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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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현대자동차의 친환경차 라인업은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견줄 수준이다. 하이브리드를 기본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여기에 수소 연료전지차까지 갖췄다. 특히 아이오닉 라인업에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포함돼 있어 별도 친환경차 브랜드로 성장시켜도 나쁘지 않을 정도의 구성을 보여준다.

이번에 우리 팀이 테스트한 모델은 아이오닉 일렉트릭(Ioniq Electric)이다. 현대차가 시험용으로 만들었던 전기차인 블루온(BlueOn) 이후 제대로 만들어진 전기차다. 한번 충전으로 191km를 달릴 수 있다고 하니 지금까지 경험했던 1세대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긴 주행거리를 갖고 있다.

외적인 모습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기초로 일부 전기차를 위한 요소들을 추가했다. 전면 그릴과 후면 머플러는 생략됐다. 엔진을 식힐 구멍이나 배출가스를 뿜어낼 통로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그릴이 없는 모습이 어색하지만 전기차만의 특징으로 받아들이면 어느 정도 타협이 된다. 전면 범퍼 하단에는 브론즈 색상의 프런트 스포일러를 장착해 전기차만의 개성을 표현했다.

측면에는 2곳의 충전 단자가 자리한다. 앞쪽은 완속 충전을 위한 단자이며, 뒤쪽에는 차데모 방식의 급속 충전구가 위치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전기차 충전 방식을 DC 콤보로 통일하면서 향후 출시되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역시 변화된 충전 방식을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충전 규격을 따라 하다 중복 투자를 하게 된 결과랄까?

엔진 후드와 테일게이트는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무거운 배터리가 장착된 만큼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기 위함이다. 이외에 전면 그릴이 막혀있고, 차체 하부를 모두 평평하게 처리해 공기저항도 최소화시키도록 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공기 저항 계수는 0.24Cd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존 아이오닉과 사실상 동일하다. 쉐보레 볼트 EV와 BMW i3가 미래지향적이고 르노삼성 SM3 Z.E.가 변한 것이 없다면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가장 세련된 모습을 갖는다. 여기에 전기차인만큼 전용 계기판이 적용됐고, 변속의 개념이 사라져 변속기도 버튼식으로 대체됐다. 그만큼 하단의 수납공간은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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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EV 관련 메뉴가 추가됐다. 특히 내비게이션의 경우 현재 주행 가능한 반경을 표시해주는 기능도 지원한다. 만약 주행 가능 거리를 넘어서는 위치로 경로 안내를 실행하면 중간 충전소를 자동으로 검색해 운전자에게 안내해준다. 확실히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완성도만큼은 현대 기아차가 으뜸이다.

이외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운전석에만 공조장치를 작동시키는 기능도 추가됐다. 전기차의 경우 에어컨과 히터의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별도의 히트 펌프와 냉매를 사용해 에어컨과 히터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실제로 작동시켜보니 에어컨은 생각보다 시원하지 않았고 히터는 생각보다 미지근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빵빵한 에어컨이나 히터를 생각했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전기차로 접근하는 소비자들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뒷좌석 공간은 루프라인으로 인해 헤드룸이 부족하다. 무릎 공간은 충분했기에 아쉬움은 더 커진다. 대신 트렁크 공간은 반듯하면서 넓다. 트렁크 안쪽 패널들을 걷어내면 배터리 냉각을 위한 에어덕트를 확인할 수 있다. 밖으로 눈에 띄게 만들어놓지 않고 안 보이게 숨겨놓았다는 점이 섬세하게 개발했음을 느끼게 해준다.

운전석에 앉으면 낮은 시트 포지션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차량의 바닥 부분에 배터리를 펼쳐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트 포지션이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 BMW i3나 쉐보레 볼트 EV와 같은 경우는 이러한 이질감을 상쇄시키기 위해 키 큰 해치백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시트에 앉으면 일반 승용차와 같은 높이감이 다가온다. 다른 차와 이질감 없는 전기차라는 점은 칭찬하고 싶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미래지향적인 사운드와 함께 차량이 주행 준비를 끝냈다는 표시를 해준다. 변속 버튼을 눌러 주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변속 버튼이 조금은 헷갈리는 모양을 갖고 있다. 주차를 위한 ‘P’ 버튼은 버튼 중 가장 윗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그 버튼보다 바로 아래에 위치한 ‘P release’ 버튼을 누르게 된다. 처음 탔다면 이 버튼을 누르면서 왜 파킹 모드로 전환이 안되지? 하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이브리드를 적지 않게 경험했지만 중간에 시동이 걸리지 않고 계속 전기모터만으로 속도를 올려나가는 경험은 역시 새롭게 느껴진다. 여기에 밟는 만큼 즉각적인 힘이 느껴지기 때문에 답답함도 없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19.7마력(88kW)과 30.1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대략 1.6리터 배기량을 갖는 디젤엔진과 비슷한 힘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디젤엔진에서 볼 수 없는 즉각적인 반응을 겔겔거리는 소리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차별화 포인트다.

