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 싼타페 R2.2 e-VGT 4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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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는 현대차의 중심 모델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현대차 모델을 기준으로 2017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것은 그랜저, 포터, 아반떼, 쏘나타, 싼타페 순이다. 여기서 상업용 성격을 갖는 포터는 제외하자.
쏘나타는 지난 한 해 동안 6만 2109대 팔렸다. 하지만 이 가운데 3만 5198대가 LPG 모델이다. 다시 말하자면 쏘나타의 약 57%가 택시와 렌터카로 팔린다는 것. 일반 판매를 통한 차량은 2만 6911대 규모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반면 싼타페는 작년 한 해 동안 5만 1661대를 팔렸다. 보편적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량을 따지면 그랜저, 아반떼 다음이 싼타페 순이 되는 것이다. 싼타페 다음 순위는 투싼(4만 6355대)과 코나(2만 3522대) 순이다. 최근 SUV의 인기를 대변해주는 판매량이다.
그런 싼타페가 4세대로 변경됐다. 그동안 싼타페는 판매량과 별개로 수타페, 개타페, 뻥연비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차로 불렸다. 이번에는 그런 논란 없이 판매량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이다. 코나와 넥쏘에 이어 상하 분리형 헤드램프 디자인이 적용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모델로는 시트로엥 라인업과 지프 체로키 등이 꼽힌다. 시트로엥은 이 디자인을 확장시키는 중이지만 지프 체로키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일반적인 램프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디자인에 정답은 없지만 수년 후 어떤 평가를 얻게 될지 궁금하다.
캐스캐이딩이라는 이름의 그릴은 전면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 위로 날개 형상의 거대한 금속 장식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범퍼 양 측면에 헤드램프와 안개등을 담은 램프가 자리를 꿰찬다. 그리고 이런 영향으로 싼타페는 독특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측면부를 바라보니 확실히 차가 커졌다. 맥스크루즈를 떠올릴 정도다. 주간주행등부터 리어램프까지 이어진 캐릭터 라인은 차량이 더 길고 안정적으로 보이도록 해준다. 이러한 디자인을 갖춘 싼타페의 공기저항 계수는 0.337Cd를 자랑한다.
4세대 싼타페는 기존 대비 70mm 길어지고 10mm 넓어졌다. 높이는 예전과 같다. 길어진 것은 차체뿐만이 아니다. 휠베이스도 기존 대비 65mm 늘어났다.
후면부에는 새로운 형태의 리어램프가 자리한다. 3D 디자인을 적용해 입체적인 느낌이 살도록 했다. 전면부처럼 램프와 램프 사이에 금속 장식을 넣어 연결했다. 스키드 플레이트 일체형의 범퍼 디자인은 최근 추세를 따른 구성이다.
인테리어도 한층 간결해졌다. 날카로운 선을 살렸던 디자인을 차분한 느낌으로 변경한 것. 수직적 인상이 강했던 비율도 수평적 형태로 바꿨다. 3세대 싼타페와 비교하면 나이 들어 보이긴 해도 고급스러움에서 앞선다.
최신 스타일이 인테리어에 많이 적용됐다. 7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얇아진 대시보드, 플로팅 타입 8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 소프트 터치와 박음질이 가미된 가죽 마감 등이 그렇다.
문을 열었을 때 눈에 띄는 것은 스피커를 감싼 커버다. 평평한 그물망 디자인이 아니라 입체적인 모습이다. 필러부터 천장까지 감싼 소재는 직물이지만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7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화려하다. 시동이 걸리는 순간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물론 아우디나 재규어, 랜드로버 모델들처럼 계기판에서 내비게이션을 보여주거나 인포테인먼트를 연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 브랜드로는 가장 화려한 계기판 그래픽을 가지고 있다.
국산 SUV 최초로 윈드실드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현대 기아차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상당히 우수하다. 밝기, 선명도가 뛰어나다. 주행 속도는 물론 전방 추돌, 사각 경고 등 다양한 알림 상황도 표시한다. 내비게이션은 물론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과도 연동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재생 중인 음악 정보를 알려주는 사운드 하운드 기능도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다 제목을 모르겠다면 사운드 하운드 아이콘을 누르면 된다.
음성 인식 기능도 강화됐다. 스티어링 휠 왼쪽의 음성인식 버튼을 누른 후 “메모”라고 말하면 목소리 녹음 기능이 구현된다. 운전 중 급한 메모를 해야 할 때 요긴하다. 내비게이션 검색은 카카오 I가 도와준다. 지금까지는 음성으로 목적지 설정할 때 “목적지 설정” 이야기를 한 후 “OO시”, “OO구”, “OO동” 등으로 검색 범위를 좁혀 나갔다. 너무 번거로웠다. 하지만 카카오 I 시스템은 “서울역”, “인천공항” 같이 목적지만 말하면 된다.
