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의 새로운 미래, 신형 아반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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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대차가 내놓는 신차의 디자인은 파격적이다. 한 지붕 아래에 있는 기아차가 비교적 안정감 있는 변화를 추구하는 데 비해, 현대차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는 심정으로 새로운 시도를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간혹 고객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디자인에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기도 한다. 2018년 9월에 등장한 아반떼 AD 마이너 체인지 모델에 붙은 ‘삼각떼’라는 별명도 그 중 하나다.
당시 현대차 디자인 담당 구민철 팀장은 “아반떼 AD가 나왔을 때는 내가 현대차에 입사하기 전이었다”면서 “그 때 바라본 아반떼는 잘 정돈됐지만 뭔가 임팩트가 약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좀 더 변화 있는 모습을 주기 위해 펜더와 보닛을 새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7세대 신형 아반떼(CN7)를 보면, 2년 전 마이너 체인지 모델은 신형의 ‘예고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두 차에는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 부분적으로 삼각형 이미지를 쓴 데 비해, CN7은 전체적인 테마가 삼각형 이미지로 다듬어져 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신차발표회 무대조차도 온통 삼각형이 도배를 했다.
그러다보니 마이너 체인지 모델에서 보였던 어색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신선하고 강렬하며 세련된 이미지만 도드라진다. 특히 프런트 도어에 새겨진 입체적인 무늬가 압권이다. 세 개의 선이 만나는 꼭짓점은 마치 고기의 특수 부위를 칼로 도려내는 카빙(carving)처럼 예리하다. 스쳐지나가는 옆모습만 보아도 신형 아반떼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정도. 물론 이러한 디자인은 사후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옆 차가 문콕을 남기기라도 한다면 이 입체적인 차체를 그대로 복원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게다.
신형 쏘나타와 그랜저는 보닛이 그릴과 직접 만나면서 저속 충돌 때의 손상을 걱정하게 만들었는데, 신형 아반떼는 그릴 위에 파팅 라인이 하나 더해져 있다. 덕분에 보닛이 길어 보이고 훨씬 안정적인 인상을 준다.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한 트렁크 리드는 스텔스 전투기를 떠올리게 한다.
운전석 역시 전투기에 앉은 느낌이 물씬하다. 운전자를 감싸는 클러스터는 아주 멋지지만 왼쪽에 달린 원형 디자인의 역할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나중에라도 이 부분을 활용하는 기능이 추가되길 기대한다.
휠베이스가 20㎜ 늘어나면서 뒷좌석은 더욱 넉넉해졌고, 20㎜ 낮아지고 25㎜ 넓어지고 30㎜ 길어진 차체는 한층 안정감 있고 스포티해 보인다.
신형 아반떼는 1.6 스마트 스트림 엔진과 LPi 엔진이 우선 선보인다.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m의 이 엔진은 기아차 올 뉴 K3에 먼저 얹혔고, 아반떼 마이너 체인지 모델에도 쓰인 바 있다. 변속기 역시 마이너 체인지 때 적용된 IVT 무단변속기를 그대로 썼다.
파워트레인은 그대로지만, 1230~1290㎏이던 기존 체중을 1185~1245㎏으로 감량하면서 운동성능은 한층 민첩해졌다. 주행특성은 이전 모델과 살짝 다르다. 123마력이라는 수치는 그리 넉넉한 파워는 아니지만, 변속기가 최대한 이 힘을 끌어내려 애쓴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6000rpm 정도까지 회전수가 치솟으며 속도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엔진 소음은 상당히 커지지만, 변속이 지연되는 느낌은 적다. 수동 모드를 적절히 활용하면 더 나은 변속감과 가속력을 느낄 수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요즘 자주 사용하는 버튼식이나 다이얼식이 아닌 레버식 변속기를 쓴 점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현대차가 보유한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 아반떼의 진면목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구형에서 선보였던 1.6ℓ 가솔린 터보 204마력 엔진의 호쾌한 가속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현대차는 N버전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시를 이미 예고한 상태. N버전이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 매우 기대된다.
시승차의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키너지 GT 제품으로 225/45R17 사이즈가 장착됐다. 15인치는 한국타이어, 16인치는 금호타이어 제품이 장착되며, 넥센타이어는 선택 받지 못했다. 서스펜션은 무난한 승차감을 보이는데, 과격한 방향전환 때는 제법 끈적끈적하게 버틴다. 섀시가 구형보다 더 단단해졌기 때문에 더 강한 엔진과 만나도 문제없을 것 같다.
앞서 1.6 스마트 스트림 엔진이 장착됐던 기아 K3와 구형 아반떼의 연비는 17인치 기준으로 복합 14.1㎞/ℓ인데, 신형 아반떼는 경량화에 힘입어 14.5㎞/ℓ를 기록한다. 16인치 모델은 14.9㎞/ℓ, 15인치 모델은 15.4㎞/ℓ이고, 15인치 모델의 고속도로 연비는 17.7㎞/ℓ에 이를 정도로 연비가 좋다. 15인치 휠만 장착된 수동 모델의 복합 연비 14.4㎞/ℓ도 훌쩍 뛰어넘으니, 연비 때문에 수동 모델을 고를 이유는 없다.
신형 아반떼의 가격은 1531만원부터 시작하고, 최고급형 풀 옵션은 2467만원이다. 구형(1404만~2568만원)과 같은 개소세를 적용할 경우 최저가형은 195만원 올랐고 최고급형은 6만원 오른 가격이다. 고객들이 많이 선택하는 최고급형 가격은 많이 안 올랐지만, 구형에 있었던 1728만원짜리 스마트 초이스 모델이 없어진 게 아쉽다. 대신 최고급형인 인스퍼레이션에는 대부분의 사양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선루프와 17인치 휠·타이어만을 선택 품목으로 뒀다.
신형 아반떼는 디젤 모델이 사라진 대신, 조만간 하이브리드 모델로 그 자리를 메울 예정이다. 연비를 앞세운 하이브리드, 고성능의 N버전이 더해질 아반떼의 미래가 기대된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현대차의 최근 신차 중 디자인 완성도가 가장 높다. 그거 하나로 충분하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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