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 투싼 1.6D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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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손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다. 각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모든 차들이 중요할 것이다. 그래도 지금 더 잘 팔리는 모델을 팍팍 밀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특히 요즘처럼 SUV가 대접받는 시기라면 자사 SUV가 더 잘 팔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투싼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도 남다를 것이다. 국내에서는 기아 스포티지나 쌍용 코란도 C 정도와 경쟁하지만 시야를 전 세계로 넓히면 토요타 RAV4, 혼다 CR-V, 닛산 로그 스포츠, 포드 이스케이프 등과 같은 막강한 경쟁자들과 싸워야 한다.
2017년 1~12월 기준 국내에서 투싼은 현대자동차 모델 중 6번째로 잘 팔리는 모델이다. 이중 포터는 상용차다. 쏘나타 판매량도 많은 편이지만 절반 이상이 택시나 관공서 용도로 빠지니 사실상 투싼이 그랜저, 아반떼, 싼타페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인기 모델로 분류된다.
알고 보면 투싼은 미국에서 인기가 더 좋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미국 시장 누적 판매량을 봐도 현대자동차 모델 중 2번째로 많이 팔리고 있다.
인기에 탄력을 받고 있는 투싼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완성도를 더 높였다고 한다. 광고에서 ‘다이내믹스’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만큼 잘 달리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 조건까지 담아내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분적인 변경만 택했다. 아반떼에 ‘격변’한 디자인을 적용시켰다는 점과 노선이 다르다.
새로운 LED 헤드 램프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주간 주행등은 ‘ㄱ’자 형태를 갖는데, 이는 아반떼 F/L 모델과 같은 방향의 디자인이다. 그릴은 안쪽으로 오목한 형태의 캐스캐이딩 그릴을 쓴다. 범퍼에 주름이나 분할 선을 만들어 한층 스포티한 이미지를 갖도록 했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또 바뀌는 부분은 휠이다. 측면부에 변화를 주기 힘들기에 휠의 디자인 변경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선 것이다. 디자인이나 기교에 있어서 최근 출시되는 국산 휠의 만족도가 높다.
후면부의 범퍼는 보다 두툼하게 마무리했다. 강한 인상을 주기에 좋다. LED 리어램프는 불빛을 만들어내는 내부 그래픽에 변화를 줬고, 머플러의 형태를 손봐 조금 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
사실 부분적으로 뜯어보면 변했지만 전체적인 인상이 변한 것은 아니기에 자동차에 큰 관심 없는 소비자라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존 모델의 디자인도 무난했기에 큰 틀을 유지하며 디테일에 변화를 준 지금의 것도 좋게 평가할 수 있다.
실제 큰 변화를 이룬 것은 실내다. 먼저 대시보드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다소 평이한 느낌도 있지만 최신 트렌드를 잘 받아들였다.
대시보드 높이를 낮춰 탑승자가 답답하지 않도록 했다. 가죽 마감에 박음질 장식까지 했다는 점도 칭찬할 부분이다. 기존 모델은 1세대 제네시스(BH)를 연상시키는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가졌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8인치 크기다. 구성은 무난한데, 모니터 주위에 나열된 버튼들 위치가 옮겨지면 좋겠다. 현대차라면 조금 더 세련된 디자인을 구축할 수 있다.
현대 기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세계 어떤 브랜드와 비교해도 우위에 서는 수준이다. 적어도 국내 소비자들이 쓰기 편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번 모델에는 업그레이드된 내비게이션이 쓰인다. 3D 내비게이션 환경을 구축한 것인데, 기대 이상으로 자세히 표현해줬다.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의 버튼 배치도 직관적이다. 계기판도 직관적이여서 좋지만 너무 단순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중앙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4륜 구동이 어떻게 배분되며, 요소수 잔량과 변속기 온도 등의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해 좋다.
참고로 변속기 온도 정도는 평상시에 흰색, 경고 수준은 주황색, 위험 수준에 이르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우리 팀이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며 확인한 온도는 경고 수준까지였다. 참고로 위험 수준으로 변속기 온도가 상승하면 경고 메시지를 띄우며 차량이 멈추도록 설정돼 있다. 아마도 일반 환경에서 이런 메시지를 볼 가능성은 낮다.
기능성은 좋다. 무선 충전 시스템과 어라운드 뷰 시스템, 통풍 열선 시트도 있다. 뒷좌석까지 넉넉하다. 확실히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국산차의 뒷좌석은 여유로운 수준이다. 여기에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 덕에 장거리 여행도 편하다. 편의성 증대를 위한 전동식 트렁크도 있다.
그뿐일까? 전방 추돌 경고 및 방지,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운전자 주의 경고 기능이 전 모델에 기본으로 탑재된다. 여기에 고속도로 주행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경고, 후방 교차 충돌 경고 등 기능도 적용됐다. 텔레매틱스 서비스 무료 사용기간도 2년에서 5년까지 연장시켰다.
구성으로 따지면 벤츠 부럽지 않을 정도다. 타사와 비교해 가격 대비 더 많은 기능을 잘 갖추는 것. 현대 기아차가 잘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테스트 차량과 같은 구성을 갖추려면 생각보다 큰 지출을 감내해야 한다.
