정숙성도 좋았다. 수치는 57.5 dBA 수준. 세단인 메르세데스-벤츠 E300 4MATIC, BMW 730Ld xDrive 등과 동일한 수준의 정숙성이다.
현대 팰리세이드 3.8도 아이들 환경에서 36.5 dBA를 보였다. 오차 범위 안에서 파일럿을 앞섰다. 하지만 주행 때는 파일럿이 확실히 앞선 정숙성을 자랑했다. 팰리세이드는 같은 환경에서 59.0 dBA 수준을 보였다. 이런 수치가 별것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대형급 SUV들은 구조적으로 전면에서 받는 바람의 양이 많다. 그럼에도 이런 수치를 보여주는 것. 파일럿에 뒤처졌지만 팰리세이드의 수치도 대단한 것이다.
이번 파일럿에서 혼다는 또 하나 큰 변화를 추구했는데, 변속기를 기존 6단에서 9단으로 바꿨다. 이것 또한 이번 파일럿에서 눈여겨볼 내용이다.
지그시 가속 페달을 밟는다. 대배기량 엔진이 내는 저속 토크가 부드럽고 고급스럽게 밀어내는 감각을 만든다. 이는 가솔린 엔진을 쓰는 대형 SUV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파일럿의 것이 조금 더 고급스러운 편이다. 이는 디젤이 내는 시끄러운 소음과 진동, 그리고 터보차저의 부스트 압력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는 토크 변화와 대비되는 내용이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현대 팰리세이드는 엔진의 저회전 영역, 저속에서 토크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줬다. 분명 이 환경에서의 편안한 가속은 파일럿이 앞선다. 또 하나 재미난 특징이 있는데, 엔진 회전수가 5500rpm 넘나들 때 엔진 사운드가 바뀌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VTEC이 터지는 소리’라 말한다.
거창한 것 같지만 VTEC(Valve Timing and Lift Electronic Control)은 밸브 타이밍과 각도를 조절해주는 시스템이다. 국내 제조사는 물론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이 기술을 쓴다. 효율과 성능을 높인다는 목적도 같다. 하지만 혼다만큼 이 VTEC(밸브 컨트롤 기술)을 감성적으로 잘 표현하는 제조사도 없다. 사운드는 물론 체감 성능의 변화로 운전자를 자극한다는 것. 이는 분명한 경쟁력이 된다. 지금은 i-VTEC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VTEC과 VTC(Variable Timing Control)를 결합한 것이 i-VTEC이다.
복잡한 얘기처럼 보이지만 고속에서 성능 지향형 엔진으로 변경되는 구조를 갖췄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혼다는 이 엔진의 효율 향상을 위해 변속기를 9단으로 바꿨다. 혼다가 자체 개발한 10단을 써도 좋았을 텐데, 파일럿에는 ZF의 전륜형 9단 변속기를 넣었다. 엔진의 힘을 적절하게 쓰게 한다는 것은 좋다. 기어비도, 변속기 반응 속도도 충분한 성능이다. 다만 혼다의 10단 변속기가 갖춘 전진과 후진 시 충격을 상쇄시켜주는 기술이 부럽긴 하다.
새로운 변속기의 사용이 성능 향상도 이끌었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을 측정한 결과 7.38초를 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이 7.27초를 보였으니 미미하게 떨어진 성능이다.
가속력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파워 트레인의 변화, 무게 변화, 심지어 타이어의 성능도 일부 영향을 준다. 여기서 2016년 파일럿의 무게부터 보자. 당시 측정 결과는 1915.5 kg 수준. 이번 파일럿은 1947.5 kg 수준으로 조금 더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여러 장비의 추가가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파일럿은 여전히 빠른 성능을 가졌다. 현대 팰리세이드도 엔진의 고회전 영역에서 힘을 꽤 잘 쓰는 편이라 최대 가속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그런 팰리세이드가 7.78초를 기록했다. 다만 파일럿과 팰리세이드의 성능을 논하자면 파일럿의 것이 더 낫다. 고작 1초 미만의 가속력 차이 때문이 아닌, 저속에서 조금 더 여유로운 토크를 내는 것이 파일럿 엔진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보유한 3.8 및 5.0리터 가솔린 엔진은 의외로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 토크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5천 rpm 이상에서는 꽤 큰 힘을 내는 것이 특징. 덕분에 비슷한 가속력을 낸다. 하지만 순수 엔진 성능만 보면 역시 혼다가 앞선다. 배기량 차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혼다 파일럿에 탑재된 엔진은 3.5리터 급으로 i-VTEC 기술을 담아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 토크 36.2 kgf · m를 낸다. 고출력 차들이 즐비한 세상이기에 평범한 성능 같지만 SUV 용 엔진으로는 수준급 성능이다.
