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 베뉴 1.6 가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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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현대차.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SUV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평을 받았다. 그랬던 현대차가 SUV 라인업을 빠르게 채워가는 중이다. 소형 SUV 코나, 컴팩트 SUV 투싼, 중형 SUV 싼타페, 대형 SUV 팰리세이드, 수소차 넥쏘까지. 또한 코나에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버전도 더해졌다.
현대차는 소형 모델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것이 베뉴다. 코나보다 낮은 체급으로 엔트리 SUV다. 현대차 라인업 안에서 가장 작고 저렴하다.
기아 스토닉
하지만 베뉴를 만나기 전부터 우리 팀은 좋지 못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형제 모델인 기아 스토닉 때문이다. 스토닉, 우리 팀에게 악평을 받았던 대표적인 모델이다. 그런 스토닉을 생각하니 베뉴의 기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최근 테스트한 현대차 가운데, 최악의 평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기아차는 셀토스 출시 전까지 스토닉으로 다른 소형 SUV에 맞서려 했다. 하지만 그건 기아차의 억지에 불과했다. 스토닉은 그저 지상고를 높인 싸구려 소형차 이상의 가치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베뉴를 만났다. 첫 모습? 귀여웠다. 현대차 SUV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분리형 헤드램프가 적용됐고, 그릴은 격자형으로 꾸몄다. LED 주간 주행등도 좋다. 왠지 만화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한다.
측면부를 보면 단번에 소형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길이도 짧고 SUV라지만 전체적인 생김새가 박스카를 닮았다. 윈드 실드부터 루프라인까지 각지게 만들고 펜더를 부풀린 점도 눈에 띈다. 소형이라고 비실비실해 보이지는 않는다.
C-필러 디자인도 독특하다. 루프라인과 C-필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꺾어지다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생김새다. 테스트 카에는 베뉴를 상징하는 배지가 장착돼 있는데, 출고 때 장착되는 것이 아닌, 튜익스 파트를 구입해 직접 부착하는 방식이다.
후면부 리어램프는 단순하다. 현대차는 베뉴의 리어램프에 각도에 따라 다양한 패턴으로 반짝거리는 ‘렌티큘러 렌즈(lenticular lens)’를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세히 보면 유리 조각 모양의 패턴들이 입체적으로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디자인을 원한다면 모던 트림 이상을 택하고 익스테리어 디자인 패키지를 선택, 또는 최상급 트림을 골라야 한다. 하위 트림에는 전구를 사용하는 리어램프가 사용되며, 당연히 렌티큘러 렌즈도 빠진다.
잠시 크기를 보자. 베뉴는 현대 기아차의 모든 SUV 중에서 가장 작다.
심지어 형제 모델인 기아 스토닉보다 작고, 쏘울과 비교해도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난다.
그만큼 무게도 가볍다. 연료를 가득 채운 베뉴의 무게는 약 1216kg. 우리 팀이 테스트했던 스토닉 디젤(1278kg)보다 가볍다. 쏘울과 비교해 170kg 가까이 가벼운 무게다. 물론 지금의 스토닉에는 디젤 엔진이 없기 때문에 가솔린 엔진 기준으로 보면 스토닉쪽이 더 가벼울 수도 있다.
실내 디자인도 무난하다. 스토닉은 뭔가 허전하고 저가형 모델 티를 냈는데, 베뉴는 나름대로 구성을 좋게 했다. 시각적인 만족감은 충분했다. 테스트 모델에 적용된 메테오 블루 투-톤 인테리어는 현대차를 상징하는 푸른색 묘하게 어울린다.
하지만 손끝이 닿는 순간 만족감이 다소 사라진다. 대부분을 저렴한 느낌의 플라스틱으로 마감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클랙슨 소리까지 저렴한 티를 낸다. 아무래도 차 급의 한계가 나오는 부분이다.
입문형 모델이지만 공조장치 다이얼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했다.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하고 조작한 순간 ‘역시나’를 되새기게 한다. 중앙은 디스플레이의 역할만 할 뿐 실제 조작은 좌우에 있는 다이얼로 해야 했다.
스토닉과 비교해 만족스러운 것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다. 스토닉은 디스플레이 좌우에 버튼들을 달아놨다. 지저분해 보인다. 베젤이 크다 보니 모니터도 작아 보인다. 하지만 베뉴는 모니터만 배치하고 버튼들을 하단에 위치시켰다. 깔끔하다.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만족도 역시 좋았다.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하고 후방카메라 화질도 무난했다.