테스트 모델은 1.6 디젤에 4륜 시스템과 7단 DCT를 갖춘 모델이며, 최상급 다음 단계인 프리미엄 트림을 바탕으로 한다.
기본 차 값만 3천만 원이 넘는 상태에서 560만 원이 넘는 옵션이 추가되니 3천6백만 원이 넘는 컴팩트 SUV가 탄생했다. 쉐보레가 4천만 원이 넘는 컴팩트 SUV를 수입하니 현대차도 욕심이 생긴 것일까?
우리 팀이 좋게 칭찬했던 부분 거의 모두가 옵션 사양들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은 59만 원짜리 스마트 패키지 안에 포함된다. LED 헤드 램프를 장착하려면 19인치 휠과 타이어가 같이 따라와야 하는데 차량 외관에 다양한 몰딩 마감이 이뤄지는 118만 원짜리 스타일 패키지 II에 묶여있다. 쉬운 주차를 돕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을 갖추려면 JBL 사운드와 슈퍼비전 계기판 등이 포함된 플래티넘 패키지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기본 구성이 좋은 편이지만 이런 기능들이 다 빠지면 투싼은 다소 평범한 모습이 된다.
새로운 투싼은 스마트스트림이라는 이름의 1.6리터 디젤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의 조합을 갖춘다. 외적인 변화보다 인테리어와 새로운 파워트레인 조합이 돋보이는 변화다.
시동을 걸면 1.6 디젤엔진이 회전한다. 진동은 다른 현대차의 디젤 모델과 유사하다. 잘 억제됐다는 얘기다. 배기량이 다르지만 폭스바겐 티구안과 비교해도 진동 부분에서 투싼이 앞선다. 하지만 현대 기아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디젤 진동 는다는 시장 반응이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이 많다.
아이들 정숙성은 42.0 dBA을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GLE 350d, 볼보 XC60 D4와 동일한 수치다. 기존 투싼 2.0 디젤이 40.5 dBA의 정숙성을 보였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소음이 조금 늘긴 했다. 이는 주행 때도 확인되는 부분이다.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 기존 투싼 2.0 디젤은 59.5 dBA을 보였지만 현재의 투싼 1.6 디젤은 60~60.5 dBA 수준을 나타냈다.
숫자를 비교하면 시끄러워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귀로만 들으면 사실 큰 차이는 없다. 겔겔거리는 디젤 소리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 경쟁사 쉐보레의 1.6 디젤은 위스퍼 디젤이라는 점을 내세우는데 다소 독특한 엔진 사운드를 갖고 있다. 반면 현대의 새로운 1.6 디젤은 일반 디젤 사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사운드의 차이 일 뿐 체감상 만족도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주행을 시작하면 차량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잠시 이 모델이 DCT 변속기를 탑재했다는 사실을 잊게 했다. 그만큼 일상 주행 때의 변속기 감각이 자동변속기와 유사하다. 사실 폭스바겐이나 아우디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도 충분히 부드럽지만 현대 기아차의 DCT를 경험했다면 꽤나 울컥거린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그 정도로 현대 기아 DCT는 승차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 변속기 내부 일부 부속의 내구에서 타협을 봤다. 내부 부속 마찰의 희생으로 승차감을 높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구와 성능 지키려던 현대차 엔지니어들과 승차감을 내세운 경영진 간의 설전이 있지 않았을까 예상도 해본다.
신호를 받아 잠시 언덕길에 차가 멈췄다. 재 출발을 할 때 HAS(Hill Start Assist)가 작동해 출발 시 차량이 뒤로 밀리는 것을 막아준다. DCT 변속기 사용 모델이라면 이 기능이 꼭 있어야 한다. 기어 변속 레버를 빨리 작동시킨 후 일정 시간 차가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 이 현상은 수입차에서도 나타난다. DCT의 특징으로 봐야 할 부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본다. 예상했던 만큼의 가속력이다. 3000rpm 전후에서 가장 만족감이 뛰어나며 이후부터는 조금 무딘 느낌으로 속도를 올린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기보다 절반 정도 밟은 상태에서 차량이 만들어내는 토크 감으로 편안한 주행을 하는 것이 좋다.
엔진은 136마력과 32.6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과거 1.7리터 디젤의 141마력, 34.7kg.m의 토크 대비 하락한 수치다. 대신 공인 복합연비가 15.0km/L에서 16.3km/L로 높아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10.82초다. 쉐보레 이쿼녹스가 10.66초를 기록했으니 살짝 뒤처지는 기록이다. 참고로 투싼 2.0 디젤 모델이 8.59초를 작성했으니 2.0 디젤과는 성능 차이가 제법 난다.
의외인 것은 이쿼녹스와의 가속 차이다. 우리 팀이 직접 무게를 확인한 결과는 투싼 1667kg, 이쿼녹스 1742kg였다. 두 모델 모두 1.6리터 엔진과 4륜 시스템을 갖췄다. 이쿼녹스가 75kg 더 무거움에도 투싼이 더 느렸다. 참고로 차체는 이쿼녹스 쪽이 더 크다.
