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하이브리드의 반란, 토요타 프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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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하이브리드하면 떠오르는 몇몇 단어가 있다. 효율과 실용성, 연비, 차분함, 정숙성, 심심함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4세대 신형 프리우스는 지금 것 알고 있던 단어들과 반대의 느낌이 강하게 묻어난다. 하이브리드 차라는 기본적인 목적은 가져가면서 역동적인 운동성능과 탄탄한 주행감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연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미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보여줘야 할 방향성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의 반란, 그 중심에 프리우스가 있다.
적응이 필요한 파격적인 첫 인상
프리우스의 반란은 강렬한 디자인에서 시작된다. 사실 지금 것 보지 못한 파격적인 디자인이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날카롭게 찢은 헤드램프와 삼각형 모양의 주간운행등, 가파르게 깎아 내린 보닛라인 등이 그렇다. 전체적으로 크기를 키운 차체는 세로로 길게 디자인한 독특한 테일램프와 커다란 유리창 등으로 더욱 존재감을 나타낸다.
곳곳에는 효율을 생각한 프리우스만의 특징이 눈에 띈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루프 끝 라인을 앞쪽으로 당겼고, 뒷 유리창 각도도 부쩍 눕혔다. 사이드미러와 램프 끝에는 ‘에어로 핀’을 그려 넣어 공기흐름을 원활히 했고, 15인치 휠과 195mm 급의 타이어도 이 차의 본질을 알게 해준다. 이런 구성이 디자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낯설고 파격적인 첫인상만큼은 분명하다.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것도 사실이다. 그저 하루빨리 눈에 익기를 바랄 뿐이다.
신선한 구성, 여유로운 공간
전체적인 실내 구성이나 쓰임새는 이전 모델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대시보드 위에 불쑥 나온 길다란 계기반부터 차이를 보인다. 커다란 4.2인치 풀컬러 모니터 두 개를 붙여 시인성이 좋아졌다. 실시간 에너지 흐름은 물론 현재 내 차의 정보를 보기 쉽게 정렬했다. 시동을 켤 때 나타나는 입체적인 에니메이션도 볼거리 중 하나다.
이 외에 센터페시아 가운데에 위치한 터치 모니터와 공조장치, 앙증맞은 변속기 등 깔끔한 구성은 여전하다. 간단한 수납함으로 구성된 센터터널은 500ml 생수병을 꽂아도 팔꿈치에 걸리지 않는다. 그만큼 낮게 설계돼 넓은 개방감을 보여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무선 충전기 등도 신선한 구성이다. 여기에 위-아래를 유광 블랙과 화이트 소재로 꾸민 실내는 더욱 화사해 보인다.
기존 3세대 프리우스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실내 공간도 부쩍 넓어졌다. 배터리 팩 위치를 뒷좌석 밑으로 옮겼고, 머리 윗 공간을 깊게 파 놓아 승객 및 트렁크 공간을 여유롭게 확보했다. 효율 따지는 하이브리드차가 공간 작아서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말은 프리우스 앞에서는 안 통할 것 같다.
하이브리드 연비 끝판왕
시승 코스는 잠실에서 김포까지 올림픽 대로와 강변북로를 오가는 약 50km 구간에 걸쳐 진행됐다. 일반적인 출퇴근길 운전자 상황을 가정한 고속화도로 및 시내 코스였다. 처음 갈 때는 하이브리드 연비 효율을 끝까지 끌어 올려보기로 했다. 규정속도를 유지한 체 상습 정체구간에서는 미리 브레이크를 밟아 제동거리를 확보했고, 최대한 타력 주행을 통해 연비를 올렸다.
작정하고 끌어올린 연비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트립컴퓨터상 숫자(l/100km)는 하염없이 내려갔고, 최종 도착지에서의 연비는 리터당 34.4km를 기록했다. 정말 계기반에 찍힌 숫자가 맞는지 알고 싶어서 다른 차들을 살펴봤더니 더 가관이다. 최대 평균연비 41km/l까지 나온 차들도 제법 있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이젠 단순히 효율을 넘어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제는 하이브리드 기술에 완성도를 논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전기 배터리의 힘으로 가다가 엔진이 작동하는 과정도 매끄럽고 급가속을 하거나 급제동을 할 때 특유의 전기모터 소리를 비롯해 이질감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배터리 충전 또한 발전을 이뤘다. 충전 시간은 물론 밀도가 높아져 쉽게 떨어지거나 힘겹게 충전되지 않는다. 그 결과 EV모드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저절로 더 높은 연비를 뽑아낼 수 있었다. 완성도 높아진 하이브리드 기술의 끝판왕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기대 이상의 운동성능
그렇다면 달리는 감각은 어떨까? 돌아오는 길에는 연비상관없이 시원스럽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급가속과 추월가속도 느껴보며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운전하는 상황을 가정해 드라이빙을 이어 나갔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내가 알던 하이브리드차 맞나 싶을 정도로 뛰어난 주행감을 선사했다.
이 차의 키워드는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로 파워트레인, 플랫폼, 저중심화, 안전성능 등에서 차의 기본 성능과 상품성을 큰 폭으로 향상 시킨 것을 의미한다. 실제 토요타는 신형 프리우스를 만들면서 운전 재미에 초점을 두고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운전이 재미있고 멋진 차, 갖고 싶고 계속 타고 싶은 토요타 차’를 만드는 것이 프리우스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목표였다.
이런 토요타의 노력이 차 곳곳에 묻어있고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해진다. 힘겹거나 벅찬 가속감은 찾아볼 수 없고 시종일관 시원스럽게 차가 뻗어 나간다. 핸들링은 민첩하게 앞 바퀴에 전달하며, 무게 중심이 한 층 낮아져 고속이나 코너를 돌 때도 불안함이 없다. 효율을 생각한 타이어만 아니면 더 적극적인 운전을 해도 무리가 없는 세팅이다. 시승 막바지에는 패들쉬프트도 달아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만큼 프리우스는 꽤 역동적이며, 운전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다.
고정관념 깨부수기
통상 하이브리드차라면 갖고 있는 몇몇 고정관념이 있다. 이런 틀에 박혀 조금 더 높은 연비를 선보이고 더 효율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차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프리우스는 이런 경쟁모델을 비웃으며 한 걸음 더 진화된 방향으로 나아갔다. 디자인부터, 주행성능까지 기존 고정관념을 깨부수기에 충분했고, 기본적인 하이브리드 효율 부분은 절정에 오른 느낌이다. 왜 일본에서 10만대 이상 팔리며 품귀현상을 빚었는지 이해가 갔다. ‘하이브리드차’의 정의를 새롭게 써 내려갈 프리우스의 반란이 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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