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싼타페 더 프라임…발전의 여지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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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유독 더웠고, 강수량은 적었다. 1973년부터 기상청이 강수량을 관측한 이래 1973년과 1977년에 이어 세번째로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그래설까. 비가 오면 트렁크와 실내로 물이 샌다던 싼타페에 대한 원성도 잦아들었다. 물론 비가 적게 와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다. 현대차는 대처도 빨랐고, 이를 비롯한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을 개선한 모델 ‘싼타페 더 프라임’을 지난 6월 출시하기도 했다.
싼타페 더 프라임은 현대차의 주장대로 여러 부분이 개선됐다. 유로6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키는 신형 엔진이 탑재됐고, 충돌안전을 위한 차체 구조 보완 설계도 이뤄졌다. 또 여러 편의장비도 추가됐으며, 일부 디자인까지 변경됐다.
# 갑작스럽게 신차를 출시한 배경
2012년 출시된 3세대 싼타페(DM)는 한국을 대표하는 SUV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용성과 성능을 갖췄다. 디자인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았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놓은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유로6 배기가스 규제와 미국 IIHS에서 실시하는 충돌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함이다.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아예 차를 팔지 못하거나,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유로6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신형 엔진이 탑재되면서 성능도 향상됐다. 2.0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41.0kg.m로 최고출력이 2마력 상승했다. 2.2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로 최고출력은 2마력, 최대토크는 2kg.m 향상됐다.
미국 IIHS의 충돌테스트도 싼타페 더 프라임을 탄생시킨 큰 배경이다. 기아차 신형 쏘렌토의 경우 고장력 강판을 대거 사용한 신규 플랫폼을 통해 IIHS의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응 전이던 싼타페는 스몰오버랩 충돌테스트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은 유럽보다 안전에 더 민감하다. 미국에서 차를 팔기 위해서는 충돌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싼타페 더 프라임은 고장력 강판 비율이 37.7%에서 39%로 늘었다. 증가 폭이 그리 크진 않다. 그럼에도 스몰오버랩 테스트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현대차는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 눈에 띄는 변화
소비자들은 엔진이나 차체 변화보다 시각적인 변화에 더 민감하다. 신차의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손을 봐야 한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헤드 및 테일램프의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변경했다. 마지못한 느낌도 든다. 현대차는 스스로 싼타페 더 프라임이 페이스리프트는 아니라고 했다. 별도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없이 2018년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내의 변화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충분히 신형 투싼에 적용된 신규 디자인을 반영할 수 있었지만, 변화의 여지를 남겼다.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쏘나타, 투싼과 싼타페 더 프라임의 실내 디자인을 비교하면, 싼타페 더 프라임은 옛날차란 느낌이 든다. 특히 신형 쏘렌토만 놓고 비교해도, 싼타페는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디자인은 그대로지만 소재 사용이나 마감은 크게 향상됐다. 특히 플라스틱 가공법을 달리해 조금 덜 저렴하게 처리했다. 또 주요 부위의 페인트 재질을 변경했다. 계기반의 글씨체나 아이콘 등도 변경하면서 느낌을 달리했다.
# 성능은 높아졌지만, 느려졌다?
주행감각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엔진이 변경됐고, 차체 강성도 조금 보강됐지만 이를 알아채긴 쉽지 않았다.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에 대한 변화도 있지만 이 역시 그리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일단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실내 정숙성이다. 기존 모델도 그리 시끄럽지 않았는데, 싼타페 더 프라임은 확실히 조용해졌다. 엔진 소리가 무척 아득하게 들린다. 공회전 소음이나 진동이 크게 억제됐고, 고속으로 달릴 때도 실내가 꽤나 조용했다. 단순 엔진 소음만 차단된게 아니라, 노면 소음도 크게 줄었다. 정숙성에 있어선 독일 브랜드 부럽지 않다.
조용한 실내와 함께 부드러운 가속 느낌은 승차감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싼타페 더 프라임의 강점 중 하나는 승차감이 거의 세단 수준이라는거다. 일단 공간 자체에 대한 부족함이 없다. 특히 2열 시트는 슬라이딩이 되고, 등받이까지 조절된다. 시트 위치 조절을 통해 3열 시트의 공간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엔진 성능이 소폭 상승했지만, 오히려 체감 성능은 더 느려진 것 같다. 무게가 약 50kg 가량 증가했다. 그럼에도 시속 80km까지는 무리없이 속도가 올랐다. 현대차의 설명대로 가속응답성이 꽤 향상된 것만 같다. 하지만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했다. 200마력이 넘는 디젤차치곤 결코 빠르지 않다. 계측기를 동원한 테스트에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약 12초로 나왔다. 구동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쏘렌토에 비해 2초 가량 느렸다.
실제 고속주행에서도 호쾌한 맛은 없었다. 추월을 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반응은 빠르지 않았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다시 탄력을 받기 쉽지 않았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해도 달리질 것은 없었다. 또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스포츠 모드 자체는 큰 의미가 없었다.
가속이 늘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일단 고속으로 달릴때의 안정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래서 가속 능력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현대차는 스티어링의 무게감을 버튼으로 조절할 수 있는 ‘플렉스 스티어’를 마치 획기적인 시스템인 것처럼 자랑했다. 이젠 플렉스 스티어는 자취를 감추고 있고, 주행모드 설정으로 스티어링휠의 무게가 달라진다. 싼타페 더 프라임은 여전히 어느 정도 유격이 있고, 가볍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제법 감각이 우수하다. 또 따지고 보면 이 세그먼트의 국산 SUV 중에서는 그래도 핸들링이 가장 나은 편이기도 하다.
# 더 갈고 닦는다
베라크루즈의 단종이 싼타페에겐 부담이다. 주력 SUV면서 플래그십의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 현대차도 이를 꽤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상품성을 개선한 싼타페 더 프라임에 운전석 및 동승석에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적용했고,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안전운행 자동 감속 기능 등의 안전 및 편의 장비도 새롭게 적용했다. 베라크루즈의 빈자리를 메우는 작업이 한창인 셈이다.
3세대 싼타페는 유독 많은 구설수에 시달렸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팔렸다. 출시 직후부터 단 한번도 판매 상위권을 놓쳐본 적이 없다. 사실상 마땅한 적수도 없다. 이 정도 크기의 수입 SUV라면 가격이 부담스럽다. 싼타페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차는 앞으로도 싼타페의 부족한 점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싼타페 더 프라임은 시작에 불과하다.
* 장점
1.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감각이 주는 승차감.
2. 사륜구동 시스템과 넓은 공간이 주는 실용성.
3. 더욱 강화된 편의 및 안전 장비. 약점이 줄어들고 있다.
* 단점
1. 기존 모델에 비해 무거워졌다.
2. 변속기는 아무런 매력도 특징도 없다.
3. 실내 디자인에 대한 변화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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