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의 실력을 보여 준 아이오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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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은 세계 최고, 동급 최고의 상품성과 연료 효율성을 갖춘 친환경차입니다”
지난1월20일 진행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미디어 시승회에서는 유독 ‘최고’란 단어가 자주 오르내렸다. 사실 이 단어는 다수의 자동차 업체가 신차를 꾸밀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 언제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했는데, 이날만큼은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도대체 차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 걸까’하는 궁금증과 함께 현대차가 말하는 ‘최고’의 차세대 모빌리티를 빨리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새 차 냄새 심하지만 성능은 만족
국산 최초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본격적인 시승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시승은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파주 헤이리 요나루키까지 편도 50km, 60분짜리 코스. 도심과 고속 구간이 골고루 섞여 있어 현대차가 내놓은 야심작의 연료 효율성을 체험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배정받은 차는 52번 번호표가 부착된 파란색 아이오닉. 두 명이 한 조가 됐고, 갈 때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안락한 시트에 앉아 실내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디자인, 마감재 모두 흠잡을 곳이 없었다. 특히, 친환경차를 표방하면서도 스포티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입체적인 D-컷 스티어링 휠과 세련미 있는 기어노브, 그리고 ‘듀얼모드 버추얼 클러스터’라 불리는 7인치 LCD 계기반이 눈에 확 들어왔다. 센터페시아도 균형잡인 레이아웃을 드러내 시각적인 안정감을 줬다.
하지만 한 가지, 새 차 냄새가 심했다.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아이오닉 카탈로그에는 “친환경 소재를 적용해 실내의 불쾌한 냄새를 줄였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마감재에 쓰인 접착제가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쉽기도 하면서, 뭔가 속은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차를 몬지 5~10분 정도 되니 역겨웠던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후각이 마비된 걸 수도 있겠다.
신경을 코에서 손과 발 끝으로 모았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으니 전기 모터가 돌아가면서 도로를 부드럽게 읽어나갔다. 계기반 우측 에너지 흐름도에서는 배터리와 전기 모터가 힘을 쓰고 있다는 게 그래픽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내연기관의 개입은 없었다. 평균연비도 리터당 14~15km에서 17km까지 올라갔다. EV모드로 갈 수 있는 최대 거리는 배터리 충전 상태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현대차가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아이오닉의 경쟁자로 꼽히는 토요타 프리우스는 시속 40km로 1~2km 정도를 전기로만 갈 수 있다.
전기 모터의 힘을 자주 빌려서인지 배터리의 남은 용량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시속 50km를 넘어서자 에너지 흐름도에 변화가 생겼다. 배터리+전기 모터 대신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함께 동력을 만들어냈다.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을 때면 반대로 다시 배터리가 충전됐다. 회생제동 시스템 덕분이다. 급제동 상황에선 모터의 용량만큼만 충전되고, 나머지는 버려진다. 그야말로 낭비다.
그렇게 전기와 내연기관, 그리고 배터리가 구현하는 힘의 흐름을 경험하며 복잡한 서울 도심을 빠져나갔다. 강변북로에 접어들자 문득 아이오닉을 살 사람 전부가 연비 주행만 하지는 않을 거고, 현대차가 아이오닉 내·외관 디자인을 스포티하게 뽑은 이유도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자기 최면(?)을 걸고 도로가 뻥 뚫리자마자 가속성능을 체험했다.
최고출력 105마력(@5,700rpm), 최대토크 15.0kg·m(@4,000rpm)의 1.6 GDi 엔진과 최고출력 43.5마력(32kW, @1,798~2,500rpm), 최대토크 17.3kg·m(@0~1,798rpm)의 전기 모터가 신속한 변속감을 자랑하는 6단 DCT와 만나 두 개의 앞바퀴를 빠르게 돌려 나갔다. 속도계 바늘은 일정한 속도로 상승했고 답답함도 느끼기 어려웠다. 내친김에 기어노브를 D에서 S로 옮겼다. 가속 페달이 더 민감해졌고, 계기반도 순수한 파란색에서 정열적인 붉은색으로 변했다. 화끈하게 달라졌다.
달리기 성능도 마찬가지였다. 변속 시점이 달라지면서 GDi엔진이 내뿜는 사운드가 난폭해졌고, 추월 가속도 더 재빠르게 진행됐다. 운전 재미가 상당했다. 게다가 뒷좌석 아래로 배치된 배터리로 낮은 무게 중심까지 구현해 고속에서나 코너를 돌아갈 때 느낌도 불안하지 않았다. 승차감도 부드러웠다. 앞과 뒤 서스펜션 모두 멀티링크 세팅이어서 깊게 패인 곳이나, 심하게 튀어나온 과속방지턱을 지나갈 때도 불안하지 않았다. 노면의 충격이 유연하게 걸러져 큰 진동이 작은 진동으로 바뀌는 듯했다. 자세를 단단히 유지했다.
짜릿했던 고속 주행을 마치고 다시 도심에 들어섰다. 트립 컴퓨터를 확인해보니 평균연비는 리터당 14.2km를 보여주고 있었다. 목적지인 헤이리 요나루키까지 최대한 연비 주행을 했다. 잠시 뒤 확인한 최종 평균연비는 리터당 17.6km. 연료 효율을 신경(?)쓰지 않고 달렸다는 걸 살핀다면 부족함 없는 수치였다. 17인치 휠을 장착한 시승차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20.2km였다.
요나루키에서 다시 메이필드 호텔까지 차를 몬 동료 기자는 최대한 연비를 생각하며 주행했다. 주행 중 기록한 최고연비는 리터당 38.2km. 목적지에 도착해 확인한 평균연비는 리터당 26.1km였다. 최대한 일정한 속도로 주행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무리하게 속력을 높이거나 급제동만 피할 수만 있다면 아이오닉의 높은 연료 효율성을 만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고보다는 본질에 충실한 차
한 시간 동안 아이오닉을 타며 느낀 게 있다면, 친환경차의 핵심요소인 ‘효율’에 충실한 차라는 점이었다. 거기가 주행성능까지 희생하지 않았다는 게 놀라웠다. 물론 새 차 냄새와 같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지만, 차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봤을 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1월14일 출시 이후 하루 평균 62대가 팔리고 있으며, 20대에서 60대까지 폭 넓은 연령대에 걸쳐 계약되고 있다고 한다. 순조로운 출발이 아닐 수 없다. 첫 단추는 잘 꿴 것 같다. 이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친환경 모델로서의 역할을 주목할 때가 아닐까 싶다. 아이오닉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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