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푸조, 2008 펠린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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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가 2008의 인기 덕분에 신났다. 출시 1년만에 전세계에서 10만대가 팔렸을 정도다. 국내서도 인기는 유지된다. 5일만에 사전계약 600대, 1주일만에 1천대가 돌파했다. 이에 한불모터스의 송승철 대표가 직접 프랑스로 건너가 수뇌부와 미팅을 가지며 추가 물량을 확보해 오기도 했다. 이러한 2008의 인기 요인이 무엇인지 테스트에 나섰다.
2008은 과거 207 SW를 대체하는 형태로 2013년부터 유럽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208을 기초로 제작된 소형 SUV의 성격을 갖고 있다. 동일한 플랫폼은 시트로엥 DS3에 사용되기도 한다.
디자인에서 푸조 특유의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특히 헤드램프와 그릴에서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메세지를 느낄 수 있다. SUV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한 범퍼 디자인도 특징이다.
측면부는 SUV와 해치백 중간의 모호한 경계선상에 있는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보면 SUV라고 하기엔 차량이 조금 낮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하단부를 플라스틱 소재로 감싸고 루프레일도 추가하는 등 SUV 분위기는 잘 표현해내고 있다.
후면부에 위치한 리어램프는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모습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트렁크 입구는 낮은편이며 도어 개폐감도 좋다.
그럼 2008은 208보다 어느 정도 커졌을까? 범퍼 디자인의 변화로 길이는 200mm가 길어졌다. 폭은 동일하다. 높이는 딱 5mm 정도만 높아졌다. 휠베이스도 동일하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208에 SUV의 외형을 담은 것이다.
실내는 208의 구성을 그대로 옮겨놨다. 앙증맞은 스티어링휠과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볼 수 있다는 계기판도 동일하다. 변속 레버도 같다. 대신 차별화 된 사이드 브레이크 디자인으로 마치 다른 형태의 변속 레버가 존재하는 듯 한 인상을 주고 있다.
센터페시아에는 7인치 크기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위치한다. 다양한 기능을 통합시켰고 터치까지 지원한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한글화 부분의 인색함이 아쉽다. 인터페이스 자체도 조금은 복잡한 느낌이 크다.
시트는 의외로 스포티한 성격을 갖는다. 약간 단단한 느낌도 받을 정도다. 덕분에 신체를 지지하는 능력에서도 아쉬움이 나타나지 않는다. 좁은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시트백의 두께를 줄여 뒷좌석 공간을 확장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뒷좌석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소형 SUV의 한계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적으로 360리터의 크기를 갖고 있고 뒷좌석 시트를 접으면 1,194리터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 트렁크 매트 아래에는 별도로 22리터의 수납공간을 추가시킨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특징적인 부분은 자동주차 기능이다. 자동 평행주차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주차된 공간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 센서의 인식률도 상당하다. 골목길이 많은 프랑스 특성상 좁은 주차에 특화됐다는 점이 국내 주차환경에도 잘 맞는 듯 싶다. 또한 편하다. 주차에 자신없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들링 때의 소음 정도는 소폭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소형 디젤차량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바라봐야 한다. 아이들 때 측정된 소음은 47dBA 수준. 시속 80km로 주행하는 상황에서 61dBA 내외의 정숙성을 보였다. 소음 부분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겠다. 여기에 어느 정도의 진동을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N.V.H. 부분서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소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준이라 볼 수 있겠다.
시내 주행을 시작한다. 속도 상승에 따른 변속이 진행되며 울컥거리는 반응이 나타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울~커~억’ 정도라고나 할까? 맞다 변속기는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다.
이 변속기는 클러치 없이 수동변속기를 자동화 시킨 것으로 잘 알려졌다. 수동변속기와 동일한 동력 전달 효율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 된다. 하지만 자동변속기 카테고리에서 바라보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다. 확실히 장단점이 극명하게 나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유럽에서야 수동변속기를 클러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클러치 내구성도 10만km에 이른다. 만약 클러치가 망가졌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내 MCP 클러치 교체 가격이 42만 3천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동변속기와 비교하더라도 메인터넌스 측면서 불리함이 없다.
하지만 반응성은 아쉽다. 잠시 한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푸조와 시트로엥이 사용하는 MCP(시트로엥은 EGS) 반자동 변속기는 마그네티 마렐리社에서 개발했다. 이 변속기는 페라리와 마세라티에도 사용된 바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울컥거림과 느린 반응이 발목을 잡았다. 푸조와 같은 대중 브랜드에서 크게 중요치 않을 수 있지만 페라리와 마세라티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내용이다. 차 값이 얼만데.
