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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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하면 ‘기술의 혼다’를 떠올릴 사람들이 많다. 자전거를 만들던 회사가 오토바이를 만들고, 이후 자동차를 만들며 레이스 업계의 최고봉인 F1까지 진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비행기를 개발하고 2족 보행 로봇인 아시모까지 내놨다. 물론 아시모 프로젝트는 최근 중단되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혼다, 많은 소비자들이 응원을 했고 팬층도 두텁다.
혼다에게 힘든 시절도 있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닥치고 나서다. 자동차 회사가 줄 도산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으려면 개성을 버리고 팔릴만한 무난한 차만 만들어 내야 한다. 누구라도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판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다는 F1에서, 모터스포츠에서 떠났다. Type R이라는 고성능 모델 프로젝트도 무기한 연기했다. 오직 바이크, 세단, SUV, 미니밴 정도에 매진했다.
이 시기에 등장했던 혼다 모델들은 그야말로 무난함 그 자체였다. 그나마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미래지향적인 개성을 보였다. 사실 차량의 성격만 따지면 토요타인지 혼다인지 닛산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혼다의 개성이란 없었다.
(왼쪽부터)혼다 NSX, 혼다 시빅 타입 R
이후 세계 경기가 안정화에 접어들고 자동차 판매량이 정상 궤도에 오르자 혼다도 다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F1에 다시 참전하고 슈퍼카인 NSX와 시빅 Type R도 부활시켰다. 자동차의 운전 재미를 일깨우기 위해 안 팔리는 것을 알면서도 경차급 S660도 내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코드도 10세대로 진화했다. 우울했던 시기를 지나 혼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형 세단이기도 하다. 특히 어코드 2.0 터보는 300마력대 성능을 자랑하는 고성능 시빅 Type R의 엔진을 기반으로 성능만 낮춰 달았다.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대 쏘나타 터보는 외관에서부터 스포티한 느낌을 추구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알게 해준다. 반면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의 외적인 부분이 1.5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차이점을 살펴보자면 휠이 19인치로 커지고 후면부에 리어 스포일러를 추가한 정도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패스트백을 연상시키는 실루엣도 그대로. LED 헤드라이트, 듀얼 머플러 등의 구성도 같다.
인테리어도 동일한 구성이다. 특히 혼다만의 고집에서 탈피해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좋아할 디자인을 선택했다는 점이 좋다. 9세대 어코드만 해도 상하로 나뉜 센터페시아 모니터,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은 대시보드, 일반적이지 않은 계기판 디자인이 생소함을 부추겼다. 너무나 작은 센터페시아 모니터 옆 버튼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10세대 어코드는 수평형 레이아웃, 얇아진 대시보드, 태블릿을 연상시키는 센터페시아 모니터로 최신 트렌드를 따른다. 전방 시야를 개선하기 위해 A-필러를 20%가량 얇게 만들었다. 4-스포크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 디자인도 깔끔하다. 패들도 있다. 어수선했던 버튼도 간결히 다듬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8인치 크기이며 먼저 선보인 어코드 1.5T와 구성은 같다. 공조장치도 다이얼 방식이다. 온도 다이얼은 돌리면 온도를 높일 때 레드, 낮추면 블루톤의 조명도 들어온다.
뒷좌석은 여유롭다. 휠베이스가 55mm 증가하며 무릎 공간도 넉넉해졌다. 하지만 루프라인 때문인지 헤드룸이 다소 부족하다. 3단계로 조절되는 뒷좌석 열선도 좋은 구성이다. 트렁크 공간은 473리터로 일반적인 중형 세단 수준이다. 뒷좌석 시트 폴딩을 통해 공간을 확장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차체 강성 확보 때문인지 폴딩 후 만들어지는 통로가 넓지 않다.
