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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하이브리드 유토피아’ 토요타 하이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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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하이브리드 유토피아’ 토요타 하이랜더

한국토요타의 시승회는 늘 흥미롭다. 주로 연비 관련 챌린지가 진행되어서인데, 이번엔 색다른 미션이 주어졌다. ‘하이랜더’의 복합 인증연비인 13.8㎞/ℓ를 정확히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고의 연비를 목표로 했던 시승회는 많이 참석했지만 이런 미션은 처음이라 참석한 기자들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준대형 SUV

하이랜더는 RAV4 위에 자리하는 준대형 SUV다. 지난 2000년 처음 출시되었고, 이번에 한국에 상륙한 차는 2019년 등장한 4세대 모델이다.

[시승기] ‘하이브리드 유토피아’ 토요타 하이랜더

차체 크기는 길이 4965㎜, 너비 1930㎜, 높이 1755㎜이고, 휠베이스는 2850㎜다. 길이의 경우 현대 싼타페(4785㎜)보다는 180㎜ 길고, 팰리세이드(4995㎜)보다는 30㎜ 짧다. 휠베이스는 싼타페(2765㎜)보다 85㎜ 길고 팰리세이드(2900㎜)보다는 50㎜ 짧다. 그러니까 싼타페와 팰리세이드의 사이에 있으면서 팰리세이드에 조금 더 가까운 크기로 보면 된다.

수입 SUV인 쉐보레 트래버스나 포드 익스플로러에 비하면 크기가 작다. 미국에서도 이들 차종에 대항하는 차는 휠베이스를 늘인 ‘그랜드 하이랜더’다. 3열 승객의 공간이 여유 있는 팰리세이드, 트래버스, 익스플로러와 달리, 하이랜더의 3열 공간은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다.

대신 1, 2열은 공간이 넉넉하고 시원시원하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12.3인치로 시인성이 좋고, 자주 손이 가는 공조 장치는 다이얼 타입으로 만들어 운전 중에 조작하기에 편하다.

◆파워와 경제성 모두 잡은 파워트레인

[시승기] ‘하이브리드 유토피아’ 토요타 하이랜더

하이랜더는 최고출력 188마력의 직렬 4기통 2.5ℓ 엔진에 134㎾(182마력) 전기모터를 조합해 총 출력 246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4400rpm에서 23.9㎏·m를 뿜어내고 공차중량은 2085㎏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230마력에 공차중량 1830~1910㎏(AWD 기준)인데, 마력당 중량비를 비교하면 싼타페는 1마력당 7.96~8.30㎏, 하이랜더는 8.48㎏이다. 하이랜더의 출력이 더 높지만, 차체가 더 크고 무거우므로 마력당 중량비는 불리하다.

그런데도 하이랜더의 주행성능은 훌륭하다. 에코, 노멀, 스포트 등 세 가지 드라이빙 모드 중 특히 스포트의 발진 가속성능은 상당히 경쾌하다. 과거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단점으로 밋밋한 가속성능이 지적됐는데, 하이랜더는 그런 점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승차감은 쫀쫀하면서도 안락함을 잘 살렸다. 브리지스톤 제품의 235/55 R20 타이어와 궁합도 잘 맞는 편. 노면의 소음도 잘 억제돼 있고, 충격 흡수 능력도 좋다.

◆궁금했던 연비는 과연 얼마?

[시승기] ‘하이브리드 유토피아’ 토요타 하이랜더

하이랜더의 국내 인증 연비는 도심 14.3, 고속도로 13.3, 복합 13.8㎞/ℓ다. 경쟁차종의 연비를 보면, 하이랜더보다 차체가 크지만 공차중량은 똑같은 포드 익스플로러 2.3은 도심 8.1, 고속도로 10.2, 복합 8.9㎞/ℓ이고, 현대 싼타페 하이브리드(AWD, 19인치 기준)는 공차중량이 1910㎏으로 더 가벼운데, 연비는 도심 13.8, 고속도로 12.3, 복합 13.1㎞/ℓ다. 팰리세이드 가솔린 3.8(AWD, 20인치 기준)의 연비는 도심 7.6, 고속도로 10.0, 복합 8.5㎞/ℓ다. 그러니까 연비 면에서는 비슷한 급에서 하이랜더가 가장 우수하다는 결론이다.

이렇게 연비에 자신 있는 토요타이기에 이날 시승회에서는 최고 연비 대신에 인증 연비를 정확히 달성하라는 특이한 미션을 부여한 것이다. 연비 대결에서 늘 자신 있었던 기자는 이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계기반을 열심히 주시하며 달렸다.

특이한 점은 조금만 ‘방심’을 하면 연비가 쑥쑥 올라가 임무 달성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코와 노멀, 스포트 모드를 골고루 써가며 달리는데도 연비는 좀처럼 15㎞/ℓ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이 차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13.7~14.0㎞/ℓ 사이의 연비에서 소위 말하는 ‘깃털 악셀링’ 신공을 동원했고, 도착 지점에서는 정확히 13.8㎞/ℓ의 연비를 찍었다. 반환점에서 다시 출발지로 돌아올 때는 동승 기자가 운전했는데, 나와 이런저런 잡담을 주고받으며 대충 달렸는데도 18.0㎞/ℓ를 훌쩍 넘겼다. 행사에 참여한 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연비가 너무 잘 나와 낮추기가 쉽지 않았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승기] ‘하이브리드 유토피아’ 토요타 하이랜더

◆가격 경쟁력은 과연?

하이랜더의 가격은 6660만~7470만원이다. 가격에 대한 반응은 ‘적당하다’와 ‘약간 비싸다’라는 반응이 공존한다. 적당하다는 의견은 좋은 연비를 지닌 7인승 수입 SUV라는 점, 미국 SUV보다 상대적으로 더 꼼꼼한 마무리와 내구성을 높게 샀기 때문이다. 반면 앞서 언급한 경쟁차들보다 대체로 비싼 가격은 선택을 주저하게 할 수 있다.

현대 팰리세이드는 최고급형인 캘리그래피에 HTRAC, 듀얼 선루프, VIP 패키지를 모두 더하면 6006만원,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캘리그래피에 7인승+파노라마 선루프+파킹 어시스트+크렐 사운드를 더하면 4613만원이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5640만~6615만원이고, 최고급형에 앞뒤 머드 가드, 사이드 스텝, 루프 크로스바를 더하면 6767만원이 된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2.3이 6865만원, 3.0이 7895만원이다. 덩치가 더 큰 경쟁차들의 가격이 더 싸거나 비슷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시승기] ‘하이브리드 유토피아’ 토요타 하이랜더

종합해 보면,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SUV를 타고 싶은 이라면 하이랜더는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국산 하이브리드 SUV에서 나타났던 엔진 관련 품질 문제도 하이랜더는 아직 문제가 된 적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요타는 올해 상당히 많은 신차를 내놨고, 현재까지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인데, 이런 여세를 몰아서 픽업트럭인 ‘툰드라’도 들여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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