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푸조, 508 GT 2.0 Blue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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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 바깥 세상의 형편을 모르는, 견문이 좁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리고 한 자동차 회사가 우물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다. 바로 푸조다.

푸조가 대담한 발표를 했다. 1991년 미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28년 만에 재진출 하겠다고 발표한 것. 미국 시장이 어떤 곳이던가? 지금이야 중국에게 밀렸다고 해도 여전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유럽시장에서 푸조는 폭스바겐 다음으로 잘 파는 브랜드다. 하지만 유럽 얘기일 뿐이다. 아래 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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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크게 유럽, 중국, 북미, 인도 시장을 잡아야 한다. 전 세계 시장에서 고루 팔리는 토요타가 세계 1위를 지킬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그렇다면 푸조는 어떨까? 현대자동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가장 큰 시장인 북미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래서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이다.

푸조는 어떤 전략을 내세울까? 고급화와 소비자 신뢰도 향상을 중심에 내세우고 있다. 먼저 PSA 그룹 내에서 대중적인 성격은 시트로엥과 오펠이, 준 프리미엄 성격은 푸조가, 마지막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는 DS가 담당한다.

푸조에서는 영국의 JD 파워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1위를 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프랑스 차 괜찮아?’라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함일 것이다. 이번 조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신규 차량을 대상으로 했으니까 그동안 푸조도 적지 않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2세대 508은 푸조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가장 신경 쓴 카드다. 소형차와 해치백 위주의 푸조 라인업에서 508은 가장 크면서 고급스러운 모델이다. 경쟁 모델도 폭스바겐의 기함급 세단인 아테온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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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이 국내시장에도 출시됐다.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미국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은 곳. 때문에 국내에서 성공하게 된다면 그만큼 미국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과연 우리 팀의 평가는 어땠을까?

먼저 실내외를 바라보면 푸조가 얼마나 대중적으로 타협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그동안의 푸조는 개성이 너무 강했다. 좋게 말하면 강한 개성. 하지만 특징이 너무 부각되다 보니 브랜드 특징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결국 ‘프랑스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동차를 만들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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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08은 다르다. 푸조만의 독창성보다 대중적으로 다듬은 모습이 눈에 띈다.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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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곳곳에 푸조만의 특징을 남겼다. 헤드램프에 날카로운 형태의 세로줄 램프가 추가됐고, 리어램프엔 사자의 발톱이 할퀸 모습을 연상시키는 디자인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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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실루엣에서 알 수 있듯 신형 508은 4도어 쿠페로 개발됐다. 도어도 프레임리스 방식을 택했다. 프레임리스 도어는 윈도가 떨리거나 잡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에 푸조는 독일 업체 부품을 써 프레임리스 도어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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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도 리프트백 스타일로 열리고 닫힌다. 휠 하우스를 꽉 채운 휠은 19인치며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 타이어를 사용한다. 이 차의 목적지를 보여주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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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크기는 전 세대보다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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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대 대비 길이가 짧아졌지만 폭은 넓어지고 높이는 낮아졌다. 대신 휠베이스는 크게 늘었다. 아테온과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 조금 작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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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차세대 i-콕핏 테마를 쓴다. 컨셉트카를 연상시킬 만큼 미래지향적이다. 고급스러움도 느껴진다. 나파 가죽과 우드 트림, 피아노 블랙, 금속 장식 등을 적절하게 사용했고 박음질 마감도 화려하다. 또한 프리미엄 모델로 인정받으려는 푸조의 방향성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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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쓴다. 다양한 테마로 변경 가능하다. 하지만 12.3인치라고 해서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본 그런 디스플레이 계기판을 생각하면 안 된다. 위아래 폭이 매우 좁은 형태로 12.3인치를 구현하다 보니 크기가 작다. 즉, 요즘 스마트폰 폭보다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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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각형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아담하다. 장난감처럼 보이는데, 푸조만의 독창성이지만 소비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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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는데, 베젤이 크다. 푸조는 국내법상 지도 데이터 반출이 안돼 푸조 자체 개발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지 못했다고 한다. 때문에 국내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야 했고, 여기에 맞추다 보니 8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도 같은 문제로 동일한 사이즈의 디스플레이가 사용된다는데, 508에는 원래 10인치가 장착된다.

