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 그랜저 IG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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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이 많아졌다.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현대 아이오닉을 비롯해 쏘나타, 그랜저에도 하이브리드 버전이 있다. 기아차도 니로, K5 하이브리드, K7 하이브리드를 운영한다. 하이브리드 이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구입할 수도 있다.
국산 하이브리드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은 무엇일까? 아이오닉? 아니다. 기아 니로다. SUV의 인기와 높은 효율을 겸비했다는 점, 아이오닉 대비 넓은 공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니로 다음으로 잘 팔리는 국산 하이브리드 모델은 다름 아닌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준대형 세단이면서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데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하이브리드에 속한다. 최근에는 월 2천 대 이상씩 팔리면서 르노삼성 SM6나 쉐보레 말리부 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체 무엇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구매 가치를 키워 준 것일까?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버전이지만 외적인 변화는 없다. 차이점이라면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휠과 배지 정도를 부착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랜저라는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층은 연령대가 높기에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 보다 튀지 않는 디자인을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 저항 및 정숙성 향상에도 신경 썼다. 차량의 하부를 살펴보니 배기 라인이 지나가는 통로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을 막았다. 또, 그릴 안쪽에 라디에이터로 향하는 공기를 열거나 닫을 수 있는 액티브 에어 플랩을 추가시켰다.
인테리어도 다르지 않다. 그랜저의 짜임새 있고 중후한 멋을 느끼도록 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계기판은 하이브리드 전용 사양으로 변경됐다. 타코미터 대신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게이지 디자인도 이제 익숙한 구성이다.
계기판 중앙에 자리한 디스플레이에는 에너지 흐름도나 관성주행 설정 등을 보여주는 하이브리드 관련 메뉴가 추가됐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에도 하이브리드 전용 메뉴가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흐름도나 연비 확인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운전석에만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혼자 이동하는 환경에서 혼자만을 위해 공조장치를 작동시킴으로써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다. 레그룸은 다리를 꼬고 앉아도 될 정도다. 적당히 누워있는 시트백 각도도 편하다. 헤드룸도 물론 넉넉하다. 센터 암레스트의 리모컨을 통해 오디오 설정도 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도 넓어졌다. 트렁크에 있었던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로 위치가 옮겨졌다. 트렁크의 완전한 아래쪽은 아니고 배터리를 최대한 뒷좌석 쪽으로 밀고 트렁크 쪽에는 배터리 냉각이나 제어 시스템과 같은 장치들을 배치시켰다. 배터리가 트렁크 쪽에만 위치해도 추돌 사고시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위치가 옮겨진 덕분에 이제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준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넓은 트렁크 공간을 갖게 됐다. 기존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트렁크 공간에 배터리가 위치해 트렁크 활용도가 낮았다. 더불어 시트 폴딩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배터리 위치가 바뀌면서 원래 트렁크 공간을 되찾게 되었다. 물론 가솔린 모델이 가졌던 트렁크 공간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 트렁크 하부쪽에 여러 장치들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트렁크 높이는 가솔린 모델이 52cm 였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44cm로 소폭 축소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구성 면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다. 통풍 및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무선 충전 시스템, 뒷좌석 열선시트, 파노라마 선루프, 전동식 리어 선셰이드, 어라운드 뷰 모니터 스마트 트렁크 기능도 갖춰졌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파워 아울렛이나 USB 충전 포트가 마련됐다. 이러한 구성은 국산차의 강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주행을 준비해본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전자음이 발생함과 동시에 주행 준비를 마친다. 엔진이 돌아가지 않으니 당연히 소음도 없다. 대신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 작동이 시작되면 생각보다 큰 소음이 발생한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는 45.5 dBA. 캠리 하이브리드가 기록한 44.5 dBA 보다 더 큰 소음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엔진이 더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은 엔진 회전수가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높기 때문이다. 일반 가솔린 차량의 아이들 회전수는 600~800 rpm 전후. 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모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시켜야 하기에 모터를 돌릴 만큼의 출력과 토크를 만들려 엔진 회전수를 높인다. 이때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약 1,300rpm을 살짝 넘기는 정도를 보였다. 참고로 캠리 하이브리드는 1,280rpm 부근,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1,200rpm 부근에서 배터리를 충전했다.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상황에서 조금은 시끄럽다고 생각되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바로 조용해진다. 시속 80km까지 속도를 올려도 별다른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엔진 없이 배터리만 구동하는 환경에서는 56.5 dBA의 정숙성을 보였다. 사실상 약간의 바람 소리와 타이어가 굴러가는 소리 정도만 들린다. 동일한 속도에서 엔진이 가동되면 58 dBA로 수치가 올라가지만 충분히 조용한 환경이다.
