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티구안 2.0TDI 4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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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폭스바겐 티구안이었다. 그전인 3월에도 티구안이 가장 많은 판매량을 자랑했다. 국내에서 티구안의 인기는 대단하다. 폭스바겐 발 디젤 게이트로 판매가 중단되기 전까지 티구안은 시장에서 사랑받는 대표적인 차였다.
우리 팀은 2018년 티구안을 테스트했었다. 당시 것은 가장 많이 팔린다는 전륜 구동(2WD) 모델이었다. 이번에 만난 것은 4륜 구동(AWD)이 조합된 것인데 어떤 느낌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2세대 티구안은 선을 중심으로 각진 형태의 디자인이다. 폭스바겐의 공통된 디자인 언어가 적용돼 있어 상급 투아렉의 느낌도 엿볼 수 있다. 직선 중심의 디자인은 한층 다부진 느낌과 차체를 커 보이게 한다.
측면도 멋을 자제하고 순수한 SUV의 균형미를 보여준다. 도어 캐치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조차 없었다면 더 심심했을 것이다.
후면도 테일램프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에서 차분함을 보여준다. 투박하게 뻗어 나온 머플러에서도 대중차 시장을 겨냥한 모델다운 이미지를 풍긴다. 뭔가 소홀한 느낌, 하지만 단점이라 말하기도 뭣한 부분이다.
티구안의 디자인은 단순하다. 아니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디자인의 장점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다는 것이다. MQB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티구안은 과거 대비 커졌다. 나름대로 다이어트(경량화)도 했다.
이제 실내를 보자.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큰 틀은 기존 폭스바겐 것을 유지한다.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한 것일까? 입체적인 대시보드, 계단식으로 내려가는 센터페시아 구성이 익숙하다. 2018년형과 비교하면 대부부의 것들이 같다.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구성을 더했으니, 계기판을 디스플레이로 대체했다. 아날로그 감성이 줄면서 제법 요즘 세대 자동차 같은 느낌을 갖게 됐다. 그렇다 해도 여기저기서 독일차(?) 다운 감성을 뿜긴 한다.
시트의 편안함도 좋다. 늘 봐오던 스타일인데 나름대로 만족감을 준다. 화려함은 없지만 실리를 추구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메모리 기능이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컴바이너 타입이다. 정보 제공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시선이 아래쪽에 머문다는 단점이 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 사이즈를 키우는 것도 좋겠는데, 아마도 페이스리프트 때나 가능할 것 같다. 사실 이것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사운드 시스템 성능이다. 부족하다. 특히 티구안의 가격을 감안했을 때 아쉬움이 커진다. 저렴해도 느낌 좋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뒷좌석 만족도가 높다. 전 세대 모델 대비 늘어난 차체 크기 덕에 레그룸이 넉넉하다. 180mm에 이르는 슬라이딩 거리도 경쟁력이 된다.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도 있다. 수입 컴팩트 SUV에서 보기 힘든 구성이다. 2열을 위한 피크닉 테이블, 뒷좌석을 배려한 3-존 공조장치도 경쟁력이 될 것이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한 편인데, 기본 615리터 급이다. 모난 곳이 많지 않아 활용성 측면도 무난하다. 차량 등급에 어울리는 무난한 공간임에 분명하다.
부가 기능으로는 자동 주차가 있다. 쓸 만하다. 또한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중앙까지 유지시켜줄 수 있는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기능, 긴급제동 시스템, 360도 어라운드 뷰 모니터를 넣어 시대 흐름에 맞췄다.
이제 달려보자. 2.0 디젤 엔진은 150마력 최고출력을 낸다. 2020년을 살아가는 지금, 다소 부족한 성능이다. 폭스바겐은 자사의 고성능 디젤 모델, 골프 GTD 같은 모델에 출력을 올린 엔진을 쓴다. 그러나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180~190마력대 엔진을 기본처럼 쓰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2.0리터 디젤엔진에 기대하는 성능 정도는 맞춰졌으면 한다.