디자인은 만족스럽지만 구성으로 볼 때 아무래도 입문형 모델의 한계가 나타난다. 계기판에는 컬러 디스플레이가 빠진다. 레인센싱 와이퍼도 선택할 수 없다. 시트에 전동 기능도 빠지고 통풍 기능도 없다.
뒷좌석은 소형급으로 필요한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다. 성인 남성이 타도 무난할 정도. 하지만 센터 암 레스트가 없다. 아무래도 입문형 모델이니까.
공기 청정 기능을 비롯해서 텔레매틱스 서비스, 3가지 주행모드와 3가지 노면에 대응할 수 있는 터레인 모드 기능이 있다. 조수석에 작은 수납함도 배치했는데, 얼마 전 비교했던 현대 쏠라티에서 보던 구성이다.
물론 트렁크 공간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경차 트렁크보다 확실히 넓다. 또, 바닥 높이를 2단계로 바꿀 수 있고 시트 폴딩 기능으로 활용성을 높였다.
베뉴에는 옵션 외에 튜익스(Tuix)를 통한 커스터마이징 상품을 추가할 수 있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없던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이나 프리미엄 스피커를 튜익스를 통해 구성할 수 있다. 현대차는 적외선 무릎 워머, 17인치 블랙 휠 등이 있고,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이나 캠핑 용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다.
이제 베뉴가 보여주는 주행 성능을 체험해 보자.
베뉴에는 스마트스트림이라는 이름의 1.6리터 가솔린(MPI 듀얼 인젝터) 엔진과 CVT 변속기가 달린다. 우선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다. 입문형 소형 차이긴 하나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동이 걸릴 때 ‘부릉’하는 소리를 내지만 이내 시동이 꺼진 것처럼 좋은 수준의 진동 억제 능력도 보였다.
생각보다 좋은 수준의 정숙성이다. 아이들링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는 39.0dBA 수준. 가솔린 모델로 매우 조용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소형급으로는 충분히 수긍할 수준이다. 물론 같은 구성의 파워트레인을 갖춘 K3가 35.0dBA 수준으로 우리 팀을 놀라게 했으니, 그보다 시끄럽긴 하다. 차 급이란 것도 있으니... 참고로 베뉴의 정숙성은 링컨 MKZ, 렉서스 IS200t 등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다만 주행 소음이 어느 정도 유입되는 편이다. 각진 윈드실드와 저가 타이어 장착으로 주행풍과 노면 소음이 전달되기 때문. 그럼에도 80km/h 주행 정숙성은 60.5dBA로 소형급으로는 무난한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적어도 쏘나타(62.0dBA)와 비교하면 월등히 조용했다. 사실 쏘나타가 매우 시끄러운 축에 속한다.
주행을 할 때 조금의 가벼움이 부각된다. 스티어링 휠도 가볍게 돌아간다. 가속 페달을 많이 밟지 않아도 힘 있게 나가는 느낌이며,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잘 멈추는 느낌을 전한다.
승차감은 단단하지도, 그렇다고 무르지도 않다. 적당히 탄탄한 느낌을 전달한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기분 나쁜 승차감을 만들어내지 않으면서도 노면은 어느 정도 읽힌다. 대신 요철을 지날 때 소형 SUV 특유의 아쉬운 승차감이 나오지만, 충분히 타협할 수준이다. 적어도 스토닉처럼 뭔가 나사 하나 빠진 듯한 허술한 느낌이 아니어서 좋다. 베뉴는 소형차답게(?) 토션빔 구조의 리어 서스펜션을 쓴다. 하지만 차급과 구조적 한계를 생각하면 매우 좋은 셋업을 갖췄다. 대중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 믿지만, 완성도 낮은 멀티링크 보다 충분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만든 토션빔이 나을 때도 있다. 베뉴도 그중 하나다.
주행 때 만족감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변속기의 탄력성이 좋다. 베뉴는 새로운 CVT를 쓰는데, 반응이 빨라서 마음에 든다. 현대 기아에서는 CVT라고 하지 않고 IVT(Intelligent Variable Transmission)라고 부르는데, 적어도 ‘Intelligent’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제 역할을 잘 해준다.