유럽 사양도 지도를 표기할 때는 우리와 같은 크기다. 남는 좌우 영역에 공조장치 등 다른 정보를 표기하도록 한다. 프로그램 상으로 불가능은 없다. 노력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도 정상적인 사이즈를 넣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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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 버튼류는 피아노 건반 타입이다. 하단 버튼은 터치 방식이며, 터치를 할 때마다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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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 레버는 전자식이다. 덕분에 밑에 공간이 생겼고, 여기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데크를 마련했다. 하지만 터널 같은 구조로 넣고 빼기 불편했다. 그냥 공조장치 하단에 무선 충전 데크가 위치하면 안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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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4차원 배치 능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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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컨트롤을 조작하는 단추들이 스티어링 좌측 칼럼 하단에 몰려있다. 버튼들이 스티어링 휠에 가려 보이지 않기에 처음 접하는 사람은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연비를 확인하려면 스티어링 칼럼 우측의 와이퍼 레버 끝부분을 눌러야 한다. 모두 스티어링 휠에 배치할 수 있는 버튼들이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들의 속셈을 알기 어렵다.

추가적으로 지적하자면 실내 헤드 라이너에 손잡이가 하나도 없다. 손잡이가 없다는 것은 부가적인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옷걸이도 걸 수 없다는 뜻. 그래도 푸조의 기함급 세단인데 비즈니스 세단으로의 활용 폭은 좁아진 것이다. 작은 것들이 모여 가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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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레버 측면 수납함 덮개는 열릴 때는 아무 문제 없지만 잘 닫히지 않았다. 위쪽을 눌러야만 닫힌다. 4도어 쿠페 스타일은 좋지만 유리창이 열리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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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에는 쿠션 익스텐션과 마사지 기능이 적용됐다. 마사지 코스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고양이 모드가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가죽 마감이나 구성도 좋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통풍 기능이 빠졌다. 사실 이 기능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시장에서는 자동차의 본질보다 중요시되는 옵션이기에 채용을 고려해야 한다. 본사에 요청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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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 기준으로 보면 뒷좌석 공간이 조금 부족해 보일 수 있다. 레그룸은 무난하지만 루프라인 때문에 헤드룸에서 아쉬움이 나온다. 쿠페 스타일 차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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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트렁크 공간은 반듯하고 넉넉하다. 리프트게이트 형태의 도어 덕분에 큰 화물도 쉽게 수납할 수 있고 전동으로 움직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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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시스템은 포칼(FOCAL)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쓴다. 10개의 스피커를 사용하며 다양한 장르 선택이 가능하다. 이외에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과 자동 주차는 물론 출차까지 돕는 기능, 영상 합성 방식의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 편의 장비들을 갖췄다. 엠비언트 라이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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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개선 점이 눈에 띄지만 전반적 만족도는 높았다. 대중성과 고급화를 적절하게 추가한 모습도 좋았다. 그럼 주행 부분에서는 어떨까?

시동 버튼을 눌러 2.0리터 디젤 엔진을 회전시킨다. 생각보다 조용하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1.5 dBA을 기록해냈다. 우리 팀이 조용하다고 칭찬했던 2015년 쏘나타(LF) 1.7 디젤과 동등한 기록이다. 참고로 폭스바겐 아테온이 45.5 dBA 수준을 보였었다. 어느 정도 진동은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제 푸조도 정숙성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 엿보인다. 80km/h 주행할 때는 59.5 dBA 수준을 보였는데, 중형급 세단으로는 무난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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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온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특유의 저속 울컥거림을 보였다. 물론 심한 편은 아니지만 느낄 정도는 된다. 하지만 508은 토크컨버터 변속기를 쓴다. 덕분에 부드러운 주행감각이 느껴진다. 일상 주행 승차감도 아테온 대비 부드러웠다. 덕분에 디젤 세단치고 고급스러운 감각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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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기대보다 살짝 못 미치는 가속감이 만들어진다. 제원상으로 508은 177마력과 40.8kgf·m의 토크를 낸다. 아테온과 비슷한 토크지만 출력이 13마력 낮다. 물론 이것이 큰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체감적으로 150마력대의 디젤 세단과 유사한 성능을 보인다는 것이 아쉬움이었다.