이런 원인은 변속기에 있다. 토크컨버터 방식 변속기를 사용하는 이쿼녹스는 스톨 상태(rpm을 높인 후 출발)를 활용해 초반 가속 때 큰 힘으로 발진할 수 있다. 반면 DCT를 사용하는 투싼은 엔진 회전수를 높여서 출발하기 힘들다. 게다가 클러치가 완전히 연결돼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초반 출발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지 상태에서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를 따지며 이 급의 차량을 구입할 소비자는 없기 때문에 각 모델의 변속기 특성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만 알고 넘어가면 되겠다.
이번 투싼의 변화는 엔진에 있다. 스포티지에 이어 투싼에도 스마트스트림 디젤 엔진이 탑재된 것이다. 코드명으로 U3 엔진이라 할 수 있다. UII 엔진 후속임과 동시에 이름까지 바꾼 것이다.
우선 배기량을 1.7리터에서 1.6리터로 줄였다. 덕분에 1년 세금이 44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내려갔다. 국내에서 애매한 배기량으로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한 것에서 세금 혜택을 제대로 받게 됐다.
현대차는 엔진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부품 사용량을 대폭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와 관련한 정확한 항목이나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타이밍벨트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체인 방식에서 벨트 방식으로 바꿨다. 과거에는 벨트 방식이 종종 끊어지는 문제로 체인 방식을 선호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이 발전해 벨트 방식도 끊어지지 않는다. 고장력 벨트로 생산되기 때문에 내구성을 얻게 된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보다 스마트스트림 디젤의 투입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2019년 9월부터 시행될 유로 6d 규제까지 미리 대응하려 했던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거의 모든 후처리 시스템을 집약이었다.
먼저 듀얼 루프 EGR(Dual Loop Exhaust Gas Recirculation)을 사용했다. 배기가스 순환 장치인 EGR은 고압가스 방식인 HP EGR과 저압 가스 방식인 LP EGR로 구성된다. 고압가스 방식은 엔진에서 막 나온 배기가스를 바로 다시 순환시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저압 가스 방식은 DPF와 냉각장치 등 크게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 흡입하는 방식이다.
고압가스 방식은 엔진의 반응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반면 온도가 뜨겁기 때문에 온도가 낮아야 질소산화물이 적게 발생하는 디젤 엔진에서 효과를 키우기 어렵다. 저압 가스 방식은 배기가스를 충분히 식힌 다음에 흡입하기 때문에 실린더 내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 제거에 유리하다. 하지만 가스가 먼 길을 돌아오는 만큼 엔진 반응이 느려지고 카본이 쌓이는 등의 문제를 갖기도 한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해 엔진 반응이나 성능을 발휘해야 할 때는 고압가스를, 정속 주행을 하면서 연비를 높일 때는 저압 가스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듀얼 루프 EGR 시스템이다.
배기가스가 엔진에서 나오는데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엔진에서 탈출한 배기가스는 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LNT(Lean NOx Trap)를 통과해야 한다. LNT는 촉매 표면에 질소 산화물을 가뒀다가 연료를 뿌려 질소 산화물을 질소와 이산화탄소로 변환시켜주는 후처리 장치다. 그다음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를 통과해야 한다. DPF는 배출가스 속 미립자 물질을 포집한 후에 태워 없애는 장치다.
마지막으로 통과해야 할 관문은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이다. 가스에 요소수를 뿌려 질소산화물을 분해시키는 기술이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배기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사실상 투싼의 것은 후처리 시스템의 종합 선물세트다. 그만큼 효과가 좋다. 먼저 듀얼 루프 EGR로 질소산화물을 80% 제거한다. 그리고 남은 가스 중 LNT를 통해 질소산화물을 다시 60% 없앤다. DPF를 통해 미세먼지를 98% 저감 시키고 SCR을 통해 가스 중에 남은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제거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제 디젤은 이러한 각종 장비들을 추가해야 최신 규제를 맞출 수 있다. 안 그러면 연비는 좋지만 독극물(?)을 뿜어내는 엔진으로 전락한다.
그럼 미래에 더 강한 규제가 실시되면 어떻게 될까? 물론 대안은 있다. 디젤엔진의 압축비를 가솔린과 근접할 정도로 낮추는 것이다. 여기에 촉매 기능도 강화시키면 가능은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디젤차를 타야 할까?
다시 투싼으로 돌아오자.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느끼는 감각은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선명도 측면이 조금 부족하다. 피드백이 명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부분만 제외하면 직진도 잘하고 일상 환경에서 불만은 나오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강조하는 다이내믹이라는 범위로 확대하면 조금은 불만이 나온다.
테스트 차량에는 19인치 휠과 245mm 너비의 금호 크루젠 프리미엄 타이어가 장착됐다. 136마력짜리 엔진에 무려 19인치 휠이 장착됐다!!! 멋도 좋지만 19인치 사양은 분명 오버 스펙이다. 효율성보다 외적인 부분에 치중한 옵션이다. 휠 사이즈를 낮춘다면 조금 더 높은 연비는 물론 가속 성능까지 갖췄을 것이다. 휠이 커서 얻는 이점은 그 차를 소유한 소비자의 시각적 만족도 뿐이다.
출력이나 토크가 차량을 힘차게 이끌지 못하기 때문에 타이어에서 스키드음을 듣기 힘들다. 힘이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 타이어 성능이 차고 넘친다.
