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프리미엄 전통이 그대로 담겨진 전기차..벤츠 EQC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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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전통을 중요시하는 프리미엄 제조사들은 때때로 변화와 혁신에 한발 늦은 모습을 보이곤 한다. 정확히는 관망을 하기보단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고 확실한 판단이 설때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뛰어드는 셈이다.
시장 선점 효과는 놓칠 수 있지만 완성도 높은 품질로 그들이 가진 프리미엄이라는 ‘명성’은 유지된다. 여전히 낯선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독일의 프리미엄 제조사 들은 이제서야 기지개를 펴고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진출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양산형 전기차 EQC는 130년이 넘는 내연기관의 왕좌를 굳건히 지킨 브랜드의 다음 세대를 이끌 첫 시발점이다.
■ 특이하지 않은 전기차, 전기차도 결국은 자동차
위로 활짝열리는 팔콘 도어, 1열과 2열이 마주보고 열리는 수저사이드 도어도 없다. 독특한 디자인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전기차는 미래차에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적인 자동차 형태를 벗어나는 디자인의 적용이 당연하다는 듯 제조사들은 독특한 상상력을 동원해 접근하려 한다.
그러나 벤츠는 전기차도 일반적인 자동차 형태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언제 어느 곳에서 누구든지 이질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EQC는 전기차임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저 벤츠의 새로운 SUV일 뿐이다.
GLC를 원재료로 빚어낸 EQC는 외관 어디에서도 GLC의 흔적을 찾아낼 수 없다. 낮고 길게 변한 EQC는 전혀 다른 차라고 인식된다. 전면의 커다란 삼각별 엠블럼과 유광 블랙마감으로 처리된 모습부터 측면의 늘씬한 비율, 일자로 이어진 후면램프는 전기차인 EQC만의 디자인이 아닌 차세대 벤츠 SUV임을 암시하는 디자인으로 받아들이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새롭다.
안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낯설음보단 익숙함이 먼저 반긴다. 폭신하지만 운전자를 알맞게 지지해주는 시트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영락없는 벤츠 디자인이다.
운전대부터 공조버튼, 인포테인먼트 동작까지 기존 벤츠의 사용자 경험이 그대로 이어졌다. 외관에서부터 이어져온 이질감 없는 방식의 차량 제작 방식이 실내까지 이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로즈골드 색상으로 마무리한 에어벤트와 다른 모델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시보드의 마감재는 EQC만의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타이즈와 유사한 촉감이 느껴지는 대시보드 마감재는 다른 모델에 확대 적용해도 괜찮을 듯 싶다.
뒷좌석은 전기차이지만 가운데 불룩 솟은 센터터널을 제외한다면 만족스러운 공간을 보여준다.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탑재되는 방식은 여느 전기차와 동일하지만 GLC를 베이스로 한만큼 센터터널을 평평하게 제작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E클래스나 S클래스와 동일한 방식으로 연결된 2개의 디스플레이는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환경에서도 선명한 해상도를 보여준다. 가속과 제동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시시각각 다른 색상으로 속도의 변화를 알려준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전기차의 효율을 높이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준다.
다만, EQC에 마련된 USB-C 타입의 연결단자는 소소한 아쉬움이다. 1열에 3개의 연결단자와 2열 2개의 연결단자 어디에도 타입 A 방식을 찾아볼 수 없다. 갤럭시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휴대폰의 소비자들은 큰 불편함이 없지만 아직까지 타입C가 적용되지 않은 아이폰 사용자라면 별도의 단자가 필요한만큼 거추장스러운 준비물이 필요해 보인다.
■ 맛깔나게 매만진 주행성능, 전기차의 편견을 깨다
EQC의 주행 감각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바퀴가 구르기 시작할 때부터 제동에 이르기까지 단 한순간도 ‘벤츠’다움을 잃지 않는다.
EQC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승차감. 다양한 벤츠를 타본 소비자라도 단숨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만큼의 편안한 감각을 선사한다. 도로의 상황을 결코 탓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전륜에는 전통적인 코일 스프링 방식이 적용됐지만 후륜에는 에어스프링이 적용된 점도 EQC만의 특징이다. 여기에 무거운 배터리가 차체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다 보니 SUV로서는 기대 이상의 몸놀림을 이어간다.
토크가 높은 전기차 특성상 세심하게 가속페달 조작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불쾌하게 느껴지는 가속감도 EQC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모터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77.4kgf.m에 이르는 강력한 힘을 자랑하지만 결코 경박스럽게 출력을 뽐내지 않는다.
특히 회생제동시 이질감으로 전기차에 대한 선입견이 짙어진 이들에게도 EQC는 운전자에 따른 총 4가지 제동모드를 제공한다. 회생제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D+모드부터 원페달 주행이 가능한 D- 모드까지 운전자는 입맛따라 본인이 원하는 방식의 회생제동을 설정할 수 있다.
물론 경쟁업체들도 회생제동의 폭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들을 넣긴했다. 그러나 완성도의 차이는 비교불가 수준이다.
서서히 골목길을 빠져나와 본격적인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EQC는 시종일관 안정적인 움직임과 높은 정숙성으로 나아간다. 전기차니까 당연히 조용하겠지 하는 삐뚤어진 시선도 EQC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최고속도에 버금가는 빠른속도에서도 동승자와 뒷좌석 승객과의 대화톤이 쉽사리 높아지지 않는다. 여기에 특유의 고속 주행 안정감까지 더해져 편안한 장거리 주행의 피로도는 여느 고가의 세단과 비교에도 뒤쳐지지 않는다.
우려했던 주행거리 역시 실주행에서는 배터리 잔량을 수시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벤츠가 발표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국내기준 309km. 그러나 빠른 가속에 취해 오른발을 끝까지 밀어부치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주행거리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회상제동 모드를 활용한다면 누구든지 가능한 주행이였다는 점에서 지레 겁먹고 짧은 주행거리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 완성체 업체가 보여준 전기차의 노하우
테슬라가 쏘아올린 전기차 경쟁은 이제는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마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환경과 미래의 후손을 위함이라는 거창한 말은 뒤로하더라도 수십년째 이어지는 석유고갈 상황을 염두해둔다면 결국은 전기차가 미래차의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대중적인 제조사부터 프리미엄 제조사까지 뛰어든 전기차 경쟁은 100년이 넘게 이어온 내연기관의 경쟁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동차라는 본질을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제작해온 그들의 방식은 결코 전기차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을 거란 판단이다.
4개의 바퀴로 구동력이 전달되고 오른발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방식은 전기차 시대에도 유효하다. 자율주행시대가 한발짝 한발짝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전기차의 대중화만큼 완전자율 주행시대는 인프라와 관련규제 때문에라도 더딘 속도로 우리곁에 스며들 것이다.
벤츠는 참신함, 독특함 등으로 무장한 신생 전기차 업체보다 눈에 띄는 부분이 없지만 EQC를 통해 전통의 가치와 높은 완성도를 무기로 1세대부터 전기차도 내연기관과 다르지 않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전기차라는 공산품을 앞서나간 미래 아이콘의 시선으로 바라볼지 당장의 운송수단의 한 종류로 바라볼지는 소비자들의 몫이다. EQC는 후자에 가까운 선택지이지만 당장 도로에 나서 앞선 미래차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후회없는 선택지 중 하나로 지목되기에 부족함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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