그렇다면 답답할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티구안은 정지 상태서 100km/h에 도달하는데 9초대 성능을 보였다. 2018년형 모델이 10초를 기록했는데, 당시의 것은 전륜 구동(2WD) 버전이었다. 디젤 엔진은 낮은 rpm에서 강한 토크를 내는데, 초기에 걸린 강한 토크가 휠 스핀을 만들어 가속시간을 늘리는 경우가 있다.
고출력 2륜 구동(2WD)로 가면 이런 문제가 더 커진다. 반면 4륜 구동 모델들은 초기 발진 때 4바퀴에 일정한 수준의 힘을 싣는다. 그 덕분에 미끄러짐 없는 발진 가속을 해 나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2018년에 만난 티구안이나 2020년형이나 성능상 큰 차이는 없다. 단지 4륜 구동 덕에 시간이 줄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4륜 구동의 효율이 더 좋다고 봐야 할까? 그건 아니다. 고속으로 가면 갈수록 구동 효율이 좋은 전륜 구동(2WD) 모델의 가속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4륜 구동 채용에 따른 무게 증가까지 감안하면, 순수한 가속 효율에서는 전륜 구동(2WD)이 앞선다.
달리는 상황. 아이들링 때 느껴지던 디젤 특유의 음색을 느끼지 못한다. 나름대로 조용한 환경에서 달릴 뿐이다. 과거 폭스바겐 디젤 모델들은 조금 큰 디젤 음색을 토했는데, 요즘엔 소음 억제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우리 팀의 계측 결과 아이들링 기준 43.5dBA 수준, 주행이 이뤄질 때는 58.5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2018년 모델 대비 소음이 약간 증가했는데, 이건 소음이 늘어났다기 보다 환경 때문으로 해석해야 한다. 티구안 테스트 당일엔 바람이 많이 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바람이 잦아들지 않았다. 다만 기존 테스트 결과가 있으니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구동방식이 다르다고 해도 전륜 기반 AWD 시스템이기에 크루징 때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아이들링 때의 소음 수준은 42~43dBA 내외, 80km/h로 주행할 때는 약 58dBA 수준의 정숙성을 갖는다고 보면 된다. 이것이 어느 정도일까? 대략 국산 준대형 세단 정도 수준을 예상하면 된다. 다만 100km/h 이상 접어들면 풍절음이 약간 늘어나긴 한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티구안. 정속 주행 때 보여주는 18~20km/L 내외의 연비가 만족감을 키운다. 대충 타도 15km/L 이상은 그냥 뽑는다. 우리 팀은 매우 다양한 환경을 달린다. 시내, 국도, 고속도로는 물론 와인딩 로드에서 부하도 건다. 이 환경을 모두 소화한 티구안의 연비는 대략 11~12km/L 수준이다. 적어도 연비를 이유로 티구안을 택했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배출가스로 장난을 쳤던 과거는 밉지만 그래도 연비는 잘 뽑는 제조사다.
시내 주행 때의 느낌은 어떨까? 빠릿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잘 달린다. 발진 가속 성능만 보면 늦은 모습이지만 일상에서 답답함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변속기 특유의 울컥거림이 있긴 하다. 과거 대비 완화됐지만 최소의 것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불편함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 기아 셀토스 같은 차는 탈 수 없다. 당신이 기수(Jockey)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처럼 저단 변속 때 약간의 울컥거림을 제외하면 불편함은 없다. 적당한 토크로 부드럽게 밀고 나갈 뿐이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수준. 다만 모든 승객 탑승, 화물을 적당히 적재하면 다소 버거운 모습일 가능성이 크긴 하다.
승차감은 좋은 편이다. 과거 유럽차는 핸들링을 위해 승차감 일부를 버렸다. 누군가를 그것을 좋아했고, 누군가는 싫어했다. 지금의 것은 적당한 승차감을 내면서도 성능에서 손해를 줄였다. 차체 설계 기술은 물론 서스펜션의 발전도 도움을 줬을 것이다.