페라리와 마세라티가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튜닝을 통해 ‘코르사(Corsa)’ 모드를 개발해 변속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지만 하드웨어의 한계까지 극복하지는 못했다. 결국 페라리는 새로운 변속기를 개발해 탑재했지만 그럴 사정이 아니었던 마세라티는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ZF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MCP였다. 페라리가 손써도 어떻게 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위 그래프는 2008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 테스트 결과 그래프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속도가 꾸준하게 상승해야 하지만 MCP는 변속시점마다 울컥거림이 발생하며 속도가 낮아진다. 매 변속 때 평균 0.3km/h가량의 속도 하락 이후 다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변속 때 몸이 앞으로 당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MCP 변속기의 위대함(?)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나머지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빠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가속이 전개된다. 차량이 잘나가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가속페달의 조작량은 큰 편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답답한 느낌을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14.05초를 기록했다. 그동안 진행된 오토뷰의 가속 성능서 경차를 제외하고 가장 느린 기록이다. 참고로 르노삼성 QM3가 13.2초이며, 29만km에 근접한 주행거리를 갖는 SM520V가 13.15초를 기록한 바 있다.
2008에 탑재되는 엔진은 1.6리터 디젤을 바탕으로 92마력과 23.5k.m의 토크를 발휘한다. 실제 구동 출력을 측정한 결과 약 82마력과 23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적으로 부족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다행이 실제 구동 출력은 좋은 수준이다.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하는 MCP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결국 변속에 의한 시간 손실이 0-100km/h 가속시간을 늘린 것이지 엔진 성능 등에서 아쉬움은 없다 보는 것이 좋겠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력을 끌어내 본다.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속도를 올려나가는 모습이 비춰진다. 160km/h 전후까지 무리 없이 도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후부터 속도 상승은 두드러지게 느려진다. 가속을 비롯해 고속 영역은 QM3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반면 고속 안정성이 생각보다 좋았다. 유럽차 다운 모습이다. 실제 푸조의 모델들은 고속 영역서 좋은 능력을 보여주는 편이다.
가속 순발력은 느리지만 제동력만큼은 발군이다. 테스트에서 37m 중반의 제동거리까지 기록했다. 결과를 보고 우리팀 역시 많이 놀랐다. 테스트 당시 차량의 주행거리는 약 800km 정도에 불과했다. 즉, 정상적인 길들이기도 진행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 만약 제동 계통의 길들이기까지 완벽하게 진행됐다면 제동거리가 더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참고로 제동 시스템은 초반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 졌다. 이후 후반까지 일정하게 성능을 유지해가는 타입이다. 초기 반응만 캐취한다면 제동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 문제가 없다.
테스트 환경을 와인딩 코스로 옮겼다. 푸조 모델이 핸들링 성능이 좋기 때문에 2008에서도 이 영역이 기대된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감각만큼은 발군이다. 이미 208이나 308을 통해서도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경험했지만 동일한 감각을 2008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을 돌렸을 때 느껴지는 차량의 민첩한 반응은 소형 SUV의 수준을 넘어서 있다. 전륜구동 모델이면서 SUV의 성격을 갖는 차량으로서 상당한 수준의 능력이다. 역시나 핸들링 성능은 상당한 편이다.
서스펜션은 적당하게 부드러우면서 필요할 때 탄탄함까지 보여주도록 만들어 졌다.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 적당한 승차감을 만들면서도 코너를 만났을 때 적당한 지지능력을 살려내기 시작한다. 바디롤 허용도 적은 편이다. 덕분에 날카로운 핸들링 성능과 함께 완성도가 높은 주행 감각을 보여주게 됐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에너지 세이버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저항을 감소시켜 차량의 연비를 높여주는 타이어다. 타이어 자체만보면 한계가 분명 높지 않지만 차량의 종합적인 완성도가 뒷받침해주면서 성능 부족을 느끼지 못하게 해주고 있다. 그만큼 차량의 주행 밸런스와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참고로 현재 미쉐린 측은 새로운 사양인 에너지 세이버+ 제품을 판매 중이다. 기존모델보다 회전저항을 감소시키면서 접지력 발휘 능력도 좋아졌기 때문에 보다 만족스러운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2008의 운전자가 타이어를 교체하려 한다면 신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해 진다.
와인딩 테스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2008이다. 하지만 최고의 강점을 꼽는다면 결국 연비다.