그렇다면 508이 아테온 보다 무겁기 때문일까? 무게를 확인해보니 1654kg 수준으로 아테온의 1673kg 대비 약 20kg 가량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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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측 장비를 통해 제대로 된 가속 성능을 확인해 보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01초를 소요했다. 재규어 XE 20d AWD가 기록한 9.27초 보다 빨랐지만 아테온의 8.31초보다 느렸다. 참고로 아테온에는 런치 컨트롤 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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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페달을 계속 밟아 속도계 바늘을 끌어올린다. 출력 대비 속도 상승이 빠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큰 답답함도 없다. 고속 영역 대도 무리 없이 드나들 수 있다. 고속 주행 안정감도 수준급. 프랑스 차에서 독일차의 안정감이 느껴진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다만 저속 구간에서 답답함이 느껴진다. 에코, 컴포트 모드에서 답답함이 크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평상시 스포트 모드를 쓰지 않는다. 초기 반응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푸조는 연비를 위해 이런 셋업 방향을 택했을 것이다. 경제적인 대중차가 목적이라면 이 방향이 맞다. 하지만 고급차에게는 운전 편의성이란 것도 중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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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전 장비를 보자. 508은 푸조의 최신 모델인 만큼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이 잘 갖춰진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선이탈 방지, 표지판 인식, 운전자 주의 경고, 사각 경고 및 방지, 오토 하이빔 등이 있다.

상급 모델에는 드라이브 어시스트 플러스 팩(Drive Assist Plus Pack)이라는 명칭의 기능이 추가된다. 여기에는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중앙 유지 기능도 탑재된다. 그리고 주목할 부분은 차선 중앙 유지 기능에 있다.

지금까지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은 자동차가 차선을 인식하고 스스로 중앙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508은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들었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주행한다고 가정하자. 운전자가 차로 중앙에서 살짝 치우친 상태로 운전해도 그 상태를 유지한다. 반대 방향으로 치우쳐도 마찬가지. 일종의 학습 기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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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이해하려면 한 가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현재 유로 NCAP은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도 테스트한다. 그리고 그들은 한 가지 경고를 했다. 차선 유지 기능이 너무 강하게 작동하면 운전자가 개입을 적절하게 할 수 없거나 반대로 너무 의지해 위험하다는 것.

실제로 우리 팀에서도 종종 이 부분을 지적했다. 그래서 토요타 렉서스의 시스템은 운전자 개입이 원활하도록 했다. 하지만 너무 소극적으로 개입해서 호불호가 갈렸다. 차로 유지를 제대로 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모호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세라티처럼 감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의 가치가 더 높았다.

하지만 푸조의 접근법은 달랐다. 명확하게 차로를 지키지만, 운전자가 차로를 수정하면 수정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개발한 것이다.

자동차가 생각하는 차로 중앙은 정확한 정중앙이다. 카메라를 통해 읽어 들인 차로를 컴퓨터가 계산해 주행하도록 만든 결과다. 하지만 사람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차로 중앙은 조금 다르다. 한쪽으로 약간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때문에 차로 중앙을 유지 기능에 따라 호불호가 갈렸다.

그리고 푸조가 508을 통해 제시한 것은 좋은 방향이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면서 운전자의 개입도 허용하는 어려운 숙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향후 이 방식은 많은 제조사들의 벤치마크 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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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08 GT의 기본기를 읽어 보자.

조금 더 여유롭고 편안하다는 것. 508과 아테온의 가장 큰 성격 차이가 여기에 있다. 아테온은 전형적인 독일 차다. 단단하게 조여진 감각, 직관적이며 운전자의 의도대로 정확히 움직인다. 반면 508에게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아테온은 정직하게 움직인다. 차체를 확실하게 지지하며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통제를 정직하게 해낸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움직임이다. 마치 차체를 키운 폭스바겐 골프를 타는 느낌이랄까?

508도 민첩하다. 작은 사이즈의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차체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정확히 말하면 차체 앞부분이 기민한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후륜이 조금은 여유롭게 따라오는 편이다. 차체의 기울어짐도 아테온 보다 크다. 성능으로 보면? 아테온이 월등하다. 다만 일반 소비자들은 508 GT의 성능이 더 낫다고 느낄 수 있다.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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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편안함은 508이 앞선다. 자동차를 다룰 때 필요 이상의 것들은 걸러내면서 필요한 수준의 재미만 챙긴 느낌이랄까? 기본기도 갖추면서 편안함과 잘 조율한 결과다. 기본기가 좋지 못한 상태로 편안함만 추구한 것이 아니라 좋다.