이제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자. 직선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밟는다. 뭔가 시원스러운 느낌은 없다. 150마력치고는 잘나가는 편이지만 왠지 모를 섭섭함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190마력 엔진이면 딱 좋을 텐데. 물론 이런 환경을 달리려 티구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코너를 돈다. 깔끔하게 코너링을 마친다. 뭐가 부가적으로 덜어내고 싶은 부분이 없다.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노면을 붙들고 돌았다. 연속 코너에서도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없다. 최근 테스트한 제네시스 G80은 허둥지둥했다. 그러나 컴포트라는 확실한 요소를 위한 희생이라 생각한다. 반면 티구안은 무난한 승차감을 내면서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노면을 제압해 나갔다. 확실히 유럽차들이 성능은 잘 뽑아낸다. 한계에서의 성향은 약한 언더스티어 지향이다. 요즘 차들은 대부분 언더스티어 성향을 가진다. 후륜구동 차라도 그리 만든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차이가 나긴 한다. 짙은 성향과 밸런스를 중심으로 안정감을 더 느끼게 하는 것.
제동성능도 좋았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최단 거리는 36.22m로 나왔다. 최대한 늘어나도 38.1m를 넘지 않았다. 평균 제동거리는 37.2m 수준으로 신뢰도 높은 성능을 뽐냈다. 이전 2WD 모델도 38m 미만의 성능을 꾸준히 유지했는데, 제동 성능만큼은 폭스바겐이 잘하고 있다. 참고로 2WD 모델은 최단과 최장거리 사이의 편차라 1m를 넘지 않았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누구나 다루기 쉽다는 것이다. 스포츠카의 브레이크 페달은 다소 무섭다. 그 무거움 덕분에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일반 승용차에서 너무 무거운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운전을 힘들게 하는 요소가 된다. 특히 긴급한 상황에서 충분한 제동력을 끌어내지 못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티구안의 것은 누구나 최대한의 성능을 뽑아 쓰기 쉽게 해 놨다.
우리 팀은 티구안 2WD 모델을 테스트하며 자세제어장치(ESP)의 개입 문제를 지적했다. 특정 조건에서 갑작스럽게 개입해 운전자를 놀라게 했던 것. 하지만 이번 모델에서는 그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ESP를 완전히 해제할 수 없다는 점은 같다. 물론 SUV 특성상 이것이 문제는 아니다.
타이어는 피렐리 제품으로 235mm 너비의 VERDE 시리즈다. SUV를 위한 것인데, 티구안의 엔진 출력이나 무게를 감안했을 때 무난한 접지력을 보였다. 앞서 테스트한 제동력 평가에서도 부족함을 만들지 않았고, 핸들링이나 코너링에서도 아쉬움이 없었다. 굳이 균형을 놓고 논하자면 횡 그립 보다 종 그립이 낫다.
티구안은 무난한 수입 SUV다. 그 가격에 고작 그런 옵션 가진 모델을 왜 구입하느냐 반문할 소비자들도 있다. 타보면 된다. 눈에 맛있어 보인다고 꼭 맛있는 음식이란 보장은 없다. 이것저것 넣고 고추장 양념으로 마무리한 비빔밥. 보기엔 별로여도 맛있다.
누군가는 시각적 만족감을 위해 지출한다. 누군가는 자신이 추구한 실리를 위해 지출한다. 틀린 것은 없다. 단지 다를 뿐이다. 우리 자동차 문화가 다름도 인정해 주는 문화로 정책 되길 희망한다.
물론 티구안의 모든 것이 칭찬 대상인 것은 아니다. 소비자 권장가격(?)이 높다. 아무리 봐도 트림에 따라 500만 원 전후 할인이 필요해 보인다. 서두에 티구안의 판매량에 대해 얘기했다. 그 판매량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할인율에 있다. 할인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애초부터 좋은 가격을 제시하고 할인율을 낮춰 달라는 것이다. 누구나 비싸게 구입하는 단통법을 원하는 것이 아닌,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유사한 할인 수준을 갖게 되길 원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구입할 것인가?
글쎄? 어려운 문제다. 매일 다양한 차를 만나다 보니 고민할 게 많다. 1주일에 최소 한대에서 많게는 두 세대의 차들과 만난다. 그래서 주말 외엔 차가 필요치 않다. 이건 우리 직업의 특수성이다. 다만 운전하는 시간이 길다. 장거리 여행을 가야 한다. 어떤 차를 타고 갈래? 이렇게 물어준다면 티구안이라 답할 수 있다. 운전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최고의 연비를 달성할 수 있으니까. 시각적 만족도는 분명 떨어진다. 그러나 운전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윈드 실드(앞 유리창) 넘어 전방 도로를 본다.