7단 DCT는 계기판의 타코미터로 표현되는 빠르기와 실제 체감되는 빠르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계기판에서만큼은 포르쉐 부럽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반응한다. 엔진도 이에 맞춰 회전수를 맞춰주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클러치가 연결되면서 동력이 전달되는 시간이 다소 느리다. 이 역시 변속 충격을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성능 부분에서 기대를 하기 보다 일반 자동변속기처럼 편하게 쓸 수 있으면서 동력 전달 효율이 좋은 변속기로 가기 위한 노력이 들어갔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서스펜션은 쉐보레 이쿼녹스나 폭스바겐 티구안과 비교했을 때 투싼 쪽이 조금 더 단단한 느낌이다. 하지만 기존 모델(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지나치게 단단했던 것과 비교하자면 이번에는 승차감과 성능 사이에서 잘 조율한 모습이다. 티구안이 전통적인 SUV 성격에 가깝다면 이쿼녹스가 장거리 주행 때의 편안함에 치중한 성격, 투싼은 그보다는 달리고 싶어 하는 성격의 서스펜션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테스트 모델에는 4륜 시스템인 HTRAC이 포함됐다. 제네시스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현대차로는 최신형의 4륜 시스템이다. 하지만 막상 다뤄보면 기존 시스템과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4륜 시스템으로 인한 주행 감각이 변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2륜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분명 미끄러운 길에서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옵션으로 196만 원의 가치를 하는지는 의문이다. 즉, 특정 조건이 아니라면 전륜구동(FF 방식)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제동 거리를 확인했다. 결과는 38.55m로 꽤 준수한 성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테스트가 반복되면 40.5m까지 밀렸다. 사실 2m 내외라면 크게 나쁘지 않다. 이외에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하는 감각이나 답력, 반응성 면에서 아쉬움은 없었다.
새로운 엔진과 DCT 변속기를 갖췄지만 연비는 조금 애매한 느낌이다. 고속도로를 시속 100km 내외로 달릴 때 19km/L 수준을 보였다. 티구안과 이쿼녹스 모두 동일한 환경에서 22km/L 내외의 연비를 보인 것과 비교했을 때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팀의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 결과 투싼이 남겨준 종합 연비는 11km/L였다. 역시 티구안이나 이쿼녹스가 보였던 12km/L와 비교해서는 소폭 낮았다.
새로운 투싼은 많은 소비자들이 구입해도 후회하지 않을 좋은 구성을 갖췄다. 동력 성능도 일상에서 활용하는데 아쉬움 없었다. 특히 달리는 주행감각이 꽤나 세련됐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방금 언급한 ‘소비자들이 구입해도 후회하지 않을’이라는 문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분명 아무나 구입해도 그러려니 하고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좋다’나 ‘이 차를 선택하기 정말 잘 했어’라는 감탄사까지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대차가 광고를 통해 강조했던 다이내믹스? 솔직히 토요타 RAV4나 혼다 CR-V가 훨씬 잘 달린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다. 순수 다이내믹만 바라본다면 승차감은 조금 떨어졌어도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투싼이 유리했을 수도 있다.
참고로 가격 정책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싶다. 테스트 모델은 3천6백만 원이란 가격을 갖는다. 현대차가 자랑하는 갖가지 기능을 갖춰야 하는데, 그게 다 옵션이다. 이 기능들이 다 빠지면 시트 가죽이 어떤 것으로 덮이느냐, 공조장치가 수동이나 자동이냐 정도만으로 트림이 나뉜다. 저렴한 가격? 좋은 기능 싹 빠진 3천만 원짜리 1.6리터 컴팩트 SUV는 절대로 저렴해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가격차이 거의 없는 2.0 디젤을 선택하면 성능에서라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경쟁사 쉐보레도 이쿼녹스를 내놓으며 가격 부분 때문에 질타를 많이 받았다. 물론 투싼과 싼타페 중간 크기 등 이쿼넉스란 차가 갖는 이점도 있겠지만 최상급 트림의 가격이 4천만 원에 달했다는 것 자체가 외면을 부추겼다.
또 있다. LED 헤드 램프를 원하는데 왜 크고 무거운 19인치 휠이 패키지로 묶일까?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원하는데 왜 JBL 사운드와 계기판을 통째로 바꿔야 할까? 다양한 옵션을 준비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은 좋지만 여전히 묶음 옵션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커진다. 현대차는 친소비자 성향으로 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중이다. 그렇기에 해외처럼 특화된 소비자 중심의 패키징에 대해 신경을 써주면 좋을 것 같다. 현대차는 우리 자동차 업계의 대표다. 현대차가 움직인다면 시장도 바뀐다. 그렇기에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길 바라게 된다.
분명한 것은 투싼이 가성비 좋은 차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를 위해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우리 팀이 추천하는 투싼 1.6 모델 트림은 모던(2508만 원) 혹은 프리미엄(2798만 원)이다. 4륜 시스템은 큰 필요성을 느끼기 힘들다. 즉, 구성만 잘 맞추면 테스트 모델과 무려 1천만 원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무난한 연비, 다루기 쉬운 국산 컴팩트 SUV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도의 트림을 대상으로 할 때 투싼의 평가가 가장 높아질 것이다. 물론 모든 옵션을 바라는 소비자들도 있다. 하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상급 싼타페로 넘어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투싼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도 남다를 것이다. 국내에서는 기아 스포티지나 쌍용 코란도 C 정도와 경쟁하지만 시야를 전 세계로 넓히면 토요타 RAV4, 혼다 CR-V, 닛산 로그 스포츠, 포드 이스케이프 등과 같은 막강한 경쟁자들과 싸워야 한다.