차량의 전후좌우를 볼 수 있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도 있다. 여기에 세차장 진입 지원 가이드라인을 추가했다. 차량이 전진할 때 가상의 차폭 선이 나타나는 것이 전부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운전이 서툰 운전자가 싼타페처럼 큰 차를 다룰 때 유용할 것이다.
센터페시아는 멀티미디어와 공조장치로 나뉜다. 하단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있다. 현대 기아차의 이러한 배치 능력은 이제 토요타나 닛산이 따라 할 정도다. 현대 기아차는 과거부터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강조했다. 덕분에 이제 해외 업체의 벤치마크 대상이 됐다.
버튼이나 다이얼 조작감도 고급스럽다. 전 세대 싼타페(DM)만 해도 인테리어 디자인만 뻔지르르했지 실제 조작감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신 모델(TM)로 오며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개선하려는 노력을 더했다.
시트는 통풍과 열선 모두를 지원하며 조수석을 위한 워크인 디바이스 기능도 있다. 시트도 달라졌다. 허리뿐만이 아니라 허벅지 부분까지 지지해 준다. 헤드레스트는 머리와 목 부분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구성이다.
뒷좌석은 매우 넓다. 4륜 시스템을 갖췄지만 센터 터널도 평평해 만족감을 높인다. 그렇다고 지상고가 높지도 않다. 시트를 전후로 움직이는 슬라이딩과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도 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해 열선 기능도 넣었고 햇빛을 가려주는 선셰이드도 있다. 220볼트 전원과 USB 충전 포트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배려다.
당연히 뒷좌석 폴딩도 있다. 레버를 당겨 폴딩 하는데, 트렁크 쪽에서는 버튼을 눌러 원터치로 폴딩 시킬 수도 있다. 트렁크 공간은 625리터 수준. 기존 모델이 585리터였으니 커진 차체만큼 트렁크 공간도 넓어졌다. 참고로 쏘렌토가 665리터다.
추가된 안전장비도 화려하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기능이 전 모델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다. 소비자가 추가할 기능으로는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사각 경고 시스템 등이 묶인 옵션 정도다.
여기에 현대차가 ‘세계 최초’라고 강조하는 안전장비도 있다. 승객 하차 시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알려주는 안전 하차 보조 기능이다. 문을 열고 내릴 때 접근하는 차량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를 경감시키기 위함이다. 뒷좌석 탑승자를 차량 내 방치하는 사고를 예방해 주는 후석 승객 알림 기능도 생겼다.
사실 별거 아니다. 안전 하차 보조 기능은 후측방 경고 시스템의 응용이다. 문을 열었을 때 알려주는지 여부일 뿐이다. 후석 승객 알림 기능은 시동을 끄고 문을 열면 탑승객을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새롭게 개발한 것 없이 기존에 있었던 기능을 응용해서 편의성을 향상시킨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세계 최초라기엔 민망한 기능이지만 틈새를 노린 것이 현대 기아차답다.
지금까지 신형 싼타페의 구성을 살폈다. 그럼 실제로 달리는 측면에서는 바뀐 것은 없을까? 테스트 모델은 R2.2 HTRAC 모델이다. HTRAC 4륜 시스템, R-타입 MDPS를 사용한다.
주목할 것은 요소수를 사용하는 후처리 시스템을 갖춘 디젤 엔진을 쓴다는 것. 현재 디젤 배출가스는 WHO(세계보건기구)에 의해 2012년부터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배출 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이 문제다. 이것을 없애기 위해 후처리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후처리 장치는 이름 그대로 연료로 동력을 만들고 이후에 만들어지는 가스를 처리하는 장치다. DPF(Diesel Particulate Filter)와 EGR(Exhaust Gas Recirculation)은 사실상 기본적으로 사용되기에 이외의 장치가 후처리 장치에 속한다.
후처리 장치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그동안 현대 기아차가 사용한 후처리 장치는 LNT(Lean NO x trap였다. LNT는 배출가스 중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을 촉매 표면에 가둬 두는 기술이다. 촉매에 질소산화물이 많이 쌓이면 연료를 많이 뿌려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이산화탄소로 변환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LNT의 장점으로는 150도씨 정도의 저온 환경에서도 질소산화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 반면 SCR은 요소수 중 수분 증발을 위해 180~200도 이상이 되어야 효과를 보인다. 또 SCR처럼 요소수 사용에 따른 추가적인 설비가 필요치 않다.