이번 파일럿이 준 또 하나의 감동은 주행 때 느껴지는 차체의 견고함이다. 보통 큰 사이즈의 SUV들은 뭔가 커다란 통처럼 충격 이후 특정 진동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대중 브랜드의 모델에서 그런 모습들이 잘 노출된다. 이전 파일럿도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 정도는 되어야 그런 모습이 억제된다. 혼다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이 부분을 개선했다.
혼다는 차세대 에이스 바디(ACE, 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 Body)로 충돌 안전성과 주행 안전성을 강화했다고 말한다. 모든 제조사가 그렇듯 보도자료에 나오는 뻔한 얘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차체가 보여준 경쟁력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거친 노면에서 차체를 떠돌던 진동이 사라졌다는 점이 좋았다. 의도적으로 스티어링 휠(핸들)을 빠르게 돌려 강한 횡 G 값을 만들어 차체를 비틀 때도 아쉬움은 없었다. 현대차도 최근 차체 설계 기술이 달라졌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혼다도 한 차원 진보한 차체 설계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기술적인 것을 몰라도 이전 파일럿과 지금의 파일럿을 타보면 그 격차를 쉽게 알 수 있을 것.
다만 제동 성능을 진행하지 못했다. 차량의 브레이크 시스템 길들이기가 진행되지 않은 것. 아무리 강한 제동력을 가해도 42m 이내에 들지 못했다. 이후 시험에서는 브레이크 온도 상승이 급격히 이뤄지며 엄청나게 긴 제동거리를 만들어냈다. 4천 km 이상 달린 미디어용 테스트카. 하지만 브레이크 시스템의 길들이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요즘 국내 미디어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길들이기를 진행하면 되지 않냐고? 가능은 한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 결국 이 문제로 인해 코너 진입 전 제동거리를 여유있게 조율해가며 나머지 시험들을 진행했다.
여기서 우리 팀이 테스트한 2016년식 파일럿의 제동력 시험 결과를 보자. 당시 38.8m를 기록했는데, 이는 승용 모델로 좋은 편에 속한다. 페이스리프트에서 제동 성능을 극적으로 낮추는 브랜드는 없다. 결국 이 부분은 향후 재검증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코너를 돌 때 파일럿의 진가가 드러난다. 파일럿에는 지형 관리 시스템(Intelligent Traction Management)을 머금은 4륜 구동 시스템이 들어간다. 표면적으로 눈길이나 진흙길, 모랫길과 같은 상황에서 최적의 그립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이 시스템의 특징이다.
하지만 4륜 시스템, 소위 말하는 ‘물건’이다. i-VTM4라는 이름의 4륜 시스템은 전후 구동력 배분은 물론 후륜 좌우측 바퀴에 구동력을 상황에 따라 바꾼다. 토크 벡터링이다. 좌우 100:0에서 0:100까지 배분되는데, 이런 기능은 BMW 모델에서도 특정 모델에만 쓰인다.
파일럿이 보유한 기본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 뭐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을 때 리어 휠로 몰린 구동력이 차량의 궤도를 예쁘게(?) 그려준다. 뭐랄까? 덩치 큰 미쓰비시의 랜서 에볼루션을 타는 느낌이다. 혼다 차로 얘기하자면 이전 세대 레전드를 타는 느낌이랄까? 대중 SUV에서는 느끼기 힘든 독특한 감각이 좋았다. 콘티넨탈의 크로스컨텍 LX 스포트(Continental CrossContact LX Sport)도 생각보다 좋은 성능을 냈다. 굳이 따져보면 AWD의 이점이 타이어의 성능을 더 잘 살렸다. 깊이 들어가면 개선된 차체의 영향도 있을 터.