상위 모델로 자리하는 만큼 1.5T 모델과 비교해 많은 장비들이 추가됐다. 6인치 크기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있다. 밝고 글자도 또렷하다는 점이 좋다. 시트에 메모리 기능도 추가됐다. 오른쪽 사각지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레인-와치(Lane-Watch) 기능도 있다. 이 기능으로 오른쪽 사각지대를 모니터로 볼 수 있다. 최근 기아 K9이 응용한 것인데 K9에는 왼쪽을 보는 기능도 추가돼 있다.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도 강화됐다. 세이프티 패키지인 혼다 센싱(Honda Sensing) 덕분이다.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간거리 확인 기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기능들은 최근 소비자들이 반기는 기능이다. 때문에 1.5T 모델에도 이 기능이 추가되길 바라는 소비자들이 많다.
차선 중앙을 유지해주는 기능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덕분에 반자율 주행 기술도 경험할 수 있는데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나 볼보 정도의 완성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차선 중앙 유지가 매끄럽지 못하다. 스티어링 휠의 개입도 적극적이지 않다. 코너를 만나면 차선 인식을 하지 못하고 풀려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때문에 지금의 기능은 어디까지나 사고 위험을 낮춰주는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혼다 센싱은 ‘안전장비’이지 ‘자율 주행 시스템’이 아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제조사가 내놓은 것들도 기술적 우위에 있을 뿐 완벽한 자율 주행까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주행 중 제동 시스템을 스스로 작동시킬 때는 브레이크 페달이 직접 작동하는 방식을 쓴다. 어댑티브 크루즈를 활용하고 있을 때 브레이크 페달이 스스로 작동한다고 놀라지 않길 바란다.
어코드 1.5 터보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은 센터 콘솔 부분이다. 기어 레버가 버튼식으로 변경된 덕분이다. 2.0T에는 전자식 변속 시스템을 활용한 10단 변속기가 사용되며, 수동 모드에서는 패들을 활용할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아니고 대중 브랜드가 최초로 전륜 10단 변속기를 사용한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꽤나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욕심이 더 커진다. 앞 좌석 통풍 기능과 스티어링 열선 기능 정도가 추가되면 좋겠다. 아무래도 국산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일부 편의 장비 부재가 눈에 띈다.
앞서 우리 팀이 테스트한 어코드 1.5 터보는 강력한 가속 성능까지는 아니어도 매우 훌륭한 밸런스로 운전하는 재미를 키웠다. 그렇기에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에 거는 기대감도 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는 시빅 타입 R이 사용하는 2리터 터보 엔진을 기초로 한다. 보다 작은 터보차저를 사용해 출력을 낮췄지만 이를 통해 엔진 반응성을 키웠다. 여기에 10단 자동변속기와 1초에 500회 댐핑 압력 제어가 가능한 서스펜션도 있다. 구성만 놓고 보면 프리미엄 브랜드 부럽지 않을 정도다. 우선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시동 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마치 심장의 두근거림을 표현한 조명 효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시동을 걸면 잔잔하게 가솔린 엔진이 작동을 시작한다. 조용하다. 고성능과는 거리가 멀다. 성능 중심의 모델이라지만 어디까지나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는 패밀리 세단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아이들 소음을 확인한 결과 38.0 dBA로 확인됐다. 혼다의 기함급 세단인 레전드 3.5와 동일한 정숙성이다. 하지만 주행 시작과 함께 타이어 소음이 거슬린다. 235mm 너비의 타이어는 굿이어의 이글 투어링. 타이어 폭 대비 로드 노이즈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참고로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에 장착되는 타이어는 굿이어 제품 이외에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MXM4 등이 있다. 이때는 주행 소음 부분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 아무래도 MXM4 쪽의 소음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일상에서는 편하다. 1.5T도 충분히 여유로운 성능이었지만 조금은 과해 보이는 2.0T는 저속에서부터 여유로운 힘으로 운전자를 편하게 만든다. 사실 이 엔진은 3.5리터 엔진 대체를 위한 것인데 그 덕분인지 저속부터 충분한 힘을 끌어냈다.
그렇다면 가속력은 어떨까?