특히 빠른 반응과 탄력성이 좋다. 정차 후 초기 발진이나 중간 재 가속 부분은 CVT 변속기의 약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반면 베뉴의 IVT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불만을 보이지 않았다.
직결감도 좋은 수준이다. 과거 CVT처럼 고무줄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질감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가속 시 일반 자동변속기와 같은 감각을 전달하는 선형 가속 로직이나 기어를 바꾸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스텝 로직도 더했다.
수동 모드에서는 기어비가 8단으로 나뉜다. 닛산 CVT가 수동 7단까지 지원하는데 현대기아차는 한 단을 더 추가했다. 실제 기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어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변속(?)시 반응이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수동모드에서 시프트 업을 하는 순간, 차가 ‘휙’하고 빠르게 치고 나가는 느낌도 주는데, 변속기에 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해도 만족감은 높았다.
물론 연비를 위한 에코 모드로 설정하면 전형적인 CVT 특유의 느린 반응과 작동 이질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엔진도 반응성이 낮춰지고 연료 소모를 줄이려 하기에 꽤나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싫다면 다른 모드를 쓰면 된다.
주행모드 외에 노면 상황에 맞춰주는 기능도 갖췄다. 눈길, 진흙, 모래 모드를 택할 수 있는데, 구동력 제어 프로그램을 바꾸는 방식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니 예상보다 시원스럽게 속도가 붙는다. 엔진은 123마력과 15.7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기존 1.6 직분사 엔진은 고회전을 사용하면 엔진이 망가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MPI 방식으로 바뀌면서 그런 느낌이 줄었다. 다만 회전 질감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주면 좋겠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10.12초를 기록했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하지만 더 크고 무거운 K3가 10.68초를 기록했으니 소형 SUV로 준수한 성능이다. 또한 6세대 아반떼 1.6 GDI(10.22초)보다도 0.1초 빨랐다. 일상 용도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성능이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100km/h를 넘어가며 가속이 둔화된다. 일상 생활에서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약 160km/h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 이상 속도를 높이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진다.
고속도로 운전도 편하다. 베뉴에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능이 기본 사양이라는 것. 이외에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운전자 주의 경고, 오토 하이빔도 기본 사양이다. 옵션으로 추가하는 안전장비는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 정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있으면 좋겠지만 엔트리급 모델에서 긴급제동이나 차로 유지 보조, 오토 하이빔 등이 기본화시킨 것은 칭찬하고 싶다. 반대로 소비자의 ‘안전’을 갖고 장사하려는 마인드는 우리 팀이 계속적으로 지적할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차로 유지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이 꽤 강하게 개입한다. 차로를 유지하기 위해 운전자의 말은 듣지 않고 고집부리는 느낌이다. 확실한 감각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반기겠지만 이것이 운전에 방해가 된다고 느낄 소비자도 있을 것 같다.
테스트 환경을 와인딩으로 바꿨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도 스티어링은 가벼움을 유지한다. 물론 베뉴가 와인딩 로드를 달리기 위한 차는 아닌 만큼 문제는 아니다.
요즘 현대차를 보면 어느 정도 주행 완성도 부분에서 자신감이 붙은 듯하다. 스티어링 휠이 가벼워도, 타이어 성능이 좋지 않아도 운전자에게 불안함을 전달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다. 같은 언더스티어가 발생해도 운전자가 불안해할 수 있고, 평온할 수 있는데, 베뉴는 후자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선에서 스티어 특성이 발생하고, 이것이 운전자를 당황시킬 정도로 급변하지 않는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서스펜션은 좋은 성능을 냈다. 소폭 저렴하고 세련되지 않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지만 SUV처럼 부드러움도 가지면서 필요할 때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또, 차량의 거동도 운전자가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잘 전달해주기 때문에 코너를 요리조리 재미있게 빠져나갈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재미’라는 측면이지 베뉴가 코너에서 특별한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은 아니다. 타이어도 한몫한다. 베뉴는 15인치 휠 타이어와 17인치 휠 타이어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중 17인치 사양에는 넥센 N’Pirz AH8 타이어만 장착된다. 무난한, 그렇다고 뛰어나지도 않은 타이어다. 타이어에서도 가격을 낮추려 한 현대차의 의지가 보인다.