일반 소비자들은 파일럿의 코너링 성능을 끝까지 체험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일반 주행을 하고 있을 때도 AWD 시스템이 나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 정도는 알아주면 좋겠다.
핸들링? 혼다다. 이것이 답이 될 수 있을까? 혼다는 전륜구동 모델 중 최강의 차를 만드는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다. 우리 제조사가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달리며 만들었다는 고성능 해치백을 자랑하고 있을 때, 그 서킷에서의 최고 기록을 작성한 장본인이다. 특히나 어코드는 동급 세단 중 핸들링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BMW 3시리즈가 후륜구동의 정석이었다면 전륜구동의 기준에는 폭스바겐 골프, 혼다 어코드가 있다. 그리고 그런 핸들링 성능을 이어 받은 것이 파일럿이다. 물론 세단의 것과는 차이가 나지만 적어도 동급에서 밀리는 일은 없을 듯.
승차감도 좋았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AWD 시스템, 가속력이나 자랑하려고 7~8인승 SUV를 타는 바보는 없다. 이런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 다수는 가족을 생각한다. 2~3열의 편안함. 단순 공간만 생각하는 소비자가 다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공간에 탑승한 가족들이 느끼는 승차감이다. 2~3열에 아이가 앉는다면 어떨까?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동일한 진동을 더 크게 느낀다. 그렇다면? 승차감이 좋아야 한다. 적어도 파일럿은 이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따냈다. 그 경쟁력은 특히 저속에서 두드러진다.
이제 연비를 보자. 사람들은 대배기량 SUV에서 연비를 기대하지 않는다. 사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파일럿은 고속도로 주행에서 13km/L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 팀이 테스트한 현대 팰리세이드 가솔린과 디젤 사이의 연비다. 적어도 정속 주행 환경에서 타협할 만한 연비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시내, 저속 환경을 만나면 연비는 대폭 떨어진다. 이는 모든 대형급 SUV들, 가솔린 SUV의 공통된 약점이다. 다만 공통 약점을 제외한 나머지로 본다면 파일럿은 경쟁력에서 우위에 섰다.
가격으로 보면 국산차 보다 비싸다. 아무래도 규모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그들이 현대차 수준으로 팔 수 있었다면, 가격을 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장 규모가 수입차 가격의 불리함을 만들고, 국산 제조사들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결국 가격 차이에서 오는 이점을 확실히 찾아야 수입차의 경쟁력이 커진다. 그렇다면 파일럿은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나? 적어도 가치 있는 차 중에 하나다.
그럼 최고가 아닐까? 아쉽게도 혼다는 한가지 소비자들의 불만 요소를 남겼다. 조립 품질의 아쉬움. 일부 패널의 단차를 보면, 혼다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다. 역시 미국 공장 생산자들은 사소한 부분에 신경을 덜 쓰는 모양새다. 우리 소비자들은 이런 점에 큰 아쉬움을 표한다. 그리고 혼다 딜러, 혼다코리아는 이런 사실을 본사에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 마무리 문제를 해결해 주던지, 아니면 한국에서 보완할 테니 그에 대한 인건비를 보상하던지. 모든 파일럿에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조립 품질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띄지 않으면 좋겠다.
뽑기 운이 필요하지만, 이를 제외한 파일럿의 상품성은 꽤 좋았다. 특히 차량의 기본기, 4륜 구동 등 일부 구성으로 보면 경쟁력 있다. 승차감도 좋고, 연비도 뛰어나다. 중요하진 않지만 가장 잘 달린다. 가족을 위한, 운전자를 위한 선택으로도 문제가 없다. 밖에서 바라보는 층이 아닌, 직접 소유했을 때 10명 중 9명은 만족할 수 있는, 파일럿은 그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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