출력보다 토크감이 좋은 것이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특징이다. 저속 구간에는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잘 나가는 것처럼 느끼지만 이후 영역에서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속도계는 제한적으로 상승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9.11초를 기록해 답답함 없는 가속성능을 발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2.0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한 푸조 308 GT가 8.89초를 기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을 만들어내는데(?) 의외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초반부터 타이어가 힘없이 미끄러지면서 최대 가속력을 만들어내는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205 / 55 R16 사이즈의 타이어는 미쉐린의 에너지 세이버 A/S(ENERGY SAVER A/S) 4계절용 저저항 타이어다. 여기에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전기차 특성이 더해지면서 초반 가속시 휠스핀이 강하게 발생했다. 그저 특성으로만 알아두면 된다. 드래그 레이싱을 하기 위해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구입할 소비자는 없으니까.

참고로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기록한 9.11초라는 기록은 BMW i3의 6.95초, 쉐보레 볼트 EV의 7.10초 다음으로 빠른 기록이다. 르노삼성 SM3 Z.E.는 12.79초를 기록했다.

이러한 타이어 특성은 제동 테스트에서도 한번 더 부각됐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0.67m. 수치상으로 보면 무난한 성능이지만 제동 테스트가 반복됨에 따라 최대 45m까지 제동거리가 증가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브레이크 시스템이 지쳐서 나타난 경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받는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다. 강한 제동력을 이끌어내자 힘없이 타이어가 미끄러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속 및 제동 테스트는 참고치로만 알아두면 된다. 전기차에 있어서 급가속과 급제동은 주행 가능 거리를 순식간에 단축시켜버리는 독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이오닉 일렉트릭 역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 회생 시스템이 탑재돼있다. 특징적인 부분은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는 단계를 나눠 운전자가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마치 패들시프터를 연상시키는 스위치가 자리한다. 오른쪽 패들을 당기면 회생 단계가 내려가고 왼쪽 패들을 당기면 회생 단계가 상승한다. 쉽게 말해 오른쪽 패들을 당길수록 변속기 중립 감각이며, 왼쪽 패들을 당길수록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감각이다.

0단계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관성만으로 주행한다. 이 모드는 고속도로에서 추천한다. 얕은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환경이라면 전기를 소모하지 않고 탄력주행만으로 꽤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1단계는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전자는 감각과 유사하다. 가속페달을 떼면 미약하게 엔진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다. 에너지 회수율이 큰 편은 아니지만 고속도로의 어느 정도 경사가 있는 내리막길에서 활용하면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주행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2단계는 보다 극적인 엔진브레이크가 걸리는 감각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2단계부터는 고속도로보다 시내에서 활용하길 추천한다. 에너지 회생량이 많은 만큼 짧은 거리를 가다서다할 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3단계는 에너지 회수량을 최대한 이끌어낸다. 가속페달에서 급하게 발을 떼면 차량이 울컥거릴 정도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풀어주는 것만으로 주행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부드러운 조작을 요한다. 그렇다고 완벽한 원페달 드라이빙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완전한 정지까지는 하지 않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만 정지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회생 정도를 운전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을 칭찬해주고 싶다. SM3 Z.E.는 그냥 자동차처럼 타면 된다. BMW i3는 원페달 드라이빙을 기본으로 한다. 사람이 자동차의 특성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쉐보레 볼트 EV는 자동차가 사람에게 맞춰준다. 작은 차이라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의외로 큰 차별점으로 지목된다.

차량의 기본기를 논하기에는 한계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타이어의 접지 한계로 인해 코너에서의 주행성능 확인은 제한적이다. 바닥에 깔린 배터리가 만들어낸 낮아진 무게중심으로 인한 차량의 주행성능 향상 부분은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과거 대비 많이 발전했다. 이질감은 있지만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낼 정도까지는 아니다. 답력은 보편적인 수준인데, 쉐보레 볼트 EV와 비교하면 아이오닉 일렉트릭 쪽이 가볍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잘 만들어진 차다. 뒷좌석이 소폭 좁기는 해도 전기차로써 충분히 좋은 성능과 구성까지 갖췄다. 에너지 회수 정도를 운전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은 타 제조사에서도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참신하고 활용도도 뛰어났다.

무엇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가장 많이 팔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1세대 전기차 중 가장 먼 거리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쉐보레 볼트 EV가 있다고? 맞다 마음만 먹으면 400km도 문제없이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볼트 EV는 올해 판매 분이 모두 동났다.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데 언제, 얼마나 수입돼 팔릴지 알 수 없다.

SM3 Z.E.? 주행 가능 거리가 너무 짧다. BMW i3? 너무 비싸고 불편하며 주행거리마저 짧다. 닛산 리프는 판매지역이 제한적이고, 마찬가지로 주행 가능 거리도 제한적이다.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면 좋든 싫든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내키진 않지만 놓여진 선택지 중에서 가장 최선이라는 것. 이것이 한때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보다 많이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다. 우리 팀도 이 점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1회 충전 가능 거리가 191km라는 것. 다른 1세대 전기차보다 조금 개선됐을 뿐이지 절대적인 수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팀은 각종 주행 테스트까지 겸했기에 주행 가능 거리는 더욱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부족한 국내 전기차 인프라의 현실까지 생각하면 과연 이 차를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차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은 현실이 이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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