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신형 CR-V, 반전 계기 만들까?
컨텐츠 정보
- 859 조회
- 목록
본문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혼다코리아 판매는 전년보다 무려 68.9%나 감소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어코드, CR-V 등 주력 모델이 신형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3월부터 아예 판매량이 없었고, CR-V 하이브리드도 4월부터 판매량이 ‘제로’였다.
그러다 보니, 지난 4월 야심 있게 공개한 온라인 판매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온라인에서 전 차종의 시승 예약과 계약, 잔금 결제까지 가능하게 한 점은 신선했지만, 정작 살만한 모델이 별로 없던 탓이다.
절치부심한 혼다코리아는 하반기 들어 신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월에 대형 SUV ‘파일럿’을 출시한 데 이어, 9월에는 CR-V 하이브리드를 내놓으며 실적 회복에 나섰다.
최근 선보인 CR-V 하이브리드는 지난 4월 출시한 6세대 CR-V의 파생 버전이다. 신형은 외관도 달라졌지만, 파워트레인의 변화가 가장 크다.
2.0ℓ 가솔린 직분사 DOHC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모터와 변속기를 새로 설계해 조합했다. 구형은 구동 모터와 발전 모터가 좌우로 나란히 배치돼 있었지만, 신형은 앞뒤로 나란히 배치했다.
이는 모터의 토크를 늘리기 위한 설계다. 기존 설계를 유지하면서 토크를 키우려면 엔진이 더 커져야 하는데, 모터를 앞뒤로 배치하면서 콤팩트한 크기를 유지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구형의 32.1㎏·m보다 높은 34.1㎏·m의 토크를 구현했다. 여기에 록업 저단 클러치를 추가해 견인 능력의 향상을 꾀했다. 엔진 출력은 145마력에서 147마력으로 높아졌고, 모터 출력은 184마력으로 구형과 같다.
이론적으로 이렇게 좋은 것이라도 직접 타봐야 아는 법. 시승은 경기도 가평 일대에서 이뤄졌고, 날씨는 쾌청하고 맑았다.
출발 후 가장 눈에 띈 건 빠른 가속력이다. 구형은 출발 후 가속 때 전기 모드에서 하이브리드 모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체 현상이 있었는데, 신형은 높아진 토크 덕분에 매끄럽게 가속된다. CR-V 하이브리드 시승회 전에 따로 CR-V 1.5 가솔린 터보를 시승했었는데, CR-V 터보는 상대적으로 가속이 더디다. 빠른 가속력을 원하는 이라면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천한다.
신형은 변속기를 새로 설계하면서 B 모드를 추가했다. B 모드는 모터 제어를 통해 회생제동을 돕는데, 여기에 시프트 패들로 감속력을 제어함으로써 연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가장 강한 회생 제동력을 선택하면 원 페달 주행도 가능하지만, 이는 자주 쓸 기능은 아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 강한 회생 제동력이 걸리기 때문에, 길이 많이 막혀서 속도가 나지 않거나 연료가 떨어졌을 때 활용하는 게 좋다.
초반 가속력과 함께 좋은 인상을 준 건 주행안전성이다. 좌우로 연이어 굽어지고 위아래로 쉴 틈 없이 오르내리는 국도에서 이 차는 노면에 착 달라붙은 것처럼 달린다. AWD의 구동력은 앞뒤 60:40~50:50으로 변하는데, 경쟁차들에 비하면 변화 폭이 크진 않다. 그래도 구형보다 후륜 구동력을 증가시켜서 안정감을 높였다.
주행모드는 기존의 노멀, ECON, 스포트에 스노 모두를 추가해 총 네 가지다. 여기에 시속 3~20㎞에서 작동하는 내리막길 주행안정장치(HDC)를 새롭게 탑재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겨울철과 오프로드 주행안전성의 향상을 꾀했다.
이번 시승회에서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꽉 막히는 도로에서 유용한 기능의 추가도 눈에 띈다. 트래픽 잼 어시스트와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이 그것이다. 트래픽 잼 어시스트는 ACC(적응형 정속주행장치)와 LKAS(차선 유지 보조시스템)과 함께 작동하는데, 출발 직후부터 카메라가 차선을 감지한다. 이 장비를 작동시키면 출근길 꽉 막히는 올림픽대로 같은 곳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한다.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은 시속 10㎞ 이하에서 앞뒤 각각 4개의 초음파 센서가 물체를 감지해 구동력을 제어하거나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이 장비가 작동하면 주차한 차를 뺄 때 미처 보지 못한 물체에 부딪히거나 갑자기 차 근처에 다가온 사람을 칠 확률이 줄어든다.
타이어는 미쉐린 제품으로, 235/55 R19 사이즈다. 예전에 혼다 제품을 보면 같은 일본 브랜드인 브리지스톤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이번 시승회에 나온 차들은 전부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했다. 신차와의 궁합은 아주 좋다. 노면 소음도 적은 편이고 승차감도 꽤 좋다. OE 타이어를 다 쓰고 교체할 때 다른 타이어 브랜드는 고민 안 해도 될 것 같다.
2인 1조로 진행되는 시승회라서 반환점에서 자리를 바꿔 조수석에 앉았다. 천천히 실내를 둘러보니 구형보다 넓어진 실내가 눈에 띈다. 신형은 구형보다 40㎜ 늘어난 2700㎜의 휠베이스로 실내공간에 더욱 여유가 생겼다. 토요타 RAV4보다는 10㎜ 길며, 트레드는 앞/뒤 1610/1625㎜로 역시 RAV4보다 각각 15, 10㎜ 넓다. 8단계의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는 2열 시트도 효율적인 공간 활용에 일조한다.
대시보드의 센터 디스플레이는 매립형에서 돌출형으로 바꿨다. 트렌드 변화에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더 좋은 시인성을 준다는 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는 2대를 놓을 수 있도록 했고, 센터 암레스트 수납공간은 크고 깊숙해 많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다.
트렁크의 기본 용량은 1113ℓ인데, 25인치 캐리어 4개 또는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2열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2166ℓ가 된다. 구형도 2146ℓ로 큰 편이었는데, 여기에 20ℓ가 더 추가된 것이다.
국내 인증 연비는 도심 14.6, 고속도로 13.4, 복합 14.0㎞/ℓ다. 구형의 도심 15.3㎞/ℓ, 고속도로 13.6㎞/ℓ에 비하면 조금 낮아졌는데, 이는 구형보다 공차중량이 80㎏ 무거워진 데다 모터의 토크를 증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격은 5590만원으로, 2021년형 CR-V 하이브리드(4510만~4770만원)보다 최대 1080만원 올랐다. 경쟁차인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AWD가 5020만원, RAV4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가 5650만원인 것에 비하면 큰 폭의 가격 인상은 아쉽다. 따라서 단지 가격만을 본다면 4190만원짜리 CR-V 가솔린 모델의 경쟁력이 더 낫다.
사실 제품이 우수하다면 가격이 비싸도 살만한 사람은 사게 돼 있다. 관건은 제품 경쟁력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혼다의 다음 행보다. 활발한 마케팅과 홍보가 이뤄진다면 좋은 반응을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 RPM9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