정밀 계측기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어코드 2.0T는 6.78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성능을 냈다. 이는 아우디 Q7 45 TDI나 포르쉐 마칸 S 디젤과 유사한 성능이다. 또한 렉서스 GS350 F 스포트와도 비슷한 가속력이다. 참고로 같은 2.0T 터보 엔진을 쓰는 말리부 터보는 6.64초, 쏘나타 터보는 7.81초 만에 시속 100km에 이르는 성능을 낸다.
말리부와 유사하며 쏘나타 보다 약 1초가량 빠른 성능을 낸다고 보면 된다. 한가지 더 참고하자면 어코드의 속도계가 시속 100km로 가리킬 때, 이때의 실제 속도는 96km/h 부근이다. 즉, 4km/h의 오차를 갖고 있는 만큼 계기판이 시속 104km를 가리킬 때가 실제 속도 100km/h라고 보면 된다. 간혹 속도계를 카메라로 찍어 발진 가속성능을 언급하는 사례도 볼 수 있는데, 당연히 이쪽이 빠르게 나온다. 우선 아날로그 미터는 보는 위치에 따라 차이가 난다. 또한 실제 속도와 속도계 사이의 오차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결과 최근 테스트한 볼보 XC40이 1km/h의 오차를 보였으며 우리에게 가장 대중적인 현대기아차의 모델 중 일부는 6~7km/h 내외의 오차를 보인 바 있다.
더운 여름이다. 올해는 정말이지 덥다. 하지만 어코드 2.0T는 지치지 않는 가속력을 이어간다. 30도 이상을 오르내리는 환경. 일반적인 2.0 자연흡기 엔진의 중형차들은 이때 힘 부족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에어컨은 다시금 힘 부족을 가속시키는 작용을 한다. 반면 애초부터 출력이 여유로운 모델들에서는 이런 아쉬움이 크지 않다.
특히나 어코드의 매력을 발산하는 영역은 코너다. 핸들링이 일품이다. 특히나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이런 느낌을 준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국산 모델로 비교하자면 쏘나타와 말리부 사이, 정확히는 말리부 쪽과 유사한 감각을 보인다. 쏘나타 2.0터보는 서스펜션이 단단해 차량의 거동을 민첩하게 이끈 반면 승차감에서 너무 많은 손해를 봤다. 사실상 튜닝카로 분류할 정도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주는 성능의 이점이 클 것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는 적당히 탄력성을 보여주는 서스펜션이 더 좋다. 너무 단단하면 차체가 튀는 현상이 나오고 이것이 안전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쉐보레 말리부는 꽤나 부드러운 느낌이다. 예전과 다르다. 하지만 무난한 핸들링을 보였던 바 있다. 혼다 어코드 2.0T는 말리부 보다 소폭 단단한 느낌으로 감각적 성능을 이어감과 동시에 최상의 핸들링, 무난한 승차감 등 여러 가지를 잡아내고 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처리 능력도 좋았고, 고속 주행 안정감도 뛰어났다. 미국형 어코드가 갖던 컴포트한 성향, 유럽형 어코드의 감각적 성능을 잘 버무린 느낌이 짙다.
하지만 코너링 자체가 빠른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타이어가 많은 것들을 잃게 만들고 있다. 일상에서의 성능이야 그렇다고 해도 어코드 2.0T가 가진 본격 성능을 체감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타이어는 굿이어의 이글 투어링. 미국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타이어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 도로 환경, 조금 더 성능을 감안하는 어코드 2.0T의 소비자층을 감안하면 마른 노면 성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아쉬움을 주는 것은 타이어 소음이다. 아이들 상태의 정숙성은 꽤나 좋다. 하지만 타이어가 만드는 소음이 주행 소음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나 어코드 1.5T와 비교하자면 약 3dBA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데 이 수치는 꽤나 큰 차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형차와 대형차 정도의 차이라 볼 수 있다. 타이어 하나 차이가 2.0T를 시끄러운 차로 만든다는 점은 아쉽다.