주행 중 소음과 진동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랜저 하이브리드(기아 2세대 K7 하이브리드 포함)에 적용된 신기술 덕분이다.
현대 기아차는 병렬형 하이브리드방식을 사용한다. 병렬형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전기모터가 위치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여기서 만약 모터가 엔진과 연결돼있으면 FMED(Flywheel Mounted Electric Device), 반대로 변속기와 연결돼있으면 TMED(Transmission Mounted Electric Device) 방식이다. FMED 방식은 과거 혼다의 IMA(Integrated Motor Assist) 하이브리드 차량과 현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기아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등이 사용했다. 현재 현대 기아차의 모든 하이브리드는 TMED 방식이다.
TMED 방식은 FMED 방식과 달리 전기모터 스스로 주행이 가능하다는 구조적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일반 자동변속기가 갖추고 있는 토크컨버터는 없다. 토크컨버터는 엔진의 동력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진동을 흡수해주는 역할도 해준다. 하지만 TMED 병렬형 하이브리드는 토크컨버터 없이 바로 모터와 변속기가 결합된다. 때문에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그대로 전달되고 이상 소음과 진동에 취약해진다.
현대 기아차는 전기모터가 엔진의 진동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것이 액티브 부밍 컨트롤 기술이다. 액티브 부밍 컨트롤 기술은 모터 역위상 토크 보상 제어라는 것이 핵심이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기능은 이제 익숙하다. 특정 소음이 발생하면 스피커에서 반대 주파수를 내보내 상쇄시키는 기술이다. 액티브 부밍 컨트롤도 같은 원리다. 엔진에서 진동이 발생하면 모터가 이를 판단하고 엔진의 진동과 반대되는 움직임을 만들어서 차량의 이상 소음과 진동을 억제시켜주는 것.
가장 큰 장점은 별도의 장치를 추가하지 않고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기술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는 점에 더 의미가 있다. 현대 기아차는 분명 하이브리드의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빠르게 성장하려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물론 한계는 있다. 바로 전기모터의 활용 범위다.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연비 확보 때문이다. 좋은 연비를 만들어내려면 연료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전기모터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만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길수록 연비는 향상된다.
아직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 가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살며시 밟으면 시속 10km 근처까지 전기모터만으로 속도를 높여나가지만 이후부터는 엔진 시동이 걸린다. 참고로 이번에 출시된 캠리 하이브리드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km까지 전기모터만으로 가속이 가능했다.
가속페달을 미묘하게 컨트롤하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더 높은 속도까지 전기모터만으로 가속할 수 있다. 시속 10km까지 속도가 올랐으면 가속페달을 땠다가 다시 살짝 밟아준다. 이렇게 모터에 부분적인 부하만 걸어주면 중간에 변속이 되며 모터 가용 범위가 늘어나고, 계속 반복하면 시속 40km 부근까지 전기모터만으로 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EV 모드로 이렇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이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아마도 뒤차 운전자는 답답함에 클랙슨 메들리를 들려줄 것이다. 연비 좀 올려보겠다고 교통 체증을 야기할 것이다.