2008로 다양한 조건을 달렸다. 그 중 100~110km/h로 정속주행중인 환경에서 보여준 연비는 약 25.6km/h 정도였다. 80km/h로 정속 주행한다면 약 24.3km/L로 소폭 하락한다. 엔진회전수가 불필요하게 낮아지면서 오히려 연료 사용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평속 15km/h로 혼잡한 시내주행 환경에서도 약 14km/L 정도의 연비를 보였다. 보통 동일한 환경서 측정되는 연비가 7~9km/L 수준을 전후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경쟁력이다.
복잡하게 주행 환경을 나눠서 설명했지만 실질적으로 2008의 연비는 대략 20km/L를 전후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분명 2008은 어떤 주행환경에서도 예상값 이상의 연비를 보였다. 심지어 가속과 감속이 반복되는 와인딩 테스트 당시에도 10km/L 이상의 연비를 나타냈다. 놀랐다.
실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어떤 소비자가 2008을 갖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서 주행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래도 그 2008은 리터당 1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으로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중인 셈이다.
오랜만에 푸조에서 오랜만에 좋은 차를 내놨다. 각종 차량들을 테스트 해온 우리팀이지만 내부에서 이렇게 호평을 받은 푸조 모델은 206 RC 이후 처음인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비롯해 실내 패키징도 좋다. 여기에 SUV의 장점인 공간활용성까지 갖추고 있다. 어떻게든 차를 못살게 굴어도 경차 이상의 뛰어난 연비를 보일 것이며, 차량 컨셉트와 맞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자랑한다. 물론 MCP는 예외다.
가격경쟁력도 좋다. 기본형 모델인 악티브는 2,650만원의 가격을 갖는다. QM3 RE 트림의 가격이 2,495만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2008까지 겨냥해볼 수 있을 가격이다. 물론 최상위트림인 펠린 L(3,090만원)은 구성은 좋지만 효율성이라는 차량의 본질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경쟁력은 소폭 하락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팀은 하위트림을 추천한다.
한불모터스의 송승철 대표도 2008의 성공가능성을 간파했고 이 기회를 꼭 잡고 싶었던 것 같다. 물량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유가 된다. 상품을 잘 팔리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다.
결국 좋은차가 잘 팔린다는 얘기다. 이제부터는 타사들과의 전쟁을 위해 마케팅으로 승부를 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뭔가 차에 대한 지적 요소가 많아지면 차를 내준 수입사 및 제조사에 미안해 진다. 하지만 차가 좋으면 우리팀도 기분이 좋아진다. 적어도 2008은 우리팀을 미안하게 만들지 않았다.
2008은 과거 207 SW를 대체하는 형태로 2013년부터 유럽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208을 기초로 제작된 소형 SUV의 성격을 갖고 있다. 동일한 플랫폼은 시트로엥 DS3에 사용되기도 한다.
디자인에서 푸조 특유의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특히 헤드램프와 그릴에서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메세지를 느낄 수 있다. SUV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한 범퍼 디자인도 특징이다.
측면부는 SUV와 해치백 중간의 모호한 경계선상에 있는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보면 SUV라고 하기엔 차량이 조금 낮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하단부를 플라스틱 소재로 감싸고 루프레일도 추가하는 등 SUV 분위기는 잘 표현해내고 있다.
후면부에 위치한 리어램프는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모습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트렁크 입구는 낮은편이며 도어 개폐감도 좋다.
그럼 2008은 208보다 어느 정도 커졌을까? 범퍼 디자인의 변화로 길이는 200mm가 길어졌다. 폭은 동일하다. 높이는 딱 5mm 정도만 높아졌다. 휠베이스도 동일하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208에 SUV의 외형을 담은 것이다.
실내는 208의 구성을 그대로 옮겨놨다. 앙증맞은 스티어링휠과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볼 수 있다는 계기판도 동일하다. 변속 레버도 같다. 대신 차별화 된 사이드 브레이크 디자인으로 마치 다른 형태의 변속 레버가 존재하는 듯 한 인상을 주고 있다.
센터페시아에는 7인치 크기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위치한다. 다양한 기능을 통합시켰고 터치까지 지원한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한글화 부분의 인색함이 아쉽다. 인터페이스 자체도 조금은 복잡한 느낌이 크다.