2017년 1~12월 기준 국내에서 투싼은 현대자동차 모델 중 6번째로 잘 팔리는 모델이다. 이중 포터는 상용차다. 쏘나타 판매량도 많은 편이지만 절반 이상이 택시나 관공서 용도로 빠지니 사실상 투싼이 그랜저, 아반떼, 싼타페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인기 모델로 분류된다.
알고 보면 투싼은 미국에서 인기가 더 좋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미국 시장 누적 판매량을 봐도 현대자동차 모델 중 2번째로 많이 팔리고 있다.
인기에 탄력을 받고 있는 투싼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완성도를 더 높였다고 한다. 광고에서 ‘다이내믹스’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만큼 잘 달리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 조건까지 담아내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분적인 변경만 택했다. 아반떼에 ‘격변’한 디자인을 적용시켰다는 점과 노선이 다르다.
새로운 LED 헤드 램프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주간 주행등은 ‘ㄱ’자 형태를 갖는데, 이는 아반떼 F/L 모델과 같은 방향의 디자인이다. 그릴은 안쪽으로 오목한 형태의 캐스캐이딩 그릴을 쓴다. 범퍼에 주름이나 분할 선을 만들어 한층 스포티한 이미지를 갖도록 했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또 바뀌는 부분은 휠이다. 측면부에 변화를 주기 힘들기에 휠의 디자인 변경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선 것이다. 디자인이나 기교에 있어서 최근 출시되는 국산 휠의 만족도가 높다.
후면부의 범퍼는 보다 두툼하게 마무리했다. 강한 인상을 주기에 좋다. LED 리어램프는 불빛을 만들어내는 내부 그래픽에 변화를 줬고, 머플러의 형태를 손봐 조금 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
사실 부분적으로 뜯어보면 변했지만 전체적인 인상이 변한 것은 아니기에 자동차에 큰 관심 없는 소비자라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존 모델의 디자인도 무난했기에 큰 틀을 유지하며 디테일에 변화를 준 지금의 것도 좋게 평가할 수 있다.
실제 큰 변화를 이룬 것은 실내다. 먼저 대시보드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다소 평이한 느낌도 있지만 최신 트렌드를 잘 받아들였다.
대시보드 높이를 낮춰 탑승자가 답답하지 않도록 했다. 가죽 마감에 박음질 장식까지 했다는 점도 칭찬할 부분이다. 기존 모델은 1세대 제네시스(BH)를 연상시키는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가졌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8인치 크기다. 구성은 무난한데, 모니터 주위에 나열된 버튼들 위치가 옮겨지면 좋겠다. 현대차라면 조금 더 세련된 디자인을 구축할 수 있다.
현대 기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세계 어떤 브랜드와 비교해도 우위에 서는 수준이다. 적어도 국내 소비자들이 쓰기 편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번 모델에는 업그레이드된 내비게이션이 쓰인다. 3D 내비게이션 환경을 구축한 것인데, 기대 이상으로 자세히 표현해줬다.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의 버튼 배치도 직관적이다. 계기판도 직관적이여서 좋지만 너무 단순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중앙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4륜 구동이 어떻게 배분되며, 요소수 잔량과 변속기 온도 등의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해 좋다.
참고로 변속기 온도 정도는 평상시에 흰색, 경고 수준은 주황색, 위험 수준에 이르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우리 팀이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며 확인한 온도는 경고 수준까지였다. 참고로 위험 수준으로 변속기 온도가 상승하면 경고 메시지를 띄우며 차량이 멈추도록 설정돼 있다. 아마도 일반 환경에서 이런 메시지를 볼 가능성은 낮다.
기능성은 좋다. 무선 충전 시스템과 어라운드 뷰 시스템, 통풍 열선 시트도 있다. 뒷좌석까지 넉넉하다. 확실히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국산차의 뒷좌석은 여유로운 수준이다. 여기에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 덕에 장거리 여행도 편하다. 편의성 증대를 위한 전동식 트렁크도 있다.
그뿐일까? 전방 추돌 경고 및 방지,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운전자 주의 경고 기능이 전 모델에 기본으로 탑재된다. 여기에 고속도로 주행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경고, 후방 교차 충돌 경고 등 기능도 적용됐다. 텔레매틱스 서비스 무료 사용기간도 2년에서 5년까지 연장시켰다.
구성으로 따지면 벤츠 부럽지 않을 정도다. 타사와 비교해 가격 대비 더 많은 기능을 잘 갖추는 것. 현대 기아차가 잘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테스트 차량과 같은 구성을 갖추려면 생각보다 큰 지출을 감내해야 한다.
테스트 모델은 1.6 디젤에 4륜 시스템과 7단 DCT를 갖춘 모델이며, 최상급 다음 단계인 프리미엄 트림을 바탕으로 한다.
