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푸조 508 1.6, 빼어난 핸들링과 승차감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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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카 이한승 기자 ] 푸조 508 1.6 럭스를 시승했다. 508의 쫀쫀한 핸들링 성향은 가벼워진 엔진과 함께 빛을 발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는 승차감으로 중고속에서의 안정감과 함께 저중속에서도 유연함을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구성이다.
푸조는 1800년대 후반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역사 깊은 자동차 제조업체다. 한국에서는 기아차가 지난 1979년부터 1981년까지 푸조 604를 라이선스 생산했던 기록이 있다. 현재의 푸조 508은 푸조의 대형세단 라인업 607과 중형세단 407을 통합한 모델로 푸조의 플래그십 역할을 담당한다.
자동차는 생산국의 지역적, 문화적 특성을 담는다. 미국차는 넓고 평탄한 지형에 적합한 부드러운 승차감을, 독일차는 발달된 고속도로 망에 적합한 고속주행 능력을, 프랑스는 굽이진 국도에 어울리는 핸들링 특성을 갖는다. 최근에는 글로벌 전략 차종으로 생산돼 비슷한 특성으로 획일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부분적으로는 생산국의 특징을 보인다.
푸조 508은 지난 2014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큰 폭의 디자인 변화를 거쳤다. 시승한 모델은 작년 11월 출시된 유로6 모델이다. 유로6 모델은 1.6리터 디젤엔진 기준으로 기존 112마력을 120마력으로 강화하고, 새로운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푸조 508의 외관 디자인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중후하고 하이테크한 이미지로 재탄생했다. 전면에는 보수적인 형상의 그릴이 위치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LED 헤드램프와 방향 지시등을 겸하는 LED 주간주행등이다. 특히 야간에 보라빛이 감도는 헤드램프는 고급감과 존재감이 강조됐다.
후면은 심플하면서 고급스러운 감각을 전한다. 최근 세단형 모델에서는 보기 어려운 번호판을 범퍼에 위치시킨 레이아웃을 갖는다. 리어램프는 면발광 방식을 통해 푸조 특유의 정체성을 담았다. 측면 실루엣에서는 가파른 윈드실드와 크게 기울여진 B필러가 공격적이다. 이런 디자인 요소를 살리기 위해 사이드미러 부근에는 쪽창을 마련했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를 기반으로 안정감과 공간감을 강조한다. 인테리어 패널에 가죽소재를 사용하거나 흉내내지 않았지만 소재의 고급감은 우수한 수준이다. 퓨즈박스가 있어야 할 것 같은 위치에 아이들링 스탑과 슬립 컨트롤 시스템 스위치를 숨겨놓는 등 위트도 담고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컵홀더의 위치는 불안해 보이나 실제 편의성은 만족스럽다.
시승한 모델은 푸조 508 1.6 모델로 1.6리터 4기통 디젤엔진으로 3500rpm에서 최고출력 120마력, 1750rpm에서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한다.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되며, 최고속도는 201km/h,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시간은 11초다. 공차중량은 1610kg, 복합연비는 14.2km/ℓ(도심 13.3 고속 15.5)다.
푸조 508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템은 LED 헤드램프다. 하향등은 좌우 총 4개의 광원을 사용하고 상향등까지 동작하면 총 6개의 광원이 점등된다. LED 광원을 한데 모아 프로젝션 타입으로 비추는 타입으로 벤츠 E클래스와 유사한 구성이다. 오토 하이빔까지 지원하는데 야간 주행에서의 만족감이 크다. 특히 보라빛이 감도는 빛은 야간 도로에서의 존재감을 극대화 시킨다.
푸조 508의 최고출력은 120마력이다. 중형 차체를 감안할 때 어딘지 부족함이 느껴지는 숫자다. 소형 디젤엔진의 경우 의외로 최고출력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푸조 디젤엔진의 경우 마력 보다는 토크가 강조된 특성을 갖는다. 일상주행에서의 움직임은 출력보다는 토크와 기어비에 좌우된다.
푸조 508은 일상주행에서 의외로 시원스러운 가속을 보인다. 일부 저배기량 디젤엔진의 봉인된 듯한 답답한 가속력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가속페달의 반발력이 국산차 대비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로 인해 차가 안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풀 가속시의 가속력은 수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새롭게 적용된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이 부드럽다. 넓은 기어비 세팅으로 도심주행에서는 자주 변속되지 않는 특성도 갖는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로 잦은 변속을 시도하는 파사트나 쏘나타 디젤과는 다른 설정이다. 기존에 적용됐던 수동변속기 기반의 MCP 변속기를 떠올리면 완전히 다른 차로 느껴진다.
푸조 508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승차감과 핸들링이다. 저중속 주행에서의 승차감은 최근의 국산 중형차보다 안락하다.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소화하는 감각은 부드럽고 깔끔하다. 변속기가 변경되니 승차감이 부각되는 형국이다.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절묘한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비슷한 체급의 차종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고속주행에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은 이어진다. 고속으로 갈수록 단단하게 조여지는 감각의 독일산 모델과는 다른 감각이다. 울렁대는 듯 싶지만 안정감은 놓지 않는다. 분명 독일차와는 구분되는 특성으로 가족단위 장거리 이동에서 피로감을 낮추는 세팅이다.
푸조 508의 핸들링은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라 차체 앞부분의 움직임이 상당히 신속하고 깔끔하다. 승차감이나 기타 감각적으로는 분명 언더스티어가 나거나 한계를 벗어나야 할 시점인데 무난하게 소화해 낸다.
전륜구동 중형세단에서는 눈에 띄는 민첩함으로, 저속이나 고속주행, 완만한 코너와 급한 코너에서도 손맛이 좋다. 이른바 기본기라고 얘기하는 잘 돌고, 잘 서는 부분에서의 밸런스가 상당히 뛰어나다. 적응형 서스펜션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함께 만족시킨다.
고속주행에서의 가속시에는 180km/h까지 무난히 속도를 높여간다. 기어를 고정한채 토크감으로 가속하는 타입인데, 다운시프트를 통해 고회전을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힘이 빠지는 듯한 감각이다. 급가속 보다는 꾸준한 가속과 그 속도를 유지하는 주행이 적합하다.
시승기간 동안의 누적 평균연비는 14.5km/ℓ를 기록했다. 평균 80km/h 주행에서는 20km/ℓ를 한참 상회하는 연비를 꾸준히 기록하는데, 주행 습관에 따라 연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설정이다. 도심에서는 아이들링 스탑이 동작하며 연료를 아끼는데, 작동이 신속하고 동작시 이질감이 적은 완성도 높은 시스템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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