프랑스 모델답게 주행 안전장치는 끌 수 없다. 끄더라도 일정 속도 이후엔 다시 작동한다. 대신 주행모드에 따라 차량 성격이 달라진다. 버튼은 기어 레버 앞쪽 오른 편에 위치하는데, 조작하기 불편한 위치에 있다. 앞서 말했지만 프랑스 인터페이스 설계자들은 외계에서 왔나 보다. 역시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속도를 올려 코너에 진입한다. 기본 성향은 언더스티어. 하지만 상황에 따라 후륜이 움찔거리기는 모습도 보인다. 코너를 진입하는 전에 브레이크 페달을 잘 조작하면 기분 좋은 곡선을 그리며 빠르게 코너를 파고들 수도 있다. 이는 해치백에서나 느껴지는 감각인데,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도 푸조가 운전 재미를 지키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미있게 탈 수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무식하게(?) 타도 508은 급작스러운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타이어에 있다. 508 GT에 탑재된 타이어는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이며, 전후륜 모두 245mm 너비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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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동력 성능을 타이어가 이기는 오버 스펙 타이어다. 하지만 좋은 타이어를 쓰면 자동차의 다양한 성능이 향상된다. 컴포트 성향의 타이어는 승차감, 정숙성에 도움을 준다. 횡과 종그립 좋은 타이어는 종합 성능을 향상시킨다. 돌발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도 좋다.

지난해 테스트한 308 GT Line에는 파일럿 스포츠 3 타이어가 장착됐었다. 좋은 타이어를 사용했으니 차량 성능도 높았다. 이번 508 GT도 그랬다.

경쟁차 아테온은 컨티넨탈의 컨티에코컨텍 5를 썼다. 효율 중심의 타이어지만 성능도 제법 좋았다. 하지만 508은 대놓고 스포츠 타이어를 장착했다. 그것도 225mm급이 아닌 245mm 급이다.

그렇게 타이어 성능으로 가장 큰 이점을 본 것은 제동력이다. 508 GT는 100km/h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34.68m 거리를 소요했다. 마세라티 기블리 S Q4가 34.55m, 그란카브리오 스포트가 34.84m였으니 508의 제동성능을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테온은 38m 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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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가 반복되더라도 35m를 넘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35.23m를 기록했을 정도. 제동 시스템은 초반 영역부터 민감하게 캘리퍼를 압박하는 타입이다.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이질감 없이 최대 제동 성능을 끌어낸다.

좋은 타이어는 자동차를 좋게 만든다. 다만 508의 파일럿 스포츠 4는 여름용 스포츠 타이어다. 4계절이 뚜렷하고 눈도 자주 내리는 국내에서는 겨울용 타이어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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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508 GT의 코너링 성능은 대단하다. 하지만 이는 순수한 하체에서 오는 성능이 아닌, 타이어가 만든 성능이다. 즉, 동일한 성능을 가진 타이어라면 아테온에 맞서는 데 한계가 있지만, 스포트 타이어의 성능으로 아테온의 코너링 성능을 누른다고 보면 된다. 다만 이 타이어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순간 성능이 대폭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아이신 변속기 특유의 직결감이 강조된 느낌이 좋다. 변속 속도는 보편적인 수준. 조금 더 빨라도 좋겠지만 디젤 모델이니 타협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것은 기어비. 8단이 매우 길게 설정됐는데, 100km/h의 속도에서는 7단까지만 쓴다. 8단은 110km/h부터 사용하며, 이때 엔진 회전수는 1600 rpm을 가리킨다.

푸조는 과거부터 실주행 연비를 강조했다. 508도 재미있는 주행을 즐기면서 높은 효율까지 갖도록 개발됐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 22km/L 내외 연비를 보였다. 대신 연료게이지가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간다. 연료 탱크가 55리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2만 원만 주유해도 연료게이지가 많이 차는 뿌듯함을 느끼지만 연료 탱크가 조금만 더 커지는 것도 좋겠다. 체감상 연비 향상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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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은 확실히 무난해졌다. 기존까지는 프랑스 특유의 개성이 너무 짙었다. 때문에 다른 국가 소비자들이 접근하기에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푸조가 달라졌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려 고집을 꺾은 것이다. 그래도 푸조만의 달리기 성능은 그대로 유지했다.

푸조가 지향하는 고급스러움도 508을 통해 충분히 느꼈다. 인테리어 소재를 비롯해 디자인은 경쟁 모델인 아테온을 앞선다. 508은 잘 만들어진 자동차다. 이제 나머지 절반의 성공은 소비자에게 달라진 푸조를 인식시키는 데 있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비싸진 푸조’라는 오명만 쓰게 될 가능성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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