하지만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려면 연료를 많이 소모한다. 연료 분사량이 26%에서 최대 57%까지 증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마디로 질소산화물 처리를 위해 연비를 떨어뜨리는 셈이다. 또 촉매 자체가 백금을 소재로 하기에 대배기량 엔진으로 가면 부담이 커지게 된다. 때문에 보통 2리터 전후 디젤 엔진에 쓰이고 있다.
이번에 싼타페를 통해 적용된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방식은 아예 촉매제 용액을 배기가스에 뿌려주는 방식이다. 대략 물과 요소가 7:3 비율로 섞인 용액을 쓴다. 이 요소가 암모니아로 변한 후 암모니아와 질소산화물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질소와 물, 이산화탄소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치게 한다.
SCR의 가장 큰 특징은 질소산화물 정화 능력이 90% 이상이여서 가장 현실적으로 확실한 질소산화물 억제 방법으로 꼽힌다. 참고로 LNT는 70~80%대이다.
물론 SCR도 단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암모니아가 화학반응을 일으킨 이후에도 남아서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는 것이다. 이를 암모니아 슬립이라고 한다. 이 암모니아에 사람이 접촉하면 폐가 망가지거나 피부 염증이나 화상을 일으키게 한다. 독극물 처리를 하다가 또 다른 독극물은 내뿜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 이외에 질소산화물이 분해되지 않고 아산화질소가 만들어지는 등 2차 오염물질이 생성되기도 한다. 그만큼 철저히 계산해서 요소수를 뿌려야 하고, 이것이 기술적인 어려움이 된다.
투싼 iX, 그리고 스포티지R 초기 시절. 현대차 연구소는 연비와 출력을 높이겠다는 욕심에 EGR 밸브에 대한 기능을 제한했던 적이 있다. 그 결과 엔진의 성능을 높였지만 사실상 우리네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됐다. 애초부터 이 부분이 실수였다면 모르지만 처음 생산된 투싼iX에는 이 문제가 없었다. 냉정히 말하자면 양심 없는 연구진들이 편법으로 소비자를 우롱함과 동시에 우리네 환경을 파괴시켰던 것이다.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폭스바겐과 다를 바 없었던 것. 하지만 과거다. 반성할 것들은 반성하고 이제부터 환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자.
씁쓸한 얘기는 뒤로하고 이제 새로운 싼타페의 성능을 보자.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운다. 소음이 큰 편은 아니지만 뭔가 기대 이상까지의 정숙성은 아니다. 디젤로는 적정 수준의 정숙성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다른 현대차의 디젤 모델처럼 실내로 전해지는 진동도 많지 않다. 디젤이란 것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 수준이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메르세데스-벤츠 GLE350(42dBA), 볼보 XC60 D4(42dBA)과 유사한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밟는다. 초기 터보랙이 있지만 이후부터 두둑한 토크가 차체를 견인하기에 별다른 답답함이 없다. 다만 급작스레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1초 이상 멍하니 있다가 가속되는 모습이 보이는데 급한 마음에 가속을 하려 할 때 답답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이것이 단점은 아니지만 정지 상태서 갑자기 페달을 밟을 때 차가 멈칫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는 있겠다.
싼타페는 제법 잘 달린다. 코나 또는 투싼처럼 경쾌한 느낌은 아니지만 적당한 무게감을 바탕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는 특성이다. 잠시 가속성능을 확인해 보자.
지난해 우리 팀에 테스트한 쏘렌토는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10.06초가 걸렸다. 하지만 체감으로 볼 때 싼타페 쪽이 조금 더 잘 달린다는 느낌이 든다. 결론적으로 싼타페는 8.92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약 1초 정도의 차이다. 이 차이를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
자동차의 가속에는 여러 가지가 영향을 주는데 특히 차체 무게, 엔진 성능이 중심에 선다. 기아 쏘렌토는 약 1990Kg의 무게를 보였다. 싼타페와 비교하다면 성인 남성 한 명이 더 탑승한 셈이다.
이번에는 엔진을 보자. 사실 동일한 2.2리터 스펙을 가진 엔진이지만 구동력 계측에서는 조금 다른 성향을 보였다. 쏘렌토는 저 rpm에서 조금 더 힘을 몰아 쓰는 모습, 반면 싼타페는 후반까지 일정 수준의 성능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물론 측정에서 발생한 오차 범위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특성 때문인지 싼타페가 더 빨랐다. 고 rpm에서의 성능 유지와 무게 차이가 격차를 벌린 것으로 해석된다. 참고로 이와 같은 가속력은 포드 익스플로러 2.0 에코부스트와 비교된다. 사실상 오차 범위의 가속시간을 보였던 것.