기본 차 값만 3천만 원이 넘는 상태에서 560만 원이 넘는 옵션이 추가되니 3천6백만 원이 넘는 컴팩트 SUV가 탄생했다. 쉐보레가 4천만 원이 넘는 컴팩트 SUV를 수입하니 현대차도 욕심이 생긴 것일까?
우리 팀이 좋게 칭찬했던 부분 거의 모두가 옵션 사양들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은 59만 원짜리 스마트 패키지 안에 포함된다. LED 헤드 램프를 장착하려면 19인치 휠과 타이어가 같이 따라와야 하는데 차량 외관에 다양한 몰딩 마감이 이뤄지는 118만 원짜리 스타일 패키지 II에 묶여있다. 쉬운 주차를 돕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을 갖추려면 JBL 사운드와 슈퍼비전 계기판 등이 포함된 플래티넘 패키지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기본 구성이 좋은 편이지만 이런 기능들이 다 빠지면 투싼은 다소 평범한 모습이 된다.
새로운 투싼은 스마트스트림이라는 이름의 1.6리터 디젤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의 조합을 갖춘다. 외적인 변화보다 인테리어와 새로운 파워트레인 조합이 돋보이는 변화다.
시동을 걸면 1.6 디젤엔진이 회전한다. 진동은 다른 현대차의 디젤 모델과 유사하다. 잘 억제됐다는 얘기다. 배기량이 다르지만 폭스바겐 티구안과 비교해도 진동 부분에서 투싼이 앞선다. 하지만 현대 기아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디젤 진동 는다는 시장 반응이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이 많다.
아이들 정숙성은 42.0 dBA을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GLE 350d, 볼보 XC60 D4와 동일한 수치다. 기존 투싼 2.0 디젤이 40.5 dBA의 정숙성을 보였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소음이 조금 늘긴 했다. 이는 주행 때도 확인되는 부분이다.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 기존 투싼 2.0 디젤은 59.5 dBA을 보였지만 현재의 투싼 1.6 디젤은 60~60.5 dBA 수준을 나타냈다.
숫자를 비교하면 시끄러워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귀로만 들으면 사실 큰 차이는 없다. 겔겔거리는 디젤 소리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 경쟁사 쉐보레의 1.6 디젤은 위스퍼 디젤이라는 점을 내세우는데 다소 독특한 엔진 사운드를 갖고 있다. 반면 현대의 새로운 1.6 디젤은 일반 디젤 사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사운드의 차이 일 뿐 체감상 만족도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주행을 시작하면 차량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잠시 이 모델이 DCT 변속기를 탑재했다는 사실을 잊게 했다. 그만큼 일상 주행 때의 변속기 감각이 자동변속기와 유사하다. 사실 폭스바겐이나 아우디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도 충분히 부드럽지만 현대 기아차의 DCT를 경험했다면 꽤나 울컥거린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그 정도로 현대 기아 DCT는 승차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 변속기 내부 일부 부속의 내구에서 타협을 봤다. 내부 부속 마찰의 희생으로 승차감을 높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구와 성능 지키려던 현대차 엔지니어들과 승차감을 내세운 경영진 간의 설전이 있지 않았을까 예상도 해본다.
신호를 받아 잠시 언덕길에 차가 멈췄다. 재 출발을 할 때 HAS(Hill Start Assist)가 작동해 출발 시 차량이 뒤로 밀리는 것을 막아준다. DCT 변속기 사용 모델이라면 이 기능이 꼭 있어야 한다. 기어 변속 레버를 빨리 작동시킨 후 일정 시간 차가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 이 현상은 수입차에서도 나타난다. DCT의 특징으로 봐야 할 부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본다. 예상했던 만큼의 가속력이다. 3000rpm 전후에서 가장 만족감이 뛰어나며 이후부터는 조금 무딘 느낌으로 속도를 올린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기보다 절반 정도 밟은 상태에서 차량이 만들어내는 토크 감으로 편안한 주행을 하는 것이 좋다.
엔진은 136마력과 32.6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과거 1.7리터 디젤의 141마력, 34.7kg.m의 토크 대비 하락한 수치다. 대신 공인 복합연비가 15.0km/L에서 16.3km/L로 높아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10.82초다. 쉐보레 이쿼녹스가 10.66초를 기록했으니 살짝 뒤처지는 기록이다. 참고로 투싼 2.0 디젤 모델이 8.59초를 작성했으니 2.0 디젤과는 성능 차이가 제법 난다.
의외인 것은 이쿼녹스와의 가속 차이다. 우리 팀이 직접 무게를 확인한 결과는 투싼 1667kg, 이쿼녹스 1742kg였다. 두 모델 모두 1.6리터 엔진과 4륜 시스템을 갖췄다. 이쿼녹스가 75kg 더 무거움에도 투싼이 더 느렸다. 참고로 차체는 이쿼녹스 쪽이 더 크다.
