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GTI & GTD 익스트림 에디션 ˝선의의 경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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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폭스바겐그룹의 ‘죄’는 말끔히 씻어지지 않았다. 폭스바겐그룹은 앞으로 더 오랜 시간을 사죄하고, 겸허해야 한다. 그래도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겠지만, 그래야 새로운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물론, 소비자들도 잘잘못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죄는 미워해도 차는 미워하지 말라고, 이번 스캔들과 무관한 폭스바겐그룹의 다른 차까지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이때다 싶어 깎아내리기엔 폭스바겐의 소형차는 너무 주옥같다. 폴로, 골프, 비틀 등은 개성이 뚜렷하고 누구보다 기본기가 탄탄하다. 폭스바겐은 자동차 브랜드가 소형차를 왜 만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폭스바겐의 소형차는 여느 소형차와 차별화된다. 포드나 르노, 푸조 등도 폭스바겐 못지 않은 뛰어난 소형차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항상 그 이상의 무언가를 품고 나타난다. 급변하지 않고, 유행을 선도한다. 또 해가 갈수록 짙어지는 역사와 전통이 그들만의 캐릭터를 만든다.
비틀이 폭스바겐 소형차의 시작을 알렸다면, 골프는 그 역사를 이끌었다. 그리고 골프 GTI는 소형차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골프 GTD는 성능과 효율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골프 GTI와 GTD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장점을 흡수했고, 이젠 누구보다 치열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봤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프 GTI와 GTD를 함께 시승했다. 그것도 한정 판매되는 ‘익스트림 에디션’이다.
골프 GTI “어쨌든 원조”
골프 GTI는 골프를 넘어서 ‘핫해치’의 살아있는 역사다. 폭스바겐의 과감한 도전과 결정이 아니었다면, 골프 GTI, 포드 포커스 RS, 르노 메간 RS, 혼다 시빅 R 등과 같은 화끈한 소형차는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벌써 마흔살에 접어든 골프 GTI지만 여전히 한결 같다. 차의 성격은 물론이며, 1세대부터 이어진 여러 디자인 특징은 골프 GTI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특히 이번 익스트림 에디션은 1세대 골프 GTI의 특징이었던 체크무늬 ‘클라크’ 직물시트가 적용됐다. 체크무늬는 강렬하게 시각을 자극한다. 여전히 다이얼을 돌려 등받이를 조절해야 된다는 점을 빼면, 기능적으로도 탁월한 시트다. 착좌감도 우수하고, 무엇보다 옆구리를 꽉 잡아준다.
골프 GTI엔 특히 시각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다. 1세대부터 이어온 ‘붉은 선’은 골프 GTI의 상징과도 같다. 헤드램프와 그릴을 가로지르는 붉은 선과 실내에 수놓은 붉은 실 등은 골프 GTI의 성격을 대변해준다. 또 새롭게 추가된 19인치 ‘산티아고’ 휠 덕분에 붉은색 캘리퍼는 더 선명하게 보인다.
18인치와 19인치 휠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저 골프 GTI는 여전히 빠르고, 감각적이다. 골프R의 영향으로 폭발력은 다소 억눌렸지만, 부담이 적고 상쾌하다. 어찌보면 더 대중적인 핫해치가 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식 디퍼렌셜 락(XDS+)’과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은 아주 손쉽게 코너를 돌아나가게 만든다. 운전자의 부족함을 눈치 빠르게 보완해준다.
코너에서의 생동감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스포츠카와 감히 어깨를 나란히 한다. 특히 6단 DSG 변속기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운전자와 교감한다. 심지어 코너를 들어갈 땐, 운전자가 감속을 하면 스스로 기어를 두어단 낮춰 엔진회전수를 유지시켜주기도 한다. 마치 가장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한 가르침을 전달해주는 것 같다.
정말로 골프 GTI는 집요하게 가속을 부추긴다. 도심에선 매우 촘촘하게 변속이 진행되지만, 막상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계기바늘이 붉은 영역 가까이 도달해야만 기어를 높인다. 그리고 이 험난한 과정을 자축이라도 하듯, 그때마다 ‘펑’하고 폭죽을 터뜨리며 들썩인다.
이런 축제 분위기는 흥청망청 기름을 쓰게 만든다. 자극적인 골프 GTI는 운전자의 자제력을 잃게 만든다. 4등급의 연비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연료통까지 그리 큰 편이 아니라서 유독 주유소를 가는 일이 잦다.
골프 GTD “부족한 것 없는 팔방미인”
익스트림 에디션을 통해 더 이득을 본 것은 골프 GTD다. 기존 17인치 휠은 전혀 특별함이 없었다. 골프 GTD의 어떠한 특징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19인치 휠은 다이내믹 에디션이란 이름에 걸맞게 역동적이다. 휠이 커지고, 타이어의 편평비가 줄면서 골프 GTD는 더 박력있게 도로를 박차고 나간다.
디자인 특징과 엔진을 제외하면 골프 GTD는 골프 GTI와 거의 모든 구성이 똑같다. 변속기의 영민함이나 스티어링의 날카로움, 서스펜션의 탄력 등은 그대로다. 그래서 코너를 도는게 역시 즐겁다. 다만, 골프 GTI만큼 상쾌하진 않다.
성능이 꽤 출중한 디젤 엔진이지만, 골프 GTI의 가솔린 엔진만큼 매구간에서 시원스럽게 속도를 올리진 못한다. 엔진회전수가 높아지면 디젤 엔진 특유의 폭발력은 발휘되지만, 그전까지는 주춤한다. 그래서 오르막은 골프 GTI에 비해 답답하다. 또 움직임도 거칠다.
오히려 골프 GTD의 진가는 다양한 도로 환경이 뒤섞인 장거리 주행에서 발휘된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가솔린 엔진 못지 않은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을 느낄 수 있다. 6단 DSG 변속기는 차곡차곡 기어를 높인다. 변속은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고 가속도 부드럽다.
골프 GTI와 골프 GTD가 가장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연비다. 이건 골프 GTD의 압승이다. 골프 GTD의 복합연비는 14.7km/l지만, 이보다 우수한 연비를 기록하는 것은 너무 쉽다. 특히 타력 주행 시에는 클러치가 떨어져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코스팅’ 기능까지 적용됐다.
골프 GTI가 시종일관 제성격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반면, 골프 GTD는 때에 따라 자신의 성격을 바꾼다. 환경 적응 능력이 여러 골프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강렬하고 도도한 빨간색이 골프 GTI를 상징한다면, 어떤 색과도 잘 어울리는 흰색이 골프 GTD를 상징한다. 그래서 동일한 패턴의 체크무늬 시트도 골프 GTD의 색감이 더 옅고, 흰색실로 마감돼 있다. 헤드램프와 그릴을 가로지는 선도 흰색이다.
차이코프스키는 ‘비창 1악장’을 연주하던 오케스트라에게 ‘빠르게, 느리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라고 주문했다. 그의 주문은 무척 난해하지만, 골프 GTD 익스트림 에디션은 그의 요구에 가장 근접했다. 골프 GTD 익스트림 에디션은 무난하면서도 돋보이지만, 결코 지나치지 않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골프 GTI와 골프 GTD은 누구보다 좋은 경쟁자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긴밀하게 엮여있다. 오랜 세월 그렇게 서로를 보완하며 발전했다. 이젠 많은 부분이 비슷해졌다. 누가 더 높은 곳에 있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 폭스바겐은 모든 것을 소비자들에게 맡겼다. 판단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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