타이어 사이즈는 205mm. 빠르지 않은 코너에서도,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지 않아도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그립력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일상용으로는 나쁘지 않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는 39.05m였다. 아무래도 타이어의 접지 한계가 크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동 테스트가 반복되더라도 쉽게 지치지 않았다는 것. 가장 많이 밀린 제동거리가 40.19m이며, 테스트 평균 제동거리는 39.52m로 최단거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베뉴의 또 다른 매력은 연비에 있다. 고속도로에서 10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고 있는 환경에서 20.5km/L의 효율을 보인 것. K3가 21km/L를 기록했으니 이번 현대 기아차의 파워트레인 효율이 수준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와인딩 로드에서 가감속을 반복하면 대부분의 가솔린 모델들이 5km/L 이내 연비를 보이지만 베뉴는 7km/L 이상을 보였다.
종합적으로 베뉴는 만족스러운 차였다. 기아자동차가 스토닉으로 어떻게 질타를 받는지 잘 살펴본 다음 베뉴를 만든 것 같다. 그만큼 흠잡을 곳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가격 부분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가격표상으로 저렴해 보이지만 적정 구성을 갖추고자 한다면 상급 모델인 코나와 꽤 많이 겹친다.
심지어 같은 가격에 더 넓고 편한 아반떼와도 가격이 겹친다. 아무리 베뉴가 잘 만들었고 기본 안전장비 구성도 좋다지만 차급 차이에서 오는 주행 만족도와 고급스러움까지 뛰어넘을 수는 없다. 단지 SUV라는 점 때문에 엑센트가 아반떼 가격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우리 팀이 제공받은 차량은 2161만 원이나 한다. 구성에서 앞서는 아반떼 베스트 초이스 패키지가 1995만 원이다. 튜익스 제품을 통해 몇 가지 구성을 더한다면 여기에서 100만 원이 더 추가될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 팀은 베뉴를 선택한다면 중간 혹은 하위 모델에서 적정 수준의 구성을 갖춰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아니면 차라리 상급 모델인 코나나 아반떼 구입을 권한다.
최근에 등장하는 소형 SUV들의 가격은 지나치게 비싸다. 주위를 둘러보면 선택지는 얼마든지 많다. 베뉴는 분명 추천할 수 있는 차다. 하지만 그저 SUV 유행에 따라가고자 베뉴를 선택한다면? 말리고 싶다. 다만 중간 트림에서 잘 타협한다면? 별 5개 만점을 줄 수 있다.
현대차는 소형 모델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것이 베뉴다. 코나보다 낮은 체급으로 엔트리 SUV다. 현대차 라인업 안에서 가장 작고 저렴하다.
하지만 베뉴를 만나기 전부터 우리 팀은 좋지 못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형제 모델인 기아 스토닉 때문이다. 스토닉, 우리 팀에게 악평을 받았던 대표적인 모델이다. 그런 스토닉을 생각하니 베뉴의 기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최근 테스트한 현대차 가운데, 최악의 평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기아차는 셀토스 출시 전까지 스토닉으로 다른 소형 SUV에 맞서려 했다. 하지만 그건 기아차의 억지에 불과했다. 스토닉은 그저 지상고를 높인 싸구려 소형차 이상의 가치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베뉴를 만났다. 첫 모습? 귀여웠다. 현대차 SUV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분리형 헤드램프가 적용됐고, 그릴은 격자형으로 꾸몄다. LED 주간 주행등도 좋다. 왠지 만화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한다.
측면부를 보면 단번에 소형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길이도 짧고 SUV라지만 전체적인 생김새가 박스카를 닮았다. 윈드 실드부터 루프라인까지 각지게 만들고 펜더를 부풀린 점도 눈에 띈다. 소형이라고 비실비실해 보이지는 않는다.
C-필러 디자인도 독특하다. 루프라인과 C-필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꺾어지다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생김새다. 테스트 카에는 베뉴를 상징하는 배지가 장착돼 있는데, 출고 때 장착되는 것이 아닌, 튜익스 파트를 구입해 직접 부착하는 방식이다.
후면부 리어램프는 단순하다. 현대차는 베뉴의 리어램프에 각도에 따라 다양한 패턴으로 반짝거리는 ‘렌티큘러 렌즈(lenticular lens)’를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세히 보면 유리 조각 모양의 패턴들이 입체적으로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디자인을 원한다면 모던 트림 이상을 택하고 익스테리어 디자인 패키지를 선택, 또는 최상급 트림을 골라야 한다. 하위 트림에는 전구를 사용하는 리어램프가 사용되며, 당연히 렌티큘러 렌즈도 빠진다.