이런 원인은 변속기에 있다. 토크컨버터 방식 변속기를 사용하는 이쿼녹스는 스톨 상태(rpm을 높인 후 출발)를 활용해 초반 가속 때 큰 힘으로 발진할 수 있다. 반면 DCT를 사용하는 투싼은 엔진 회전수를 높여서 출발하기 힘들다. 게다가 클러치가 완전히 연결돼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초반 출발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지 상태에서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를 따지며 이 급의 차량을 구입할 소비자는 없기 때문에 각 모델의 변속기 특성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만 알고 넘어가면 되겠다.
이번 투싼의 변화는 엔진에 있다. 스포티지에 이어 투싼에도 스마트스트림 디젤 엔진이 탑재된 것이다. 코드명으로 U3 엔진이라 할 수 있다. UII 엔진 후속임과 동시에 이름까지 바꾼 것이다.
우선 배기량을 1.7리터에서 1.6리터로 줄였다. 덕분에 1년 세금이 44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내려갔다. 국내에서 애매한 배기량으로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한 것에서 세금 혜택을 제대로 받게 됐다.
현대차는 엔진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부품 사용량을 대폭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와 관련한 정확한 항목이나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타이밍벨트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체인 방식에서 벨트 방식으로 바꿨다. 과거에는 벨트 방식이 종종 끊어지는 문제로 체인 방식을 선호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이 발전해 벨트 방식도 끊어지지 않는다. 고장력 벨트로 생산되기 때문에 내구성을 얻게 된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보다 스마트스트림 디젤의 투입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2019년 9월부터 시행될 유로 6d 규제까지 미리 대응하려 했던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거의 모든 후처리 시스템을 집약이었다.
먼저 듀얼 루프 EGR(Dual Loop Exhaust Gas Recirculation)을 사용했다. 배기가스 순환 장치인 EGR은 고압가스 방식인 HP EGR과 저압 가스 방식인 LP EGR로 구성된다. 고압가스 방식은 엔진에서 막 나온 배기가스를 바로 다시 순환시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저압 가스 방식은 DPF와 냉각장치 등 크게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 흡입하는 방식이다.
고압가스 방식은 엔진의 반응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반면 온도가 뜨겁기 때문에 온도가 낮아야 질소산화물이 적게 발생하는 디젤 엔진에서 효과를 키우기 어렵다. 저압 가스 방식은 배기가스를 충분히 식힌 다음에 흡입하기 때문에 실린더 내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 제거에 유리하다. 하지만 가스가 먼 길을 돌아오는 만큼 엔진 반응이 느려지고 카본이 쌓이는 등의 문제를 갖기도 한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해 엔진 반응이나 성능을 발휘해야 할 때는 고압가스를, 정속 주행을 하면서 연비를 높일 때는 저압 가스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듀얼 루프 EGR 시스템이다.
배기가스가 엔진에서 나오는데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엔진에서 탈출한 배기가스는 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LNT(Lean NOx Trap)를 통과해야 한다. LNT는 촉매 표면에 질소 산화물을 가뒀다가 연료를 뿌려 질소 산화물을 질소와 이산화탄소로 변환시켜주는 후처리 장치다. 그다음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를 통과해야 한다. DPF는 배출가스 속 미립자 물질을 포집한 후에 태워 없애는 장치다.
마지막으로 통과해야 할 관문은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이다. 가스에 요소수를 뿌려 질소산화물을 분해시키는 기술이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배기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사실상 투싼의 것은 후처리 시스템의 종합 선물세트다. 그만큼 효과가 좋다. 먼저 듀얼 루프 EGR로 질소산화물을 80% 제거한다. 그리고 남은 가스 중 LNT를 통해 질소산화물을 다시 60% 없앤다. DPF를 통해 미세먼지를 98% 저감 시키고 SCR을 통해 가스 중에 남은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제거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제 디젤은 이러한 각종 장비들을 추가해야 최신 규제를 맞출 수 있다. 안 그러면 연비는 좋지만 독극물(?)을 뿜어내는 엔진으로 전락한다.
그럼 미래에 더 강한 규제가 실시되면 어떻게 될까? 물론 대안은 있다. 디젤엔진의 압축비를 가솔린과 근접할 정도로 낮추는 것이다. 여기에 촉매 기능도 강화시키면 가능은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디젤차를 타야 할까?
다시 투싼으로 돌아오자.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느끼는 감각은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선명도 측면이 조금 부족하다. 피드백이 명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부분만 제외하면 직진도 잘하고 일상 환경에서 불만은 나오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강조하는 다이내믹이라는 범위로 확대하면 조금은 불만이 나온다.
테스트 차량에는 19인치 휠과 245mm 너비의 금호 크루젠 프리미엄 타이어가 장착됐다. 136마력짜리 엔진에 무려 19인치 휠이 장착됐다!!! 멋도 좋지만 19인치 사양은 분명 오버 스펙이다. 효율성보다 외적인 부분에 치중한 옵션이다. 휠 사이즈를 낮춘다면 조금 더 높은 연비는 물론 가속 성능까지 갖췄을 것이다. 휠이 커서 얻는 이점은 그 차를 소유한 소비자의 시각적 만족도 뿐이다.
출력이나 토크가 차량을 힘차게 이끌지 못하기 때문에 타이어에서 스키드음을 듣기 힘들다. 힘이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 타이어 성능이 차고 넘친다.