무엇보다 운전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편하게 운전하면서 높은 연비의 이점까지 챙기기 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택하는 것이지 이렇게 운전하려고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푸조 시트로엥의 MCP 변속기가 있다. 변속 시점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땠다가 다시 밟으면 꿀렁거림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상품에 대해 하나하나 맞춰줘야 할 의무가 없다. 상품이 소비자에게 맞춰줘야 편한 것이고 그래야 더 많은 소비자들이 그 상품을 찾는다. (물론 국내 소비자 중 극소수는 그런 MCP의 특성을 감안하며 극찬하기도 했었다. 내 차는 소중하니까.)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전기모터 가용 범위가 좁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모터 출력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159마력과 21kg.m를 발휘하는 2.4리터 엔진과 38kW(51마력)과 205Nm(20.9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결합됐다. 이중 51마력은 기존 모델(47마력) 대비 출력이 8.6% 향상된 수치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용량은 1.43kWh에서 1.76kWh로 늘렸고 배터리 충반전 효율도 2.6% 개선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로직도 개선했다.
비교를 해보자.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의 전기모터는 120마력이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경우는 184마력이다. 쉐보레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경우는 199.6마력을 발휘한다. 모터 출력이 높을수록 모터 스스로 구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에 비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출력은 기존 대비 향상은 됐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그렇다면 엔진, 전기모터, 변속기의 조합을 통해 실제로 발휘되는 동력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8.58초를 기록했다. 그랜저 IG 3.0 가솔린 모델이 7.57초를 기록했으니 약 1초가량 느리다. 참고로 캠리 하이브리드가 7.94초,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7.41초의 기록을 갖고 있다. 간단한 테스트만 진행했던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8.37초로 그랜저 하이브리드 보다 소폭 앞서는 결과를 냈었다.
그래도 주행 감각이 기존 모델보다 좋아졌다. 스티어링 시스템도 헐렁이는 느낌이 적다.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도 풍선 밟는 느낌까지는 아니다. 헐거웠던 차체도 한층 강해진 모습이다. 한마디로 탈만 하다.
물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탄다는 것을 잊게 하지는 않는다. 분명 이질감이 존재한다. 특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가 그렇다. 회생 제동 시스템이 작동하고 이후에 실제 브레이크 시스템이 작동하기까지 운전자가 느끼는 이질감이 크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비교 대상인 캠리 하이브리드,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여전히 한 세대 정도 뒤처졌다.
일반 주행을 뒤로하고 고속도로로 이동했다. 첫인상은 정말 편하다는 것. 조용하면서 적당히 푹신한 승차감이 긴장감도 키우지 않는다. 여기에 최신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을 다양하게 담았기에 운전 부담이 더더욱 줄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한다. 과속 단속 구간에 접어들면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크루즈 컨트롤도 갖췄다. 차선 중앙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도 좋다. 차선에 접근하면 경고만 해주는 1단계, 차선에 접근하면 스티어링 휠이 개입하는 2단계, 차선 중앙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3단계를 취향에 따라 설정할 수 있다.
차선이탈 방지 3단계로 설정한 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활성화 시키면 사실상 반자율 주행에 가까워진다. 물론 3단계 사용 시 스티어링 휠이 지속적으로 개입하기에 껄끄러운 감각이 나오기도 하지만 특성으로 봐야 하겠다. 단, 3단계에서 스티어링 시스템의 개입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이외에 후측방 경고 시스템, 오토 하이빔도 갖췄다. 참고로 2018년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제네시스 모델에 탑재했던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HDA)이 추가된다.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고속도로 중 긴 직선 구간 정도는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고 일정 거리를 스스로 이동할 수 있다.
병렬형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고속도로 주행에 특화됐다는 점이다. 직병렬 방식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모터가 변속기를 거치지 않고 기어비를 변경시켜주는 장치를 지나 바로 바퀴로 동력이 전달된다. 모터만으로 회전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한 것이다. 하지만 병렬형 하이브리드는 모터가 변속기를 거쳐 동력을 전달시키기 때문에 기어비가 자유롭다.
