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하이브리드의 두얼굴...인피니티 Q50S, 렉서스 ES30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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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하이브리드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는 없었다. 폭스바겐 사태로 독일 디젤엔진에 대한 맹신이 한풀 꺾이면서 소비자들 또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찬찬히 따지고 보니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우리 소비자들의 운전 성향에는 더 들어 맞았다. 정체구간이 많은 거리를 달리는 경우 디젤보다는 하이브리드가 제격이고 정숙성이나 부드러운 느낌도 우리와 맞았다.
어수선한 시국 들어 판매량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는건 인피니티 Q50S와 렉서스 ES300h 같은 프리미엄 하이브리드다. 적어도 독일차만큼 높아진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데, 적어도 이들은 어지간한 엔트리 독일차를 훌쩍 넘는 상품성과 품질을 지녔다.
하이브리드들이라고 성향이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엔진과 변속기, 여기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는 차종과 세팅별로 개성이 명확해진다. 적어도 조합에 있어서 경우의 수가 일반적인 가솔린 혹은 디젤차에 비해 더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방식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있다고 해도 성격은 완전히 다른 경우가 있다. 적어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가 더 확실히 담기는 셈이다.
세계 최초 양산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 도요타는 엔진의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역할에 중점을 뒀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가솔린 엔진을 그저 가볍게만 보조하고 널리 보급하는데 주 목적이 있었다. 닛산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성능 향상을 노렸다. 이런 방향성은 그들의 고급 브랜드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 하이브리드라고 다 같지 않다
인피니티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브랜드다. 하지만 분명 렉서스에 비해 훨씬 많은 기업의 영향을 받는다. 적어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긴밀한 제휴 관계의 도움이 크다. 그래서 렉서스는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모델만 내놓는 반면, 인피니티는 디젤 엔진까지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Q50은 이런 인피니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메르세데스-벤츠와 공유하는 디젤 엔진과 닛산이 자랑하는 VQ 엔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등이 Q50 안에 공존하고 있다. 여기에 작명법, 디자인, 신기술 등 모든 면에서 인피니티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Q50S는 우리가 친숙하게 접했던 하이브리드와는 조금 다르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효율보다는 성능에 더 무게가 실렸다. 렉서스와는 정반대며, 오히려 BMW와 닮았다. 인피니티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가장 빠른 하이브리드’라는 기네스 기록도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면서도 3.5리터에 달하는 큰 엔진이 탑재된 점이 특징이다.
렉서스는 도요타에서부터 이어온 하이브리드를 꾸준하게 발전시켰다. 누가 뭐래도 하이브리드에 있어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브랜드다. ES300h는 렉서스 하이브리드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조용하고 효율이 뛰어난 가솔린 엔진과 CVT 변속기, 제법 용량이 큰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효율을 극대화시킨다.
# Q50S, 하이브리드 스포츠 세단
추구하는 바가 다르니 주행 감각은 판이하다. 인피니티는 고급스러움과 동시에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브랜드다. 그들의 가솔린 모델은 가히 폭발적이다. 여기에 후륜구동, 탄탄한 차체, 탄력적인 하체가 뛰어난 핸들링 성능까지 이끌어낸다. Q50S도 다르지 않다. 하이브리드가 그저 연비가 좋은차로 느껴진다거나 재미 없는 차로 인식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3.5리터 V6 엔진과 7단 변속기 사이에 위치한 전기모터는 철저하게 성능을 배가시킨다. 마치 성능 위주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느낌이 비슷하다. 시스템 출력은 364마력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1초에 불과하다. 따지고 보면 포르쉐 박스터보다 빠르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전기모터는 폭발적인 추친력을 보탠다. 터보 차저에 비해 이질감은 조금 들지만 차를 밀어부치는 힘은 오히려 더 강력하다. 배터리가 충분할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뒷목을 잡아댕긴다.
또 대부분의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의 최대토크가 수그러드는 고속 영역에서부터 가속이 갑작스레 약해지는데, Q50S는 가솔린 엔진의 힘도 출중하기 때문에 가속이 꾸준하다. 또 인피니티 특유의 날카로운 고회전 감각과 자극적인 사운드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Q50S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지 영락없는 스포츠세단이다. 후륜구동의 날렵함이 살아있다. 더욱이 주행모드 변경에 따른 성격 변화가 확실하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어떤 하이브리드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함과 예리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민첩함이 부각된다.