반면 10단 변속기는 어코드의 자랑이다. 이와 같은 다단화 변속기는 고속도로 주행 연비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중간 기어비가 촘촘한 편은 아닌데 고속주행이 많은 미국 주행 환경을 1순위에 둔 것이 이유라 생각된다. 조금 욕심을 부려 6단 미만의 기어를 조금 더 촘촘하게 가져가 가속성능 높이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별다른 쇼크를 보이지 않았고 매끄러운 성향으로 1~10단 사이를 오르내린다는 점이다.
제동력은 어땠을까? 시속 100km로 달리던 어코드는 계측 결과 39.57m의 거리에 멈췄다. 이는 최단 거리이며 보통은 40~41m 내외의 성능을 이어나갔다. 타이어의 영향도 크지만 고성능 지향 모델인 만큼 제동성능에 여유를 두는 것도 좋겠다.
자세제어장치(VSA)의 개입도 좋은 편이다. 간혹 급작스러운 개입으로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차도 있지만 어코드의 시스템은 꽤나 세련된 모습으로 제어를 해나간다. 다만 타이어 성능 부족이 개입 시점을 당긴다는 점이 아쉽다.
주행 연비는 어떨까? 어코드 2.0T는 고속도로 주행에서 17.5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1.5T 모델이 20km/L를 살짝 넘기는 수준을 보였으니 이보다는 부족해도 성능을 감안할 때 타협할 수준은 된다.
어코드 2.0T는 꽤나 잘 만들어진 모델이다. 기존 나온 국산 2.0T 모델들과 큰 차이 없어 보이지만 혼다 엔지니어들이 구축한 세련된 셋업 노하우가 잘 살아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1.5T와 2.0T 중에서 어느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 팀은 간단히 결론을 내렸다. 1.5T 모델은 시내 주행이 중심을 이루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하다 가격적인 이점은 물론 연비 측면에서도 낫다. 반면 고속도로 주행이 많거나 고속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2.0T를 추천한다. 고속주행 연비가 조금 떨어지긴 하나 넉넉한 힘을 기반에 두고 보다 편안한 주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 여기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반의 혼다 센싱은 조금 더 편안한 주행에 도움을 줄 것이다. 즉, 가격 차이가 있다 해도 편의성 차원에서 이점이 있으니 이를 택할 뚜렷한 이유가 생긴다. 그렇다면 한가지 변수가 남는다. 과연 어코드 하이브리드까지를 비교 대상에 넣는다면? 이 얘기는 다음 회에 이어갈 예정이다.
혼다에게 힘든 시절도 있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닥치고 나서다. 자동차 회사가 줄 도산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으려면 개성을 버리고 팔릴만한 무난한 차만 만들어 내야 한다. 누구라도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판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다는 F1에서, 모터스포츠에서 떠났다. Type R이라는 고성능 모델 프로젝트도 무기한 연기했다. 오직 바이크, 세단, SUV, 미니밴 정도에 매진했다.
이 시기에 등장했던 혼다 모델들은 그야말로 무난함 그 자체였다. 그나마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미래지향적인 개성을 보였다. 사실 차량의 성격만 따지면 토요타인지 혼다인지 닛산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혼다의 개성이란 없었다.
이후 세계 경기가 안정화에 접어들고 자동차 판매량이 정상 궤도에 오르자 혼다도 다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F1에 다시 참전하고 슈퍼카인 NSX와 시빅 Type R도 부활시켰다. 자동차의 운전 재미를 일깨우기 위해 안 팔리는 것을 알면서도 경차급 S660도 내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코드도 10세대로 진화했다. 우울했던 시기를 지나 혼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형 세단이기도 하다. 특히 어코드 2.0 터보는 300마력대 성능을 자랑하는 고성능 시빅 Type R의 엔진을 기반으로 성능만 낮춰 달았다.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대 쏘나타 터보는 외관에서부터 스포티한 느낌을 추구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알게 해준다. 반면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의 외적인 부분이 1.5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차이점을 살펴보자면 휠이 19인치로 커지고 후면부에 리어 스포일러를 추가한 정도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패스트백을 연상시키는 실루엣도 그대로. LED 헤드라이트, 듀얼 머플러 등의 구성도 같다.