이와 같은 중형급 SUV에게 가속 성능이 중요치는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의 편안함이다. 싼타페는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8단 자동 변속기도 변속을 이어가며 이상적인 성능을 뽐냈다. 승차감은 물론 효율성 측면에서도 아쉬움 없는 변속기다. 반응 속도 역시 무난하다. 아직은 검증이 필요한 기간이긴 하나 적어도 우리 팀이 테스트하는 환경 내에서 문제를 보인 적은 없었다.
코너를 마주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코너링 때의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기본으로 하지만 운전자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기에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반면 타이어가 다소 아쉽다. 싼타페 2.2에는 한국타이어 다이나프로 HP2라는 모델이 쓰인다. 4계절이지만 적당히 성능까지 아우르는 모델로 알려져 있는데 기대만큼의 성능을 내지는 못했다. 물론 차량 구입과 동시에 갈아치울 수준은 아니지만 코너링 속도를 높일 때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핸들링은 무난하다. 다행히도 이번 싼타페에는 랙타입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R-MDPS)이 쓰인다. 기존까지 C 타입으로 충분하다던 입장을 바꾼 것. 물론 랙타입이라 해도 업계 평균과 비교한다면 중간 또는 살짝 밑에 위치하는 수준이긴 하다.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인가?
승차감은 좋다. 사실 이번 테스트에 앞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서스펜션 쪽이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싼타페의 서스펜션이 너무 단단해 승차감을 저해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연스레 초기형 싼타페 DM이 떠올랐다.
서스펜션 세팅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니 일단은 단단하게 조여 성능부터 올리고 점차 승차감과 타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았다. 반면 이번 모델은 부드러움을 기초로 성능을 잡아 나가고 있다. 성능부터 잡고 적당히 부드럽게 타협하기 보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감안한 모습이다.
현대 코나는 성능에 치중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소형 SUV이기에 수긍할 수 있는 셋업이었다. 또한 주요 소비자층을 감안할 때 좋은 방향성이다. 반면 중형급 SUV는 성능에만 비중을 두면 안 된다. 앞좌석이 중심이 아닌 2~3열까지의 승차감을 감안해야 한다.
싼타페의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중심을 두면서 주행성능을 잘 잡아냈다. 경쟁차 쏘렌토가 물렁한 셋업으로 승차감에만 비중을 뒀다면 싼타페는 이상적인 지향점을 찾아가려 노력한 흔적을 보여준다. 적어도 지금까지 경험한 현대기아차 SUV 중에서도 최고라 평하고 싶다.
사실 쏘렌토의 것이 승차감에 유리하다 해도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많아 멀미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필요할 때 부드럽게, 상황에 따라 적당히 차체를 지지하는 서스펜션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싼타페는 이 서스펜션 덕분에 조금 더 좋은 주행감각을 갖게 됐다. 물론 싼타페의 서스펜션이 유럽차 수준의 완성도까지 보이는 것은 아니다. 국내 시장 성향을 바탕으로 적정 값을 찾은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자세제어장치의 개입도 한층 세련됐다. 급작스러운 스티어링 휠 조작 또는 필요 이상의 속도로 코너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면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차량의 성능 자체도 높아졌기 때문에 일상에서 개입 환경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제동력은 다소 아쉽다. 일상에서 혼자 탈 때는 문제가 없지만 반복적인 시험 결과 열의 축적에 따라 소폭 늘어가는 모습이 부각됐다. 계측장비를 통한 싼타페의 100-0km/h 제동거리는 40.7m 내외. 이 수치는 쉐보레 트랙스 1.6 디젤이나 코나 1.6T 모델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싼타페는 최대 7명의 승객을 날라야 한다. 여기에 화물도 적재한다. 때문에 조금 더 강화된 성능을 보여주면 좋겠다.
주행 연비는 어땠을까? 평균속도 15km/h 내외의 환경에서 약 10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막히는 시내 주행에서도 좋은 연비였다. 특히나 1.9톤에 달하는 5~7인승 SUV이기에 더 좋게 평하고 싶다. 고속도로 주행 연비도 16Km/L 수준으로 무난했다.
이번 싼타페, 단점을 찾기 어려운 모델이었다. 각종 편의장비 채용은 현대차가 늘 잘하던 영역이었다. 여기에 완성도를 더했다. 다만 후처리 장치인 SCR에 의한 일부 상승 때문인지 다소 비싸 보이긴 한다. 이 부분은 소비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쏘렌토와 싼타페 이 두 대를 놓고 선택한다면? 우리 팀 과반수는 싼타페에 점수를 더 줬다.
