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실로 다가온 미래, 아우디 e-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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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자동차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 ‘제 5원소’에서처럼 자동차들이 하늘에서 사방으로 날아다닐까? 아니면 ‘아이, 로봇’에 등장하는 아우디 RSQ처럼 구체 휠을 단 차가 보편화될까?
트론 택시가 수년 안에 등장한다는 전망이 있지만 모든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시기는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구체 휠 역시 좋은 아이디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미래의 기술을 느끼게 해주는 건 전기차다. 웬만한 내연기관을 능가하는 가속력에 낮은 무게중심으로 인한 주행안전성, 뛰어난 정숙성 등은 많은 이들을 전기차에 빠져들게 만든다.
아우디는 2018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e-트론을 공개하며 전기차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e-트론은 2019년 3월부터 유럽에서 판매되기 시작했고, 한국에는 지난 7월 1일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신차발표회에서 본 e-트론의 첫 인상은 다소 심심했다. 기존의 Q5나 Q7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외관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지난 달 15일 강원도 홍천에서 다시 만난 e-트론은 달랐다. 화려한 조명 아래 서 있는 e-트론은 익숙한 아우디 SUV에 미래 감각이 더해진 새로운 모습이었다. 8각형 싱글 프레임 그릴에는 수직 스트럿을 넣었고, 곤충 더듬이 같이 생긴 버츄얼 사이드 미러는 다른 차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포인트를 준다.
e-트론의 차체 사이즈는 길이 4900㎜, 너비 1935㎜, 높이 1685㎜다. 5065×1970×1740㎜인 Q7보다는 조금 작고, 4665×1900×1670㎜인 Q5보다는 조금 큰 크기다.
실내 역시 기존 아우디 SUV와 비슷하면서 살짝 다르다. 계기반 왼쪽에는 기존 토크 미터 대신 출력을 퍼센트로 표시하고, 기어 레버는 비행기 이륙장치 같이 디자인됐다. 전반적인 실내외 디자인은 기존 모델의 익숙함에 색다른 느낌을 더했다.
e-트론의 특징 중 하나는 버츄얼 사이드 미러다. 일레인에 적용됐던 이 장비는 카메라가 비추는 사물을 도어 트림 안쪽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유리로 된 기존 사이드 미러보다 사물이 선명하게 보일뿐더러, 교차로 축소, 차도 가장자리 모드 등으로 상황에 따른 활용도도 좋다. 미러 끝이 차체 폭과 거의 동일해 전동접이식 장치가 없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버츄얼 미러 디스플레이가 기존 사이드 미러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 보니, 시선이 자꾸 허공을 향했다가 고개를 내려 디스플레이에 맞추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습관이라는 건 단시간에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걸 바로 차에 맞추기 힘들다. 아우디 관계자는 “기존 사이드 미러 자리를 비워둠으로써 시야를 더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다음 모델 체인지 때는 위치 변경을 고려하는 것도 좋겠다.
e-트론이 정지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6.6초. 부스트 모드를 쓰면 5.7초로 빨라진다. 최고출력이 408마력에 이르지만 공차중량이 2615㎏이나 되기 때문에 엄청나게 빠르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그러나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나오는 최대토크 덕분에 디젤차보다는 확실히 초반 가속이 빠르다.
가속력보다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건 뛰어난 밸런스와 주행안전성이다. 36개의 배터리 셀을 바닥에 깔고, 전기모터를 앞뒤에 배치한 덕에 차체의 앞뒤 무게배분과 밸런스가 아주 좋다. 여기에 속도와 주행 스타일에 따라 자동으로 차체 높이가 최대 76㎜까지 조절되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맛깔난 주행솜씨를 더한다.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를 통해 취향에 맞는 7가지 주행 모드(오프로드, 올 로드, 자동, 승차감, 효율, 다이내믹, 개별)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브레이크는 양산차와 전기차를 통틀어 최초로 ‘바이 와이어(By Wire)’ 시스템을 적용했다. 부분적인 전자제어 시스템을 단 이전까지의 차들과 달리 물리적인 연결이 없고 오로지 전기신호로 브레이크가 제어된다.
e-트론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7㎞다. 우리나라의 테스트 기준이 다소 가혹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주행거리는 조금 아쉽다고 느낄 수 있다. 경쟁차인 메르세데스-벤츠 EQC는 309㎞, 재규어 I-페이스는 333㎞로 e-트론보다 조금 길다.
급속 충전 때 걸리는 시간은 150㎾ 충전기 기준으로 약 30분(80%까지)이다. 아우디는 e-트론 구매 고객의 충전 편의성을 위해 전국 41개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에 아우디 전용 150㎾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으며, 2020년 말까지 총 35대의 충전기를 설치 완료할 계획이다. 아우디 전용 급속 충전기는 마이아우디월드 앱을 통해서 예약이 가능하며,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는 충전 대행 서비스인 ‘차징 온 디맨드(Charging on demand)’ 서비스도 제공된다.
올해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를 출고 완료한 고객 모두에게 5년간 유효한 100만원 상당의 충전 크레딧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또한 가정용 충전기 설치를 무료로 지원하며, 가정용 충전기 미설치 고객에게는 3년간 유효한 200만원 상당의 충전 크레딧을 제공한다. 아울러 5년 동안 각종 정기점검과 소모품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e-카 서비스플러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기본 보증기간 3년에 추가로 2년 연장 보증 상품을 특별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아우디 e-트론의 가격은 1억1700만원이다. 경쟁차인 메르세데스-벤츠 EQC가 9550만~1억140만원, 재규어 I-페이스가 1억1380만~1억2240만원인 것과 비교할 때,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단일 트림이라는 건 약점이다.
e-트론은 미래를 앞당겨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전기차다. 기존 아우디 SUV에 익숙한 이들도 낯설지 않은 요소를 갖추면서도 색다른 첨단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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