인테리어도 동일한 구성이다. 특히 혼다만의 고집에서 탈피해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좋아할 디자인을 선택했다는 점이 좋다. 9세대 어코드만 해도 상하로 나뉜 센터페시아 모니터,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은 대시보드, 일반적이지 않은 계기판 디자인이 생소함을 부추겼다. 너무나 작은 센터페시아 모니터 옆 버튼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10세대 어코드는 수평형 레이아웃, 얇아진 대시보드, 태블릿을 연상시키는 센터페시아 모니터로 최신 트렌드를 따른다. 전방 시야를 개선하기 위해 A-필러를 20%가량 얇게 만들었다. 4-스포크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 디자인도 깔끔하다. 패들도 있다. 어수선했던 버튼도 간결히 다듬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8인치 크기이며 먼저 선보인 어코드 1.5T와 구성은 같다. 공조장치도 다이얼 방식이다. 온도 다이얼은 돌리면 온도를 높일 때 레드, 낮추면 블루톤의 조명도 들어온다.
뒷좌석은 여유롭다. 휠베이스가 55mm 증가하며 무릎 공간도 넉넉해졌다. 하지만 루프라인 때문인지 헤드룸이 다소 부족하다. 3단계로 조절되는 뒷좌석 열선도 좋은 구성이다. 트렁크 공간은 473리터로 일반적인 중형 세단 수준이다. 뒷좌석 시트 폴딩을 통해 공간을 확장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차체 강성 확보 때문인지 폴딩 후 만들어지는 통로가 넓지 않다.
상위 모델로 자리하는 만큼 1.5T 모델과 비교해 많은 장비들이 추가됐다. 6인치 크기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있다. 밝고 글자도 또렷하다는 점이 좋다. 시트에 메모리 기능도 추가됐다. 오른쪽 사각지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레인-와치(Lane-Watch) 기능도 있다. 이 기능으로 오른쪽 사각지대를 모니터로 볼 수 있다. 최근 기아 K9이 응용한 것인데 K9에는 왼쪽을 보는 기능도 추가돼 있다.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도 강화됐다. 세이프티 패키지인 혼다 센싱(Honda Sensing) 덕분이다.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간거리 확인 기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기능들은 최근 소비자들이 반기는 기능이다. 때문에 1.5T 모델에도 이 기능이 추가되길 바라는 소비자들이 많다.
차선 중앙을 유지해주는 기능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덕분에 반자율 주행 기술도 경험할 수 있는데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나 볼보 정도의 완성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차선 중앙 유지가 매끄럽지 못하다. 스티어링 휠의 개입도 적극적이지 않다. 코너를 만나면 차선 인식을 하지 못하고 풀려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때문에 지금의 기능은 어디까지나 사고 위험을 낮춰주는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혼다 센싱은 ‘안전장비’이지 ‘자율 주행 시스템’이 아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제조사가 내놓은 것들도 기술적 우위에 있을 뿐 완벽한 자율 주행까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주행 중 제동 시스템을 스스로 작동시킬 때는 브레이크 페달이 직접 작동하는 방식을 쓴다. 어댑티브 크루즈를 활용하고 있을 때 브레이크 페달이 스스로 작동한다고 놀라지 않길 바란다.
어코드 1.5 터보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은 센터 콘솔 부분이다. 기어 레버가 버튼식으로 변경된 덕분이다. 2.0T에는 전자식 변속 시스템을 활용한 10단 변속기가 사용되며, 수동 모드에서는 패들을 활용할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아니고 대중 브랜드가 최초로 전륜 10단 변속기를 사용한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꽤나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욕심이 더 커진다. 앞 좌석 통풍 기능과 스티어링 열선 기능 정도가 추가되면 좋겠다. 아무래도 국산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일부 편의 장비 부재가 눈에 띈다.