따라서 직병렬 하이브리드 모델은 시속 80km 전후의 속도까지만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며, 병렬 하이브리드방식의 차량은 100km/h 이상의 속도에서도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역시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가속페달의 조작으로 시속 100km 정도의 속도에서도 전기모터만으로 부분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와인딩 로드에서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주행 특성을 확인해본다. 스포츠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주행 완성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무조건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한계 상황에서 발생하는 특성을 잡아내기 위함이다.
한계라고 말은 했지만 평상시의 60% 정도의 속도로밖에 달릴 수 없었다. 문제는 타이어였다. 넥센 타이어의 엔페라 AU5는 225mm의 너비를 갖고 있었지만 실제 접지 성능은 마치 경차에 사용되는 165mm 정도와 비교될 정도다. 조금의 과장이긴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그보다 더 실망스러웠다. 아니, 실망을 떠나 위험할 수 있다.
돌발 상황에서 운전자가 급조작을 하면 타이어 접지력에 따라 사고 여부가 달라진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타이어 교체를 추천한다. 사실 현대차의 OE 타이어 개발팀에게 느끼는 아쉬움이 크다. 제법 좋은 성능을 가진 아반떼 스포츠, i30 등에 한국 타이어의 노블2를 달아줬다. 친환경도 좋다지만 이번 그랜저의 AU5는 정말이지 최악이다.
타이어로 인해 손해 본 부분에 제동성능도 포함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39.31m의 거리를 요구했다. 최단 거리만 따지자면 좋은 성능이다. 하지만 테스트가 반복될수록 제동거리가 쭉쭉 늘어난다. 타이어에서 느껴지는 마찰에 대한 피드백은 희미하기만 하다. 쭉쭉 잘만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일부 현대차에서 이런 경향을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이번엔 제동 시스템 자체보다 타이어 쪽에서의 아쉬움이 더 켰다.
타이어의 아쉬움 이외에 와인딩 로드에서 만족감이 높지는 않았다. 스티어링 휠에서 발생하는 이질감으로 핸들링 만족감이 높지 않았다. 가속 및 제동 시 하이브리드 특유의 이질감도 마찬가지다. 서스펜션은 적당한 충격을 걸러주며 롤에 대항하는 능력도 제법 좋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요소들과 함께 어우러지면 서스펜션의 장점이 희석된다.
와인딩 로드에서는 아쉬웠지만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고효율 모델로써 충분히 만족스러울 정도의 높은 연비를 보여줬다.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보여준 연비는 21.5km/L 수준. 속도를 낮춰 80km/h 정속 주행을 하는 상황에서 26.5km/L까지 연비가 높아졌다. 참고로 캠리 하이브리드는 각각 22km/L, 24km/L였다. 80km/h의 속도에서는 두 모델 모두 비슷한 효율을 보였으며, 속도가 높아질수록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도심 주행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연비 손해를 보게 된다. 평속 15km의 답답한 도심 주행 환경에서는 모터만으로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산출된 연비는 15km/L로, 디젤 모델보다 높지만 동급 일본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하면 낮은 연비를 보였다.
우리 팀이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종합적인 환경에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이후 누적 연비를 확인한 결과는 약 15km/L 수준이었다. 이중 도심 주행구간 비율이 높으면 13~14km/L를, 고속도로 주행구간 비중이 높으면 18km/L 이상의 연비를 보여주기도 했다. 충분히 매력적인 연비다.
이렇게 연비를 비교해보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캠리 하이브리드나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분명 하이브리드 후발주자지만 크게 뒤처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물론 부족한 점도 있다. 특유의 이질감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 도심 주행 시 EV 모드 활용 폭도 넓혀야 한다. 또, 타이어는 당장 내일이라도 바꿔야 할 요소다. 하지만 그보다 장점이 많은 것이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국산차만의 막강한 편의장비를 갖췄으며, 연비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고, 트렁크 공간은 준대형 세단답게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수입 하이브리드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가격에서 유리해진다. 그만큼 잘 팔릴 조건을 갖춘 차가 그랜저 하이브리드였다.
