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푸조 508SW, SUV 시대 왜건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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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카 김경수 기자] 푸조 508 SW를 시승했다. 2010년 1세대 데뷔 후 부분변경을 거친 최신 모델이다. 푸조의 플래그십이지만 한국은 ‘왜건의 무덤’이라 불릴만큼 녹록치 않은 곳. SUV 인기를 언급할 필요조차 없이 왜건은 국내시장에서 줄곧 외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출시와 판매를 이어가는 한불모터스에 그저 ‘뚝심’으로 치부하기엔 부족하다. 분명한 이유가 궁금했다.
■ 스타일링과 효율성을 동시에
전통적으로 해치백과 왜건은 유럽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소형부터 준중형급으로 해치백이 중형이상부터는 왜건이 통상적이다. 푸조 508 SW는 중형 왜건의 전형으로 이전세대부터 줄곧 푸조의 판매 중심에 서 있다. 다만 유럽시장에서도 이전 SUV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왜건의 인기가 예전만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판매의 중요한 축 임에는 부인할 수 없을 터.
우선 외관 스타일링은 누구라도 합격점을 매길 수 있을 만큼 눈길을 끈다. 멀리서 보면 전체적으로 날카롭게 선과 면을 다듬어 도시적인 감성을 가진 첨단 왜건이미지를 가지는 듯 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전후 펜더와 범퍼는 풍만한 볼륨감을 제대로 살리고 있었다. 3008로 시작한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은 508 라인업에서 그 절정을 이룬 듯 하다.
전장 4,780mm로 이전 세대보다 30mm 더 키웠다. 늘어난 길이는 그대로 적재공간으로 반영했는데, 턱을 낮추는 등 사용성까지 개선한 점이 눈에 띈다. 전장 외에는 전고(1,420mm)와 전폭(1,860mm), 그리고 휠베이스(2,800mm)로 전 세대와 변함이 없다. 측면에서 보면 A, D필러를 극단적으로 뉘여 전체적으로 차체가 날렵하고 낮게 깔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휠 하우스를 꽉 채운 18인치 휠도 한껏 고급감을 과시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또 브랜드 아이덴티티 가운데 하나인 사자 송곳니를 형상화한 전후 램프도 디자인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시선을 잡아끈다. 프레임 리스 도어도 동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옵션인데 감각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전해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푸조 508 SW의 디자인 백미는 인테리어. 특히 독특한 퀼팅 문양으로 앞뒤를 꾸민 가죽시트는 고급감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수평기조의 대시보드 디자인은 눈이 즐거워질 만큼 화려하다. 측면에서 보면 계단형으로 대시보드를 꾸몄는데, 질감이 플라스틱인 점이 도드라지는 점을 제외하면 질리지도 않고 보기에도 산뜻하다. 운적석쪽으로 약간 돌아선 8인치 터치 스크린은 토글 스위치와 함께 사용성도 우수하고 감각적인 디자인도 뽐내고 있다. 참고로 토글 스위치 버튼은 사용이 빈번한 순으로 운전석쪽에 가까이 배치했다.
계기판은 12.3인치로 넓고 좌우로 길게 집어넣었는데 푸조의 스타일링을 이어받아 운전대 위로 보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차들과 비교하면 운전대가 조금 작다. 전 세대에선 운전대와 계기판 배치가 어중간한 느낌이었는데 2세대로 거듭나면서 깔끔하게 해소해 냈다.
■ 비로소 플래그십의 주행감각이 느껴진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기본적인 제원 등을 먼저 검토해본다.
2세대 푸조 508 SW 파워트레인은 2.0 BlueHDi 디젤 엔진과 EAT8 8단 자동변속기(Efficient Automatic Transmission)가 맞물린다. 2.0 BlueHDi 엔진은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2 kg.m를 낸다. 표시한 복합 연비는 기준 13.3 km/ℓ(도심 12 km/ℓ, 고속 15.5km/ℓ). 다만 실제 700km 이상 운행해 본 결과를 보면 도심에선 고속도로에 육박하는 연비를 냈고, 고속도로에선 20km/ℓ에 가까운 연비를 쉽게 기록할 수 있었다. 시승차는 GT라인으로 5,190만원이다.
일반적으로 높은 연비와 함께 효율을 내세우는 차들은 다른 한켠으로 운전자가 소음이나 이질감 혹은 변속 충격 등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푸조 역시 MCP로 곤혹을 치렀던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시승한 푸조 508 SW EAT8 변속기는 주행감성을 대폭 끌어올리며 효율과 기능성 양쪽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바이 와이어(by wire)’ 기술을 적용하여 기어 레버와 변속기가 기계적 연결 없이 전기신호를 주고 받아 작동한다. 부품의 개수와 부피가 줄어 효율과 정확도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기술적 진보가 느껴질 정도.
하체는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로 중형차급에선 전형적인 방식. 다만 푸조의 하체 셋팅은 이미 전문가들로부터 호평받아와 의심의 여지가 없을 터. 시원한 도로를 향해 엑셀링을 시작했다.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로 스포츠 주행에 적합한 성격의 타이어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점은 1세대 508 세단, SW, RXH 등 어떤 모델들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훌륭한 차음 그리고 진동 억제력이었다. 전 세대 푸조 508은 플래그십이라고 하기엔 어색하리만큼 NVH를 논하기에 부끄러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신형에선 그런 점들을 해소한 점이 눈에 띈다. 수백km 장거리 주행에서 확인한 바 확실히 전 세대보다 성장한 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불거리는 산길 코너를 과감하고 빠르게 돌아나가는 과정에서도 중심이동이 꽤 자연스럽다. 과감하게 감속과 가속을 이어나가더라도 피칭과 롤링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휠베이스가 길거나 왜건형 모델에서는 자주 피칭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운전자에겐 불편한 점이기도 한데 푸조 508 SW의 조종성과 접지력에는 합격점을 줄 만 하다.
또 하나 장점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고속주행. 쭉 뻗은 도로에서 속도를 더해가는 과정은 상쾌한 경험이었다. 40.82 kg.m의 최대토크를 실 사용구간에 밀어넣음으로서 초반부터 차체를 밀어내는 힘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 여기에 주행모드를 나눠 운전의 재미를 부여한 것도 한 몫 한다. GT 엠블럼이 당당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 Driver’s Note
왜건의 입지는 SUV에 밀려 점차 좁아지지고 있지만 푸조 508 SW는 ‘달릴 줄 아는 왜건의 맛’을 잘 살리고 있다. 다만 국내시장에서는 왜건 그 이름 자체가 스스로 큰 고비를 만든다. 그럼에도 스타일링과 효율성, 주행감각 등 어느부분에서도 놓치기 힘든 매력을 품고 있다. 종합해보자면 푸조 508 SW는 SUV 혹은 세단이 따분한 스피드 마니아들에게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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