앞서 우리 팀이 테스트한 어코드 1.5 터보는 강력한 가속 성능까지는 아니어도 매우 훌륭한 밸런스로 운전하는 재미를 키웠다. 그렇기에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에 거는 기대감도 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는 시빅 타입 R이 사용하는 2리터 터보 엔진을 기초로 한다. 보다 작은 터보차저를 사용해 출력을 낮췄지만 이를 통해 엔진 반응성을 키웠다. 여기에 10단 자동변속기와 1초에 500회 댐핑 압력 제어가 가능한 서스펜션도 있다. 구성만 놓고 보면 프리미엄 브랜드 부럽지 않을 정도다. 우선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시동 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마치 심장의 두근거림을 표현한 조명 효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시동을 걸면 잔잔하게 가솔린 엔진이 작동을 시작한다. 조용하다. 고성능과는 거리가 멀다. 성능 중심의 모델이라지만 어디까지나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는 패밀리 세단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아이들 소음을 확인한 결과 38.0 dBA로 확인됐다. 혼다의 기함급 세단인 레전드 3.5와 동일한 정숙성이다. 하지만 주행 시작과 함께 타이어 소음이 거슬린다. 235mm 너비의 타이어는 굿이어의 이글 투어링. 타이어 폭 대비 로드 노이즈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참고로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에 장착되는 타이어는 굿이어 제품 이외에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MXM4 등이 있다. 이때는 주행 소음 부분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 아무래도 MXM4 쪽의 소음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일상에서는 편하다. 1.5T도 충분히 여유로운 성능이었지만 조금은 과해 보이는 2.0T는 저속에서부터 여유로운 힘으로 운전자를 편하게 만든다. 사실 이 엔진은 3.5리터 엔진 대체를 위한 것인데 그 덕분인지 저속부터 충분한 힘을 끌어냈다.
그렇다면 가속력은 어떨까?
정밀 계측기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어코드 2.0T는 6.78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성능을 냈다. 이는 아우디 Q7 45 TDI나 포르쉐 마칸 S 디젤과 유사한 성능이다. 또한 렉서스 GS350 F 스포트와도 비슷한 가속력이다. 참고로 같은 2.0T 터보 엔진을 쓰는 말리부 터보는 6.64초, 쏘나타 터보는 7.81초 만에 시속 100km에 이르는 성능을 낸다.
말리부와 유사하며 쏘나타 보다 약 1초가량 빠른 성능을 낸다고 보면 된다. 한가지 더 참고하자면 어코드의 속도계가 시속 100km로 가리킬 때, 이때의 실제 속도는 96km/h 부근이다. 즉, 4km/h의 오차를 갖고 있는 만큼 계기판이 시속 104km를 가리킬 때가 실제 속도 100km/h라고 보면 된다. 간혹 속도계를 카메라로 찍어 발진 가속성능을 언급하는 사례도 볼 수 있는데, 당연히 이쪽이 빠르게 나온다. 우선 아날로그 미터는 보는 위치에 따라 차이가 난다. 또한 실제 속도와 속도계 사이의 오차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결과 최근 테스트한 볼보 XC40이 1km/h의 오차를 보였으며 우리에게 가장 대중적인 현대기아차의 모델 중 일부는 6~7km/h 내외의 오차를 보인 바 있다.
더운 여름이다. 올해는 정말이지 덥다. 하지만 어코드 2.0T는 지치지 않는 가속력을 이어간다. 30도 이상을 오르내리는 환경. 일반적인 2.0 자연흡기 엔진의 중형차들은 이때 힘 부족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에어컨은 다시금 힘 부족을 가속시키는 작용을 한다. 반면 애초부터 출력이 여유로운 모델들에서는 이런 아쉬움이 크지 않다.