우리 팀은 2018년 티구안을 테스트했었다. 당시 것은 가장 많이 팔린다는 전륜 구동(2WD) 모델이었다. 이번에 만난 것은 4륜 구동(AWD)이 조합된 것인데 어떤 느낌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2세대 티구안은 선을 중심으로 각진 형태의 디자인이다. 폭스바겐의 공통된 디자인 언어가 적용돼 있어 상급 투아렉의 느낌도 엿볼 수 있다. 직선 중심의 디자인은 한층 다부진 느낌과 차체를 커 보이게 한다.
측면도 멋을 자제하고 순수한 SUV의 균형미를 보여준다. 도어 캐치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조차 없었다면 더 심심했을 것이다.
후면도 테일램프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에서 차분함을 보여준다. 투박하게 뻗어 나온 머플러에서도 대중차 시장을 겨냥한 모델다운 이미지를 풍긴다. 뭔가 소홀한 느낌, 하지만 단점이라 말하기도 뭣한 부분이다.
티구안의 디자인은 단순하다. 아니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디자인의 장점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다는 것이다. MQB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티구안은 과거 대비 커졌다. 나름대로 다이어트(경량화)도 했다.
이제 실내를 보자.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큰 틀은 기존 폭스바겐 것을 유지한다.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한 것일까? 입체적인 대시보드, 계단식으로 내려가는 센터페시아 구성이 익숙하다. 2018년형과 비교하면 대부부의 것들이 같다.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구성을 더했으니, 계기판을 디스플레이로 대체했다. 아날로그 감성이 줄면서 제법 요즘 세대 자동차 같은 느낌을 갖게 됐다. 그렇다 해도 여기저기서 독일차(?) 다운 감성을 뿜긴 한다.
시트의 편안함도 좋다. 늘 봐오던 스타일인데 나름대로 만족감을 준다. 화려함은 없지만 실리를 추구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메모리 기능이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컴바이너 타입이다. 정보 제공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시선이 아래쪽에 머문다는 단점이 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 사이즈를 키우는 것도 좋겠는데, 아마도 페이스리프트 때나 가능할 것 같다. 사실 이것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사운드 시스템 성능이다. 부족하다. 특히 티구안의 가격을 감안했을 때 아쉬움이 커진다. 저렴해도 느낌 좋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뒷좌석 만족도가 높다. 전 세대 모델 대비 늘어난 차체 크기 덕에 레그룸이 넉넉하다. 180mm에 이르는 슬라이딩 거리도 경쟁력이 된다.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도 있다. 수입 컴팩트 SUV에서 보기 힘든 구성이다. 2열을 위한 피크닉 테이블, 뒷좌석을 배려한 3-존 공조장치도 경쟁력이 될 것이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한 편인데, 기본 615리터 급이다. 모난 곳이 많지 않아 활용성 측면도 무난하다. 차량 등급에 어울리는 무난한 공간임에 분명하다.
부가 기능으로는 자동 주차가 있다. 쓸 만하다. 또한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중앙까지 유지시켜줄 수 있는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기능, 긴급제동 시스템, 360도 어라운드 뷰 모니터를 넣어 시대 흐름에 맞췄다.
이제 달려보자. 2.0 디젤 엔진은 150마력 최고출력을 낸다. 2020년을 살아가는 지금, 다소 부족한 성능이다. 폭스바겐은 자사의 고성능 디젤 모델, 골프 GTD 같은 모델에 출력을 올린 엔진을 쓴다. 그러나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180~190마력대 엔진을 기본처럼 쓰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2.0리터 디젤엔진에 기대하는 성능 정도는 맞춰졌으면 한다.
그렇다면 답답할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티구안은 정지 상태서 100km/h에 도달하는데 9초대 성능을 보였다. 2018년형 모델이 10초를 기록했는데, 당시의 것은 전륜 구동(2WD) 버전이었다. 디젤 엔진은 낮은 rpm에서 강한 토크를 내는데, 초기에 걸린 강한 토크가 휠 스핀을 만들어 가속시간을 늘리는 경우가 있다.