국산 하이브리드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은 무엇일까? 아이오닉? 아니다. 기아 니로다. SUV의 인기와 높은 효율을 겸비했다는 점, 아이오닉 대비 넓은 공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니로 다음으로 잘 팔리는 국산 하이브리드 모델은 다름 아닌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준대형 세단이면서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데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하이브리드에 속한다. 최근에는 월 2천 대 이상씩 팔리면서 르노삼성 SM6나 쉐보레 말리부 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체 무엇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구매 가치를 키워 준 것일까?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버전이지만 외적인 변화는 없다. 차이점이라면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휠과 배지 정도를 부착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랜저라는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층은 연령대가 높기에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 보다 튀지 않는 디자인을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 저항 및 정숙성 향상에도 신경 썼다. 차량의 하부를 살펴보니 배기 라인이 지나가는 통로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을 막았다. 또, 그릴 안쪽에 라디에이터로 향하는 공기를 열거나 닫을 수 있는 액티브 에어 플랩을 추가시켰다.
인테리어도 다르지 않다. 그랜저의 짜임새 있고 중후한 멋을 느끼도록 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계기판은 하이브리드 전용 사양으로 변경됐다. 타코미터 대신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게이지 디자인도 이제 익숙한 구성이다.
계기판 중앙에 자리한 디스플레이에는 에너지 흐름도나 관성주행 설정 등을 보여주는 하이브리드 관련 메뉴가 추가됐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에도 하이브리드 전용 메뉴가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흐름도나 연비 확인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운전석에만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혼자 이동하는 환경에서 혼자만을 위해 공조장치를 작동시킴으로써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다. 레그룸은 다리를 꼬고 앉아도 될 정도다. 적당히 누워있는 시트백 각도도 편하다. 헤드룸도 물론 넉넉하다. 센터 암레스트의 리모컨을 통해 오디오 설정도 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도 넓어졌다. 트렁크에 있었던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로 위치가 옮겨졌다. 트렁크의 완전한 아래쪽은 아니고 배터리를 최대한 뒷좌석 쪽으로 밀고 트렁크 쪽에는 배터리 냉각이나 제어 시스템과 같은 장치들을 배치시켰다. 배터리가 트렁크 쪽에만 위치해도 추돌 사고시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위치가 옮겨진 덕분에 이제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준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넓은 트렁크 공간을 갖게 됐다. 기존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트렁크 공간에 배터리가 위치해 트렁크 활용도가 낮았다. 더불어 시트 폴딩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배터리 위치가 바뀌면서 원래 트렁크 공간을 되찾게 되었다. 물론 가솔린 모델이 가졌던 트렁크 공간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 트렁크 하부쪽에 여러 장치들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트렁크 높이는 가솔린 모델이 52cm 였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44cm로 소폭 축소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구성 면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다. 통풍 및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무선 충전 시스템, 뒷좌석 열선시트, 파노라마 선루프, 전동식 리어 선셰이드, 어라운드 뷰 모니터 스마트 트렁크 기능도 갖춰졌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파워 아울렛이나 USB 충전 포트가 마련됐다. 이러한 구성은 국산차의 강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주행을 준비해본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전자음이 발생함과 동시에 주행 준비를 마친다. 엔진이 돌아가지 않으니 당연히 소음도 없다. 대신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 작동이 시작되면 생각보다 큰 소음이 발생한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는 45.5 dBA. 캠리 하이브리드가 기록한 44.5 dBA 보다 더 큰 소음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엔진이 더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은 엔진 회전수가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높기 때문이다. 일반 가솔린 차량의 아이들 회전수는 600~800 rpm 전후. 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모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시켜야 하기에 모터를 돌릴 만큼의 출력과 토크를 만들려 엔진 회전수를 높인다. 이때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약 1,300rpm을 살짝 넘기는 정도를 보였다. 참고로 캠리 하이브리드는 1,280rpm 부근,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1,200rpm 부근에서 배터리를 충전했다.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상황에서 조금은 시끄럽다고 생각되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바로 조용해진다. 시속 80km까지 속도를 올려도 별다른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엔진 없이 배터리만 구동하는 환경에서는 56.5 dBA의 정숙성을 보였다. 사실상 약간의 바람 소리와 타이어가 굴러가는 소리 정도만 들린다. 동일한 속도에서 엔진이 가동되면 58 dBA로 수치가 올라가지만 충분히 조용한 환경이다.