잠시 크기를 보자. 베뉴는 현대 기아차의 모든 SUV 중에서 가장 작다.
심지어 형제 모델인 기아 스토닉보다 작고, 쏘울과 비교해도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난다.
그만큼 무게도 가볍다. 연료를 가득 채운 베뉴의 무게는 약 1216kg. 우리 팀이 테스트했던 스토닉 디젤(1278kg)보다 가볍다. 쏘울과 비교해 170kg 가까이 가벼운 무게다. 물론 지금의 스토닉에는 디젤 엔진이 없기 때문에 가솔린 엔진 기준으로 보면 스토닉쪽이 더 가벼울 수도 있다.
실내 디자인도 무난하다. 스토닉은 뭔가 허전하고 저가형 모델 티를 냈는데, 베뉴는 나름대로 구성을 좋게 했다. 시각적인 만족감은 충분했다. 테스트 모델에 적용된 메테오 블루 투-톤 인테리어는 현대차를 상징하는 푸른색 묘하게 어울린다.
하지만 손끝이 닿는 순간 만족감이 다소 사라진다. 대부분을 저렴한 느낌의 플라스틱으로 마감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클랙슨 소리까지 저렴한 티를 낸다. 아무래도 차 급의 한계가 나오는 부분이다.
입문형 모델이지만 공조장치 다이얼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했다.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하고 조작한 순간 ‘역시나’를 되새기게 한다. 중앙은 디스플레이의 역할만 할 뿐 실제 조작은 좌우에 있는 다이얼로 해야 했다.
스토닉과 비교해 만족스러운 것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다. 스토닉은 디스플레이 좌우에 버튼들을 달아놨다. 지저분해 보인다. 베젤이 크다 보니 모니터도 작아 보인다. 하지만 베뉴는 모니터만 배치하고 버튼들을 하단에 위치시켰다. 깔끔하다.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만족도 역시 좋았다.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하고 후방카메라 화질도 무난했다.
디자인은 만족스럽지만 구성으로 볼 때 아무래도 입문형 모델의 한계가 나타난다. 계기판에는 컬러 디스플레이가 빠진다. 레인센싱 와이퍼도 선택할 수 없다. 시트에 전동 기능도 빠지고 통풍 기능도 없다.
뒷좌석은 소형급으로 필요한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다. 성인 남성이 타도 무난할 정도. 하지만 센터 암 레스트가 없다. 아무래도 입문형 모델이니까.
공기 청정 기능을 비롯해서 텔레매틱스 서비스, 3가지 주행모드와 3가지 노면에 대응할 수 있는 터레인 모드 기능이 있다. 조수석에 작은 수납함도 배치했는데, 얼마 전 비교했던 현대 쏠라티에서 보던 구성이다.
물론 트렁크 공간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경차 트렁크보다 확실히 넓다. 또, 바닥 높이를 2단계로 바꿀 수 있고 시트 폴딩 기능으로 활용성을 높였다.
베뉴에는 옵션 외에 튜익스(Tuix)를 통한 커스터마이징 상품을 추가할 수 있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없던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이나 프리미엄 스피커를 튜익스를 통해 구성할 수 있다. 현대차는 적외선 무릎 워머, 17인치 블랙 휠 등이 있고,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이나 캠핑 용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다.
이제 베뉴가 보여주는 주행 성능을 체험해 보자.
베뉴에는 스마트스트림이라는 이름의 1.6리터 가솔린(MPI 듀얼 인젝터) 엔진과 CVT 변속기가 달린다. 우선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다. 입문형 소형 차이긴 하나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동이 걸릴 때 ‘부릉’하는 소리를 내지만 이내 시동이 꺼진 것처럼 좋은 수준의 진동 억제 능력도 보였다.
