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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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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에게 하이브리드란 좋지 않은 기억이었다. 과거 혼다가 사용했던 것은 IMA(Integrated Motor Assist) 하이브리드 시스템.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전기모터를 결합해 엔진의 부하를 줄여주는 시스템이었다.

1999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IMA의 기술력은 높게 평가됐다. 파워트레인의 부분적인 개량만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변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와 저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도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인사이트, 시빅 하이브리드, 어코드 하이브리드, CR-Z까지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쉽게는 망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 오히려 언덕길에서 멈춘 후 재출발을 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나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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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에게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이식됐다. 이번이 두 번째다. 2005년 등장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V6 3.0리터 엔진에 16마력의 전기모터를 결합했었다. 국내 시장에서도 판매됐지만 이를 기억하는 소비자는 소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2개의 모터를 장착해 모터에서만 184마력을 만들어내고 최대토크도 32.1kg.m에 이른다. 2.0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 145마력과 17.8kg.m의 토크를 발휘하니 모터가 엔진의 힘을 넘어선 하이브리드인 것. 참고로 주력 경쟁 모델인 캠리 하이브리드의 전기모터 출력은 143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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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의 힘이 넉넉한 만큼 EV 모드 활용폭이 넓어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30km까지 속도를 올리고 나야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가속 페달 조작에 신경만 쓰면 다시 엔진은 멈추고 전기모터의 힘으로 계속해서 속도를 높여나갈 수 있다. 평평한 도로 조건이라면 시속 100km의 속도에서도 일정 부분 전기모터만으로 주행도 가능하다.

EV 모드 버튼을 눌러 모터 사용량을 최대한 끌어내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70km 부근까지 무리 없이 가속된다. 이후 속도부터는 엔진이 개입하며 EV 모드가 종료된다. 참고로 캠리 하이브리드는 약 40km/h의 속도에서 엔진이 개입한다. EV 모드에서는 80km/h까지 가속할 수 있었다. 모터 출력과 토크와 다른 노하우의 문제일까?

캠리 하이브리드 대비 전기모터만으로 달리는 주행속도가 약 10km/h 정도 낮다지만 현대 아이오닉이나 기아 니로, K7 하이브리드와 같은 국산 하이브리드와 비교하긴 어렵다. 전기모터 활용량에서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과거의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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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도 좋다. 시속 100~11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에서는 18km/L를, 시속 80km로 정속 주행하는 환경이라면 23~25km/L의 효율을 보인다. 평속 15km의 정체구간 시뮬레이션 연비 테스트 결과에서는 약 16~18km/L의 기록을 보였다.

대략적인 연비로 표기한 것은 전기모터의 개입량에 따라 연비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 프리우스처럼 EV 사용 비율을 나타내주는 기능이 있으면 조금 더 정확한 연비 테스트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평균적으로 18~19km/L의 연비를 보였다. 최근 강화된 연비 규제 속에서도 공인 복합연비를 19.3km/L나 인증받았다는 점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참고로 경쟁차 캠리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16.4km/L.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연비를 높이는 요소로 락업(Lock-Up)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시속 90~100km의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계기판의 에너지 흐름도를 살펴보면 톱니바퀴 모양이 나타날 때가 있다. 구동축 전기모터와 엔진이 직접 연결돼 에너지 낭비 없이 최적의 효율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락업 기능 이해를 위해 시승기 난이도를 조금만 높여보자.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라고 불린다. 2.0리터 가솔린 엔진에 2개의 전기모터가 결합된 형태다. 한 개의 모터는 발전기 역할을, 다른 한 개의 모터는 구동력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두 개의 전기모터가 변속기의 역할을 하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변속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이름만 e-CVT일 뿐이다.

먼저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주행 환경은 엔진이 발전기 모터를 돌리고, 여기서 만들어진 전기가 구동 모터로 전달돼 바퀴를 굴리게 된다.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달리고 있음에도 배터리 충전까지 가능하다. 구동 모터는 카운터 사프트(Counter shaft)를 통해 바퀴가 굴러갈 수 있는 적절한 기어비로 변경된다.