완성도에서는 싼타페가 앞선다. 하지만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을 제외한 쏘렌토는 가격 이점이 매력이다. 특히나 가격 대비 공간 활용성에서 쏘렌토가 앞선다. 정답은 없다. 연말 판매량이 최종 승자를 가릴 것이다.
쏘나타는 지난 한 해 동안 6만 2109대 팔렸다. 하지만 이 가운데 3만 5198대가 LPG 모델이다. 다시 말하자면 쏘나타의 약 57%가 택시와 렌터카로 팔린다는 것. 일반 판매를 통한 차량은 2만 6911대 규모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반면 싼타페는 작년 한 해 동안 5만 1661대를 팔렸다. 보편적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량을 따지면 그랜저, 아반떼 다음이 싼타페 순이 되는 것이다. 싼타페 다음 순위는 투싼(4만 6355대)과 코나(2만 3522대) 순이다. 최근 SUV의 인기를 대변해주는 판매량이다.
그런 싼타페가 4세대로 변경됐다. 그동안 싼타페는 판매량과 별개로 수타페, 개타페, 뻥연비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차로 불렸다. 이번에는 그런 논란 없이 판매량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이다. 코나와 넥쏘에 이어 상하 분리형 헤드램프 디자인이 적용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모델로는 시트로엥 라인업과 지프 체로키 등이 꼽힌다. 시트로엥은 이 디자인을 확장시키는 중이지만 지프 체로키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일반적인 램프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디자인에 정답은 없지만 수년 후 어떤 평가를 얻게 될지 궁금하다.
캐스캐이딩이라는 이름의 그릴은 전면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 위로 날개 형상의 거대한 금속 장식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범퍼 양 측면에 헤드램프와 안개등을 담은 램프가 자리를 꿰찬다. 그리고 이런 영향으로 싼타페는 독특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측면부를 바라보니 확실히 차가 커졌다. 맥스크루즈를 떠올릴 정도다. 주간주행등부터 리어램프까지 이어진 캐릭터 라인은 차량이 더 길고 안정적으로 보이도록 해준다. 이러한 디자인을 갖춘 싼타페의 공기저항 계수는 0.337Cd를 자랑한다.
4세대 싼타페는 기존 대비 70mm 길어지고 10mm 넓어졌다. 높이는 예전과 같다. 길어진 것은 차체뿐만이 아니다. 휠베이스도 기존 대비 65mm 늘어났다.
후면부에는 새로운 형태의 리어램프가 자리한다. 3D 디자인을 적용해 입체적인 느낌이 살도록 했다. 전면부처럼 램프와 램프 사이에 금속 장식을 넣어 연결했다. 스키드 플레이트 일체형의 범퍼 디자인은 최근 추세를 따른 구성이다.
인테리어도 한층 간결해졌다. 날카로운 선을 살렸던 디자인을 차분한 느낌으로 변경한 것. 수직적 인상이 강했던 비율도 수평적 형태로 바꿨다. 3세대 싼타페와 비교하면 나이 들어 보이긴 해도 고급스러움에서 앞선다.
최신 스타일이 인테리어에 많이 적용됐다. 7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얇아진 대시보드, 플로팅 타입 8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 소프트 터치와 박음질이 가미된 가죽 마감 등이 그렇다.
문을 열었을 때 눈에 띄는 것은 스피커를 감싼 커버다. 평평한 그물망 디자인이 아니라 입체적인 모습이다. 필러부터 천장까지 감싼 소재는 직물이지만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7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화려하다. 시동이 걸리는 순간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물론 아우디나 재규어, 랜드로버 모델들처럼 계기판에서 내비게이션을 보여주거나 인포테인먼트를 연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 브랜드로는 가장 화려한 계기판 그래픽을 가지고 있다.
국산 SUV 최초로 윈드실드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현대 기아차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상당히 우수하다. 밝기, 선명도가 뛰어나다. 주행 속도는 물론 전방 추돌, 사각 경고 등 다양한 알림 상황도 표시한다. 내비게이션은 물론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과도 연동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재생 중인 음악 정보를 알려주는 사운드 하운드 기능도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다 제목을 모르겠다면 사운드 하운드 아이콘을 누르면 된다.
음성 인식 기능도 강화됐다. 스티어링 휠 왼쪽의 음성인식 버튼을 누른 후 “메모”라고 말하면 목소리 녹음 기능이 구현된다. 운전 중 급한 메모를 해야 할 때 요긴하다. 내비게이션 검색은 카카오 I가 도와준다. 지금까지는 음성으로 목적지 설정할 때 “목적지 설정” 이야기를 한 후 “OO시”, “OO구”, “OO동” 등으로 검색 범위를 좁혀 나갔다. 너무 번거로웠다. 하지만 카카오 I 시스템은 “서울역”, “인천공항” 같이 목적지만 말하면 된다.