주행 중 소음과 진동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랜저 하이브리드(기아 2세대 K7 하이브리드 포함)에 적용된 신기술 덕분이다.
현대 기아차는 병렬형 하이브리드방식을 사용한다. 병렬형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전기모터가 위치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여기서 만약 모터가 엔진과 연결돼있으면 FMED(Flywheel Mounted Electric Device), 반대로 변속기와 연결돼있으면 TMED(Transmission Mounted Electric Device) 방식이다. FMED 방식은 과거 혼다의 IMA(Integrated Motor Assist) 하이브리드 차량과 현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기아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등이 사용했다. 현재 현대 기아차의 모든 하이브리드는 TMED 방식이다.
TMED 방식은 FMED 방식과 달리 전기모터 스스로 주행이 가능하다는 구조적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일반 자동변속기가 갖추고 있는 토크컨버터는 없다. 토크컨버터는 엔진의 동력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진동을 흡수해주는 역할도 해준다. 하지만 TMED 병렬형 하이브리드는 토크컨버터 없이 바로 모터와 변속기가 결합된다. 때문에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그대로 전달되고 이상 소음과 진동에 취약해진다.
현대 기아차는 전기모터가 엔진의 진동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것이 액티브 부밍 컨트롤 기술이다. 액티브 부밍 컨트롤 기술은 모터 역위상 토크 보상 제어라는 것이 핵심이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기능은 이제 익숙하다. 특정 소음이 발생하면 스피커에서 반대 주파수를 내보내 상쇄시키는 기술이다. 액티브 부밍 컨트롤도 같은 원리다. 엔진에서 진동이 발생하면 모터가 이를 판단하고 엔진의 진동과 반대되는 움직임을 만들어서 차량의 이상 소음과 진동을 억제시켜주는 것.
가장 큰 장점은 별도의 장치를 추가하지 않고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기술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는 점에 더 의미가 있다. 현대 기아차는 분명 하이브리드의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빠르게 성장하려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물론 한계는 있다. 바로 전기모터의 활용 범위다.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연비 확보 때문이다. 좋은 연비를 만들어내려면 연료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전기모터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만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길수록 연비는 향상된다.
아직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 가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살며시 밟으면 시속 10km 근처까지 전기모터만으로 속도를 높여나가지만 이후부터는 엔진 시동이 걸린다. 참고로 이번에 출시된 캠리 하이브리드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km까지 전기모터만으로 가속이 가능했다.
가속페달을 미묘하게 컨트롤하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더 높은 속도까지 전기모터만으로 가속할 수 있다. 시속 10km까지 속도가 올랐으면 가속페달을 땠다가 다시 살짝 밟아준다. 이렇게 모터에 부분적인 부하만 걸어주면 중간에 변속이 되며 모터 가용 범위가 늘어나고, 계속 반복하면 시속 40km 부근까지 전기모터만으로 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EV 모드로 이렇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이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아마도 뒤차 운전자는 답답함에 클랙슨 메들리를 들려줄 것이다. 연비 좀 올려보겠다고 교통 체증을 야기할 것이다.