엔진은 일차적으로 발전기 모터를 돌리는 역할을 한다. 구동 모터에 직접 동력을 전달할 수도 있다. 이때는 다판클러치 방식으로 제작된 오버드라이브 클러치(OverDrive Clutch)가 맞물리면서 엔진과 구동 모터가 직접 연결된다. 이때 락업 모드가 실행되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너지 드라이브(Hybrid Synergy Drive) 시스템과 다른 부분이다. 토요타 역시 발전기 모터와 구동 모터 2개를 사용하는 직병렬 방식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또, 이 방식의 원조이자 선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토요타가 엔진의 동력을 발전기 모터와 구동 모터, 혹은 바퀴로 전달하는 방식은 PSD(Power Split Device)라는 장치를 사용한다. 혼다 쪽이 다판클러치의 연결 혹은 끊음으로 엔진의 동력 전달 과정을 변화시켰다면 토요타는 위성기어로 구성된 동력 전달장치를 활용해 발전기 모터 혹은 구동 모터의 사용 정도를 결정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락업 모드가 실행되면 엔진 회전수와 구동 모터가 동일한 회전수로 작동한다. 발전기 모터를 돌리기 위해 엔진 회전수를 높게 사용할 필요도 없으며, 구동 모터가 받는 저항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배터리의 전력으로 모터가 작동하기에 엔진이 받는 부하도 적다. 만약 가속 페달을 더욱 깊게 밟는다면 오버드라이브 클러치는 끊어지고 다시금 엔진이 발전기 모터를 강하게 돌리면서 차량의 주행 속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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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볍게 내 외관을 살펴보자.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크지만 외적인 이미지 변화는 제한적이다. 혼다에 따르면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에 푸른색의 렌즈가 적용됐다고 하지만 실제로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 17인치 하이브리드 전용 휠과 트렁크의 스포일러가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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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상급 트림인 V6 3.5 모델의 편의장비가 추가된다. 운전석에는 메모리 시트와 ECM 룸미러가 적용됐다. 우측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카메라 영상으로 사각지대를 비춰주는 레인 와치(Lane Watch) 기능도 장착됐다. 소리나 불빛만 내보내는 사각경보 시스템과 비교해 훨씬 직관적이다. 왼쪽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편의장비 자체는 부족하다. 특이 이 분야에 특화된 국산차들과 비교한다면 왠지 휑한 느낌마저 든다. 패널들이 모여 어코드의 평점을 논의할 때도 논란이 있었다. 국산 중형급까지 포함해서 비교하자니 기존의 평가 기준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닛산 알티마, 토요타 캠리를 비교 대상으로 하되 국산차보다는 부족하니 이 부분을 언급하기로 했다. 사실 캠리나, 알티마와 비교했을 때 어코드가 크게 나은 것은 없다. 단지 레인 와치 정도가 소폭의 점수를 이끌었을 뿐. 같은 이유로 영상 평가에서는 편의장비 4.0점을 득했지만 다시금 편의장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부가 내용으로 포함됐다.

이외에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 안드로이드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아틀란 내비게이션, 무선 스마트폰 충전 기능도 갖췄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볼륨 조작 버튼은 터치 방식이다. 스티어링 휠에 마련된 버튼을 사용해도 되지만 동승자도 조작한다는 환경을 생각하면 분명 아쉽다. 확실히 버튼이 눌렸는지 알아채기 힘들 뿐만 아니라 볼륨을 높이거나 낮추려면 계속해서 연달아 터치해야 한다. 한마디로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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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에는 배터리 냉각을 위한 구멍들을 확인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트렁크에 위치한다. 이 때문에 트렁크 공간은 좁아졌다.

시동 버튼을 눌러 주행 준비를 마친다. 당연히 엔진 회전은 이뤄지지 않는다. 계기판에만 주행 준비가 끝났다고 표시될 뿐이다. EV 모드를 활용해 주행해도 실내는 고요하기만 하다.

하지만 배터리를 충전을 위해 엔진이 작동하면 꽤나 시끄럽다. 이때 아이들 소음을 측정한 결과 45.5 dBA로 나타났다. 다소 소음이 있는 디젤차 수준이다. 이유는 배터리를 충전시키기 위해 엔진 회전수를 높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때 계측된 회전수는 1,200 rpm. 같은 환경에서 캠리 하이브리드는 970 rpm을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했다. 그만큼 캠리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충전 때 소음은 41.5 dBA로 보다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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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충전만 제외하면 주행 때 소음은 크지 않다. 엔진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속 80km 주행 때 발생한 소음 역시 약 58.5 dBA, EV 모드 80km/h 주행 소음도 58.0 dBA 수준이었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모드와 ECON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버튼이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데 통합 주행모드로 한 곳에 묶어두면 사용성이 향상될 것이다. ECON 모드는 정말 느긋하다. 가속페달을 꽤 깊이 밟아도 차량은 덤덤하다. 차량 소통에 따라갈 정도까지만 달려준다.