생각보다 좋은 수준의 정숙성이다. 아이들링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는 39.0dBA 수준. 가솔린 모델로 매우 조용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소형급으로는 충분히 수긍할 수준이다. 물론 같은 구성의 파워트레인을 갖춘 K3가 35.0dBA 수준으로 우리 팀을 놀라게 했으니, 그보다 시끄럽긴 하다. 차 급이란 것도 있으니... 참고로 베뉴의 정숙성은 링컨 MKZ, 렉서스 IS200t 등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다만 주행 소음이 어느 정도 유입되는 편이다. 각진 윈드실드와 저가 타이어 장착으로 주행풍과 노면 소음이 전달되기 때문. 그럼에도 80km/h 주행 정숙성은 60.5dBA로 소형급으로는 무난한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적어도 쏘나타(62.0dBA)와 비교하면 월등히 조용했다. 사실 쏘나타가 매우 시끄러운 축에 속한다.
주행을 할 때 조금의 가벼움이 부각된다. 스티어링 휠도 가볍게 돌아간다. 가속 페달을 많이 밟지 않아도 힘 있게 나가는 느낌이며,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잘 멈추는 느낌을 전한다.
승차감은 단단하지도, 그렇다고 무르지도 않다. 적당히 탄탄한 느낌을 전달한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기분 나쁜 승차감을 만들어내지 않으면서도 노면은 어느 정도 읽힌다. 대신 요철을 지날 때 소형 SUV 특유의 아쉬운 승차감이 나오지만, 충분히 타협할 수준이다. 적어도 스토닉처럼 뭔가 나사 하나 빠진 듯한 허술한 느낌이 아니어서 좋다. 베뉴는 소형차답게(?) 토션빔 구조의 리어 서스펜션을 쓴다. 하지만 차급과 구조적 한계를 생각하면 매우 좋은 셋업을 갖췄다. 대중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 믿지만, 완성도 낮은 멀티링크 보다 충분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만든 토션빔이 나을 때도 있다. 베뉴도 그중 하나다.
주행 때 만족감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변속기의 탄력성이 좋다. 베뉴는 새로운 CVT를 쓰는데, 반응이 빨라서 마음에 든다. 현대 기아에서는 CVT라고 하지 않고 IVT(Intelligent Variable Transmission)라고 부르는데, 적어도 ‘Intelligent’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제 역할을 잘 해준다.
특히 빠른 반응과 탄력성이 좋다. 정차 후 초기 발진이나 중간 재 가속 부분은 CVT 변속기의 약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반면 베뉴의 IVT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불만을 보이지 않았다.
직결감도 좋은 수준이다. 과거 CVT처럼 고무줄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질감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가속 시 일반 자동변속기와 같은 감각을 전달하는 선형 가속 로직이나 기어를 바꾸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스텝 로직도 더했다.
수동 모드에서는 기어비가 8단으로 나뉜다. 닛산 CVT가 수동 7단까지 지원하는데 현대기아차는 한 단을 더 추가했다. 실제 기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어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변속(?)시 반응이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수동모드에서 시프트 업을 하는 순간, 차가 ‘휙’하고 빠르게 치고 나가는 느낌도 주는데, 변속기에 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해도 만족감은 높았다.
물론 연비를 위한 에코 모드로 설정하면 전형적인 CVT 특유의 느린 반응과 작동 이질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엔진도 반응성이 낮춰지고 연료 소모를 줄이려 하기에 꽤나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싫다면 다른 모드를 쓰면 된다.
주행모드 외에 노면 상황에 맞춰주는 기능도 갖췄다. 눈길, 진흙, 모래 모드를 택할 수 있는데, 구동력 제어 프로그램을 바꾸는 방식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니 예상보다 시원스럽게 속도가 붙는다. 엔진은 123마력과 15.7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기존 1.6 직분사 엔진은 고회전을 사용하면 엔진이 망가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MPI 방식으로 바뀌면서 그런 느낌이 줄었다. 다만 회전 질감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주면 좋겠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10.12초를 기록했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하지만 더 크고 무거운 K3가 10.68초를 기록했으니 소형 SUV로 준수한 성능이다. 또한 6세대 아반떼 1.6 GDI(10.22초)보다도 0.1초 빨랐다. 일상 용도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성능이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100km/h를 넘어가며 가속이 둔화된다. 일상 생활에서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약 160km/h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 이상 속도를 높이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진다.