무엇보다 운전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편하게 운전하면서 높은 연비의 이점까지 챙기기 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택하는 것이지 이렇게 운전하려고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푸조 시트로엥의 MCP 변속기가 있다. 변속 시점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땠다가 다시 밟으면 꿀렁거림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상품에 대해 하나하나 맞춰줘야 할 의무가 없다. 상품이 소비자에게 맞춰줘야 편한 것이고 그래야 더 많은 소비자들이 그 상품을 찾는다. (물론 국내 소비자 중 극소수는 그런 MCP의 특성을 감안하며 극찬하기도 했었다. 내 차는 소중하니까.)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전기모터 가용 범위가 좁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모터 출력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159마력과 21kg.m를 발휘하는 2.4리터 엔진과 38kW(51마력)과 205Nm(20.9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결합됐다. 이중 51마력은 기존 모델(47마력) 대비 출력이 8.6% 향상된 수치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용량은 1.43kWh에서 1.76kWh로 늘렸고 배터리 충반전 효율도 2.6% 개선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로직도 개선했다.
비교를 해보자.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의 전기모터는 120마력이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경우는 184마력이다. 쉐보레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경우는 199.6마력을 발휘한다. 모터 출력이 높을수록 모터 스스로 구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에 비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출력은 기존 대비 향상은 됐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그렇다면 엔진, 전기모터, 변속기의 조합을 통해 실제로 발휘되는 동력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8.58초를 기록했다. 그랜저 IG 3.0 가솔린 모델이 7.57초를 기록했으니 약 1초가량 느리다. 참고로 캠리 하이브리드가 7.94초,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7.41초의 기록을 갖고 있다. 간단한 테스트만 진행했던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8.37초로 그랜저 하이브리드 보다 소폭 앞서는 결과를 냈었다.
그래도 주행 감각이 기존 모델보다 좋아졌다. 스티어링 시스템도 헐렁이는 느낌이 적다.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도 풍선 밟는 느낌까지는 아니다. 헐거웠던 차체도 한층 강해진 모습이다. 한마디로 탈만 하다.
물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탄다는 것을 잊게 하지는 않는다. 분명 이질감이 존재한다. 특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가 그렇다. 회생 제동 시스템이 작동하고 이후에 실제 브레이크 시스템이 작동하기까지 운전자가 느끼는 이질감이 크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비교 대상인 캠리 하이브리드,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여전히 한 세대 정도 뒤처졌다.
일반 주행을 뒤로하고 고속도로로 이동했다. 첫인상은 정말 편하다는 것. 조용하면서 적당히 푹신한 승차감이 긴장감도 키우지 않는다. 여기에 최신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을 다양하게 담았기에 운전 부담이 더더욱 줄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한다. 과속 단속 구간에 접어들면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크루즈 컨트롤도 갖췄다. 차선 중앙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도 좋다. 차선에 접근하면 경고만 해주는 1단계, 차선에 접근하면 스티어링 휠이 개입하는 2단계, 차선 중앙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3단계를 취향에 따라 설정할 수 있다.
차선이탈 방지 3단계로 설정한 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활성화 시키면 사실상 반자율 주행에 가까워진다. 물론 3단계 사용 시 스티어링 휠이 지속적으로 개입하기에 껄끄러운 감각이 나오기도 하지만 특성으로 봐야 하겠다. 단, 3단계에서 스티어링 시스템의 개입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이외에 후측방 경고 시스템, 오토 하이빔도 갖췄다. 참고로 2018년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제네시스 모델에 탑재했던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HDA)이 추가된다.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고속도로 중 긴 직선 구간 정도는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고 일정 거리를 스스로 이동할 수 있다.
병렬형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고속도로 주행에 특화됐다는 점이다. 직병렬 방식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모터가 변속기를 거치지 않고 기어비를 변경시켜주는 장치를 지나 바로 바퀴로 동력이 전달된다. 모터만으로 회전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한 것이다. 하지만 병렬형 하이브리드는 모터가 변속기를 거쳐 동력을 전달시키기 때문에 기어비가 자유롭다.
