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i40의 7단 DCT…첫술에 배부를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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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말, 독일 에센 출장때는 5박 6일 동안 i40 살룬을 이동수단으로 이용했다. 나중에 주행 거리를 보니 무려 3천km 정도. 모터쇼가 진행되는 동안은 차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으니 대략 하루에 1천km씩 달린 셈이다. 아우토반에서 더이상 속도계 바늘이 움직이지 않을때까지 가속페달을 밟았고, 굽이진 국도도 내달렸다.
아직 그때의 기억이 오롯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i40를 시승했다. 디자인도 일부 변경됐고, 파워트레인도 개선됐다. 특히 현대차의 새로운 7단 DCT 변속기가 탑재된 것이 눈길을 끈다.
듀얼 혹은 더블클러치 변속기는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연료효율 간극을 크게 좁혔고, 직결감은 수동변속기 못지 않다. 심지어 속도도 더 빠르다. 대다수 스포츠카 브랜드도 수동변속기 대신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확대하는 이유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는 폭스바겐그룹이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은 모두 듀얼클러치 방식의 변속기를 사용한다. 현대차는 신형 i40 시승행사에서 폭스바겐 파사트를 경쟁 모델로 지목했다. 또 엔진 성능도 좀 더 우수하고, 듀얼클러치 변속기까지 갖췄으니 i40가 부족할게 없다고 설명했다.
# 신세계를 열어주는 듀얼클러치 변속기
난생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경험했을땐 그야말로 신세계 같았다. 출발과 동시에 순식간에 변속이 진행됐다. 가속을 할때면, 스스로 두어단을 낮춰 힘을 끌어 모았다. 또 제동 시에는 기어를 차근차근 내리며 적정 엔진회전수에 계기 바늘을 올렸다. 물론, 신세계를 느끼게 해준 것은 폭스바겐이었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제조사가 어디든 대체로 느낌이 비슷하다. 다만 어떤 점에 더 무게를 실었느냐가 중요하다. 폭스바겐은 변속이 빠르고 직결감도 우수하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 A180에 적용된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일반적인 토크컨버터 방식의 변속기보다 변속이 빠르지도 않고, 직결감도 떨어지지만 효율만큼은 으뜸이다. 르노도 성격이 비슷하다.
현대차 또한 신형 i40와 7단 DCT 변속기와 관련해 성능보다는 연료효율에 대해 더 많은 미사여구를 붙였다.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를 가장 큰 장점으로 뽑기도 했다. 그래선지, 신형 i40의 7단 DCT 변속기는 생각보다 변속이 빠르지 않다. 패들시프트 조작과 기어 변속에 약간의 시차가 있다. 기존 6단 자동변속기와 비교하면 놀랄만큼 빠른 반응이지만, 다른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비해 상대적 느리다. 그래도 막상 변속이 진행되면 계기바늘은 재빠르게 움직인다.
간혹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낮은 속도에서 울컥거리기도 하는데, i40의 7단 DCT 변속기는 모든 영역에서 매우 매끄럽다. 차근차근 단수를 높이는 모습도 꽤 신통하다. 가속 시 듀얼클러치 변속기 특유의 리듬감도 잘 살아있다.
연료효율을 위해 로직을 얌전하게 설정한 것 같다. 하지만 기대치 만큼의 효율이 나올진 미지수다. 국산 중형차 중에서는 가장 연료효율이 좋을진 몰라도, 유럽 시장에서 경쟁 모델을 압도하긴 부족해보인다. 이는 변속기의 책임보다는 엔진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
1.7리터 UⅡ e-VGT 엔진은 유로6 기준도 충족시키고, 이전 모델보다 성능도 조금 향상됐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의 감각으로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이전 엔진보다 최대토크 영역을 넓히고, 낮은 엔진회전수에서의 힘을 높였다. 예전엔 1250rpm에서 22.0kg.m의 힘을 냈는데, 신형 i40는 26.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또 1500rpm에서는 27kg.m에서 32.0kg.m로 성능이 개선됐다.
새로운 변속기의 힘까지 빌어 도심에서는 훨씬 움직임이 경쾌해졌다. 엔진이 회전질감도 부드럽다. 공회전에서는 소리가 거칠지만 막상 달리기 시작했다하면 거친 소리도 사라진다. 가속페달을 밟았을때 몸으로, 계기반으로 전달되는 반응도 준수하다.
문제는 출력. 1.7리터 디젤 엔진이 효율과 성능을 전부 만족시키긴 힘들다. 화끈하게 한쪽을 포기했다면 매력적일텐데, 양쪽 모두에 발을 걸치려다보니 어중간해졌다. 도심에서의 경쾌함은 고속도로에서도 초반에는 어느 정도 유지된다. 하지만 속도에 조금 욕심을 부리면 곧 답답함이 조금씩 엄습한다. 그래도 작년 독일 출장에서 아우토반을 시속 180km으로 달리기에도 버거웠던 것을 생각하면 이전보다 월등히 나아진 것 같이 느껴진다. 일반적인 운전자가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기엔 크게 부족함을 느끼진 않겠다.
시속 90-100km를 유지할때, 계기바늘은 1800rpm 정도에 머문다. 엔진의 출력이 넉넉한 편이 아니기에 정속주행에서도 회전수를 높게 쓰게 된다. 결국 비교적 준수한 연료효율은 얻을 수 있지만, 뛰어난 연료효율은 얻기 힘들다.
결국,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이 중요한데 1.7리터 UⅡ e-VGT 엔진과 7단 DCT 변속기는 그리 만족스럽진 않다. 한 목소릴 내야하는데 각각 자기 소리만 내서 어울어지지 않는 기분이다.
# 높은 완성도를 위한 노력
100여명의 기자들이 초청된 시승행사에서 사용된 시승차는 전부 ‘D스펙’ 트림으로 디자인 패키지가 추가됐고, 주행 성능 향상을 위한 하체 개선도 진행됐다. 현대차가 설명하길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아우토반 등에서 주행시험을 실시했고, 서스펜션과 핸들링의 최적화된 튜닝을 진행했다. 또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디스펙이나 튜익스 제품은 주로 외주 업체가 제작했는데, 이번 i40 디스펙은 연구 및 개발, 생산 등을 현대차가 직접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하체를 다듬은 D스펙 트림은 승차감이나 고속안정감이 대형 세단 못지 않았다. 요철의 충격을 단번에 상쇄시키고, 불규칙한 노면에서는 댐퍼가 부드러워져 쉴새없이 움직인다. 스티어링휠을 통해 전달되는 핸들링의 감각도 현대차 중에서는 최상위급이다. D스펙이란 이름으로 특별함을 강조했지만, 사실 D스펙 정도가 일반 모델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 장점
1. 어쨌든 7단 DCT 변속기는 장점이다.
2. D스펙의 하체는 잘 조율됐다.
3. 비록 시승차는 세단이었지만 i40 최고의 장점은 왜건이라는 점.
* 단점
1. 어중간한 성격의 엔진.
2. 여전히 소비자들은 i40를 비싸다고 생각한다.
3. 쏘나타 디젤이 출시되면 갈 곳을 잃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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