고속도로 운전도 편하다. 베뉴에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능이 기본 사양이라는 것. 이외에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운전자 주의 경고, 오토 하이빔도 기본 사양이다. 옵션으로 추가하는 안전장비는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 정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있으면 좋겠지만 엔트리급 모델에서 긴급제동이나 차로 유지 보조, 오토 하이빔 등이 기본화시킨 것은 칭찬하고 싶다. 반대로 소비자의 ‘안전’을 갖고 장사하려는 마인드는 우리 팀이 계속적으로 지적할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차로 유지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이 꽤 강하게 개입한다. 차로를 유지하기 위해 운전자의 말은 듣지 않고 고집부리는 느낌이다. 확실한 감각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반기겠지만 이것이 운전에 방해가 된다고 느낄 소비자도 있을 것 같다.
테스트 환경을 와인딩으로 바꿨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도 스티어링은 가벼움을 유지한다. 물론 베뉴가 와인딩 로드를 달리기 위한 차는 아닌 만큼 문제는 아니다.
요즘 현대차를 보면 어느 정도 주행 완성도 부분에서 자신감이 붙은 듯하다. 스티어링 휠이 가벼워도, 타이어 성능이 좋지 않아도 운전자에게 불안함을 전달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다. 같은 언더스티어가 발생해도 운전자가 불안해할 수 있고, 평온할 수 있는데, 베뉴는 후자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선에서 스티어 특성이 발생하고, 이것이 운전자를 당황시킬 정도로 급변하지 않는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서스펜션은 좋은 성능을 냈다. 소폭 저렴하고 세련되지 않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지만 SUV처럼 부드러움도 가지면서 필요할 때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또, 차량의 거동도 운전자가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잘 전달해주기 때문에 코너를 요리조리 재미있게 빠져나갈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재미’라는 측면이지 베뉴가 코너에서 특별한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은 아니다. 타이어도 한몫한다. 베뉴는 15인치 휠 타이어와 17인치 휠 타이어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중 17인치 사양에는 넥센 N’Pirz AH8 타이어만 장착된다. 무난한, 그렇다고 뛰어나지도 않은 타이어다. 타이어에서도 가격을 낮추려 한 현대차의 의지가 보인다.
타이어 사이즈는 205mm. 빠르지 않은 코너에서도,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지 않아도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그립력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일상용으로는 나쁘지 않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는 39.05m였다. 아무래도 타이어의 접지 한계가 크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동 테스트가 반복되더라도 쉽게 지치지 않았다는 것. 가장 많이 밀린 제동거리가 40.19m이며, 테스트 평균 제동거리는 39.52m로 최단거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베뉴의 또 다른 매력은 연비에 있다. 고속도로에서 10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고 있는 환경에서 20.5km/L의 효율을 보인 것. K3가 21km/L를 기록했으니 이번 현대 기아차의 파워트레인 효율이 수준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와인딩 로드에서 가감속을 반복하면 대부분의 가솔린 모델들이 5km/L 이내 연비를 보이지만 베뉴는 7km/L 이상을 보였다.
종합적으로 베뉴는 만족스러운 차였다. 기아자동차가 스토닉으로 어떻게 질타를 받는지 잘 살펴본 다음 베뉴를 만든 것 같다. 그만큼 흠잡을 곳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가격 부분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가격표상으로 저렴해 보이지만 적정 구성을 갖추고자 한다면 상급 모델인 코나와 꽤 많이 겹친다.
심지어 같은 가격에 더 넓고 편한 아반떼와도 가격이 겹친다. 아무리 베뉴가 잘 만들었고 기본 안전장비 구성도 좋다지만 차급 차이에서 오는 주행 만족도와 고급스러움까지 뛰어넘을 수는 없다. 단지 SUV라는 점 때문에 엑센트가 아반떼 가격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우리 팀이 제공받은 차량은 2161만 원이나 한다. 구성에서 앞서는 아반떼 베스트 초이스 패키지가 1995만 원이다. 튜익스 제품을 통해 몇 가지 구성을 더한다면 여기에서 100만 원이 더 추가될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 팀은 베뉴를 선택한다면 중간 혹은 하위 모델에서 적정 수준의 구성을 갖춰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아니면 차라리 상급 모델인 코나나 아반떼 구입을 권한다.
최근에 등장하는 소형 SUV들의 가격은 지나치게 비싸다. 주위를 둘러보면 선택지는 얼마든지 많다. 베뉴는 분명 추천할 수 있는 차다. 하지만 그저 SUV 유행에 따라가고자 베뉴를 선택한다면? 말리고 싶다. 다만 중간 트림에서 잘 타협한다면? 별 5개 만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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