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GTE, 예견된 전지전능 "새시대의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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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생겨난 이유는 단순하다. 말이 귀찮아서다. 때마다 먹이를 줘야하고, 씻겨야 했고 휴식도 필요했다. 또 저마다 성격이 강해, 고집도 심했다. 이에 반해 기계는 제 입장을 얘기하지 못했다. 일단 연료만 넣으면, 부속이 수명을 다할때까지 달렸다. 세기가 바뀌었다. 이젠 자동차에 연료를 넣는 것도 귀찮아졌고, 더 적은 연료로 많이 가길 원했다. 나아가 더 빨랐으면 좋겠다.
우리는 엔진과 가솔린 혹은 디젤이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바뀌고 있는 과도기에 살고 있다. 이미 ‘쇼카’와 같은 전기차는 우리 주변에 넘친다. 하지만 전기차는 아직 이동의 자유로움이 배제됐다. 퇴근길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도 갈 수 없다.
전기차 제작 기술을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프라는 큰 걸림돌이다. 특히 아파트와 공동주택에선 전기 사용에 대한 문제점도 부각되고 있다. 이런 불편은 각 브랜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폭스바겐 e-모빌리티 총괄 책임자 토마스리버는 “전기차보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더 현실적인 친환경차”라고 말했다. 그것도 e-골프 시승행사에서 말이다. 덕분에 e-골프를 시승하면서도 골프 GTE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일년 후, 드디어 골프 GTE를 만나게 됐다.
# 재미를 잃지 않았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하이브리드를 타봤다. 엔진이나 배터리 크기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하이브리드는 재미를 주지 못했다. 앳킨슨 사이클이 적용된 엔진은 일반적인 오토 사이클 엔진에 비해 반응이나 출력이 크게 떨어지고, 전기모터 또한 고속에서까지 그 힘을 이어가지 못했다. 심장은 두개지만, 제대로 된 하나의 심장보다 나은 점이 없었다.
GTE는 지금까지 경험한 친환경차 중에서 가장 재밌다. 최고출력 150마력의 1.4 TSI 엔진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힘을 가졌다. 6단 DSG 변속기의 감각이나 반응도 그대로다. 여기에 출발과 동시에 33.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더해졌으니, 당연히 빠르고 재밌을 수 밖에 없다. 전기모터만을 사용하는 e-모드에서도 휠스핀을 내며 출발할 정도다. GTI, GTD에 이어 'GT'라는 단어가 붙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기존 1.4 TSI의 연료탱크는 50리터지만, GTE는 40리터로 줄었고, 차체 밑부분에서 트렁크 밑으로 옮겨졌다. 기존 연료탱크가 있던 자리에는 8.7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놓였다. 배터리가 꽤 크다.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두배 용량이다. 이때문에 1.4 TSI에 비해 무게는 200kg 가량 늘었지만, 무게 중심은 더 낮아졌다.
무게 밸런스가 여느 골프와는 완전히 다르다. GTI나 GTD는 큰 엔진 때문에 머리가 무거웠다. GTE는 마치 미드십처럼 무게 중심이 중앙에 위치한다. 움직임이 다르다. 더 안정적이다. 리어가 무심코 흐르지 않는다. 연료탱크가 꾹꾹 뒷바퀴를 눌러주는 탓에 충분한 그립도 확보할 수 있다.
# 엔진을 쓸 것인가, 전기모터를 쓸 것인가
전기차에 비해 이질감은 없지만, 여전히 생소한 부분은 있다. 또 정보를 숙지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GTE는 각 주행모드에 따라 성격이 크게 변하고, 엔진과 배터리 등의 에너지 흐름도 변경된다.
E-모드에선 엔진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오로지 배터리의 힘으로만 간다. 실질적인 도심 주행은 E-모드로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면된다. 엔진이 오래 사용되지 않을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폭스바겐은 엔진 내구성 향상을 위해 주요 부위에 폴리머 코팅을 입혔다.