특히나 어코드의 매력을 발산하는 영역은 코너다. 핸들링이 일품이다. 특히나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이런 느낌을 준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국산 모델로 비교하자면 쏘나타와 말리부 사이, 정확히는 말리부 쪽과 유사한 감각을 보인다. 쏘나타 2.0터보는 서스펜션이 단단해 차량의 거동을 민첩하게 이끈 반면 승차감에서 너무 많은 손해를 봤다. 사실상 튜닝카로 분류할 정도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주는 성능의 이점이 클 것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는 적당히 탄력성을 보여주는 서스펜션이 더 좋다. 너무 단단하면 차체가 튀는 현상이 나오고 이것이 안전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쉐보레 말리부는 꽤나 부드러운 느낌이다. 예전과 다르다. 하지만 무난한 핸들링을 보였던 바 있다. 혼다 어코드 2.0T는 말리부 보다 소폭 단단한 느낌으로 감각적 성능을 이어감과 동시에 최상의 핸들링, 무난한 승차감 등 여러 가지를 잡아내고 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처리 능력도 좋았고, 고속 주행 안정감도 뛰어났다. 미국형 어코드가 갖던 컴포트한 성향, 유럽형 어코드의 감각적 성능을 잘 버무린 느낌이 짙다.
하지만 코너링 자체가 빠른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타이어가 많은 것들을 잃게 만들고 있다. 일상에서의 성능이야 그렇다고 해도 어코드 2.0T가 가진 본격 성능을 체감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타이어는 굿이어의 이글 투어링. 미국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타이어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 도로 환경, 조금 더 성능을 감안하는 어코드 2.0T의 소비자층을 감안하면 마른 노면 성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아쉬움을 주는 것은 타이어 소음이다. 아이들 상태의 정숙성은 꽤나 좋다. 하지만 타이어가 만드는 소음이 주행 소음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나 어코드 1.5T와 비교하자면 약 3dBA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데 이 수치는 꽤나 큰 차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형차와 대형차 정도의 차이라 볼 수 있다. 타이어 하나 차이가 2.0T를 시끄러운 차로 만든다는 점은 아쉽다.
반면 10단 변속기는 어코드의 자랑이다. 이와 같은 다단화 변속기는 고속도로 주행 연비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중간 기어비가 촘촘한 편은 아닌데 고속주행이 많은 미국 주행 환경을 1순위에 둔 것이 이유라 생각된다. 조금 욕심을 부려 6단 미만의 기어를 조금 더 촘촘하게 가져가 가속성능 높이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별다른 쇼크를 보이지 않았고 매끄러운 성향으로 1~10단 사이를 오르내린다는 점이다.
제동력은 어땠을까? 시속 100km로 달리던 어코드는 계측 결과 39.57m의 거리에 멈췄다. 이는 최단 거리이며 보통은 40~41m 내외의 성능을 이어나갔다. 타이어의 영향도 크지만 고성능 지향 모델인 만큼 제동성능에 여유를 두는 것도 좋겠다.
자세제어장치(VSA)의 개입도 좋은 편이다. 간혹 급작스러운 개입으로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차도 있지만 어코드의 시스템은 꽤나 세련된 모습으로 제어를 해나간다. 다만 타이어 성능 부족이 개입 시점을 당긴다는 점이 아쉽다.
주행 연비는 어떨까? 어코드 2.0T는 고속도로 주행에서 17.5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1.5T 모델이 20km/L를 살짝 넘기는 수준을 보였으니 이보다는 부족해도 성능을 감안할 때 타협할 수준은 된다.
어코드 2.0T는 꽤나 잘 만들어진 모델이다. 기존 나온 국산 2.0T 모델들과 큰 차이 없어 보이지만 혼다 엔지니어들이 구축한 세련된 셋업 노하우가 잘 살아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1.5T와 2.0T 중에서 어느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 팀은 간단히 결론을 내렸다. 1.5T 모델은 시내 주행이 중심을 이루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하다 가격적인 이점은 물론 연비 측면에서도 낫다. 반면 고속도로 주행이 많거나 고속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2.0T를 추천한다. 고속주행 연비가 조금 떨어지긴 하나 넉넉한 힘을 기반에 두고 보다 편안한 주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 여기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반의 혼다 센싱은 조금 더 편안한 주행에 도움을 줄 것이다. 즉, 가격 차이가 있다 해도 편의성 차원에서 이점이 있으니 이를 택할 뚜렷한 이유가 생긴다. 그렇다면 한가지 변수가 남는다. 과연 어코드 하이브리드까지를 비교 대상에 넣는다면? 이 얘기는 다음 회에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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