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형보다 나은 아우, 쌍용 신형 티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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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는 전통적으로 ‘온 보디 프레임(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는 구조)’에 강한 메이커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인 코란도를 비롯해 무쏘, 렉스턴, 액티언, 코란도 스포츠 등이 모두 그런 차들이다.
이러한 쌍용차 라인업에 변화가 생긴 건 티볼리가 등장하면서부터다. 2015년 등장한 티볼리는 높은 가성비와 실용성, 독특한 콘셉트를 앞세워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소형 SUV 붐을 일으키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데뷔 첫 해에 6만3693대가 판매됐고, 다음 해인 2016년 8만5821대 판매를 기록했으며. 최근 30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선풍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티볼리는 개선점도 뚜렷했다. 1.6 가솔린 엔진은 가속력이 아쉬웠고, 1.6 디젤 엔진은 소음이 심했다. 대시보드를 비롯해 내장재의 품질도 아쉬웠다.
데뷔 4년 만에 등장한 신형 티볼리는 ‘베리 뉴(Very new)’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보통 풀 체인지 모델에 ‘올 뉴(All new)’라는 단어를 붙이는데, 이 차는 마이너 체인지이면서도 풀 체인지에 가까운 변화가 이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관은 앞서 선보인 신형 코란도와 닮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신형 티볼리를 가리켜 ‘코블리’나 ‘코란도 소(小)자’로 부르는 모양이다.
초대 티볼리의 디자인 코드를 신형 코란도가 이어받고, 신형 티볼리가 이를 다시 이어받은 모양새인데, 내가 보기엔 신형 티볼리의 디자인이 더 멋지다. 티볼리의 존재감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신형 코란도는 어딘가 신선함이 떨어져 보인다. 반면, 신형 티볼리는 기존 디자인을 바탕으로 더욱 세련되고 깔끔해졌다.
실내 변화는 풀 체인지 수준이다. 조작감과 마무리가 아쉬웠던 대시보드는 완전히 달라졌다. 모니터 좌우로 배치했던 송풍구는 모니터 위쪽으로 올렸고, 다소 산만했던 스위치들을 일렬로 배치해 조작편의성을 높였다. 기어 레버는 신형 코란도의 것과 같이 손을 얹기 편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최고급형인 V7에서 옵션으로 고를 수 있는 블레이즈 콕핏 패키지는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9인치 HD 스마트 미러링 내비게이션이 묶인 것이다. 옵션 가격이 160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긴 하지만, 화려한 디지털 주행모드와 미러링 내비게이션 화면을 클러스터에 그대로 띄울 수 있어 쓸모가 많다.
다만 도어트림의 마무리는 여전히 아쉽다. 플라스틱 재질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없고 거칠다. 스피커를 감싸는 커버는 내장재와 다른 재질과 색상으로 차별화하는 게 좋겠다.
신형 티볼리 변화의 핵심은 새롭게 추가된 1.5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디젤 엔진이 대부분인 쌍용차 라인업에 꼭 필요했던 엔진이었고, 어떤 성능을 보일지 매우 궁금했던 엔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엔진은 아주 훌륭하다. 최고출력은 163마력이고 최대토크는 26.5㎏·m인데,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1500~4000rpm으로 아주 넉넉하다. 덕분에 저속에서부터 치고나가는 맛이 아주 좋다.
많은 쌍용차와 호흡을 맞춰온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좋다. 변속이 부드러우면서도 가속 페달에 따른 반응이 매우 빠르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소음만 커지고 끙끙댔던 초대 티볼리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서스펜션의 변화도 놀랍다. 초대 티볼리는 단단한 세팅으로 젊은이들에게 환영받았지만, 안락함을 원하는 이들의 기대는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신형 티볼리는 적당히 단단하고, 적당히 탄탄하다. 시승 도중 차체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어봤는데도 끈끈하게 버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스펜션의 완성도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동급 경쟁차 중에 최고다.
타이어는 16인치가 금호, 넥센을, 18인치는 금호와 넥센, 한국 제품을 사용한다. 내가 시승한 차는 금호타이어 제품이었는데, 소음과 제동, 접지력에서 만족스러웠다. 일반적으로 넥센보다는 금호 제품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구매할 때는 금호타이어가 장착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겠다.
시승 모델인 1.5 가솔린 터보 4WD 자동 6단의 인증 연비는 도심 9.2㎞/ℓ, 고속도로 11.8㎞/ℓ, 복합 10.2㎞/ℓ다. 고속도로를 주로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10.5㎞/ℓ를 기록했다.
신형 티볼리의 가격은 1.5 가솔린 터보 기준으로 1678만원부터 2355만원까지이고 다섯 가지 트림이 마련된다. 최고급형인 V7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2867만원이 된다. 경쟁차인 현대 코나 1.6 가솔린 터보는 풀 옵션 모델 가격이 2936만원으로 티볼리보다 약간 비싸다.
티볼리는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제품이 마련돼 있다. 운전재미를 높여주는 다이내믹 사운드 튠업(65만원), 휠의 흠집을 막아주는 휠 라이너(8만원) 등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제품도 많다. 다만 코나는 튜익스 스페셜 모델에서 굿이어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는 데 반해서 티볼리는 그런 옵션이 없다. 외산 타이어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게 늘고 있는 만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풀 체인지에 가까운 놀라운 변화. 가솔린 터보 모델은 동급 최고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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