시트는 의외로 스포티한 성격을 갖는다. 약간 단단한 느낌도 받을 정도다. 덕분에 신체를 지지하는 능력에서도 아쉬움이 나타나지 않는다. 좁은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시트백의 두께를 줄여 뒷좌석 공간을 확장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뒷좌석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소형 SUV의 한계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적으로 360리터의 크기를 갖고 있고 뒷좌석 시트를 접으면 1,194리터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 트렁크 매트 아래에는 별도로 22리터의 수납공간을 추가시킨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특징적인 부분은 자동주차 기능이다. 자동 평행주차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주차된 공간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 센서의 인식률도 상당하다. 골목길이 많은 프랑스 특성상 좁은 주차에 특화됐다는 점이 국내 주차환경에도 잘 맞는 듯 싶다. 또한 편하다. 주차에 자신없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들링 때의 소음 정도는 소폭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소형 디젤차량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바라봐야 한다. 아이들 때 측정된 소음은 47dBA 수준. 시속 80km로 주행하는 상황에서 61dBA 내외의 정숙성을 보였다. 소음 부분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겠다. 여기에 어느 정도의 진동을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N.V.H. 부분서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소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준이라 볼 수 있겠다.
시내 주행을 시작한다. 속도 상승에 따른 변속이 진행되며 울컥거리는 반응이 나타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울~커~억’ 정도라고나 할까? 맞다 변속기는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다.
이 변속기는 클러치 없이 수동변속기를 자동화 시킨 것으로 잘 알려졌다. 수동변속기와 동일한 동력 전달 효율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 된다. 하지만 자동변속기 카테고리에서 바라보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다. 확실히 장단점이 극명하게 나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유럽에서야 수동변속기를 클러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클러치 내구성도 10만km에 이른다. 만약 클러치가 망가졌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내 MCP 클러치 교체 가격이 42만 3천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동변속기와 비교하더라도 메인터넌스 측면서 불리함이 없다.
하지만 반응성은 아쉽다. 잠시 한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푸조와 시트로엥이 사용하는 MCP(시트로엥은 EGS) 반자동 변속기는 마그네티 마렐리社에서 개발했다. 이 변속기는 페라리와 마세라티에도 사용된 바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울컥거림과 느린 반응이 발목을 잡았다. 푸조와 같은 대중 브랜드에서 크게 중요치 않을 수 있지만 페라리와 마세라티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내용이다. 차 값이 얼만데.
페라리와 마세라티가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튜닝을 통해 ‘코르사(Corsa)’ 모드를 개발해 변속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지만 하드웨어의 한계까지 극복하지는 못했다. 결국 페라리는 새로운 변속기를 개발해 탑재했지만 그럴 사정이 아니었던 마세라티는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ZF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MCP였다. 페라리가 손써도 어떻게 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위 그래프는 2008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 테스트 결과 그래프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속도가 꾸준하게 상승해야 하지만 MCP는 변속시점마다 울컥거림이 발생하며 속도가 낮아진다. 매 변속 때 평균 0.3km/h가량의 속도 하락 이후 다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변속 때 몸이 앞으로 당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MCP 변속기의 위대함(?)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나머지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빠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가속이 전개된다. 차량이 잘나가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가속페달의 조작량은 큰 편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답답한 느낌을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14.05초를 기록했다. 그동안 진행된 오토뷰의 가속 성능서 경차를 제외하고 가장 느린 기록이다. 참고로 르노삼성 QM3가 13.2초이며, 29만km에 근접한 주행거리를 갖는 SM520V가 13.15초를 기록한 바 있다.
2008에 탑재되는 엔진은 1.6리터 디젤을 바탕으로 92마력과 23.5k.m의 토크를 발휘한다. 실제 구동 출력을 측정한 결과 약 82마력과 23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적으로 부족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다행이 실제 구동 출력은 좋은 수준이다.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하는 MCP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결국 변속에 의한 시간 손실이 0-100km/h 가속시간을 늘린 것이지 엔진 성능 등에서 아쉬움은 없다 보는 것이 좋겠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력을 끌어내 본다.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속도를 올려나가는 모습이 비춰진다. 160km/h 전후까지 무리 없이 도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후부터 속도 상승은 두드러지게 느려진다. 가속을 비롯해 고속 영역은 QM3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반면 고속 안정성이 생각보다 좋았다. 유럽차 다운 모습이다. 실제 푸조의 모델들은 고속 영역서 좋은 능력을 보여주는 편이다.
가속 순발력은 느리지만 제동력만큼은 발군이다. 테스트에서 37m 중반의 제동거리까지 기록했다. 결과를 보고 우리팀 역시 많이 놀랐다. 테스트 당시 차량의 주행거리는 약 800km 정도에 불과했다. 즉, 정상적인 길들이기도 진행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 만약 제동 계통의 길들이기까지 완벽하게 진행됐다면 제동거리가 더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참고로 제동 시스템은 초반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 졌다. 이후 후반까지 일정하게 성능을 유지해가는 타입이다. 초기 반응만 캐취한다면 제동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 문제가 없다.