7단 DCT는 계기판의 타코미터로 표현되는 빠르기와 실제 체감되는 빠르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계기판에서만큼은 포르쉐 부럽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반응한다. 엔진도 이에 맞춰 회전수를 맞춰주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클러치가 연결되면서 동력이 전달되는 시간이 다소 느리다. 이 역시 변속 충격을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성능 부분에서 기대를 하기 보다 일반 자동변속기처럼 편하게 쓸 수 있으면서 동력 전달 효율이 좋은 변속기로 가기 위한 노력이 들어갔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서스펜션은 쉐보레 이쿼녹스나 폭스바겐 티구안과 비교했을 때 투싼 쪽이 조금 더 단단한 느낌이다. 하지만 기존 모델(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지나치게 단단했던 것과 비교하자면 이번에는 승차감과 성능 사이에서 잘 조율한 모습이다. 티구안이 전통적인 SUV 성격에 가깝다면 이쿼녹스가 장거리 주행 때의 편안함에 치중한 성격, 투싼은 그보다는 달리고 싶어 하는 성격의 서스펜션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테스트 모델에는 4륜 시스템인 HTRAC이 포함됐다. 제네시스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현대차로는 최신형의 4륜 시스템이다. 하지만 막상 다뤄보면 기존 시스템과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4륜 시스템으로 인한 주행 감각이 변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2륜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분명 미끄러운 길에서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옵션으로 196만 원의 가치를 하는지는 의문이다. 즉, 특정 조건이 아니라면 전륜구동(FF 방식)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제동 거리를 확인했다. 결과는 38.55m로 꽤 준수한 성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테스트가 반복되면 40.5m까지 밀렸다. 사실 2m 내외라면 크게 나쁘지 않다. 이외에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하는 감각이나 답력, 반응성 면에서 아쉬움은 없었다.
새로운 엔진과 DCT 변속기를 갖췄지만 연비는 조금 애매한 느낌이다. 고속도로를 시속 100km 내외로 달릴 때 19km/L 수준을 보였다. 티구안과 이쿼녹스 모두 동일한 환경에서 22km/L 내외의 연비를 보인 것과 비교했을 때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팀의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 결과 투싼이 남겨준 종합 연비는 11km/L였다. 역시 티구안이나 이쿼녹스가 보였던 12km/L와 비교해서는 소폭 낮았다.
새로운 투싼은 많은 소비자들이 구입해도 후회하지 않을 좋은 구성을 갖췄다. 동력 성능도 일상에서 활용하는데 아쉬움 없었다. 특히 달리는 주행감각이 꽤나 세련됐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방금 언급한 ‘소비자들이 구입해도 후회하지 않을’이라는 문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분명 아무나 구입해도 그러려니 하고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좋다’나 ‘이 차를 선택하기 정말 잘 했어’라는 감탄사까지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대차가 광고를 통해 강조했던 다이내믹스? 솔직히 토요타 RAV4나 혼다 CR-V가 훨씬 잘 달린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다. 순수 다이내믹만 바라본다면 승차감은 조금 떨어졌어도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투싼이 유리했을 수도 있다.
참고로 가격 정책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싶다. 테스트 모델은 3천6백만 원이란 가격을 갖는다. 현대차가 자랑하는 갖가지 기능을 갖춰야 하는데, 그게 다 옵션이다. 이 기능들이 다 빠지면 시트 가죽이 어떤 것으로 덮이느냐, 공조장치가 수동이나 자동이냐 정도만으로 트림이 나뉜다. 저렴한 가격? 좋은 기능 싹 빠진 3천만 원짜리 1.6리터 컴팩트 SUV는 절대로 저렴해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가격차이 거의 없는 2.0 디젤을 선택하면 성능에서라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경쟁사 쉐보레도 이쿼녹스를 내놓으며 가격 부분 때문에 질타를 많이 받았다. 물론 투싼과 싼타페 중간 크기 등 이쿼넉스란 차가 갖는 이점도 있겠지만 최상급 트림의 가격이 4천만 원에 달했다는 것 자체가 외면을 부추겼다.
또 있다. LED 헤드 램프를 원하는데 왜 크고 무거운 19인치 휠이 패키지로 묶일까?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원하는데 왜 JBL 사운드와 계기판을 통째로 바꿔야 할까? 다양한 옵션을 준비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은 좋지만 여전히 묶음 옵션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커진다. 현대차는 친소비자 성향으로 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중이다. 그렇기에 해외처럼 특화된 소비자 중심의 패키징에 대해 신경을 써주면 좋을 것 같다. 현대차는 우리 자동차 업계의 대표다. 현대차가 움직인다면 시장도 바뀐다. 그렇기에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길 바라게 된다.
분명한 것은 투싼이 가성비 좋은 차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를 위해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우리 팀이 추천하는 투싼 1.6 모델 트림은 모던(2508만 원) 혹은 프리미엄(2798만 원)이다. 4륜 시스템은 큰 필요성을 느끼기 힘들다. 즉, 구성만 잘 맞추면 테스트 모델과 무려 1천만 원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무난한 연비, 다루기 쉬운 국산 컴팩트 SUV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도의 트림을 대상으로 할 때 투싼의 평가가 가장 높아질 것이다. 물론 모든 옵션을 바라는 소비자들도 있다. 하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상급 싼타페로 넘어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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