세계 최초로 탑재된 ‘DAS(Direct Adaptive Steering)’는 응답성이 빠르고, 민감하다. 유압 혹은 전기모터, 기어, 베어링, 스티어링 칼럼 등 복잡한 기계 부품 대신 전자 제어 신호를 통해 방향을 조작한다. 일명 ‘스티어 바이 와이어(Steer by Wire)’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방의 카메라가 도로를 분석하고 운전자의 운전 습관, 속도 등을 계산해 조향 각도가 설정된다. 그래서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스티어링 조작이 불안정하지 않다. 직진성이 무척 뛰어나고, 무엇보다 신뢰감이 높다. 묵직한 스티어링은 유격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 ES300h, 정도를 걷는다
렉서스도 최근 고성능 하이브리드임을 피력하고 있지만 인피니티에 비해서는 매우 얌전하다. ES300h는 효율과 정숙성, 넓은 실내 공간을 강점으로 한다. 렉서스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전기모터는 역시 강력하다. 인피니티에 비해 전기모터의 반응이 민감하진 않지만, 시내에선 전기모터로만 미끄러지듯 움직일 수 있다. 또 에너지재생회동 시스템 등으로 배터리의 충전도 빠르다. 효율에 있어서는 의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Q50S가 회전수를 끝까지 높이며 쾌감을 얻는다면, ES300h는 잔잔하고 편안하다. 급가속만 하지 않는다면 도심에서는 적막함에 사로 잡힌다. 워낙 조용하다보니 마크 레빈슨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더 셈세하게 들리고, 승객과의 대화도 용이하다.
Q50S가 후륜구동으로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다면 ES300h는 전륜구동인 덕택에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넓은 공간은 정숙성과 더불어 안락함을 만들어주는 주요한 요소다.
전륜구동은 아무래도 다루기도 쉽다. 더욱이 신형 ES300h는 고장력 강판으로 뼈대 주요 부위를 보강했고, 구조용 접착제도 확대 적용했다. 차체가 더 견고해졌고, 핸들링 및 승차감 확보를 위해 서스펜션도 조정했다. 코너에서 한계가 높아지긴 했지만 ES300h는 어디까지나 패밀리세단이고 이에 충실하다.
사실 초기 일부 제조사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에너지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 세워야 했다. 마구 가속하며 운전하다보면 오히려 일반 가솔린 엔진 자동차보다 연비가 좋지 않은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가 판매되기 시작한지도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하이브리드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도요타는 언제나 이를 이끌고 있다.
ES300h는 전기모터와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엔진을 쓰지 않고도 꽤 높은 속도, 꽤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별도로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을 뿐이지, 결국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롤모델로 삼는 셈이다.
정속 주행에서도 에너지의 흐름은 시시각각 변한다. 가속페달 조작에 따른 시스템 변화가 민감하다. 그러나 이젠 그 흐름을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우수한 연비가 나온다. 가속페달에서 그저 발을 살짝 떼는 것만으로 엔진은 멈추고 배터리는 충전된다. 치밀한 하이브리드는 선순환이 반복된다.
# 하이브리드의 재평가
Q50S와 ES300h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차지만, 하이브리드가 갖는 장점을 모두 품고 있다. Q50S도 출발과 저속 주행에서는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힘으로만 갈 수 있다. 그 거리가 짧긴 하지만 엄연히 기름 한방울 쓰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차다. 어지간한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수준의 성능이지만 연비는 12.6km/l에 달한다.
ES300h의 경우 스포츠 모드로 엔진과 전기모터를 적극 활용해 달릴 수 있다. 과격하진 않아도 스포티한 분위기는 연출할 수 있다. 무게 중심은 달라도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장점을 두 모델 모두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의 성격이 다른 만큼 두 차의 더 큰 공통점은 실내 공간의 치밀함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브랜드 모두 소재 사용과 마감에 있어서는 둘째라면 서운하다. 가죽의 질감이나 꼼꼼한 바느질, 플라스틱 마감은 독일 브랜드를 충분히 앞선다.
우리나라에서 하이브리드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브랜드는 그렇게 많지 않다. 독일 브랜드와 디젤 엔진이 떠들썩하게 시장을 휩쓸었다. 하이브리드는 자신의 특성처럼 조용하게 있던 경향이 있다.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조용히 기술력을 높였고, 이젠 다시 오를 기회도 마련됐다. 다양성, 차별화란 측면에서도 개성이 뚜렷한 하이브리드는 재평가 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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