테스트 환경을 와인딩 코스로 옮겼다. 푸조 모델이 핸들링 성능이 좋기 때문에 2008에서도 이 영역이 기대된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감각만큼은 발군이다. 이미 208이나 308을 통해서도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경험했지만 동일한 감각을 2008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을 돌렸을 때 느껴지는 차량의 민첩한 반응은 소형 SUV의 수준을 넘어서 있다. 전륜구동 모델이면서 SUV의 성격을 갖는 차량으로서 상당한 수준의 능력이다. 역시나 핸들링 성능은 상당한 편이다.
서스펜션은 적당하게 부드러우면서 필요할 때 탄탄함까지 보여주도록 만들어 졌다.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 적당한 승차감을 만들면서도 코너를 만났을 때 적당한 지지능력을 살려내기 시작한다. 바디롤 허용도 적은 편이다. 덕분에 날카로운 핸들링 성능과 함께 완성도가 높은 주행 감각을 보여주게 됐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에너지 세이버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저항을 감소시켜 차량의 연비를 높여주는 타이어다. 타이어 자체만보면 한계가 분명 높지 않지만 차량의 종합적인 완성도가 뒷받침해주면서 성능 부족을 느끼지 못하게 해주고 있다. 그만큼 차량의 주행 밸런스와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참고로 현재 미쉐린 측은 새로운 사양인 에너지 세이버+ 제품을 판매 중이다. 기존모델보다 회전저항을 감소시키면서 접지력 발휘 능력도 좋아졌기 때문에 보다 만족스러운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2008의 운전자가 타이어를 교체하려 한다면 신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해 진다.
와인딩 테스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2008이다. 하지만 최고의 강점을 꼽는다면 결국 연비다.
2008로 다양한 조건을 달렸다. 그 중 100~110km/h로 정속주행중인 환경에서 보여준 연비는 약 25.6km/h 정도였다. 80km/h로 정속 주행한다면 약 24.3km/L로 소폭 하락한다. 엔진회전수가 불필요하게 낮아지면서 오히려 연료 사용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평속 15km/h로 혼잡한 시내주행 환경에서도 약 14km/L 정도의 연비를 보였다. 보통 동일한 환경서 측정되는 연비가 7~9km/L 수준을 전후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경쟁력이다.
복잡하게 주행 환경을 나눠서 설명했지만 실질적으로 2008의 연비는 대략 20km/L를 전후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분명 2008은 어떤 주행환경에서도 예상값 이상의 연비를 보였다. 심지어 가속과 감속이 반복되는 와인딩 테스트 당시에도 10km/L 이상의 연비를 나타냈다. 놀랐다.
실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어떤 소비자가 2008을 갖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서 주행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래도 그 2008은 리터당 1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으로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중인 셈이다.
오랜만에 푸조에서 오랜만에 좋은 차를 내놨다. 각종 차량들을 테스트 해온 우리팀이지만 내부에서 이렇게 호평을 받은 푸조 모델은 206 RC 이후 처음인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비롯해 실내 패키징도 좋다. 여기에 SUV의 장점인 공간활용성까지 갖추고 있다. 어떻게든 차를 못살게 굴어도 경차 이상의 뛰어난 연비를 보일 것이며, 차량 컨셉트와 맞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자랑한다. 물론 MCP는 예외다.
가격경쟁력도 좋다. 기본형 모델인 악티브는 2,650만원의 가격을 갖는다. QM3 RE 트림의 가격이 2,495만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2008까지 겨냥해볼 수 있을 가격이다. 물론 최상위트림인 펠린 L(3,090만원)은 구성은 좋지만 효율성이라는 차량의 본질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경쟁력은 소폭 하락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팀은 하위트림을 추천한다.
한불모터스의 송승철 대표도 2008의 성공가능성을 간파했고 이 기회를 꼭 잡고 싶었던 것 같다. 물량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유가 된다. 상품을 잘 팔리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다.
결국 좋은차가 잘 팔린다는 얘기다. 이제부터는 타사들과의 전쟁을 위해 마케팅으로 승부를 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뭔가 차에 대한 지적 요소가 많아지면 차를 내준 수입사 및 제조사에 미안해 진다. 하지만 차가 좋으면 우리팀도 기분이 좋아진다. 적어도 2008은 우리팀을 미안하게 만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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