차량의 전후좌우를 볼 수 있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도 있다. 여기에 세차장 진입 지원 가이드라인을 추가했다. 차량이 전진할 때 가상의 차폭 선이 나타나는 것이 전부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운전이 서툰 운전자가 싼타페처럼 큰 차를 다룰 때 유용할 것이다.
센터페시아는 멀티미디어와 공조장치로 나뉜다. 하단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있다. 현대 기아차의 이러한 배치 능력은 이제 토요타나 닛산이 따라 할 정도다. 현대 기아차는 과거부터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강조했다. 덕분에 이제 해외 업체의 벤치마크 대상이 됐다.
버튼이나 다이얼 조작감도 고급스럽다. 전 세대 싼타페(DM)만 해도 인테리어 디자인만 뻔지르르했지 실제 조작감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신 모델(TM)로 오며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개선하려는 노력을 더했다.
시트는 통풍과 열선 모두를 지원하며 조수석을 위한 워크인 디바이스 기능도 있다. 시트도 달라졌다. 허리뿐만이 아니라 허벅지 부분까지 지지해 준다. 헤드레스트는 머리와 목 부분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구성이다.
뒷좌석은 매우 넓다. 4륜 시스템을 갖췄지만 센터 터널도 평평해 만족감을 높인다. 그렇다고 지상고가 높지도 않다. 시트를 전후로 움직이는 슬라이딩과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도 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해 열선 기능도 넣었고 햇빛을 가려주는 선셰이드도 있다. 220볼트 전원과 USB 충전 포트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배려다.
당연히 뒷좌석 폴딩도 있다. 레버를 당겨 폴딩 하는데, 트렁크 쪽에서는 버튼을 눌러 원터치로 폴딩 시킬 수도 있다. 트렁크 공간은 625리터 수준. 기존 모델이 585리터였으니 커진 차체만큼 트렁크 공간도 넓어졌다. 참고로 쏘렌토가 665리터다.
추가된 안전장비도 화려하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기능이 전 모델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다. 소비자가 추가할 기능으로는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사각 경고 시스템 등이 묶인 옵션 정도다.
여기에 현대차가 ‘세계 최초’라고 강조하는 안전장비도 있다. 승객 하차 시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알려주는 안전 하차 보조 기능이다. 문을 열고 내릴 때 접근하는 차량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를 경감시키기 위함이다. 뒷좌석 탑승자를 차량 내 방치하는 사고를 예방해 주는 후석 승객 알림 기능도 생겼다.
사실 별거 아니다. 안전 하차 보조 기능은 후측방 경고 시스템의 응용이다. 문을 열었을 때 알려주는지 여부일 뿐이다. 후석 승객 알림 기능은 시동을 끄고 문을 열면 탑승객을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새롭게 개발한 것 없이 기존에 있었던 기능을 응용해서 편의성을 향상시킨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세계 최초라기엔 민망한 기능이지만 틈새를 노린 것이 현대 기아차답다.
지금까지 신형 싼타페의 구성을 살폈다. 그럼 실제로 달리는 측면에서는 바뀐 것은 없을까? 테스트 모델은 R2.2 HTRAC 모델이다. HTRAC 4륜 시스템, R-타입 MDPS를 사용한다.
주목할 것은 요소수를 사용하는 후처리 시스템을 갖춘 디젤 엔진을 쓴다는 것. 현재 디젤 배출가스는 WHO(세계보건기구)에 의해 2012년부터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배출 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이 문제다. 이것을 없애기 위해 후처리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후처리 장치는 이름 그대로 연료로 동력을 만들고 이후에 만들어지는 가스를 처리하는 장치다. DPF(Diesel Particulate Filter)와 EGR(Exhaust Gas Recirculation)은 사실상 기본적으로 사용되기에 이외의 장치가 후처리 장치에 속한다.
후처리 장치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그동안 현대 기아차가 사용한 후처리 장치는 LNT(Lean NO x trap였다. LNT는 배출가스 중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을 촉매 표면에 가둬 두는 기술이다. 촉매에 질소산화물이 많이 쌓이면 연료를 많이 뿌려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이산화탄소로 변환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LNT의 장점으로는 150도씨 정도의 저온 환경에서도 질소산화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 반면 SCR은 요소수 중 수분 증발을 위해 180~200도 이상이 되어야 효과를 보인다. 또 SCR처럼 요소수 사용에 따른 추가적인 설비가 필요치 않다.