GTE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속도를 높인다. 밖에서도 아무런 기척을 느낄 수 없다. 소리는 없지만 빠르다. 전기모터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전기모터도 그 특성상 출발과 동시에 큰 힘을 내지만, 그게 오래가진 못한다. GTE의 전기모터는 자신의 최대속도까지 힘차게 돈다.
이밖에 하이브리드 오토, 배터리 정지, 배터리 충전 등으로 엔진만 쓸 것인지, 교대로 쓸 것인지, 배터리를 충전할 것인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GTE의 특징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것은 GTE 모드다. GTE 모드에선 사운드 제네레이터를 통해 전기차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과격함까지 전달된다. 인위적인 소리를 만들어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BMW i8, 아우디 R8 e-tron 등에도 적용된 기술이다. 그 소리가 결코 가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엔진과 전기모터 모두가 끝을 향해 회전한다. 전기모터가 힘이 달리는 시점과 엔진이 힘을 받는 시점이 매끄럽게 연결됐다. 연료효율이 극대화된 도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속도가 높아지면 결국 엔진과 전기모터 모두 힘겨워했다. GTE는 제한속도까지 내달리는게 그리 어렵지 않아보였다. 듀얼클러치의 직결감과 우수해 속도를 높이는 과정도 지루하지 않다.
GTE 모드에선 서스펜션은 스포츠 모드로 자동 변경돼, 도로에 몸을 더 바짝 붙인다. 기존 골프도 고속안정성이 뛰어나지만 GTE는 낮은 무게 중심까지 더해져 유독 고속안정성이 돋보인다.
# 유연한 플랫폼을 통한 원가절감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인프라 외에도 큰 약점이 있다. 제작 단가가 비싸다. 오랜 연구개발비는 물론이고, 전기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 등은 일반적인 차에 비해 훨씬 비싸다. 또 전용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면 새로운 공장 조립라인과 인력까지 필요하게 된다.
폭스바겐은 친환경차 생산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GTE나 e-골프 등은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관련 부품 외에는 기존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의 조립라인에서 혼류생산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모듈형 플랫폼인 MQB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론상으로 큰 개발 비용 상승없이 폴로, 티구안, 파사트 등 MQB를 쓰는 모든 라인업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수 있다.
이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절감을 통해 폭스바겐은 누구보다 저렴한 친환경차를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한다. 또 물량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배터리는 파나소닉과 함께 제작하지만, 전기모터는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어 핵심 부품 공급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폭스바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또 있다.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의 파워트레인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테슬라와 같은 신생 업체가 치고 올라올 수 있다. 현대차가 BMW나 메르세데스-벤츠를 능가하는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제작할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다르다. 기존 파워트레인의 우수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전기모터와 배터리 기술이 우수해도 빛을 보지 못한다. 폭스바겐은 TSI 및 TDI 등 우수한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갖고 있다. 앳킨슨 사이클과 CVT를 사용하는 도요타는 GTE처럼 효율과 재미를 모두 만족시키는 차를 만들긴 어렵다.
# 새시대의 자동차를 맞이할 준비가 됐는가
당연한 얘기지만, GTE의 효율은 무척 좋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만으로 최대 50km까지 달릴 수 있다. 이때의 최고속도는 시속 130km다. 우리나라 어떤 도로에서도 느림보 취급받지 않을 속도다. 또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출퇴근거리는 40km를 넘지 않는다. 교통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기름 한방울 안쓰고 출퇴근이 가능하다. 또 갑작스런 여정을 떠날땐 그저 가솔린을 넣어주면 된다. 엔진으로 달리면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다. 전기차가 주는 불안감이 없고, 오랜 충전시간이 요구되는 상황도 없다.
성능과 효율을 모두 갖춘 꿈의 차, 골프 GTE는 아직 우리나라에선 그야말로 꿈이다. 아직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연비측정 기준이나 보조금 등과 같은 각종 혜택이 명확하지 않다.
폭스바겐코리아는 GTE의 출시 시기를 내년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도 내부 계획일 뿐이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일단 국내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아무래도 국내 업체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내놔야 여러 법규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눈치를 보고 있다. 지지부진한 정책 때문에 우리만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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