고출력 2륜 구동(2WD)로 가면 이런 문제가 더 커진다. 반면 4륜 구동 모델들은 초기 발진 때 4바퀴에 일정한 수준의 힘을 싣는다. 그 덕분에 미끄러짐 없는 발진 가속을 해 나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2018년에 만난 티구안이나 2020년형이나 성능상 큰 차이는 없다. 단지 4륜 구동 덕에 시간이 줄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4륜 구동의 효율이 더 좋다고 봐야 할까? 그건 아니다. 고속으로 가면 갈수록 구동 효율이 좋은 전륜 구동(2WD) 모델의 가속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4륜 구동 채용에 따른 무게 증가까지 감안하면, 순수한 가속 효율에서는 전륜 구동(2WD)이 앞선다.
달리는 상황. 아이들링 때 느껴지던 디젤 특유의 음색을 느끼지 못한다. 나름대로 조용한 환경에서 달릴 뿐이다. 과거 폭스바겐 디젤 모델들은 조금 큰 디젤 음색을 토했는데, 요즘엔 소음 억제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우리 팀의 계측 결과 아이들링 기준 43.5dBA 수준, 주행이 이뤄질 때는 58.5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2018년 모델 대비 소음이 약간 증가했는데, 이건 소음이 늘어났다기 보다 환경 때문으로 해석해야 한다. 티구안 테스트 당일엔 바람이 많이 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바람이 잦아들지 않았다. 다만 기존 테스트 결과가 있으니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구동방식이 다르다고 해도 전륜 기반 AWD 시스템이기에 크루징 때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아이들링 때의 소음 수준은 42~43dBA 내외, 80km/h로 주행할 때는 약 58dBA 수준의 정숙성을 갖는다고 보면 된다. 이것이 어느 정도일까? 대략 국산 준대형 세단 정도 수준을 예상하면 된다. 다만 100km/h 이상 접어들면 풍절음이 약간 늘어나긴 한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티구안. 정속 주행 때 보여주는 18~20km/L 내외의 연비가 만족감을 키운다. 대충 타도 15km/L 이상은 그냥 뽑는다. 우리 팀은 매우 다양한 환경을 달린다. 시내, 국도, 고속도로는 물론 와인딩 로드에서 부하도 건다. 이 환경을 모두 소화한 티구안의 연비는 대략 11~12km/L 수준이다. 적어도 연비를 이유로 티구안을 택했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배출가스로 장난을 쳤던 과거는 밉지만 그래도 연비는 잘 뽑는 제조사다.
시내 주행 때의 느낌은 어떨까? 빠릿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잘 달린다. 발진 가속 성능만 보면 늦은 모습이지만 일상에서 답답함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변속기 특유의 울컥거림이 있긴 하다. 과거 대비 완화됐지만 최소의 것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불편함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 기아 셀토스 같은 차는 탈 수 없다. 당신이 기수(Jockey)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처럼 저단 변속 때 약간의 울컥거림을 제외하면 불편함은 없다. 적당한 토크로 부드럽게 밀고 나갈 뿐이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수준. 다만 모든 승객 탑승, 화물을 적당히 적재하면 다소 버거운 모습일 가능성이 크긴 하다.
승차감은 좋은 편이다. 과거 유럽차는 핸들링을 위해 승차감 일부를 버렸다. 누군가를 그것을 좋아했고, 누군가는 싫어했다. 지금의 것은 적당한 승차감을 내면서도 성능에서 손해를 줄였다. 차체 설계 기술은 물론 서스펜션의 발전도 도움을 줬을 것이다.
이제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자. 직선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밟는다. 뭔가 시원스러운 느낌은 없다. 150마력치고는 잘나가는 편이지만 왠지 모를 섭섭함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190마력 엔진이면 딱 좋을 텐데. 물론 이런 환경을 달리려 티구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코너를 돈다. 깔끔하게 코너링을 마친다. 뭐가 부가적으로 덜어내고 싶은 부분이 없다.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노면을 붙들고 돌았다. 연속 코너에서도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없다. 최근 테스트한 제네시스 G80은 허둥지둥했다. 그러나 컴포트라는 확실한 요소를 위한 희생이라 생각한다. 반면 티구안은 무난한 승차감을 내면서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노면을 제압해 나갔다. 확실히 유럽차들이 성능은 잘 뽑아낸다. 한계에서의 성향은 약한 언더스티어 지향이다. 요즘 차들은 대부분 언더스티어 성향을 가진다. 후륜구동 차라도 그리 만든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차이가 나긴 한다. 짙은 성향과 밸런스를 중심으로 안정감을 더 느끼게 하는 것.
