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7세대 아반떼, 존재감 넘치는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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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뛰어난 상품성과 실용성을 갖춘 소형 SUV 시장이 활발해지며, ‘엔트리카’ 역할을 맡던 준중형 세단 시장이 상대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특히, 아반떼는 셀토스·트레일블레이저·XM3 등 이른바 ‘세그먼트 파괴자’라 불리는 소형 SUV의 등장에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작년 한 해 아반떼는 6만2000여대가 판매되며, 전년대비 18.1%의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2015년 10만대를 돌파하며 ‘국민 첫 차’라 불렸지만, 2016년 9만4000여대, 2017년 8만4000여대, 2018년 7만6000여대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더욱이 2018년 6세대 아반떼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삼각떼’라 불리며, 또 한 번 오명을 뒤집어썼다.
때문에 7세대 신차는 현대차의 비장한 각오가 느껴진다. 파격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각종 첨단 사양을 기본 탑재하며, 다시금 국민 첫 차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신형 아반떼의 외관 디자인은 말 그대로 ‘파격적‘이다. 삼각떼라 놀림당하던 과거의 설움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작정하고 차체 곳곳에 삼각형을 녹여냈다. 현대차는 이를 두고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 테마를 적용해 미래지향적인 감각을 추구했다고 설명한다. 전면부는 다양한 각도로 깎여있는 그릴 디자인이 빛의 방향에 따라 다채롭게 빛나며, 일체형 헤드램프를 적용해 날렵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겉으로 봐서는 이 차가 준중형임을 알 수 없을 만큼 좌우로 넓어 보이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측면은 전면보다 더 파격적이다. 차량 전체를 관통하는 강렬한 캐릭터라인이 도어 손잡이 아래쪽에 있으며, 하단부에도 굵직한 라인이 평행하게 위치한다. 두 라인 사이에는 한 점에서 뻗어 나가는 듯한 세 갈래의 라인이 강렬하고 각진 디자인을 완성했다. 세 갈래의 꼭짓점을 지켜보고 있으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반사되는 탓에 오묘한 느낌까지 든다.
후면부도 강렬하다. 안으로 날카롭게 패인 트렁크 라인과 함께 현대차 H 로고를 형상화한 테일램프가 좌우로 길게 이어져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테리어는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됐다. 모든 버튼과 내비게이션 화면은 운전자를 바라보고 있어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조수석에는 칸막이처럼 보이는 손잡이가 있어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조수석 탑승객이 운전자를 바라볼 때 손을 뻗어 잡을 수 있다.
시승차는 투톤 옵션이 적용됐다. 밝은 그레이 시트와 블랙 디자인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어 트림, 시트 뒷면 등에 직물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원가를 절감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준다. 기어노브 및 스티어링 휠 가죽 촉감도 부드럽고 우수하다. 다만, 시트 색상이 밝은 만큼 오염에 주의해야겠다. 총 주행거리가 약 500km밖에 되지 않는 새 차임에도 불구하고 타고 내릴 때 옷에 쓸리는 시트 끝은 변색이 시작됐다. 일부 플라스틱 소재 모서리가 거칠게 마감된 것도 아쉽다.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0.25인치 내비게이션이 통합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에 앉으니 한 눈에 보기에 적당했다. 디지털 클러스터 디자인은 에코, 스포츠, 스마트·노멀 등 주행모드에 맞춰 3가지 디자인으로 변하며, 실내 앰비언트 라이트 역시 그에 맞춰 색상을 바꿔준다.
의외로 실내공간도 넉넉하다. 1열 시트를 편한 자세로 설정한 상태에서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이 앞좌석에 닿지 않는다. 시트 각도도 편안하다. 다만, 183cm인 기자에게 2열 머리공간은 다소 아쉽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살짝씩 닿는다. 2열을 모두 접어 트렁크와 함께 적재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SUV처럼 바닥이 평평하다거나 천장이 높지는 않지만 가끔씩 큰 짐을 옮길 때 유용할 듯하다.