하지만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려면 연료를 많이 소모한다. 연료 분사량이 26%에서 최대 57%까지 증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마디로 질소산화물 처리를 위해 연비를 떨어뜨리는 셈이다. 또 촉매 자체가 백금을 소재로 하기에 대배기량 엔진으로 가면 부담이 커지게 된다. 때문에 보통 2리터 전후 디젤 엔진에 쓰이고 있다.
이번에 싼타페를 통해 적용된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방식은 아예 촉매제 용액을 배기가스에 뿌려주는 방식이다. 대략 물과 요소가 7:3 비율로 섞인 용액을 쓴다. 이 요소가 암모니아로 변한 후 암모니아와 질소산화물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질소와 물, 이산화탄소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치게 한다.
SCR의 가장 큰 특징은 질소산화물 정화 능력이 90% 이상이여서 가장 현실적으로 확실한 질소산화물 억제 방법으로 꼽힌다. 참고로 LNT는 70~80%대이다.
물론 SCR도 단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암모니아가 화학반응을 일으킨 이후에도 남아서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는 것이다. 이를 암모니아 슬립이라고 한다. 이 암모니아에 사람이 접촉하면 폐가 망가지거나 피부 염증이나 화상을 일으키게 한다. 독극물 처리를 하다가 또 다른 독극물은 내뿜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 이외에 질소산화물이 분해되지 않고 아산화질소가 만들어지는 등 2차 오염물질이 생성되기도 한다. 그만큼 철저히 계산해서 요소수를 뿌려야 하고, 이것이 기술적인 어려움이 된다.
투싼 iX, 그리고 스포티지R 초기 시절. 현대차 연구소는 연비와 출력을 높이겠다는 욕심에 EGR 밸브에 대한 기능을 제한했던 적이 있다. 그 결과 엔진의 성능을 높였지만 사실상 우리네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됐다. 애초부터 이 부분이 실수였다면 모르지만 처음 생산된 투싼iX에는 이 문제가 없었다. 냉정히 말하자면 양심 없는 연구진들이 편법으로 소비자를 우롱함과 동시에 우리네 환경을 파괴시켰던 것이다.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폭스바겐과 다를 바 없었던 것. 하지만 과거다. 반성할 것들은 반성하고 이제부터 환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자.
씁쓸한 얘기는 뒤로하고 이제 새로운 싼타페의 성능을 보자.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운다. 소음이 큰 편은 아니지만 뭔가 기대 이상까지의 정숙성은 아니다. 디젤로는 적정 수준의 정숙성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다른 현대차의 디젤 모델처럼 실내로 전해지는 진동도 많지 않다. 디젤이란 것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 수준이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메르세데스-벤츠 GLE350(42dBA), 볼보 XC60 D4(42dBA)과 유사한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밟는다. 초기 터보랙이 있지만 이후부터 두둑한 토크가 차체를 견인하기에 별다른 답답함이 없다. 다만 급작스레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1초 이상 멍하니 있다가 가속되는 모습이 보이는데 급한 마음에 가속을 하려 할 때 답답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이것이 단점은 아니지만 정지 상태서 갑자기 페달을 밟을 때 차가 멈칫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는 있겠다.
싼타페는 제법 잘 달린다. 코나 또는 투싼처럼 경쾌한 느낌은 아니지만 적당한 무게감을 바탕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는 특성이다. 잠시 가속성능을 확인해 보자.
지난해 우리 팀에 테스트한 쏘렌토는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10.06초가 걸렸다. 하지만 체감으로 볼 때 싼타페 쪽이 조금 더 잘 달린다는 느낌이 든다. 결론적으로 싼타페는 8.92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약 1초 정도의 차이다. 이 차이를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
자동차의 가속에는 여러 가지가 영향을 주는데 특히 차체 무게, 엔진 성능이 중심에 선다. 기아 쏘렌토는 약 1990Kg의 무게를 보였다. 싼타페와 비교하다면 성인 남성 한 명이 더 탑승한 셈이다.
이번에는 엔진을 보자. 사실 동일한 2.2리터 스펙을 가진 엔진이지만 구동력 계측에서는 조금 다른 성향을 보였다. 쏘렌토는 저 rpm에서 조금 더 힘을 몰아 쓰는 모습, 반면 싼타페는 후반까지 일정 수준의 성능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물론 측정에서 발생한 오차 범위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특성 때문인지 싼타페가 더 빨랐다. 고 rpm에서의 성능 유지와 무게 차이가 격차를 벌린 것으로 해석된다. 참고로 이와 같은 가속력은 포드 익스플로러 2.0 에코부스트와 비교된다. 사실상 오차 범위의 가속시간을 보였던 것.