따라서 직병렬 하이브리드 모델은 시속 80km 전후의 속도까지만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며, 병렬 하이브리드방식의 차량은 100km/h 이상의 속도에서도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역시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가속페달의 조작으로 시속 100km 정도의 속도에서도 전기모터만으로 부분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와인딩 로드에서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주행 특성을 확인해본다. 스포츠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주행 완성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무조건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한계 상황에서 발생하는 특성을 잡아내기 위함이다.
한계라고 말은 했지만 평상시의 60% 정도의 속도로밖에 달릴 수 없었다. 문제는 타이어였다. 넥센 타이어의 엔페라 AU5는 225mm의 너비를 갖고 있었지만 실제 접지 성능은 마치 경차에 사용되는 165mm 정도와 비교될 정도다. 조금의 과장이긴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그보다 더 실망스러웠다. 아니, 실망을 떠나 위험할 수 있다.
돌발 상황에서 운전자가 급조작을 하면 타이어 접지력에 따라 사고 여부가 달라진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타이어 교체를 추천한다. 사실 현대차의 OE 타이어 개발팀에게 느끼는 아쉬움이 크다. 제법 좋은 성능을 가진 아반떼 스포츠, i30 등에 한국 타이어의 노블2를 달아줬다. 친환경도 좋다지만 이번 그랜저의 AU5는 정말이지 최악이다.
타이어로 인해 손해 본 부분에 제동성능도 포함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39.31m의 거리를 요구했다. 최단 거리만 따지자면 좋은 성능이다. 하지만 테스트가 반복될수록 제동거리가 쭉쭉 늘어난다. 타이어에서 느껴지는 마찰에 대한 피드백은 희미하기만 하다. 쭉쭉 잘만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일부 현대차에서 이런 경향을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이번엔 제동 시스템 자체보다 타이어 쪽에서의 아쉬움이 더 켰다.
타이어의 아쉬움 이외에 와인딩 로드에서 만족감이 높지는 않았다. 스티어링 휠에서 발생하는 이질감으로 핸들링 만족감이 높지 않았다. 가속 및 제동 시 하이브리드 특유의 이질감도 마찬가지다. 서스펜션은 적당한 충격을 걸러주며 롤에 대항하는 능력도 제법 좋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요소들과 함께 어우러지면 서스펜션의 장점이 희석된다.
와인딩 로드에서는 아쉬웠지만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고효율 모델로써 충분히 만족스러울 정도의 높은 연비를 보여줬다.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보여준 연비는 21.5km/L 수준. 속도를 낮춰 80km/h 정속 주행을 하는 상황에서 26.5km/L까지 연비가 높아졌다. 참고로 캠리 하이브리드는 각각 22km/L, 24km/L였다. 80km/h의 속도에서는 두 모델 모두 비슷한 효율을 보였으며, 속도가 높아질수록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도심 주행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연비 손해를 보게 된다. 평속 15km의 답답한 도심 주행 환경에서는 모터만으로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산출된 연비는 15km/L로, 디젤 모델보다 높지만 동급 일본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하면 낮은 연비를 보였다.
우리 팀이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종합적인 환경에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이후 누적 연비를 확인한 결과는 약 15km/L 수준이었다. 이중 도심 주행구간 비율이 높으면 13~14km/L를, 고속도로 주행구간 비중이 높으면 18km/L 이상의 연비를 보여주기도 했다. 충분히 매력적인 연비다.
이렇게 연비를 비교해보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캠리 하이브리드나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분명 하이브리드 후발주자지만 크게 뒤처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물론 부족한 점도 있다. 특유의 이질감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 도심 주행 시 EV 모드 활용 폭도 넓혀야 한다. 또, 타이어는 당장 내일이라도 바꿔야 할 요소다. 하지만 그보다 장점이 많은 것이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국산차만의 막강한 편의장비를 갖췄으며, 연비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고, 트렁크 공간은 준대형 세단답게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수입 하이브리드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가격에서 유리해진다. 그만큼 잘 팔릴 조건을 갖춘 차가 그랜저 하이브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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