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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현대차 포레스트, "불안한 주행감, 편안한 캠핑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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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를 시승하는데, 하루 쯤은 자봐야 하지 않을까?”

현대차 포레스트 시승차 키가 쥐어진 날, 두 명의 후배 기자들과 ‘급 외박’을 결정했다. 이 차를 설명하는데에 캠핑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앞에 쌓여있는 일들을 제쳐두고, 팀장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줄도 모른 채 인근 캠핑장 물색에 나섰다. 

난관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캠핑카가 출입할 수 있는 수도권 인근 캠핑장이 예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일 저녁 홀연히 떠나는 여행은 무리가 있었다. 고민 끝에 사무실 주차장을 캠핑 사이트로 잡았다. 퇴근 아닌 퇴근이지만, 최소한 지각 걱정은 없었다.

# 불안한 거동, 불편한 승차감

베이스 캠프(?) 구축에 앞서 포레스트를 타고 각자의 집을 경유하기로 했다. 옷가지와 세면도구를 챙기면서 겸사겸사 주행 성능도 확인하기 위함이다.

시승차의 파워트레인은 포터2 디젤과 동일하다. 2.5리터 디젤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고, 최고출력 133마력을 발휘한다. 차량의 쓰임새를 생각한다면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성능이다.

하지만, 운전 중 신경 쓸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당장 포터2보다 전폭이 390mm나 넓어 운전 하기가 꽤 까다로웠다. 나름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을 켜고 조심스럽게 달렸지만, 별로 쓸모가 없었다. 차체는 커졌음에도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이 기존 포터2와 동일하게 세팅됐기 때문이다. 차체가 차선을 한참 넘어간 후에야 이탈 경고를 보낸다. 룸미러는 후방 카메라로 대체돼는데, 화각과 화질은 아쉬웠다. 

주행 중에는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주행 중에는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

소음과 롤링도 거슬린다. 속도가 높아질 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고르지 못한 노면을 지날때에는 차량 안에 설치된 온갖 집기가 다 삐걱댄다. 무게 중심이 높은 데다가, 이마저도 차체 측후면 곳곳에 분산돼 커브길을 돌아나갈 때면 어김없이 불안함이 느껴진다. 뒷좌석에 앉은 후배 기자들은 연신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소음 탓에 의사소통이어려웠다.

후석 시트는 181cm 성인 남성에겐 부족한 느낌이다. 방석 너비가 충분하지 않은 탓에 오래 앉아있기에도 불편하다. 안전벨트도 3점식이 아닌 2점식이라는 점도 거슬린다. 화물칸을 거주 공간으로 개조한 만큼, 주행 상황에서 좋은 승차감을 기대하긴 힘들다.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불안했던 주행을 마치고 사무실 앞에 차량을 주차시켰다. 온돌 기능까지 포함된 무시동 히터를 작동시켜도 배터리는 20시간 가까이 지속되지만, 만약을 위해 사무실에서 릴선을 끌어와 전기를 쓰기로 했다. 차체 외부에 부착된 어닝도 펼칠 수 있지만 사무실 앞에서 천막까지 칠 필요는 없었다.

실내에 들어오면 바로 왼쪽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통합 컨트롤러다. 조명을 조절할 수 있고, 냉난방 및 배터리 잔량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있다면, 블루투스를 이용해 모든 시스템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잠들기 전, 불을 꺼달라고 누군가를 귀찮게 할 일은 없다.

입구 좌측엔 싱크대와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다. 하단 서랍장은 주행 중 열릴 가능성을 감안해 이중 잠금 처리되어있고, 상단의 수납 공간은 항공기 선반처럼 여닫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주방 맞은편엔 접이식 세면대와 변기까지 마련된 독립식 샤워부스가 꾸려져 있다. 물은 80리터 용량의 독립 탱크로 공급받을 수 있고, 쓰인 물은 같은 용량의 오수통으로 배출된다.

캡과 캐러밴 사이에 위치한 가변 시트는 쓰임새가 많다. 주행 상황에서는 2열 시트의 역할을 하고, 정차 중에는 테이블이 곁들여진 소파로 쓸 수 있다. 소파 모드에서는 성인 3명이 노트북을 올려두고 있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벽 곳곳에 USB 포트와 220V 콘센트도 충분히 마련됐다. 현장에 상주해야 하는 모터쇼나 모터스포츠 경기 현장으로 취재를 나왔다면, 이동 사무실로 쓰기에도 더할 나위 없었을 것 같다.

가변 시트는 침대로도 변환할 수 있다. 상부에 설치된 침대까지 하향시키면, 사무 공간으로 썼던 소파와 테이블은 2층 침대로 탈바꿈한다. 차체 뒤편에 숨은 스마트룸을 확장하면 최소 4인 이상의 성인이 취침할 수 있는 공간이 완성된다. 침대 주변에도 USB 포트가 마련된 탓에 누워서 아이패드로 업무를 처리하기에도 좋았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캐러밴 안을 돌아다니다보면, 차체가 유독 심하게 흔들린다. 멀미가 심한 사람이라면 제법 곤혹스러울 것 같다. 특수 크레인 처럼 정차 중에는 차체를 지지해주는 보조 장치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운전석과 캐러밴을 한 공간으로 구성한 이유도 의문이다. 일부 캠핑카들은 정차 중 운전석과 조수석을 회전시켜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하지만, 포레스트는 그 기능이 없다. 커튼으로 두 공간을 분리시킬 수 있지만, 햇빛이 유입될 경우 여름철 냉방 효율이 떨어질 듯했다.

# 포레스트, 세심함이 아쉽다

포레스트는 캠핑카의 지향점에 맞게 달릴 때 보다 서있을 때 그 가치를 발한다. 자동차로서의 주행 성능에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지만, 제한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매력이다. 냉난방 기능과 환풍 등 거주 공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역할도 충실하다.

단, 개조 업체가 아닌 ‘현대차’ 이름을 달고 나온 것 치고는 전체적인 완성도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차체는 더 커졌는데 ADAS 설정값이 기존 포터와 동일한 게 대표적이다. 주행 중 각종 가구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완성도에 의구심만 품게 한다. 캡과 캐러밴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했다면,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를 활용할 방법도 고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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