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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현대차 캐스퍼, 비싸도 잘 팔리는 이유? "가성비보다 가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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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는 현대차가 지난 2002년 아토스 단종 이후 19년 만에 내놓은 경차이자, 처음으로 선보이는 경형 SUV다.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9000여대를 돌파하는 등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지난 5월까지 월평균 3800대 이상 판매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렇듯 경차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캐스퍼지만, 각종 옵션을 추가하면 2000만원이 넘어가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연 캐스퍼는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까. 최상위 모델인 1.0 터보 인스퍼레이션 트림(2007만원)을 타고 도심과 고속도로를 달렸다.

캐스퍼를 실제로 보면 "귀엽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작고 앙증맞은 덩치부터 동그란 주간주행등과 캡슐 모양 리어램프 등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캐스퍼의 귀여움을 부각한다. 이 정도면 '여심 저격수'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겠다.

동시에 SUV의 느낌을 살린 요소들도 더해져 다부진 면모를 보여준다. 또렷한 2박스 바디 쉐입과 플라스틱 펜더 가니쉬, 루프랙 등이 대표적이다. 시승차에 적용된 '티탄 그레이 메탈릭' 외관 색상은 이러한 요소들과 어우러져 마치 듬직한 꼬마신사를 보는 듯하다.

실내는 공간 활용성이 돋보인다. 앰비언트 라이트가 들어오는 글로브박스 윗부분은 잡동사니를 두기 간편하다. 또한 기어 레버가 대시보드 쪽으로 올라가면서 하단부에 작은 수납함을 마련했다. 절대적으로 공간이 부족한 경차에게 이런 자투리 공간은 매우 소중하다.

계기판은 풀 디지털 방식이다.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간편히 보여줄 뿐만 아니라 밝은 대낮에도 시인성이 좋다. 8인치 터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과 스트리밍 서비스는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게 작동한다. 앰비언트 라이트는 밝기 조절은 가능하지만 색상은 보라색 한 가지 밖에 없다.

스티어링 휠 중앙에 현대 엠블럼이 빠졌다. 어딘가 어색하다. 현대차는 "과감하게 엠블럼을 빼고 캐스퍼만의 특장점을 담은 요소들을 강조하기 위해 이같이 디자인했다"고 말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하지만, 허전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스티어링 휠은 높이 조절(틸팅)만 가능하고, 앞·뒤 거리 조절(텔레스코픽)은 지원하지 않는다.

2열 공간은 꽤 넉넉하다. 앞·뒤로 최대 160mm 움직이는 슬라이딩 기능과 트렁크 공간까지 젖혀지는 리클라이닝 기능은 캐스퍼 공간 활용성의 백미다. 좁은 뒷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거주 편의성은 다소 떨어진다. 그 흔한 컵홀더 하나 없을 뿐 아니라 야간을 위한 천정 조명도 없다. 게다가 캐스퍼 시트는 2열 가운데 좌석이 없는 4인승 구조로, 기아 모닝·레이와 쉐보레 스파크 등이 5인승 시트 구성인 것과는 좀 다르다. 경차에 다섯 명이 타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겠지만, 유사시 1명이 더 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크다.

차박을 위해서는 대개 2열과 트렁크 공간을 활용하지만, 크기가 작은 캐스퍼는 1열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조수석 뿐만 아니라 운전석까지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 기능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차급의 한계를 극복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렇다고 차박을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 폴딩된 2열 시트와 트렁크 단차가 매우 큰 데다가, 1열과 2열 사이에 빈 공간이 꽤 넓다. 편하게 누으려면 뭔가 채워야 하는데, 꽤 번거로운 일이다.

캐스퍼에는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f·m를 내는 1.0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이 기본으로 탑재된다. 트림에 따라 90~95만원을 추가하면 액티브2 옵션으로 터보 엔진을 넣을 수 있다. 1.0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이 24마력 상승한 100마력, 최대토크는 17.5kgf·m에 달한다. 단순 토크값만 놓고 보면 준중형인 아반떼(15.7kg·m)보다 높다.

터보 엔진의 효과는 크다. 경차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호쾌한 가속 성능으로, 평지는 물론 오르막길에서도 산뜻하게 나아간다. 굳이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지 않아도 여유롭게 달리니 일상 주행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은 거의 없겠다. 무엇보다 낮은 rpm에서 터져나오는 최대토크가 차량을 지긋이 밀어주는 느낌이 좋다. 회전수를 낮게 사용하다 보니 엔진 소음도 덩달아 감소한다.

주행 모드는 노멀 이외에 스포츠를 지원하지만, 차급의 한계인지 차이는 거의 없다. 이밖에 스노우·샌드·머드 등 험로주행 모드도 포함됐다.

승차감은 나름 편안한 편이다. 차체가 짧아 방지턱에서 통통 튀는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3기통 엔진임을 고려하면 차량의 거동이나 발진 가속, 중저속에서 걸러내는 소음 등은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늑한 장거리 여행은 힘들겠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노면 소음과 풍절음이 급격히 도드라진다. 체급 상 방음의 한계는 감수해야겠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12.3~12.8km인데, 시속 100km에서 2300rpm을 유지하며 달리니 15~17km/L 수준이 나왔다. 연비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터보 엔진 덕분에 고속도로에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이득이 더 크다. 만약 캐스퍼를 구매한다면 무조건 터보 엔진 옵션을 선택할 듯하다.

비싼 만큼 편의사양도 좋다. 캐스퍼는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는 스마트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차선이탈 방지(LKA) 및 차로 중앙 유지 보조 기능(LFA)까지 갖췄다. 경차에게 오버스펙이라고 느껴질 만큼 호화롭다. 다만 정차 및 출발을 지원하지 않아 일정 속도 이하로 느려지면 스마트크루즈 기능이 해제된다는 점은 아쉽다.

현대차 캐스퍼는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실·내외 디자인과 상위 차종에 버금가는 풍부한 옵션 사양, 여기에 공간 활용성까지 갖췄다. 2000만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누릴 수 있는 장점도 많다. 실제로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기 트림 1~3위는 모두 1.0 터보 인스퍼레이션 트림이 차지하고 있다. 기존 경차가 가성비로 타는 모델이었다면 캐스퍼는 일명 가심비에 초점을 맞추며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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