강렬한 외관 및 단정한 실내의 조합으로 풍기는 시크한 인상과는 대조적으로 승차감은 얌전하다. 신형 아반떼에는 1.6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무단변속기(CVT)가 탑재되어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5.5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엔진음은 실내로 거의 유입되지 않으며, 가속 페달을 밟아도 일상 구간에서는 거친 엔진음을 듣기 힘들다. 가속은 변속 충격이 없는 만큼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다만, 빠른 속도에서 코너를 돌면 언더스티어가 느껴지며, 고속에서 다소 좌우로 흔들리는 만큼 이 차의 가격과 성격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행 모드는 노멀, 에코, 스포츠, 스마트 등 4가지가 제공된다. 주행 중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즉각적으로 RPM이 1000가량 높아지며, 언제든 튀어 나갈 준비가 되었음을 어필한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해 놓으면 중·고속으로 달리던 중에도 경쾌하게 가속해 추월이 필요할 때 교통 흐름을 적절하게 탈 수 있다. CVT가 탑재됐음에도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 모사 기능이 동작한다. 기어를 변속하며 강하게 치고 나간다는 느낌을 줘 ‘감성 마력’을 한층 높인다. 속도 및 주행 모드에 따라 변하는 스티어링 휠의 무게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다.
스마트 모드로 설정하면 저속에서는 노멀 모드처럼, 고속에서는 스포츠 모드처럼 작동한다. 이름대로 꽤 스마트하게 작동하는데, 가속페달을 깊게 밟기만 해도 RPM을 바로 올리고는 강한 힘을 내어줘 번거롭게 주행 모드를 바꿔가며 운전하지 않아도 의도대로 움직인다. 에코 모드에서는 하늘색 중심의 디자인으로 바뀌는 디지털 클러스터 외 노멀 모드와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연비가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도 않는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HDA, 전방 추돌 방지 보조 장치 등도 우수하게 작동한다. 특히, 앞차와의 간격을 부드럽게 조절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앞서 회사에서 사용 중인 기아차 니로 등 현대차그룹의 다른 차를 이용할 때 앞차와 간격이 조금만 벌어져도 급가속하고 조금만 가까워져도 급감속하는 등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신형 아반떼는 앞차가 멀어져도 부드럽게 가속하고 간격이 줄어들면 여유롭게 감속할 준비를 해 안정감이 느껴진다. 차선이 흐릿한 도로에서도 차선 중앙을 부드럽게 유지한다.
여기에 내비게이션도 연동되어 제한속도에 맞게 속도를 조절해 주는 기능과 터널 및 미세먼지 수치와 연동되어 공기 청정 모드를 활성화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다만, GV80, 그랜저 등 상위등급 차들과는 다르게 창문까지 닫아주지는 않는다.
카카오i 음성인식 비서 기능도 적용됐다. 인식률은 우수한 편이지만 반응 속도가 아쉽다. 스티어링 휠에 붙은 음성인식 버튼을 누른 다음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음성인식 모드가 실행되며, 음성명령을 내린 후 또 다시 한참 기다려야 명령이 실행된다. ‘따뜻하게 해줘’, ‘추워’ 등 자연어 음성 명령이 가능하지만, 이만한 시간을 기다릴 바에는 버튼을 직접 누르는 편이 훨씬 낫다.
약 700km를 주행하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14.6km/L로, 복합연비 15.4km/L보다는 다소 낮았다. 총 주행거리와 연비를 기록하기 위해 트립컴퓨터를 리셋하고 출발했는데, 운행 중간에 누적 주행거리만 리셋되는 버그가 발생해 당황했다.
신형 아반떼는 최근 뜨거운 소형 SUV보다 한층 더 파격적인 디자인과 더 훌륭한 옵션 구성을 들고나왔다. 삼각떼라며 놀림받던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파격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삼각형을 차량 곳곳에 새기는 정공법을 택했다. 현재로서는 이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전시차조차 보급되기 전 단 9일만에 기록한 사전계약 1만6849대가 이를 증명한다.
신형 아반떼는 존재감 넘치는 외관과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두루 갖춘 누구나 탐낼 만한 첫 차로 환골탈태했다. ‘펀 드라이빙’의 갈증을 해소해 줄 N라인 및 N 모델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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