이와 같은 중형급 SUV에게 가속 성능이 중요치는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의 편안함이다. 싼타페는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8단 자동 변속기도 변속을 이어가며 이상적인 성능을 뽐냈다. 승차감은 물론 효율성 측면에서도 아쉬움 없는 변속기다. 반응 속도 역시 무난하다. 아직은 검증이 필요한 기간이긴 하나 적어도 우리 팀이 테스트하는 환경 내에서 문제를 보인 적은 없었다.
코너를 마주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코너링 때의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기본으로 하지만 운전자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기에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반면 타이어가 다소 아쉽다. 싼타페 2.2에는 한국타이어 다이나프로 HP2라는 모델이 쓰인다. 4계절이지만 적당히 성능까지 아우르는 모델로 알려져 있는데 기대만큼의 성능을 내지는 못했다. 물론 차량 구입과 동시에 갈아치울 수준은 아니지만 코너링 속도를 높일 때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핸들링은 무난하다. 다행히도 이번 싼타페에는 랙타입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R-MDPS)이 쓰인다. 기존까지 C 타입으로 충분하다던 입장을 바꾼 것. 물론 랙타입이라 해도 업계 평균과 비교한다면 중간 또는 살짝 밑에 위치하는 수준이긴 하다.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인가?
승차감은 좋다. 사실 이번 테스트에 앞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서스펜션 쪽이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싼타페의 서스펜션이 너무 단단해 승차감을 저해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연스레 초기형 싼타페 DM이 떠올랐다.
서스펜션 세팅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니 일단은 단단하게 조여 성능부터 올리고 점차 승차감과 타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았다. 반면 이번 모델은 부드러움을 기초로 성능을 잡아 나가고 있다. 성능부터 잡고 적당히 부드럽게 타협하기 보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감안한 모습이다.
현대 코나는 성능에 치중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소형 SUV이기에 수긍할 수 있는 셋업이었다. 또한 주요 소비자층을 감안할 때 좋은 방향성이다. 반면 중형급 SUV는 성능에만 비중을 두면 안 된다. 앞좌석이 중심이 아닌 2~3열까지의 승차감을 감안해야 한다.
싼타페의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중심을 두면서 주행성능을 잘 잡아냈다. 경쟁차 쏘렌토가 물렁한 셋업으로 승차감에만 비중을 뒀다면 싼타페는 이상적인 지향점을 찾아가려 노력한 흔적을 보여준다. 적어도 지금까지 경험한 현대기아차 SUV 중에서도 최고라 평하고 싶다.
사실 쏘렌토의 것이 승차감에 유리하다 해도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많아 멀미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필요할 때 부드럽게, 상황에 따라 적당히 차체를 지지하는 서스펜션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싼타페는 이 서스펜션 덕분에 조금 더 좋은 주행감각을 갖게 됐다. 물론 싼타페의 서스펜션이 유럽차 수준의 완성도까지 보이는 것은 아니다. 국내 시장 성향을 바탕으로 적정 값을 찾은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자세제어장치의 개입도 한층 세련됐다. 급작스러운 스티어링 휠 조작 또는 필요 이상의 속도로 코너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면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차량의 성능 자체도 높아졌기 때문에 일상에서 개입 환경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제동력은 다소 아쉽다. 일상에서 혼자 탈 때는 문제가 없지만 반복적인 시험 결과 열의 축적에 따라 소폭 늘어가는 모습이 부각됐다. 계측장비를 통한 싼타페의 100-0km/h 제동거리는 40.7m 내외. 이 수치는 쉐보레 트랙스 1.6 디젤이나 코나 1.6T 모델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싼타페는 최대 7명의 승객을 날라야 한다. 여기에 화물도 적재한다. 때문에 조금 더 강화된 성능을 보여주면 좋겠다.
주행 연비는 어땠을까? 평균속도 15km/h 내외의 환경에서 약 10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막히는 시내 주행에서도 좋은 연비였다. 특히나 1.9톤에 달하는 5~7인승 SUV이기에 더 좋게 평하고 싶다. 고속도로 주행 연비도 16Km/L 수준으로 무난했다.
이번 싼타페, 단점을 찾기 어려운 모델이었다. 각종 편의장비 채용은 현대차가 늘 잘하던 영역이었다. 여기에 완성도를 더했다. 다만 후처리 장치인 SCR에 의한 일부 상승 때문인지 다소 비싸 보이긴 한다. 이 부분은 소비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쏘렌토와 싼타페 이 두 대를 놓고 선택한다면? 우리 팀 과반수는 싼타페에 점수를 더 줬다.
완성도에서는 싼타페가 앞선다. 하지만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을 제외한 쏘렌토는 가격 이점이 매력이다. 특히나 가격 대비 공간 활용성에서 쏘렌토가 앞선다. 정답은 없다. 연말 판매량이 최종 승자를 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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