제동성능도 좋았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최단 거리는 36.22m로 나왔다. 최대한 늘어나도 38.1m를 넘지 않았다. 평균 제동거리는 37.2m 수준으로 신뢰도 높은 성능을 뽐냈다. 이전 2WD 모델도 38m 미만의 성능을 꾸준히 유지했는데, 제동 성능만큼은 폭스바겐이 잘하고 있다. 참고로 2WD 모델은 최단과 최장거리 사이의 편차라 1m를 넘지 않았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누구나 다루기 쉽다는 것이다. 스포츠카의 브레이크 페달은 다소 무섭다. 그 무거움 덕분에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일반 승용차에서 너무 무거운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운전을 힘들게 하는 요소가 된다. 특히 긴급한 상황에서 충분한 제동력을 끌어내지 못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티구안의 것은 누구나 최대한의 성능을 뽑아 쓰기 쉽게 해 놨다.
우리 팀은 티구안 2WD 모델을 테스트하며 자세제어장치(ESP)의 개입 문제를 지적했다. 특정 조건에서 갑작스럽게 개입해 운전자를 놀라게 했던 것. 하지만 이번 모델에서는 그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ESP를 완전히 해제할 수 없다는 점은 같다. 물론 SUV 특성상 이것이 문제는 아니다.
타이어는 피렐리 제품으로 235mm 너비의 VERDE 시리즈다. SUV를 위한 것인데, 티구안의 엔진 출력이나 무게를 감안했을 때 무난한 접지력을 보였다. 앞서 테스트한 제동력 평가에서도 부족함을 만들지 않았고, 핸들링이나 코너링에서도 아쉬움이 없었다. 굳이 균형을 놓고 논하자면 횡 그립 보다 종 그립이 낫다.
티구안은 무난한 수입 SUV다. 그 가격에 고작 그런 옵션 가진 모델을 왜 구입하느냐 반문할 소비자들도 있다. 타보면 된다. 눈에 맛있어 보인다고 꼭 맛있는 음식이란 보장은 없다. 이것저것 넣고 고추장 양념으로 마무리한 비빔밥. 보기엔 별로여도 맛있다.
누군가는 시각적 만족감을 위해 지출한다. 누군가는 자신이 추구한 실리를 위해 지출한다. 틀린 것은 없다. 단지 다를 뿐이다. 우리 자동차 문화가 다름도 인정해 주는 문화로 정책 되길 희망한다.
물론 티구안의 모든 것이 칭찬 대상인 것은 아니다. 소비자 권장가격(?)이 높다. 아무리 봐도 트림에 따라 500만 원 전후 할인이 필요해 보인다. 서두에 티구안의 판매량에 대해 얘기했다. 그 판매량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할인율에 있다. 할인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애초부터 좋은 가격을 제시하고 할인율을 낮춰 달라는 것이다. 누구나 비싸게 구입하는 단통법을 원하는 것이 아닌,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유사한 할인 수준을 갖게 되길 원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구입할 것인가?
글쎄? 어려운 문제다. 매일 다양한 차를 만나다 보니 고민할 게 많다. 1주일에 최소 한대에서 많게는 두 세대의 차들과 만난다. 그래서 주말 외엔 차가 필요치 않다. 이건 우리 직업의 특수성이다. 다만 운전하는 시간이 길다. 장거리 여행을 가야 한다. 어떤 차를 타고 갈래? 이렇게 물어준다면 티구안이라 답할 수 있다. 운전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최고의 연비를 달성할 수 있으니까. 시각적 만족도는 분명 떨어진다. 그러나 운전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윈드 실드(앞 유리창) 넘어 전방 도로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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