반면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모터의 개입량 자체에서 차이를 보인다. 가속 페달에 따른 반응도 한층 민감해진다. 재미있는 부분은 ECON 버튼과 스포츠 버튼 모두를 눌렀을 때 계기판 상에 둘 다 활성화됐다고 나온다는 점이다. 효율을 높인 스포츠 모드인걸까? 아니면 둘이 상충돼 노멀 모드가 되는 것일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그저 그런 가속감이 전달된다. 모터 184마력에 엔진이 145마력인데 뭔가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테스트를 진행해본다. 7.41초를 기록했다. 쉐보레 임팔라 3.6(7.43초)과 볼보 S90 T5(7.31초)와 비교할 수 있는 가속력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가속력이다. 아쉽지만 시스템 개입으로 실제 구동 출력은 측정할 수 없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최대한 달릴 수 있는 속도는 190km/h 정도다. 이는 구동 모터의 과부하 방지와 회전 한계에 따른 것으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나 렉서스 ES300h 역시 비슷한 수준의 최고속도를 갖는다.

그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속 안정감이 좋았다는 것이다. 서스펜션이 적당히 부드러워 노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붙잡아줬다. 중형급 세단에서 이 정도 고속 안정감은 분명 동급에서 앞서는 부분이다.

기존 어코드 페이스리프트 모델처럼 코너에 진입할 때의 민첩함도 좋다. 분명 캠리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감각적으로 앞선다. 서스펜션의 경우 페이스리프트 이후 적당히 부드러워졌는데 하이브리드 모델은 한층 더 부드럽다. 약간의 바디롤은 허용하지만 그렇다고 불안한 모습도 없다. 주행 중 쇼크를 걸러내는 능력 또한 우수했다.

감각적인 주행이 가능하지만 코너링 속도에서는 한계를 갖는다. 저저항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는 225mm 너비의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 제품이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저항을 줄이기 위한 타이어인데, 실제 성능은 205mm 급의 4계절 타이어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효율을 우선시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문제는 없다. 그보다 캠리 하이브리드에 장착된 브리지스톤 EL400 타이어가 아쉬웠다.



타이어의 접지 성능 문제로 제동성능에서는 다소 손해를 봤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0.86 m였다. 제동 때 타이어가 밀리는 느낌도 컸다. 물론 이와 같은 수치는 승용 모델로서 표준적인 수준이다. 다만 타이어 성능이 좋아질 경우 더 짧은 거리를 기록하게 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통상 40~41 m 내외라면 승용차로 보편적인 수준이 된다.

제동 특성은 초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격이다. 저속 주행 때는 브레이크 페달을 조금만 터치해도 움찔거릴 정도다. 하이브리드 브레이크 시스템 특성상 발생하는 느린 반응에 대한 불만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설정인 것으로 추측된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들려오는 지하철 정차 소음 같은 것도 잘 억제시켰다. 최근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제동 때의 이질감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어코드 하이브리드 역시 이 부분에서 발전을 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질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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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4,320만원이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혼다 모델들이 토요타나 닛산보다 무조건 높게 가격을 책정하는 모습인데 어코드 하이브리드 역시 그렇다.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20만원이라도 높게 받고 싶단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더 비싼 가격에 수긍이 된다.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연비는 물론 주행감각까지 동급에서 가장 뛰어났다. 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을 사용하는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기아 K5 하이브리드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변경을 고려했으면 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말리부 하이브리드와 달리 제2종 저공해 차량 인증도 받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동급 최저 수준이란다. 이 정도면 혼다는 분명 칼을 갈고 나온 것이다. 하이브리드=토요타라는 공식이 깨져가는 것일까?

물론 토요타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캠리 하이브리드는 차체는 물론 엔진, 하이브리드 시스템, 배터리까지 모두 갈아엎고 등장할 예정이다.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역시 자동차나 사람이나 경쟁을 해야 성장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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